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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록일
- 2012-01-16
- 작성자
- 편집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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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소통의 공간으로 서다
매스컴에서 학교문제로 연일 시끄럽다. 학교 폭력, 왕따의 문제는 비단 교육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문제로 이슈화되고 있다. 그동안 우리 교육은 아이들의 아픔을 보듬지 못했다. 학교는 아이들에게 공부만을 강요했지 인성이나 도덕성은 교육시키지 못하는 형편없는 공간으로 전락된 건 아닌가 싶다. 학업에 지친 학생들의 스트레스를 학교에서 풀 수 있다면 더 없이 즐거운 공간, 학교.
즐거운 학교를 만들기 위해 교직원이 합심하는 ‘청라중’을 가 보았다.
학교에서 배우다
임창식 교장선생님을 만난 곳은 강당의 무대였다. 강당에서 교장선생님은 기타를 연주하고 계셨다. 청라중 교직원밴드의 원조 멤버였다는 교장선생님은 기타를 멘 모습이 멋져 보였다.
“공부에 지친 아이들에게는 스트레스를 풀 돌파구가 필요합니다. 실용음악, 연극, 핸드차임, 농구 등 동아리 활동을 학교에서 적극적으로 후원해주고 있죠. 아이들이 많이 좋아하고 표정들도 밝아졌습니다.” 국제도시라는 이유도 있겠지만 청라중에서는 왕따나 폭력사건이 거의 없는 편이라고 말한다.
분주히 돌아다니며 마이크며 음향을 체크하는 방송부 하늘(청라중, 3)학생은 “제가 오늘 무대를 다 책임져야 해서요......방송부 활동하면서 많은 것을 배웠죠. 이제 이 정도의 무대연출은 혼자서 할 수 있어요.”라고 말하며 “요즘은 연극 대본을 쓰고 있는 중이에요. 선생님들이 제가 쓴 대본도 수정해 주시고 지도 해주셔서 재미있게 쓰고 있지요.”라며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자신의 꿈을 키워주는 학교가 즐겁다고 했다.
“학교라는게 나름대로 인생의 미래를 위해 학습의 계획을 세우는 곳이기도 하지만 정서적으로 물꼬를 터주는 역할도 해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청라중 교장선생님은 선생님이기도 하지만 아버지학교의 강사이기도 하다. 그래서일까? 아빠들의 참석율을 높이기 위해 축제도 밤에 열고 있단다.
학습과 인성을 함께 교육하기위해 무엇보다 힘쓰고 있다는 청라중은 650여명의 전교생이 전국 각지에서 전학 온 특이한 구성원임에도 큰 불협화음이 없었다.
학교에서 위안 받다
“오늘 선생님과 아이들이 즉흥적인 무대를 엽니다. 어설프겠지만 보고 가세요.” 1학년 8반 담임선생님인 김송수씨는 틈나는 대로 아이들과 노래를 부른단다.
“크리스마스 이브에는 아이들과 캐롤송을 부르며 교실을 돌았어요. 그날 반응이 좋아 식당에 초대되어 노래를 불렀답니다. 밥 먹다가 아이들 모두 캐롤 따라 부르고...... 암튼 즐거운 크리스마스 이브였답니다.” 교직원밴드 일원인 김송수 선생님은 “선생님부터 모든 일에 적극성을 보이자 아이들도 적극적으로 변하더라구요. 애국조회 때 저희는 현악 앙상블이 애국가와 교가를 연주 한답니다. 서로 안하려고 움츠리기보다는 서로 자신들이 하겠다고 적극적으로 말하는 바람에 현악 앙상블 단원이 넘쳐나네요.”라면서 따뜻한 날씨에 연못가에 가면 학생들의 즉흥 연주회가 펼쳐진다고 귀띔했다.
무대는 준비되어 있다. 무대의 주인공은 너희들이다
말은 방학이지만 학교마다 보충수업, 방과 후 수업으로 학생들이 등교를 하고 있다. 청라중도 방과 후 수업을 하고 있었다.
“수업이 끝난 후 모두 강당으로 모여 주세요. 방과 후 공부를 열심히 하는 친구들을 위한 공연이 있습니다. 공연 관람한 학생들에게 선물도 드립니다.” 방송실에서 나오는 선생님의 말씀에 수업을 마친 학생들이 삼삼오오 강당으로 모인다.
