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인은 백인에 비해 피부가 검다. 이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그리고 내가 알기로는 흑인이 백인에 비해 선천적으로 피부가 검다는 것을 부정하는 사람은 사실상 없다. 게다가 피부색의 선천적 차이가 자연 선택에 의한 적응의 결과라는 것에도 대체로 동의하는 것 같다.
피부에 있는 멜라닌은 자외선을 차단한다. 자외선이 피부암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 차단하는 것이 적응적이다. 하지만 인간은 피부에서 자외선을 이용해서 비타민
D를 합성한다. 자외선을 너무 차단하면 비타민 D 결핍으로 구루병에 걸릴 수 있다. 따라서 자외선을 적절한 수준에서
차단해야 한다. 적도에 가까운 지방일수록 자외선이 더 강하기 때문에 흑인이 백인에 비해 선천적으로 멜라닌을
더 많이 만들도록 진화했다는 것이 진화론자들의 설명이다. 나는 이런 설명을 인종주의적 사이비과학이라며
거부하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
피부색의 차이의 경우에는 실제로 차이가 나며, 그 차이는 선천적이며, 그 차이가 생긴 이유를 진화론적으로 설명할 수 있다. Rushton은
다른 차이들에 대해서도 비슷한 이야기를 하려고 하는 것이다. 그러면 많은 사람들이 선천적 차이는 피부색에서만
난다(just skin deep)고 이야기한다.
인간의 육체에는 피부 말고도 온갖 것들이 있다. 과연 인종 간 선천적
차이가 피부색에만 있을까? 지난 20만 년 동안 인간의 온갖
유전자들 중에 피부색에 영향을 끼치는 유전자에게만 돌연변이나 자연 선택이 허용된 것일까? 얼핏 생각해도
이것은 말도 안 된다.
실제로 각 인종들은 온갖 육체적 측면에서 차이가 난다. 인종마다 키가
다르며, 얼굴 생김새가 다르며, 젖가슴의 크기가 다르며, 음경과 고환의 크기가 다르며, 심폐 능력이 다르며, 시력이 다르며, 눈동자 색깔이 다르며, 머리카락 색깔과 모양이 다르며, 수염이 나는 곳이 다르며, 성인의 젖 소화 능력이 다르며, 말라리아에 대한 면역력이 다르며, 초경 시기가 다르며, 뇌 크기가 다르다.
그리고 그것들 중 상당 부분은 선천적 차이임이 분명하다. 적절한 크기로
콘돔을 만들어야 할 필요 때문에 각 나라의 음경 크기에 대한 연구가 이루어졌다. 그 결과 흑인이 백인에
비해, 백인이 아시아인에 비해 음경이 크다는 것이 드러났다. 이
차이가 선천적 차이임은 거의 명백하다. 왜냐하면 대체로 더 가난한 흑인의 음경이 더 크기 때문이다. 영양 상태에 따라 키가 달라진다는 것이 명백하다. 흑인의 뇌가 작은
이유는 선천적 차이 때문이 아니라 부실한 영양 상태 때문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흑인의
영양 상태가 부실하기 때문에 음경이 크게 발달했다는 이야기는 설득력이 거의 없어 보인다.
성인의 젖 소화 능력의 차이나 말라리아에 대한 면역력의 차이 같은 경우에는 잘 연구되었으며 자연 선택의 결과라는
것이 어느 정도 입증되었다. 유목을 많이 해서 성인이 되어서도 동물의 젖을 먹을 일이 많았던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성인이 되었을 때 젖을 더 잘 소화하는 방향으로 진화한 것이다. 말라리아에 걸릴
일이 많았던 지역에서는 말라리아에 대한 저항력이 강해지는 방향으로 진화가 일어났으며 그 결과 낫모양 적혈구(sickle
cell) 빈혈증이라는 반갑지 않은 병을 떠안게 되었다.
“just skin deep”을
외치는 사람들에게 묻고 싶다. 정말 피부색 차이만 선천적이고 다른 육체적 차이는 몽땅 후천적이라고 믿는
것인가? 아니면 실제로 하고 싶었던 말은 “육체적 차이만 선천적이다”라는
것이며 “피부색 차이”라는 표현이 육체적 차이를 상징하는 말인가?
정신적 차이가 선천적일
리가 없다고?
