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카이스트] 36 - 여자와 인간 1
S#1. 기계과 건물 앞
거의 백퍼센트 남학생들이 우글우글 들어가고 나오는 건물. 그들이 지나가는 자전거대 앞. 자전거들이 주욱 세워져 있다.
그 맨 구석에 낡고 먼지를 뒤집어 쓴 오토바이 한 대가 세워져있다. (절대 비싼 기종은 아님. 스쿠터를 간신이 벗어난 정도)
오래동안 건드리지 않은 듯 먼지가 수북하고 낙엽도 위에 떨어져 있다.
그 옆 저만치에 쭈그리고 앉아 그 오토바이를 쳐다보고 있는 자현.
고개를 구십도 옆으로 기울여서 이쪽으로 보고, 다시 반대로 기울여서 저쪽으로 보고.. 아주 사랑스럽다는 듯 보고 있다.
바닥의 흙을 한줌 주워모으더니 일어나서 오토바이로 가까이 간다. 주위를 슬쩍 둘러 보더니 얼른 오토바이 위에 흙을 뿌린다.
(더 더럽게 만들어서 시선을 끌지 않기 위해)
자현, 손을 털며 시침떼고 건물로 들어간다. 흙이 뿌려져서 더 더러워진 채 남겨진 오토바이.
S#2. 기계과 건물 안
로비 거의가 남학생들로 와글거린다. 여학생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유일한 여학생인 자현, 그들 사이를 지나오고 있다.
자현, 걸어오면서 지나쳐가는 남학생들 어깨를 툭툭 치기도 하고(후배인듯), 90도로 꾸벅 인사하기도 하고(선배인 듯),
하이파이브하고 지나쳐가기도 한다(동급생).
S#3. 기계과
정교수 강의실 강단 앞에 자리를 잡고 선 정교수가 학생들을 주욱 둘러본다. 모두 남학생들만.
시선이 주욱 가다가 다시 돌아와 한곳에 멈춘다. 거기 자현이 하품을 하고 있다가 시선이 딱 마주친다. 얼른 입을 다무는데.
정교수 : 추자현.
자현 : 네!
정교수 : 일루 나와서 공기, 연료 혼합비에 따른 배기가스 특성을 그려봐.
자현, 왜 오늘이라고 무사하겠어..하는 듯 예상했다는 얼굴로 다시 칠판 앞으로 나간다.
자현, 배기가스 특성 곡선을 그린다.
정교수 : (자현이 칠판에 그리는 동안 나머지 남학생들 향해) 자동차 엔진에서 분출되는 배기가스로 환경문제가 대두된지 오래다.
이에 대한 대응 기술로 린번엔진이 개발되고 있는데 (자현을 돌아보더니) 나온 김에 그 옆에 린번엔진 원리도 써보지.
자현 : 알겠습니다. (일단 손을 멈추고 머리 속으로 재빨리 기억을 더듬는데...)
정교수 : 린번엔진의 장점은 뭐지? 추자현?
자현 : (판서하려다 말고 어정쩡하니 돌아보며) 공기연료 혼합비가 큰 영역에서 운전할 수 있기 때문에 연료가 적게 소모됩니다.
유해배기가스량을 줄일 수도 있구요.
정교수 : 모든 유해가스가 적게 나오나?
자현 : 예? 아... 그건.. (잘 모른다) 글세 그것이..
정교수 : (언제 자현에게 질문했냐는듯 좌석의 남학생들을 향해) 혼합기가 너무 희박할 경우, 타지못하고 배출되는 탄화수소 양은
더욱 늘어날 수 있어. 질소산화물 배기량도 늘어날 수 있는데 (하다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자세로 자신을 보고있는
자현에게) 그거 언제까지 쓰고있을거지?
자현 : 네?..네.
정교수 : (E) 린번엔진을 구현하기 위해선 연소방식을 어떻게 해야될까. 누구 대답해봐.
자현, 미칠거 같은 심정으로 다시 칠판을 향해 돌아선다. 오교수를 등지고 있는 상태.
칠판을 채워가는 자현의 입이 삐죽..툴툴..난리가 났다.
S#4. 산디과 건물 안 로비
손에 들린 레포드 뭉치. 그 뭉치를 든 손, 대욱이다.
대욱, 누군가에게 따질듯한 기세로 씩씩거리며 오고 있다.
S#5. 산디과 조교실
책상위에 놓여지는 그 레포트. 대욱이 작심한 얼굴로 책상 앞에 서있고, 그 앞에 조교(남자)가 책상에 앉아서 뭔가 하고있다.
대욱 : 제 레포트 점수가 왜 D밖에 안되는지 궁금해서 왔습니다.
조교 : (대욱을 쳐다보지도 않고 하던 일 계속한다) 교수님 안계셔.
대욱 : (대기의자에 털썩 앉으며) 그럼 기다리지요.
조교 : 2주 예정으로 워크샵 가셨어. 미국으로.
대욱 : (벌떡 일어나는데) 리포트 점수에 불만이 있으면 찾아오라고 하셨는데요.
조교 : (그제야 하던 일을 멈추고 옆에 있던 서류를 들어 들추며) 강 대욱.. 강 대욱..
대욱 : 예. 그 강대욱 이름 옆에 점수를 잘 좀 봐주십쇼. 아무래도 점수가 잘못되지 않았습니까?
조교 : (강대욱 부분을 찾아 읽는) 창의력 부족에 감성적 요소는 빵점. 한마디로 책의 이론만 디립다 베껴
새로 조립한거나 마찬가지다... 라는게 교수님의 평이셔.
대욱 : 창의력 부족..에 뭐요? 감성적 요소가 어떻다구요?
조교 : 인간공학 레포트에 인간이 빠져있단 얘기야.
대욱 : 레포트에 인간이.. 빠져요?
조교 : 다시 한번 써볼 생각이면 말해.
대욱 : (얼른) 당연하죠. 까짓 인간을 잔뜩 넣어서 써오겠습니다.
조교 : (서류 봉투를 내민다) 자.
대욱 : 뭡니까 이게?
조교 : 교수님의 비밀레포트 제안서. 너같이 항의하러 온 학생들 있음 전해달라셨어.
대욱 : 비밀..레포트요?
조교 : 인간에 대한 보고서라고 할 수 있지. 레포트 쓰는 요령은 그 안에 다 들어있고, 그 레포트 다 마칠때까지
절대 주변사람들한텐 비밀이야. 기한은 2주. 교수님 돌아오시기 전까지. 이상. (다시 아까 하던 작업을 한다)
대욱, 뭔 소린가해서 봉투를 봤다가 다시 조교를 본다.
S#6. 정교수 강의실
수업이 끝난 뒤. 교수는 이미 보이지 않고 학생들이 가방을 챙겨 나가고 있다.
자현 책을 거칠게 가방에 쑤셔넣고 일어서다가 책상을 한번 발로 찬다. 그 옆에 있던 병석이 피하며.
병석 : 야야. 그래가지고 책상이 부서지냐.
자현 : 이거 좀 너무하지 않냐. 내가 비서냐? 어떻게 시간마다 불러내서 칠판 지워라. 그림 그려라. 이거 해봐라. 저거 해봐라.
병석 : 우리가 보긴 널 이뻐하시는건데 뭐.
자현 : 이뻐해? 내가 지 집 강아지냐? 고양이냐. 뭘 이뻐해.
병석 : 마. 여기 여학생이 너밖에 없으니까 아무래도 눈에 띄잖아.
자현 : 우씨. 이건 엄연히 남녀차별이구 인권유린이구 또.. 또 뭐 있냐?
병석 : 방방 뛰지 말고 이쁜 척 좀 해줘라. 비위만 잘 맞추면 학점도 올라가겠던데?
자현 : (잠시 병석을 노려보다가) 내가 이 말은 안할라고 했는데. 양병석.
병석 : 왜.
자현 : 너, 바지 지퍼 내려왔어 짜샤.
자현 휙 가버린다. 병석 놀라서 후딱 일어나 아래를 보지만 얌전히 다 채워져있다. 병석 약이 올라 자현이 간 쪽을 본다.
S#7. 복도
민재와 정태가 걸어오고 있는데, 정태는 거의 눈을 감고 갈짓자로 이리저리 비틀거리며 걷고 있다가 민재에 부딪힌다.
민재 : 눈이 영 안떠지냐?
정태 : 어.
민재 : 넌 그래도 간밤에 몇시간 잤잖아.
정태 : (거의 민재에게 얹혀서 걸으며) 난 여덟시간 수면을 안 채우면 오작동이 일어나. 너두 알잖아.
민재 : 으이그.
휙 몸을 떼어 먼저 가고 정태 비틀거리다가 겨우 따라간다.