“안녕하세요? 오늘 사회를 맞게 된 한경완, 김예빈입니다.”라며 사회자가 인사를 하자 무대의 막이 열렸다. 무대 위 이제 갓 데뷔하는 신인 가수마냥 떨고 있는 사람들은 바로 이 학교 선생님들이다. 앞줄에서 통기타를 튕겨주는 기타 연주반 학생들의 선율에 선생님들은 노래를 시작했다.
“내가 살아가는 동안에 할 일이 또 하나 있지.♪...” “아, 아, 영원히 변치 않을 우리들의 사랑으로...” 방학동안 열심히 수업에 임해준 학생들을 위한 선생님들의 깜짝 노래 선물이었다. 아이들의 얼굴에 함박꽃이 활짝 피어난다. 비록 방학동안 배운 기타실력이라 가끔 튜닝 안 된 기타 소리도 들렸지만 그건 선생님과 학생들의 하나된 무대에 장애물이 되지 않는다. 학생들은 진심된 마음으로 선생님의 노래를 받쳐 주었고 선생님들은 학생들의 기타 선율에 마음을 담아 학생들에게 전했다.
“진짜 감동적이었어요. 선생님들이 우리들을 위해 노래 연습을 하셨다는데 감동 먹었네요. 방학동안 일찍 나오셔서 저희들을 지도해 주신 것도 감사한데 공연까지 해주셔서 감사할 따름입니다.” 박세은(중1)양은 자신들을 위해 깜짝 공연을 펼쳐주신 선생님들께 감사함을 표했다.
정재린(중1)양은 “저는 이런 우리학교가 너무 자랑스러워요. 가끔 이렇게 즉흥 연주회를 갖기도 하고 재능있는 사람은 아무 때나 무대에 설 수 있거든요. 선생님 밴드 안보셨죠? 정말 멋지세요!” 라고 말하며 선생님 밴드부 공연이 있을 때 한 번 더 와 보란다.
청라중의 방과 후 프로그램 내용도 이채롭다. 학습위주라기 보다는 ‘동영상으로 보는 세계,‘세계사 토론반’, ‘기타반’. ‘농구반’등 14개의 강좌가 다채롭게 진행되고 있었다.
새로운 막이 오르자 모범생 스타일의 남학생이 건반을 잡았다. 즉흥적으로 자신이 무대에 서보겠다고 나섰다는 정현우(중1)학생의 실력은 몇 년간 준비한 듯 수준급의 연주를 보여줬다. 중학생쯤이면 사춘기로 접어들어 많이 쑥스러워하고 잘 나서려 하지 않을 나이다. 그런데 이 학교에서는 자신의 끼를 감추지 않는단다. 자연스럽게 나설 수 있는 문화적 공간을 제공하는 것이 청라중의 교육 방침이다.
“외톨이야, 외톨이야, 두비두비 두밥바~♪” 건반 연주에 이은 청라중 밴드 ‘세미콜론’의 연주에 선생님이 열광을 한다. 퍼스트기타, 베이스, 신디사이저, 세컨기타, 드럼으로 구성된 세미콜론의 팀원들은 어설프지만 풋풋한 연주 실력을 보이며 무대에서 내려왔다.
“제 꿈이요? 기타 잘 치는 영어쌤이요.” 기타를 잘 치는 김이정(중1)은 이렇게 말했다. “저는 모델이구요. 얘는 파일럿이 꿈이에요.” “저는 요리사요!”, “저는 사업을 크게 해서 돈 많이 벌꺼예요.” 자신을 표현할 줄 아는 학생들의 모습이 버스에서나 동네에서 마주친 학생들과 많이 다름을 느꼈다. 간혹 마주쳤던 중학생들의 입에선 걸쭉한 욕설이나 선생님들을 비하하는 발언이 전부였다. 꿈이 무엇이냐고 묻는 질문에 하나같이 “아직......”이라며 쭈뼛거리기 일쑤였다.
그러나 청라중 학생들에겐 벌써 꿈들이 맘속에 자리잡고 있다. 갑자기 세미콜론 리더가 “제 꿈은 안 물어 보세요? 제 꿈은 교육부 장관입니다. 우리나라 교육정책을 확 바꿔서 학생들이 즐겁게 다닐 수 있는 학교를 만드는 것이 제 꿈이죠.”라고 말했다.
영어에서만 볼 수 있는 세미콜론. 세미콜론이 주절과 종속절을 하나로 연결시키는 역할을 하듯이 세미콜론이 있는 청라중은 선생님과 학생들이 하나로 연결되는 소통의 학교였다.
이현주 객원기자 o7004@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