인종 간 정신적 차이가 있다는 점은 명백하다. IQ 검사에서 순수한
흑인에 가까운 아프리카 흑인들은 70 점 정도 받고, 흑백
혼혈이 많은 미국의 흑인들은 85 점 정도 받고, 미국 백인들은 100 점 점도 받고, 미국의 아시아인들은 105점 정도 받는다. 그리고 미국의 흑인들은 예술계와 스포츠계에서는
잘 나가는 경우가 많지만 유독 과학계에는 거의 진출하지 못하고 있다. 미국 흑인은 인구의 20 % 정도를 차지하지만 감옥 수감자의 절반 정도를 차지한다.
그렇다면 그 차이 중 적어도 일부는 선천적인가? 이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입장이 있다.
첫째, 정신적인 측면에서 인종 간 선천적 차이는 전혀 없다는 입장. “just skin deep”이
이런 입장을 대변하는 표현이다.
둘째, 정신적인 측면에서도 인종 간 선천적 차이가 있다는 입장. Rushton이 이런 입장이다.
셋째, 아직 증거가 불충분하니까 판단을 유보하겠다는 입장.
나는 둘째와 셋째 입장의 중간 정도다. 나는 이런 문제를 다룬 문헌을
본격적으로 검토한 적이 없기 때문에 증거가 불충분한지 여부조차도 잘 모르겠다. Rushton이 잘 연구된
문헌을 상습적으로 뻔뻔스럽게 왜곡해서 소개했다는 비판도 있는데 그 문제를 확인하기 위해 일일이 대조해 본 적도 없다. 인종 간 차이를 다룬 몇 편의 글과 백지론적 경향을 보이는 사람들이 진화 심리학을 비판한답시고 벌였던 행태로
판단해 볼 때 Rushton의 주장이 좀 더 진실에 가깝다고 느끼는 정도다.
어쨌든 나는 첫 번째 입장을 취하는 사람들을 이해할 수 없다. 그들은
지난 20만 년 동안 인간의 신체적 측면에 영향을 끼치는 유전자의 경우에는 진화가 일어났는데 인간의
정신적 측면에 영향을 끼치는 유전자의 경우에는 진화가 전혀 일어나지 않았거나 모든 인종이 똑 같은 방향으로 진화했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가능한가? 인종주의를 걱정하는 신이 있어서 지난 20만년 동안 인류의 진화를 인도했다고 보는 일종의 지적 설계론(?)을
믿지 않는 이상 그런 식으로 생각할 수 없다.
인종 간 IQ 차이
인종 간 차이 문제 중 아마 IQ 문제가 가장 뜨거운 쟁점이었던 것
같다. 과연 인종 간 IQ 차이는 선천적인가? 아니면 흑인이 가난해서 차이가 나는 것일 뿐인가?
Rushton은 그 차이가 선천적임을 암시하는 증거를 몇 가지 든다.
첫째, 입양 연구. 흑인, 백인, 아시아인이 백인 중산층 가정에 입양된 사례들이 있다. 한 연구에 따르면 그렇게 입양된 흑인이 7세 때 측정한 IQ의 평균이 97이라고 한다. 여기까지만
보면 모든 것이 환경 탓인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17세
때 측정한 값은 89다. 흑인 가정에서 자랐을 때가 보통 85이기 때문에 환경적 요인이 있었다고 추정할 수는 있지만 백인과의 격차는 여전하다.
이것을 어떻게 해석할 수 있을까? 흑인을 입양했던 백인 양부모가 7세까지는 잘 키우다가 갑자기 인종주의자로 돌변해서 그런 것일까? 내가
보기에는 이런 설명은 거의 가망성이 없어 보인다. 그렇다면 7세까지는
주로 집에서 살았기 때문에 미국 사회의 인종주의에 노출될 일이 적었는데 학교에 가면서부터 인종주의의 해로운 영향 때문에 IQ가 10 점 가까이 곤두박질 친 것일까?
문제는 한국 등에서 태어나서 백인 중산층 가정에 입양된 아시아인의 경우에는 오히려 백인인 입양아보다 IQ가 더 높게 나왔다는 것이다. 아시아인이 미국에서 인종 차별을 받는다는
것은 널리 알려져 있다. 또한 한국에서 입양하지 않아서 미국에 가게 된 아이들이 전체적으로 머리 좋은
집 자식일 리도 없어 보이고 영양 상태도 좋지 않았을 것이다.