S#8. 동아리방
안에는 지원과 진수가 붙어앉아 자료 하나를 같이 보며 얘기를 나누고 있고.
경진은 침대에 기대앉아 책을 읽고 있는데 문이 열리며 민재가 들어선다.
민재 : 안녕. 오랜만에 얼굴 본다.
진수 : 왔어요?
지원 : 오랜만이야.
지원 돌아보는데, 정태가 비틀거리며 들어오더니 침대로 가서 쓰러져 앉다가 경진을 본다.
침대에 먼저 앉아있던 경진이 발로 정태를 밀며.
경진 : 야야 내가 먼저야.
정태, 말없이 반대로 쓰러져 상체만 얹은 채 누워버린다. 경진, 투덜거리며 정태를 넘어서 침대를 나선다.
민재, 컴퓨터를 켜다가 슬그머니 뒤돌아보면 진수가 지원의 옆에 붙어서 자료를 넘겨 보여주며.
진수 : 봐요. 내꺼에선 결과가 이렇게 나왔다구요.
지원 : (들여다보며) 그러네. 그럼 나도 니 프로그램을 써볼까.
진수 : 그냥 나한테 줘요. 하던 김에 내가 다 해버리지 뭐. (자료를 챙기는데)
지원 : 그럴 순 없어. 저번에도 니가 해줬는데..
진수 : (자기의 손목시계를 지원에게 보여주며) 누나 아르바이트 시간 다 됐어요. 가죠. (먼저 일어선다)
지원 : 넌 왜 일어나.
진수 : 시내에 약속이 있어요. 가는 길에 바래다 줄게요.
지원이 뭐라 말하기 전에 먼저 나가 버린다.
지원, 민재와 눈이 마주친다. 민재 얼른 서랍에서 뭔가 꺼내는 척 허리를 굽히고, 빤히 보고 있던 경진은 얼른 책을 들여다 본다.
지원 어색한 상태에서 나간다. 문이 닫기자마자 경진, 후딱 돌아보더니.
경진 : 아무래도 여자와 남자는 근본적으로 차이가 있어. 그 중에 가장 대표적인 게 뭔지 알어?
민재 : 알고 싶지 않은데. (작업하는)
경진 : 남자는 누군가를 보호해주면서 자기 존재에 만족을 느끼고 여자는 누군가에게 기대면서 자기 존재에 행복을 느끼는거야.
민재 : (작업하며) 모성애쪽으로 보자면 반대 아니냐?
경진 : 구지원을 봐라. 겉보기에는 대나무쪽 같지? 그러나! 알고보면 쟤도 누군가에게 기대고 싶은 여자란 말이지.
민재 : (돌아보면)
경진 : (상체를 빼어 정태쪽을 기웃거리며 말하고 있다) 그리고 대나무라는 게 뭐냐. 휘어지지는 않지만
일단 부러질 땐 따악 확실하게 부러져버린다고. 아아 이쯤이면 기대도 될 거 같다.. 라고 생각하는 순간,
정태 : (시끄럽다는 듯 벌떡 일어나 앉는다)
경진 : (얼른 책 보는 자세로 돌아와서) 한큐에 가버릴 애야. 구지원 그 알고보면 연약한 대나무는 말이지.
정태 : (가방을 채어 들고 나가며) 나 방에 가서 잘테니까 미팅 십분 전에 전화해줘. 도대체 시끄러워서 잘 수가 없네.
정태 나가고, 민재, 아예 턱을 괴고 경진을 살피고 있다. 경진 혼자 흐흐거리고 좋아하다가 민재와 시선이 마주친다.
민재 : 민경진.
경진 : 왜.
민재 : 이제 나, 니 속이 좀 보이기 시작했어. 방금도 니가 눈을 반짝거리면서 무슨 생각을 하는지 보였다구.
경진 : (멈칫하는 기분이다가 하하 웃으며) 야아 이거 섭섭한데. 너하구 내가 안지가 벌써 몇년인데 이제겨우 내가 보인단 말이냐?
민재 : 솔직히 어린 나이에 널 알기는 좀 벅차지. 그런데 나도 그동안 많이 컸다. 그래서 인제 니가 슬슬 보여. 조심하라구.
민재 모니터를 향해 작업을 시작한다.
경진, 민재를 보다가 별거 아니라는 듯 책을 보다가 다시 민재를 본다.
S#9. 기계과 건물 앞
대욱이 아까 조교에게 받은 서류를 뒤적이며 오다가 보면,
자현이 오토바이에서 좀 떨어진 곳에 쭈그려 앉아 오토바이를 보고 있다. 옆으로 가서 서류로 자현의 어깨를 퍽 치며.
대욱 : 뭐해.
자현 : (깜짝 놀라서) 야잇 짜식아. 놀랬잖아.
대욱 : 뭐야. 왜 저 오토바이는 노리구 있어. 훔치기라도 할거야?
자현 : 조용히 해 임마. (대욱을 옆에 끌어앉히더니) 잘 봐.
대욱 : (영문 모르고 옆에 쭈그려 앉아 오토바이를 보며) 뭘 봐.
자현 : 잘 생겼지.
흙먼지를 뒤집어 쓰고 있는 낡은 오토바이.
대욱 : 저 고물 오토바이보고 말하는 거 맞어?
자현 : 저게 말이다. 벌써 두달 열흘 이상 저대로 방치가 되어있거던.
대욱 : 고장났나?
자현 : 그렇지? 고장나고 팔기도 귀찮고 버리기도 귀찮아서 그냥 냅둔거라고 봐.
대욱 : 그래서.
자현 : 내가 아침저녁으로 침 묻히고 있는 중이야. 저 엔진이 나한테 너무너무 필요하거든.
대욱 : 엔진은 뭐하게. 팔아먹으면 얼마나 주는데.
자현 : 에라 이 무식한 놈아.
대욱 : 무식하단 소리 들은 김에 하나 물어볼 게 있는데 말이지. 선배는 왜 하필 기계과에 들어갔수?
자현 : 기계과가 어때서.
대욱 : 맨날 여기저기 기름때를 묻히고 다니니까 하는 소리지. 기계가 그렇게 좋아?
자현 : 마. 넌 기계과하면 기계밖에 안 떠오르냐. 우리 학교 기계과만 해도 마흔여덟개 분야가 있다.
열역학. 고체역학, 연소공학, 진동공학, 음향학...
대욱 : 글세. 그 중에서도 왜 하필 자동차 기계에 미쳤냐고.
자현 : 내 그 이유를 말하자면 삼박사일은 걸리는데..
하다가 갑자기 배를 움켜쥔다. 으으...
대욱 : 왜 그래.
자현 : 정괴수님 설사병이야.
대욱 : 뭐?
자현 : 우리 정괴수 수업만 들으면... 이렇게..
벌떡 일어나더니 가방을 대욱에게 던져주고는 건물 안으로 달려들어간다.
S#10. 건물 안 화장실 앞
대욱, 자현의 가방까지 들고 따라오다가 어어해서 본다. 자현이 튀어들어간 곳. 그 문 앞에는 남자용이라는 표시가 되어있다.
대욱 황당해서 얼른 주위를 둘러보고 다시 화장실 남녀표시를 보더니.
대욱 : 아 난 몰라. 난 저 인간하고 모르는 사이야.
뒤돌아서 걸어가기 시작한다.
S#11. 화장실
내부 칸막이에서 나오는 자현. 세면대에서 손을 씻는데, 들어서던 승준이 자현을 보고 놀라서.
승준 : 어 미안합니다.
후다닥 나갔다가 잠시 후 다시 고개를 들이밀더니.
승준 : 저기요.
자현 : (물을 잠그고 바지에 손을 닦으며) 압니다. 여기 남자 화장실인거. 그런데 알면서 내가 왜 여길 들어왔냐.
이 빌어먹을 건물 1층엔 남자 화장실 밖에 없고. 난 너무나 급했거덩. 왜 남자꺼밖에 없냐. 알고 싶으면 날 따라와요.
(승준의 앞까지 가서 지키라는 듯 서며) 지금부터 원장님께 그걸 따지러 갈거니까.
승준 : (빙긋 웃더니 문에서 비켜서 들어서며) 건투를 빕니다.
자현, 웃지도 않고 씩씩하게 나간다.
S#12. 복도
이만치에서 기다리던 대욱이 자현이 나오자 얼른 다가가며 가방을 던져준다.
대욱 : 괜찮았어?
자현 : 뭐가.
대욱 : 아까 그 남자 말야. 내가 막 말리려고 했는데, 말릴 새도 없이 그냥 들어가잖아. 그래서..
자현 : 참 너 여기까지 웬일이야. 나 찾아온거야?