둘째, 부유한 흑인과 가난한 백인의 자식을 비교한 연구. 미국의 부유한 흑인의 자식의 IQ가 가난한 백인의 자식의 IQ보다도 낮게 나온다. 이것은 흑인의 영양 상태에 문제가 있어서 뇌
발육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가설만으로는 설명하기 힘든 결과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Rushton처럼 흑인이 백인에 비해, 백인이 아시아인에 비해 IQ가 선천적으로 떨어진다고 확고하게 믿는
것도 아니다. 그것은 두 가지 자료가 Rushton의 명제와
잘 부합하지 않기 때문이다.
첫째, 일부 지역의 유태인들은 아시아인보다도 IQ가 훨씬 높다. 유태인의 다수는 백인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이것은
아시아인이 선천적으로 백인보다 IQ가 높다는 Rushton의
주장과 모순된다.
둘째, 미국 원주민(native
American, 인디언)의 IQ가 백인보다
훨씬 낮다는 통계를 어딘가에서 본 적이 있다. 미국 원주민은 백인보다 한국인과 훨씬 계통적으로 가깝다. 따라서 Rushton 말대로라면 백인보다 IQ가 더 높게 나와야 한다.
2010-06-16
전에도 말씀드렸다시피 지능의 정의나 논의는 그다지 실질적인 문제가 아닙니다.
제가 크림치즈베이글님을 비롯한 일부 학자들이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는 이유는 다른 연구들(영재아 연구, 일반지능이론의 뇌생리학적 근거, 일반지능이론의 서번트 신드롬 해석, 지능이 실생활에 미치는 영향 연구 등)에 대해 논리적이고 설득력 있는 반박을 제시하고 있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마치 다중지능이론을 주장하는 학자들과 비슷한 태도로 말이죠. 다중지능이론을 신뢰하고 있는가의 여부를 떠나서 그러한 면모를 공유하고 계시다는 것입니다.
beamind님의 'WM과 G'라는 글을 다시 읽어보시면 일반지능이론의 핵심 주장을 잘 아실 수 있을 겁니다.
젠슨의 실험에서와 같이 단순한 반응속도 또한 지능과 교류를 맺었다면 이는 G없는 인간의 인지 활동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G는 님이 생각하시는 것처럼 학교 공부를 따라가는 능력만이 절대로 아닙니다. 설사 보수적으로 평가하는 사람이라도 수많은 연구결과를 확실치 않다며 거부하는 것은 그다지 올바른 일로 보이진 않네요.
저는 더이상 별로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만약 님의 주장이 학자들에게 받아들여진다면 저도 겸험히 받아들이겠습니다. (그러나 그럴 가능성이 거의 없는 것 같습니다.)
http://cafe.daum.net/Psychoanalyse/8SjO/183 와 다른 글에서 저는 "일반지능이론을 거부한다" 란 얘길 전혀 한적이 없습니다. 자꾸 이런식으로 본뜻을 왜곡하지 마시길! hes7270님은 덕하님에 대해서도 그렇게 왜곡하는 모습이 보입니다. 분명히 저는 일반지능이론의 신뢰성은 인정한다고 몇번에 걸쳐 반복해서 말씀드렸습니다.
때문에 제 입장에서 일반지능이론을 "반박"까지 할게 없습니다. 신뢰성을 인정하는데, 대체 무엇을 "반박"한단 말인가요? 제가 얘기했던것은 님과 제가 지능을 바라보는 관점이 다르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관점이 다른 부분"은 각 세부 연구분야별로 그럴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고 말씀드렸습니다.
따라서 이것은, 무슨 증거를 채택하고 말고의 문제가 아닙니다. 관점이라는것은 증거로 결정되는게 아니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관점(이론)에 따라 증거, 실험결과가 채택되는게 더 일반적인 현상입니다. 현재 지능의 정의가 핵심적일 수 밖에 없는이유는, 각자의 관점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관점이 다르니, 정의에 대해 합의가 안되고, 정의에 대해 합의가 안되니, 각자 사용하는 용어의 의미가 달라져서 의사소통조차 안되는 현상이 발생하는겁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저는 일반지능이론을 거부한적이 없습니다. 이런식으로 제 본 뜻을 왜곡하지 마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