대욱 : 아.. (쑥스러워지며) 실은 나 지금부터 병원에 갈거거든.
자현 : 병원은 왜. 어디 아퍼?
대욱 : 아픈 건 아니고.. 거기 좀 볼일이 있거든. 그래서..
자현 : 그래? 그럼 잘 갔다와.
자현 혼자 생각에 잠겨서 먼저 간다. 대욱 버엉해서 혼자 남았다.
S#13. 이교수 랩
테이블에 이교수, 명환, 중희, 만수, 민재, 정태, 둘러앉아 회의중이다.
각자 앞에는 계획서가 놓여있고, 이교수 못마땅한 얼굴로 명환을 혼내고있다.
이교수 : 우리 지금 연습게임 하고있는거 아냐. 실전이라고 실전. 이런 계획서 보고 누가 연구비 선뜻 줄거 같으니?
명환 : 다시 작성하겠습니다.
이교수 : 정명환. 랩일이 많니?
명환 : 아닙니다.
이교수 : 류중희. 프로젝트 좀 줄일까?
중희 : (고개 푹 숙이고) 아닙니다.
이교수 : 여섯시에 다시 모이자. 그땐 제대로 된 계획서 볼 수 있겠지?
명환 : 네 물론입니다.
이교수 : 좋아.
이교수, 일어나더니 빈 손으로 나간다. 명환, 중희, 일어나 인사한다.
만수 : (그때까지 눈치만 살피며 있다가 이교수가 나간걸 고개빼어 보고 확인하고 나서는) 거어참 아무리 교수와 학생 사이가
왕과 노비 사이라구 하지만 말이죠. 선배들 하는 거 보고 있음 정말 내가 슬픕니다. 아주 슬퍼요.
명환 : (이교수한테 혼난 뒤라 찜찜한 기분으로 계획서 다시 살피고)
중희 : (역시 안좋은 기분으로 계획서 살피고)
만수 : 교수님께 무조건 네,네, 굽신굽신 기는 것도 정도껏이지. 박사 학위가 사나이 자존심보다 그렇게 중합니까?
때로는 옳은 말도 하고 큰소리도 좀 내고 그래야 사내지 말야.
명환, 중희, 한소리 할려는데, 순간 이교수 들어오면서.
이교수 : 어쩐지 손이 비어있는 거 같드라. 또 놓구 갔네.
이교수, 테이블 쪽으로 걸어온다.
만수 : (얼른 두손으로 계획서 집어 공손히 드리며) 여깄습니다. (허리굽혀 인사하며) 살펴 가십시오.
만수, 이교수를 배웅하고 뒤돌아서면 명환, 중희가 자신을 빤히 보고있고, 민재, 정태는 미소를 참으며 계획서를 넘기고 있다.
명환 : 만수야.
만수 : 예 시정하겠습니다. (명환, 중희의 시선을 피해 정태 민재에게 붙으며) 니들 그 얘기 들었냐? 자석자동차래나 뭐래나
그거 발명한 사람우리 학교 왔대는거.
민재 : 들었어. 미국서 공부하던 유학생이래매.
정태 : G7프로젝트에 끼워줄모양이든데.
[자막] G7 프로젝트 : 핵심기술에 대한 국가주도 연구개발과제의 총칭.
만수 : 선배님들 못들었어요?
명환, 중희, 아예 만수를 무시하며 머리 맞대고 계획서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
만수 : 아마 명환선배보다 나이가 어릴걸. 누군 아직 교수 밑에서 눈치밥 먹느라고 기구 있는 동안에...
명환 : (노려본다)
만수 : (등돌려 앉으며) 누군 벌써 국가 프로젝트까지 따서 진행시키고...
짜식. 누군지 이 랩에 있는 사람들하고는 머리구조가 기본적으로 다른 모양이야. 그치.
S#14. 처장실
승준이 허리를 숙여 인사를 하고 있다.
승준 : 강승준입니다.
그앞에 서있는 처장님. 승준의 옆에 정교수가 서있다.
처장 : 오..이 학생이 자석자동차를 발명한 학생입니까?
정교수 : 정확히 말하면 자석을 이용한 전기자동차죠.
처장 : (둘에게) 어서와요. 일루 앉으세요.
세사람 소파에 앉으며...
처장 : 미국에 있을 때 정교수님 제자였다구요?
승준 : 예. 저에게 숙제를 내주시고 혼자만 한국으로 들어오셨습니다.
처장 : 저런. 그럼 그 숙제가 자석자동차였단 말인가요?
승준 : (정교수를 보며) 그런 셈이지요.
정교수 : 이 친구에게 필요한 건 자신감뿐이었습니다. 재능과 노력은 준비되어 있었으니까요.
승준 : 언제나 이런 식이셨습니다. 자넨 할 수 있어. 그런데 왜 안하고 있는거지?
처장 : (껄껄 웃으며) 언제쯤 그 자석자동찰 타볼 수 있는 겁니까?
정교수 : (승준을 보며) 이 친구한테 달렸죠.
승준 : (정교수를 보며 동시에) 교수님께 달렸습니다.
처장 웃으며 두사람을 기분좋게 보고있다
S#15. 동아리방
자현이 얼굴이 가리워져 보고 있던 자동차 잡지를 휙 내리며.
자현 : 누가 왔다고?
민재와 정태가 들어서서 마악 가방등을 내려놓고 자리를 잡는 중이다.
민재 : 강승준인가. 그 왜 미국에서 자석자동차를 발명했다는 사람 있잖아.
자현 : 정확하게 자석을 이용한 전기자동차지. 그런데 그 사람이 우리 학교에 왔단 말야? 지금? 여기 이 학교 안에 있단 얘기야?
정태 : 어이 흥분하지 말고.
자현 : (벌떡 일어나 서성거리며) 내가 어떻게 흥분을 안하냐. 그건 내 아이디언데. 그거.. 내꺼 도둑맞은건데.
내가 일년만 먼저 만들었으면 그거 내껀데.
민재 : 우리 학교에서 그걸 G-7프로젝트로 제안할거랜다. 실용화된 상품으로 만들 모양이지?
자현 : 그래서 우리 학교에서 그걸 만들거라 이거지. 그건 물론 우리 학교 기계과겠지?
정태 : 근데 정확하게 자석자동차라는 게 뭐냐.
자현 : 정확하게 자석을 이용한 전기자동차라고 해야되는데 사실상 전기자동차는 가솔린 자동차보다 역사가 길어요.
벤츠가 가솔린 차를 만들기 12년 전에 로버츠란 작자가 전기 자동차를 만들었거든. 근데 이게 가솔린보다
일단 성능이 떨어져. 충전하는데도 시간이 너무 걸려. 게다가 충전하고 나서 갈수 있는 거리도 짧아.
그뿐이냐. 아직 시속 120킬로밖엔 안나온단 말야. 그래가지고 에너지 효율을 높히는데 자석을 이용해보자..
하는 것이 자석을 이용한 전기자동차다 이거지. 그런데..
정태 : 추자현.
자현 : 뭐.
정태 : 더 자세히 설명 안해줘도 돼.
민재 : 그보다 말이지. 만수형 정보에 의하면 그 사람이 느네과 정경식 교수님팀하고 연구를 할거라고 하던데.
자현 : (버럭) 왜애.
민재 : 왜라니.
자현 : 왜 하필 정교수님이냐고. 그 많고 많은 교수님 중에. 으아 미치겠네.
하면서 나간다. 민재와 정태 어이없어 보다가..
정태 : 하여간 에너지가 넘쳐 흐르는 녀석이야.
민재 : 게다가 무공해지. 냄새나는 데가 전혀 없잖아.
정태 : 에너지 효울이 좋은 전기자동차같다고 할까. (웃으며 침대로 향하는데)
민재 : 어이.
정태 : 왜. (하품)
민재 : 느넨 요즘 거의 안 만나는 거 같다.
정태 : (하품이 멈춰서) 느네라니.
민재 : 너하구 구지원.
정태 : (멀뚱이 민재를 보다가) 지원이하고 내가 왜 느네가 되냐. 어떤 기준으로 묶은거야?
민재 : 어... 글세.. (으쓱해보이는) 그냥 말이 그렇게 나오네.
정태, 침대에 벌렁 드러누워버린다. 그러더니 에이... 등을 돌리고 돌아눕는다.
민재 슬쩍 웃으며 책을 편다.
S#16. 석학의 집
지민과 마이클이 버엉해서 보고 있는 곳. 대욱이 한 다리에 깁스를 하고 목발을 짚고 들어서고 있다.
지민 : 오빠 왜 그래.
마이클 : 오 마이 갓. 대욱이 형 다리 부러졌어?
대욱 : 더 이상 묻지 마라. 괴롭다.
미순 : (급히 오며) 내 이럴 줄 알았어. 어째 요즘은 사건이 없다 그랬어. 어쩌다 다리는 망가뜨린거야?
마이클 : 알았다. 자현이 누나가 부러뜨린거야. 맞지?
대욱 : (사람들의 부축을 받으며 의자에 겨우 앉는) 야야. 자현이 선배가 무슨 야쿠자냐.
지민 : 어떻게 된건데에?
대욱 : 묻지 말라니까.
미순 : 가만있자. 뼈가 부러졌을 땐 뭐가 좋다고 하드라.
진영 : (쫓아오며) 뼈가 부러졌을 땐 뼈를 먹어야 되요.
마이클 : 오우 진영. 무서운 얘기야. 뼈를 어떻게 먹어.
진영 : 우족탕 도가니탕 그런거 있잖아요.
대욱 : 정말루요? (입맛을 다시는)
미순 : 맞어. 나도 그런 얘기 들었네. 그리고 말이지. 이런건 한약이 최고야. 뼈를 붙여주는 한약이 있대요.
대욱 : 한약.. (얼굴이 찡그려지는)
지민 : 대욱이 오빠.
대욱 : 왜.
지민 : 오빠 그러고 있으니까 디게 멋져보여.
대욱 : (으잉)
지민 : (진지하게) 뭔가 고독한 전사같아. 진짜야. 아주 터프하고 고독해보인다니까.
모두 설마..해서 쳐다보고, 대욱 저도 모르게 어깨가 주욱 펴지며 무게있는 얼굴이 된다.
S#17. 엔진랩 앞
마치 기계공장의 출입문 같은 분위기의 랩 앞.
자현이 다가와 서더니 일단 멈추고 심호흡을 한다. 그리고 문을 밀고 들어선다.
S#18. 엔진 랩 내부
내부의 스케치 잠깐.. 커다란 기계들. 기계부품 공장같은 느낌.
정교수가 걸어다니며 랩제자들을 체크하고 있다. 엔진1 앞에 멈춰서서.
정교수 : 엔진개조제작은 끝난건가?
대학원1 : 지금은 엔진내부 연소현상을 촬영하고 있는데 화상이 잘 안잡힙니다.
정교수 : 카메라 증폭비를 높히고 광학계 선명도를 높혀봐.
대학원1 : 예.
정교수의 뒤를 따라다니던 승준이 엔진을 들여다본다.
정교수 마악 몸을 돌리는데 그 앞에 와 서는 자현. 꾸벅 절을 하더니.
자현 : 부탁드릴 게 있습니다.
정교수 : 어이 추자현.
자현 : 언제나 제 이름을 기억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런데 교수님께서 이번에 전기자동차의 실용화 연구를 하신다는 게 사실입니까?
정교수 : (슬쩍 승준을 보고) 그런데?
승준 : (자현을 보고 있다)
자현 : 그럼 저도 이 랩에서 연구할 수 있게 해주십시오.
정교수 : 졸업연구라면 이미 다른 랩에 신청했을 거 아닌가.
자현 : 그쪽 교수님의 사인을 받아오라면 받아오겠습니다. 졸업연구가 안되면 개별연구도 좋고
그냥 무보수 막노동꾼이라도 좋습니다. 여기서 연구하고 싶은데요.
정교수 : 왜?
자현 : 왜...요?
정교수 : 그렇게 내 랩에 오고 싶어하는 이유가 있을 거 아닌가.
자현 : 전기자동차는 제꺼거든요.
정교수 : ?
자현 : 특히 그 중에서도 자석을 이용한 부분말입니다. 그건 벌써 제가 생각하고 있었던 겁니다. 강승준인지 뭔지 하는 작자가
현재 엉터리같은 거 발명해놓고 특허신청을 해놓은 모양인데 말이죠. 안그래도 제가 그 기사를 읽고 얼마나 열받았는지
모르실겁니다. 그 작자가 이 랩에 온다고 들었습니다. 정면대결을 해보고 싶습니다.
정교수 : (물끄러미 자현을 보다가 옆의 엔진2로 다가간다. 그곳에서 작업을 하던 대학원2에게) 탄화수소 배기측정은
어떻게 하고 있지?
대학원2 : 엔진조건을 바꿔가며 가스크로마토그래피로 측정하고 있습니다.
정교수 : (결과 그래프를 보며) 측정결과가 왜 이래. 측정기까지 가는 관로에 누설이 있는 거 아냐? 일단 라인을 모두 체크해봐.
자현 : (옆으로 붙으며) 교수님.
정교수 : (다른 실험장치로 가는)
자현 : (따라 붙으며) 제가 얼마나 질긴지 교수님은 상상도 못하실겁니다. 결국 교수님께선 절 받아주시게 될겁니다.
내기해도 좋습니다.
정교수 : (할수없이 멈춰서 자현 보더니) 자네는 연구가 무슨 오락게임인줄 아나.
재미있어 보이면 이거저거 아무거나 집적거려도 된다고 생각하는 거야?
자현 : 못받아주신다는 겁니까?
정교수 : 벌써 반학기가 지났어. 그러니 불가능해.
자현 : 제가 여자기 때문이죠?
정교수 : (보는)
자현 : 교수님 역시 여자는 성적은 좋지만 실제실험엔 약하다. 다른 건 몰라도 기계 작동을 맡길 순 없다. 불안하다.
그렇게 생각하시는 거죠?
정교수 : 자네가 그렇게 생각한다면 그렇겠지. (옆의 실험하는 대학원3에게) 고압관과 제어시스템 작동은 잘 되나?
대학원3 : 예. 연료관 압력은 1500기압까지 무난히 올라가고 밀봉도 잘 되고 있습니다.
자현 씩씩거리며 보다가 거친 걸음으로 문으로 나간다. 그런 자현을 보고 있는 승준.
S#19. 캠퍼스 일각
화가 나서 걸어나오던 자현, 옆에 있던 뭔가를 발로 차다가 발이 아파서 아유아야.. 주저앉는다.
앉은 김에 엉금엉금 기어서 옆의 화단에 들어가 아예 누워버린다. 눈을 감고 잠시 그러고 있는데.
승준 : (E) 그 정도로 포기한거야?
자현 : (실눈을 떠서 본다)
승준 : (옆에 주저 앉으며) 엉터리 발명가 강승준하고 정면대결을 한다며. (웃지는 않고 그저 무뚝뚝하게)
자현 : (부시시 일어나 앉더니) 댁은 뉘십니까?
승준 : 나같음 받아줄 때까지 교수님 집 마당에 천막 치고 산다.
자현 : 남의 일이라고 쉽게 말하지 맙시다. 댁이 이해할만한 문제가 아닙니다.
승준 : 여자라서 차별을 당한다는 문제 말인가? 그거야 자기 마음 먹기 달린거잖아.
자현 : 이거봐요. 모든 강의시간에 한번도 빠짐없이 질문 당해봤어요? 그것도 그 강의실에 하나밖에 없는 여자라는 이유때문에요.
그리고. 내가 안보이면 꼭 출석을 불러요. 내가 보이면? 다왔군. 하고 넘어가. 아무도 날보고 기계과 학생이라고 안 불러요.
언제나 기계과 여!학생이지. 내가 무거운 걸 들면 여자라고 지기 싫어서 저러나부다. 그러고.
내가 못들면 역시 여자라 할수없어. 이래요. 이런데 내가 어떻게 신경을 안써요.
승준 : 불쌍하군.
자현 : 뭐요?
승준 : 앞으로 평생 그러고 살거잖아. 날 여자로 보지 말아줘. 왜 날 여자로 보는거야. 이러면서.
자현 : (문득 승준을 보더니) 근데 가만 보자니까 아까부터 반말을 하시는데 기계과 선배님이십니까? 얼마나 선배십니까?
승준 : 나이로 치면 네 살 정도 위일거 같은데. 나 강승준이라고 해.
자현 : ...누구라고요?
승준 : 엉터리 발명가라고도 불리지. 근데 우리 이거 두 번째 만나는 거 알어? 처음 만난 건 남자 화장실 안이었는데 기억나?
자현 : (벙해서 보고 있다)
승준 : (아랑곳없이 여전히 웃지 않는 얼굴로) 정교수님 랩에 들어가는 방법이 하나 있는데 가르쳐줄까?
S#20. 지원 / 경진의 방 / 밤
깨끗한 지원의 침대와는 대조적으로 갖가지 책이며 잡지며 복사물로 뒤덮힌 경진의 침대쪽.
경진 그 위에 엎드려서 책을 보며 노트에 메모를 하고 있다가 보면 지원이 들어서고 있다.
경진 : 아르바이트 끝냈어?
지원 : 어. 아직 안잤어? (책상으로..)
경진 : (엎드린 채 빤히 보고 있다)
지원 : (거기 있던 디스켓이며 복사물뭉치를 챙겨든다)
경진 : 랩으로 또 가는거야?
지원 : 응. 아직 모두 랩에 있을거야.
경진 : 구지원.
지원 : 오늘 니가 청소하는 날 아니었니?
경진 : 이제부터 할거야. 난 밤에 청소하는 게 좋거든. 근데 구지원.
지원 : 왜.
경진 : 너 모르고 있는거니. 아니면 알면서 모른 척 하는거니?
지원 : (돌아보는) 무슨 소리야.
경진 : 두 남자가 너한테 관심이 있는 거.
지원 : (보다가 무시해버리고 챙긴 것들을 가방에 넣는)
경진 : 흐응. 반응을 보니까 역시 알면서 모른척 하는거구나.
지원 : (보지 않은 채) 경진아.
경진 : 네. 말씀하세요.
지원 : 너 약속을 잘 지키는 편이니?
경진 : (어리둥절하지만) 뭐.. 약속을 했으면 지킬려고 노력하는 편이지.
지원 : (가방을 들고 경진을 똑바로 보고) 그럼 약속해줘.
경진 : 뭘.
지원 : 앞으로 내 일에 끼어들지 않는다고.
경진 : (보다가 일어나 앉으며) 에.. 그건 말이지..
지원 : 니 생각에 날 위하는 길이라고 생각되도 끼어들지 말아줘. 내 일은 내가 알아서 챙겨. 특히 내 인간관계는 내 문제야.
약속해줄 수 있지?
경진 : 어...
지원 : (보고 있는)
경진 : 그러지 뭐.
지원 : 고마워. (나간다)
경진 : (나가는 지원을 보고 있다가) 완전히 당했다. (자기 이마를 퍽 치더니) 구지원 선수의 깨끗한 한판승이었습니다.
민경진 선수 피를 흘리며 쓰러지고 있습니다. 다운입니다. (쓰러지듯 풀썩 엎드려 보던 책을 본다)
S#21. 박교수 랩 / 밤
진수 지원 마이클, 등의 랩 식구들이 있는데 남희가 우유며 빵을 가운데 쏟아놓으며.
남희 : 자 어서 와서들 먹어. 우리 교수님 아까 보니까 또 밤샘병이 도진 거 같어.
우리 교수님 한번 발동걸리면 우린 쓰러질 각오 해야 돼. 그러니까 그때까지 체력을 비축해 둬야 된다구.
마이클 : (얼른 자기꺼 확보하며) 남희누난 정말 좋은 와이프 될거야. 누난 연구하는 거 보다 와이프 되는 게 더 좋아.
이 세상을 위해서 더 좋아.
남희 : 좋은 와이프는 뭐 되기 쉬운 줄 아니?
마이클 : 나는 우리 싸부님이 누나같은 여자랑 결혼하면 좋겠어.
남희 : (우유를 마시려다 걸려서 기침하는)
마이클 : 정말이야. 우리 싸부님한테는 좋은 와이프가 있어야 돼. 그래야 이 세상을 위해서 좋아.
남희 : 마이클 너 헛소리 할거면 그 빵 도로 내놔.
마이클 : 와이. 난 이 세상을 위해서 말하는거야. 세상은 남자가 만들고 남자는 여자가 만들어.
그러니까 남희누나가 우리 싸부님의..
남희 : (비명처럼) 너 맞을래?
마이클 : 왜 화내? (진수에게) 이 세상을 위해선 좋은 여자가 좋은 남자들을 많이 만들어줘야 돼. 맞지?
여자들이 연구실에 있는 건 아까워.
남희 : 넌 미국에서 자랐다는 애가 그렇게 남녀차별적인 발언을 막해도 되는거야?
마이클 : 오우 많은 남자들이 그런 말 들을까봐 사실대로 말 못해. 고물 남자 소리가 무서워서 사실을 말 못하는 건 비겁해.
진수형 말 좀 해줘.
진수 : 케이스 바이 케이스야. 이런 여자도 있고. 저런 여자도 있어. 이런 남자도 있고, 저런 남자도 있는 것처럼.
마이클 : 오우 진수형 회색분자야.
남희 : (기가 막혀서) 회색분자가 뭔지도 알어?
마이클 : 알어. 블랙도 아니고 화이트도 아니고.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닌 비겁한 사람.
진수 : 좋은 아내도 여러 유형이 있는거야. 집에서 내조를 잘해주는 아내도 있고 남편과 함께 연구하는 동료같은 아내도 있고.
어느게 더 좋다고 일반화시키는 건 바보같은 짓이야.
남희 : (자기 말인줄 알고) 그래. 진수 니가 역시 합리적이다 얘.
진수 : (지원을 본다)
지원 : (아무 말없이 프린트물을 보며 우유를 마시고 있다)
문이 벌컥 열리며 박교수가 들어서며.
박교수 : 여어 동지 여러분. 오늘도 우리의 밤이 길게 남았어요. 방금 내가 여러분의 각자 메일로 오늘의 일거리를 전송했습니다.
아주아주 즐거운 시간이 될겁니다. 그럼. 수고해요..
그러더니 도로 나간다. 모두 한숨을 쉬며 각자의 자리로 돌아가는데.
남희가 재빨리 빵과 우유를 집어들더니 쫓아나간다.
남희 : 저기 잠깐만요. 교수님..
마이클 : (노래를 하며 컴퓨터 앞으로 가는) When a man loves a woman.
진수, 자리에 앉으며 지원을 본다. 지원은 여전히 표정없다.
S#22. 아침 캠퍼스
여느날과 다름없는 아침.. 오가는 학생들...
S#23. 기계과 건물 앞
오가는 학생들 사이에 목발을 한 대욱이 찡그려서 한 곳을 보고 있다. 거기 낡은 오토바이가 있고. 그 앞에는 비어있다.
대욱 주위를 둘러본다. 자현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S#24. 도서관 컴퓨터 쪽
자현이 앉아서 화면을 보며 검색을 하고 있다. 이따금 빠른 속도로 타자를 친다.
(자현 역시 컴퓨터에 문외한은 아닙니다. 해킹실력이 없을 뿐이지)
뭔가를 찾았는지 손을 멈추고 뚫어져라 본다.
S#25. 식당
목발의 대욱이가 식반이 쌓여진 앞에서 식반을 하나 드느라고 고심을 하고 있다.
목발을 옆구리에 낀 채 식반을 하나 빼들고 그 위에 수저를 올리다가 식반의 균형이 무너지면서 떨어뜨린다.
지나가던 학생이 얼른 집어서 준다.
// 음식창구 앞.. 몇몇 학생이 음식을 담고 있고. 이쪽 계산대 쪽에서 대욱이 음식값을 치루고 있다.
그런데 음식들이 담긴 식반과 옆구리에 낀 목발을 번갈아 보며 그것을 들 일이 난감하다.
목발을 옆에 끼고 식반을 들어보려고 애쓴다. 그런데 그 다음에는 걸어갈 수가 없다.
S#26. 칼라 프린터 있는 곳
프린터에서 잡지의 한 부분이 인쇄되어 나오고 있다. 자현이 들어서 본다.
(자동차매거진 98년 12월호 전국대학생 자작자동차대회 관련 기사. 특히 자동차와 학생들의 사진이 있는 부분) 잠시 보여지고.
S#27. 캠퍼스 한 곳
백곰이 팔짱을 끼고 서서 한심한 듯 한 곳을 바라보고 있다.
그 곳에 대욱이 목발을 짚고 기브스를 한 다리는 뻗친 채 자전거를 타느라고 난리를 치고 있다.
목발 하나를 던져 버리고 한 손으로 핸들을 조종하며 목발 하나로 균형을 잡아보는 등.. 비틀거리다가 결국 넘어진다.
S#28. 엔진 룸 앞
활짝 열려진 문 안으로 연구를 하고 있는 학생들의 모습이 보이고.. 문 밖에서 들어가지는 못하고 안을 기웃거리고 있는 자현.
자현, 안에 찾는 사람이 없는지 단념하고 돌아서 나오다가 멈칫 선다. 저 앞에서 승준이 우뚝 서서 자현을 보고 있다.
자현 마음을 다잡고 승준의 앞으로 성큼성큼 걸어가서.
자현 : 안녕하십니까.
승준 : 안녕. 교수님은 아직 안나오셨을텐데.
자현 : 실은 선배님을 찾아왔습니다.
승준 : 나를.
자현 : 물어보고 싶은 게 있습니다. 프로젝트 일정에 대해섭니다. 자석을 이용한 전기 자동차. 실용화 단계가 어떻게 됩니까?
승준 : (무뚝뚝하게) 1년 내에 자석을 이용한 엔진을 개발하고. 2년 안에 생산되고 있는 차체를 개발해서 엔진을 부착.
시험주행을 해본다.
자현 : 그럼 2003년까지는 생산이 되는 겁니까?
승준 : 목표는 그래. 더 이상 대기오염을 시키고 싶지 않으니까.
자현 : 그럼 제가 다음 학기부터 이 연구에 참여를 하게 되도 아직 엔진 개발을 끝내지 못하겠군요.
승준 : 다음 학기에는 교수님이 받아줄까?
자현 : 뭔 소리를 하는 겁니까. 교수님을 설득시키는 방법을 가르쳐준 장본인이잖아요.
승준 : 그랬지 참.
자현 : 그럼 수고하십쇼. (가다가 돌아오더니) 나한테 가르쳐준 방법이 확실한거겠죠?
승준 : 내가 뭐라고 가르쳐줬었지?
자현 : 치사하게 구걸하지 말고. 교수님이 와서 나를 모셔가게 만들어라.
승준 : 정확하군.
자현 : 대단히 감사합니다. 그럼..
자현 자신있게 걸어간다. 보는 승준의 입가에 미소가 떠오른다.
S#29. 27씬 계속
자전거와 함께 바닥에 쓰러져서 목발을 짚고 일어나려고 바둥거리는 대욱의 앞에 백곰이 와 서더니.
백곰 : 그렇게 자전거가 타고 싶나. 그 다리를 하고.
대욱 : 인간에 대한 연구 중입니다.
백곰 : 인간에 대한 연구. (손을 잡아 일으켜준다) 자전거에 대한 연구가 아니고.
대욱 : 그거 아십니까? 시중에 나와있는 모든 상품은 2-30대의 완벽한 신체구조를 가진 남녀를 모델로 한 것이거든요.
백곰 : 완벽한 신체구조.. 나?
대욱 : 그런데 그런 완벽한 신체를 가진 인간은 결코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디자인의 기본 개념이 바뀌어야 되는 겁니다.
할머니 할아버지나 지체부자유자를 중심 모델로 디자인을 하면 모든 사람을 만족시킬 수 있다 이거죠.
백곰 : 그러니까 현재 디자인을 연구중이다 이건가?
대욱 : 2-30대의 건강한 남녀가 아닌 사람을 중심모델로 디자인의 기준을 세우고 상품화시킨다.
이게 바로 인간공학의 기본 이념이다.. 이겁니다.
백곰 : 그래서 지금 장애인이 탈만한 자전거를 연구한다는 얘기지?
대욱 : 아뇨. 지금은 그냥 고통을 연구중입니다.
백곰 : 고통...
대욱 : 인간의 고통이요. 육체적 고통과 그로 인한 마음의 고통.
백곰 : 호오.. 심오한 얘기군.
대욱 : 근데요. 솔직히 저는 괴로워지지가 않아서 그게 괴롭습니다. 난요. 이제까지 소외감을 느껴본 적도 없고 외로움을
느껴 본 적도 없습니다. 신체 건강하지. 잘 먹고. 잘 자고. 잘 놀고. 아저씬 이 세상에서 소외감을 느껴본 적이 있습니까?
백곰 : (눈을 가늘게 뜨고 생각해보더니) 있지.
대욱 : 어떤 때요.
백곰 : 자넨 아직 사랑을 못해봤군.
대욱 : 사랑..이요?
백곰 : 남녀가 사랑을 느낄 때. 그때 비로소 인간이 느낄 수 있는 모든 고통을 맛보게 되지.
대욱 : (의심스러워 보는데)
백곰 : 직접 해봐. 이건 경험해보지 않고는 절대 알수가 없어.
백곰 자신의 가슴에 손을 얹더니 뭔가를 느끼는 표정으로 간다.
S#30. 건물 내부 복도
대욱, 뭔가를 골똘이 생각하며 목발을 짚고 오는데 저 앞에서 잡지를 보며 오는 자현.
대욱 : (반가워서) 선배.
자현 : (힐끗 보고) 어. (지나가려는데)
대욱 : 어디서 놀고 있었어. 도대체 못 만나겠더라. (자신의 목발 짚은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앞을 오락가락..)
자현 : 강대욱. 너..
대욱 : 이거 뭐 별거 아냐. 좀 고생은 되지만..
자현 : 돈 좀 있냐?
대욱 : 돈?
자현 : 하긴 니가 있어봤자 얼마나 있겠냐. (또 생각하더니) 야. 지금 동아리방에 애들 다 있을까?
야 대욱아. 너 애들 호출기 번호 다 알지?
대욱 : 동아리방에 있을걸.
자현 : 그래? 알았어. (부지런히 간다)
어이없어서 자기 기브스 다리를 보고 다시 자현을 본다.
S#31. 이교수 랩
민재가 전화를 받고 있다.
민재 : 지금? 야야 지금은 작업중이야. 뭐? (옆에서 보는 정태에게) 지금 안 와주면 동아리방을 폭파시키겠다는데.
만수 : (끼어들며) 누가? 왜? 뭐가?
민재 : 추자현이 지금 좀 와달래.
만수 : 왜? 뭣 땜에?
정태 : 가보면 알겠지 뭐.
그 위로 자동차의 폭음이 들리기 시작하며..
S#32. 동아리방
화면에 자동차들이 폭주하고 있다. 다양한 자작 자동차들.. 달리다 바퀴가 빠지기도 하고 산길을 달리는 모습들이 보여지며..
자현 : (E) 이것이 바로 작년도에 열린 전국 대학생 자작자동차 대회 모습이야. 멋지지.
비디오를 보며 모여있는 민재 정태 진수 대욱 지원 경진 지민 마이클 만수까지. 우글우글.
만수 : 뭐야. 이거 보여주려고 오라 그런거야?
자현 : 78개 대학에 110팀이 참가했고. 모두가 자기들이 만든 자동차를 갖고 나와서 대회를 치룬거다 이거지.
정태 : 근데.. 결론부터 말해. 우리 일하다 왔어.
자현 : 내가 올해 여기 참가를 하려고 하는데 말이지. 일단 내가 참가를 하면 우승을 할거거든.
그런데 문제가 하나 있어요. ...돈이 없어.
아이들 전부 한심해서 본다.
자현 : 이건 일종의 주식이라고 생각하면 돼. 모두 조금씩 보태서 멋진 자동차를 만들어 보자. 그래서 전국대회에 출전해서
우리 학교의 이름과 니들 동아리의 이름을 날려보자. 뭐 많이도 필요없어. 원래 이 대회 규정상 제작비가 300만원을
초과하지 못하게 되있거든. 난 300만원도 필요없어. 그동안 모아둔 부품들이 있으니까 조금만 있으면..
진수 : 선배. 주식을 모으려면 이익 배당이 있어야 되잖아요.
자현 : 이익? 말했잖아. 내가 미스터 동아리 이름으로 출전을 하겠다고. 그럼 미스터의 이름을 전국에 날릴 수 있다. 멋지잖아.
진수 문쪽으로 가며 지원에게.
진수 : 그만 가죠. 오늘 중으로 결과 뽑아야 되잖아요.
지원 : (진수를 따라 나가며 자현에게) 다른 방법을 생각해보는 게 좋을 거 같은데?
진수 : 마이클.
마이클 : 알았어. 나간다고. (자현을 지나치며) 누나. 자동차 만들면 나도 태워줘.
만수 : (역시 나가며) 돈만 말고 뭐 도움이 필요하면 연락해라. 아이구 난 또 무슨 약혼 발표라도 하는 줄 알았지.
자현 : (뚱해서 나가는 아이들을 보고 있는데)
민재 : (슬금슬금 문쪽으로 이동하며) 야아 근데 저거 진짜 대학생 애들이 만든거야? 300만원도 안들여서? 대단한데.
(정태에게) 대단하지?
정태 : 어.. (역시 따라나가며) 우리 랩에서 하는 일하곤 차원이 틀리네. 아주 역동적이야.
S#33. 동아리 앞 복도
민재와 정태 나서며..
민재 : 역시 무공해야. 생각이 순수하잖아.
정태 : 근데 이 험한 세상에 살아가려면 좀 힘들긴 하겠다.
민재 : 근데 저 친군 기계과에 친구들 없나. 왜 여기까지 와서 아쉬운 소리를 하지?
정태 : (그 소리에 문쪽을 돌아본다)
S#34. 동아리방
자현 우울해서 비디오를 뽑아내고 있는데.
경진 : 느네 기계과엔 친구들 없어? 그 자동차라는 거 혼자 만들 순 없잖아. 친구들 모아서 같이 해보지왜.
자현 : 혼자 할거야.
지민 : 왜애. 친구들이 안 껴줘?
자현 : 남자애들하구 같이 해봤자 결국 그애들 성공이 되는거야. 난 그저 여자애가 이런데 꼈다. 신기하다.. 여기서 끝나는거고.
경진 : 느네 과. 남녀차별이 심하냐?
자현 : 우리 과가 아니라 어떤 교수님 하나가 그래. 난 그 괴수한테 내 실력을 보여주고 싶다구. 들러리가 아니라 나 혼자의 실력.
지민 : 근데 언니. 우리들한테 무슨 돈이 있어. 차라리 학교 지원금을 받아보는 게 어때.
자현 : 여자가 혼자 자동차를 만들겠다는데 지원금을 내줄 거 같애. 여자 화장실도 안 만들어주고 있는데.
대욱 : 선배 평소에 그런 아픔이 있었어? 난 몰랐네. 남자구 여자구 전혀 신경 안쓰고 살고 있었잖아.
자현 : (벌컥) 신경을 안쓴게 아니라 무시하고 산거지. 무시할려고 그랬지. 근데 날 내버려 두질 않잖아.
경진 : 그럼 무시한 게 아니지. 진짜 무시하는 건 말야. 자길 건드리는 놈들을 다 불쌍하게 생각할 수 있어야 된다구.
너보고 여자라고 뭐라 그러면 이렇게 생각해봐. 아이구 이놈도 참 불쌍하네. 이런 머리통을 달구 평생을 살아야 되다니.
정말 가슴이 아프구나.. 이렇게.
대욱 : 맞어. 자현선배 이제껏 그렇게 살지 않았어?
자현 : (뭐라 대꾸하려다가 문득) 강대욱.
대욱 : 어 왜.
자현 : 근데 넌 다리가 왜 그래. 그거 기브스한 거냐?
대욱 뭐라 대답할 말이 없다.
S#35. 엔진룸 앞
엔진룸의 문에서 옆으로 팬하면 거기 천막이 세워져있고. 그 안에서 작업하는 소리가 들린다.
S#36. 천막 내부
병석과 다른 친구들 몇이 자작 자동차를 제작중이다. 병석, 뭔가를 조이다가 돌아보면 입구쪽에서 자현이 우물거리며 서있다.
병석 : 추자현. 웬일이야.
자현 : 잘 되가?
병석 : 안되가. 싸구려 엔진을 썼더니 계속 말썽이다.
자현 : 돈이.. 없냐?
병석 : 돈이 어딨냐. 아르바이트해서 모은 것두 다 바닥나구. 공사판에라두 나가서 돈 벌어올까싶다.
자현 : (슬금슬금 기웃거리다가 부속 하나를 가르키며) 이거 얼마 줬냐.
병석 : 그거 얼마 줬더라.. 그건 알아서 뭐하게.
자현 : 실은.. 나도 대회에 나가볼까 하고.
병석 : (작업하던 손을 멈춰서) 니가? 자작 자동차대회에 나간다고?
자현 : 그래. 왜.
병석 : 넌 그런데 안나간다고 했잖아. 자동차는 인간을 위한거지 대회를 위한 게 아니라며.
자현 : 맘이 바뀌었다 짜샤. 따지지 마.
병석 : 누구네 팀이랑 할건데.
자현 : 나 혼자.
병석 : 너 혼자?
자현 : (준비했던 수첩을 꺼내들며) 재재거리지 말고 가격이나 좀 불러봐. 예산이나 잡아보게.
병석 : 야 그러지 말고 우리 팀으로 들어와. 안그래도 기술자가 모자라거든.
자현 : 자식 그거 디게 말이 많네. 부속 가격이나 좌악 읊으라니까.
병석 : (좀 보다가) 돈 없지?
자현 : 없다.
병석 : 그럼 이번 교내대회에 신청해봐.
자현 : 뭔 대회?
병석 : 정교수님이 협찬금 300만원을 내놓으셨어. 미니 자동차 제작 대회에서 우승한 팀에게 지원금으로 준대.
자현 : 미..미니 자동차.. (말도 잘 안나온다) 삼..백만원?
S#37. 공장동 외경 / 밤
그 위로.
지민 : (E) 미니 자동차? 이걸로 뭘하는데.
S#38. 공장동 내부
자현이 나무판을 깍고 다듬으며 미니차체를 만드는 중이다. 그 앞에는 설계도가 좌악 펼쳐져 있고.
그 옆에 지민이 붙어앉아 들여다보고 있고. 목발의 대욱이 좀 떨어진 곳에 앉아 뭔가 먹고 있고.
자현 : 잘 만들어서 지원금을 받는거지.
지민 : 뭘로 선발하는데. 디자인?
자현 : 아니지. 일단 견고성이 먼저야. 5킬로짜리 쇳덩이를 얹어서 무너지면 아웃.
무사하면 무게를 재서 제일 가볍게 제작한 팀에게 지원금을 주는거야.
지민 : 아이구. 그거 지원한 팀이 어디 한둘이겠어? 언니 혼자 해서 될거 같애?
자현 : 왜. 왜 나혼자 해서 안된다는거야. 내가 여자라서?
지민 : 언니. 요즘 너무 그 문제에 신경과민인 거 아냐?
대욱 : (절뚝거리며 와서 설계도를 집어드는) 공학 디자인이라면 나한테 먼저 물어봤어야지.
자현 : (거칠게 설계도를 뺏더니) 너 남자지.
대욱 : 왜 그래.
자현 : (손짓하며) 남잔 절루 가.
대욱 : 어이 추자현 정말 계속 한심하게 그럴거냐?
자현 : 너 지금 내 이름 막 불렀어. 감히 선배 이름을 막 불러.
승준 : (E) 추자현.
자현 : 넌 또 뭐야. (하고 돌아보다가 멈칫)
승준이 다가오고 있다.
승준 : 지나가다가 목소리가 들려서 와봤다. (설계도를 들어 보는) 미니카 만드는구나.
자현 : 그렇습니다. 정괴수님 돈 좀 받아볼려구요.
승준 : 하하. 정괴수님이라.. 그래서 이게 니가 정괴수한테 도전하는 방법이냐. 자동차 대회에 나가서 우승하는 거?
자현 : 최고의 방법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승준 : 어. 괜찮어. 잘만 할 수 있다면. 그럼 수고해라. (가려다 말고) 참 하나 질문.
자현 : 하십쇼.
승준 : 너도 자석자동차 아이디어를 갖고 있다고 했나?
자현 : 그건 일년반 전에 내가 정교수님께 제출했던겁니다. 그때 정괴수께서 뭐라고했느냐. 오..과연 여학생들은 이론에 강하구만.
좋은 생각이야. 그런데 이걸 실용화시킬 자신 있나? 실용화되지 않을 아이디어는 아무 소용없어. 도로 갖고 가.
승준 : 그래서.
자현 : 뭐가 그래섭니까. 나한테는 그렇게 말해놓고 선배가 이 아이디어를 가져오니까 당장 국가프로젝트에 넣은거잖아요.
승준 : 내껀 아이디어 수준은 넘는건데.
자현 : 그 나물에 그 밥이겠죠 뭐.
승준 웃으며 간다. 자현과 승준을 번갈아 보고 있는 대욱.
지민 : 누구야?
자현 : 재수없는 놈.
지민 : 그러니까 저 남자가 요즘 언니의 컴플렉스를 자극한 사람이야?
자현 : 뭐가 컴풀렉스라는 거야? 저 놈 얼굴을 봐라. 재수없게 생겼잖아.
지민 : 에에.. 뭐라드라. 강한 부정은 강한 긍정이라고 하든가..
자현 : 뭐가 어째.
대욱 : 추자현 ..선배.
자현 : 너 왜 아직도 안갔어.
대욱 : 저 사람도 남자잖아. 근데 왜 저치가 설계도 만질 땐 가만 있는거야.
S#39. 농구장 / 밤
이교수 랩의 식구들과 몇 남자들 더해서 농구 경기를 벌이고 있는 중이다.
민재와 정태, 명환과 만수, 중희의 모습들이 땀에 범벅이 되어 보인다.
잠시 경기 모습이 보이다가.. 민재, 공을 가로채서 드리볼해가다가 저쪽의 정태에게 패스한다.
정태 공을 보지 않고 있다가 놓친다. 정태 미안하다는 듯 손을 들어보이고 공을 쫓아간다.
민재 땀을 닦으며 정태를 본다.
// 경기 계속.. 상대의 누군가가 공을 골인시킨다. 이쪽의 공격이 시작되고 공을 패스받은 정태가 드리볼해간다.
앞에 둘이 와서 막는다. 민재, 저쪽에서 패스를 받으려고 사인을 보내지만,
정태 무리하게 둘을 뚫고 거칠게 나가다가 공격자 반칙을 범하며 상대 선수와 함께 엉키며 쓰러진다.
// 시간 경과 비어있는 농구장. 불이 꺼져있고.. 민재 혼자 공을 몰아서 농구장을 가로질러 온다.
멈춰서서 공을 퉁퉁 튕기며 보는 곳. 정태가 아예 바닥에 드러누워서 천장을 보고 있다.
S#40. 공장동 / 밤
자현이 혼자 작업을 하고 있다. 미니차체가 거의 만들어지고 있다.
S#41. 낮 캠퍼스
S#42. 여기숙사 앞
경진과 지원이 기숙사 문을 나서고 있다.
경진 : 난 아침마다 생각해. 아니 이게 어떻게 된 일일까. 오늘도 또 하루가 어제와 똑같이 시작되었구나. 어떻게 이럴 수가 있나.
지원 : (웃고) 자현이는 어제도 방에 안들어왔대?
경진 : 어. 벌써 며칠째 걔 얼굴 본 사람 아무도 없어.
지원 : 밥이나 챙겨먹나 모르겠네.
경진 : 냅둬. 사람이 미칠땐 그냥 미쳐야 돼. 미칠 때 못 미치면 진짜로 미치는 수가 있다구.
(하다가 한곳을 보더니 걸음을 멈추고) 아..
지원 : 왜.
경진 : 뭐 잊어먹고 왔다. 내가 뭘 잊어먹었지. 아무래도 방에 다시 가봐야겠네. 그럼 먼저 가라.
돌아서 가버린다. 지원 경진을 보다가 걸음을 옮기는데 저 앞에 정태가 어딘가 기대서 발장난을 치고 있다.
(경진은 정태를 먼저 보았던 것)
지원 그 앞을 지나쳐간다. 그러다 멈추고 돌아보면 정태가 지원을 보고 있다.
지원 : 안녕.
정태 : 어. 좋은 아침이야.
지원 : ... 누구 기다리니?
정태 : ... 아니.
지원 : 그래? ..그럼.. (간다)
정태 : 구지원.
지원 : (돌아보면)
정태 : 잘 되가니? 느이 랩 작업.
지원 : 이번 주말이면 결과가 나올거야.
정태 : 아.. 빠르네.
지원 : 응. (기다려보지만)
정태 : (더 할말이 없다)
지원 돌아서 간다. 뒤에서 정태, 자기도 모르게 후욱 한숨을 쉬고 만다.
// 기숙사 문쪽, 경진이 고개를 빼어 둘을 본다. 경진의 시선에서 둘은 거리가 멀어지고 있다.
정태는 그저 그 자리에서 땅을 발로 툭툭 차고 있다.
경진 : 저것들은 물 한잔 먹을려면 땅부터 백미터 파고, 펌프를 제작한 다음에 수질검사까지 할 놈들이야. 내가 미쳐. 정말.
S#43. 공장동 / 낮
완성되어 있는 미니차체. 자현, 5킬로짜리 쇳덩이리를 들고 그 앞에 서서 심호흡을 한다.
그리고 나서 아주 천천이 세심하게 5킬로그램 짜리 쇠가 미니차체에 얹혀지고, 자현, 아주 천천히 손을 뗀다.
미니차체는 쇠덩이를 견디며 무사히 모양새를 유지한다.
자현 : 됐어!!
미니차체 위의 쇠를 걷어내고, 자현, 미니차체를 옆의 저울에 얹는다.
눈금에 코를 박고 확인하는 자현. 고개를 드는 자현의 얼굴에 벅찬 미소...
S#44. 화장실
세면대에서 자현, 푸푸거리며 세수한다. 세수하던 자현의 어깨가 들썩거리기 시작한다.
이윽고 고개를 들고 거울을 보는 자현. 웃음을 참느라고 어깨가 들썩들썩...
자현, 즐겁게 춤 스텝을 밟는다. 날아갈 것 같은 기분.
S#45. 공장동
동시에 뿌지직 자현의 미니차체를 밟는 발. 대욱이다.
대욱, 빵과 우유를 들고 들어서던 참이다. 대욱, 자기 발 밑의 미니차체를 보고..후딱 발을 치운다.
조립된 미니차체의 몇부분이 빠져있다. 대욱, 얼른 쭈그리고 앉아 조립한다. 후다닥 끼우고....
마악 조립을 마친 순간. 자현이 들어온다.
대욱 : (미니차체를 든 채 엉거주춤) 어..선배.
자현 : (대욱이 옆에서 뒹구는 빵봉지들을 보더니) 임마 먹을 걸 바닥에 굴리면 어뜩하냐.
대욱 : 어.. 선배야말로 이 귀중한 작품을 바닥에 내려놓으면 어뜩해.
자현 : (대욱이 들고있는 미니차체를 소중히 받아안고, 미니차체에게) 자동차란 게 원래 땅을 달리는 거지. 에구 이 이쁜 거.
(미니차체에 입을 맞춘다) 오늘 부탁한다.
대욱 : (영 불안하고)
S#46. 기계과 건물 로비 / 낮
자현, 깨질라 떨어질라 미니 차체를 가슴에 안고 조마조마 걸어온다. 입이 찢어져라 하품하는 자현.
S#47. 기계과 실험실
큰 테이블 위에 여러개의 미니차체가 놓여있다. 그 각각의 미니차체들 뒤에는 그것의 주인인 학생들이 서있다.
그들 가운데 자현과 병석, 친구1의 모습 보인다. 한쪽 구석에선 승준도 서서 보고 있다. 물론 자현을 제외하곤 전부 남학생들이다.
정교수 뒤로 조교1,2 (엔진랩의 선배1,2)가 따르며 한사람은 5킬로그램짜리 쇠를 미니차체에 얹어 견고성을 확인하고,
나머지 한사람은 5킬로그램 짜리 쇠의 무게를 이겨낸 미니차체에 한해,
그 미니차체를 저울에 달아 무게를 기록하는 업무를 하는 중.
어떤 미니차체는 5킬로 쇠를 얹자말자 폭삭 무너지기도 하고, 그래서 주인인 남학생 아쉬워 하고.
무사히 통과한 어떤 미니차체의 주인은 기뻐하기도 하고... 그러면서 정교수팀 점점 자현이에게로 가까이 오고 있다.
드디어 정교수팀 자현의 앞에 선다.
자현, 내심 자심만만하다. 보나마나 내 것이 최고의 기록을 낼게 분명하다는 확신이 얼굴에 가득한 자현.
정교수 : 다음 추자현.
긴장하는 자현의 얼굴. 승준도 주의깊게 건네다 보고 있다.
선배1, 5킬로짜리 쇠를 자현의 미니차체에 얹는다. 얹는 순간 그대로 폭삭 무너지는 자현의 미니차체.
자현, 이건 꿈에도 상상하지 못한 돌발사태다. 기가 막혀서 뭐라 말도 안나오는데,
정교수팀은 아무렇지 않게 자현 옆의 팀으로 자리이동한다.
자현, 자기앞에 무너진 미니차체를 망연히 보다가 후딱 정교수를 본다.
자현 : 교수님 이건 뭔가 잘못됐습니다.
정교수 : (자현을 본다)
자현 : 이럴리 없어요. 오늘 새벽 모의실험까지 해봤다구요.
정교수 : 그래서?
자현 : 한 번만 더 기회를 주십시오. 하루도 필요없습니다. 여섯시간, 아니 세시간만 시간을 주십시오.
정교수 : 여학생들은 그게 문제야. 안될거 같으면 징징거리는 버릇.
정교수, 자현을 상대하는 일을 접고 다른팀의 미니차체를 살핀다.
자현 : (정교수를 보는데 그동안 쌓인게 터지는 기분이다) 교수님은 모든 이유를 "여학생이기 때문에"로 생각하십니까!
정교수 : (자현이 쪽은 보지도 않고 심사 계속하며) 그 여학생 콤플렉스. 또 시작이구만.
자현, 정말 화가 난다. 자현 말없이 자신의 부서진 미니카를 들더니 입구 쪽으로 나간다.
병석이 야야.. 하고 참으라고 자현을 잡지만, 자현은 뿌리치고 문을 열더니 밖으로 나가 문을 쾅 닫는다.
정교수를 비롯 사람들이 문을 돌아본다.
S#48. 문 밖
자현, 몇걸음 걸어나오다가 멈춰서더니 갑자기 들고 있던 미니카를 냅다 바닥에 팽개쳐 버린다. 산산이 부서지는 미니카.
자현의 굳은 얼굴에서 엔딩....
첫댓글 병석 - 연정훈, 승준 - 최성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