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개오색나비 채집 여행
해마다 6월이 오면 나는 번개오색나비 생각으로 가득 찬다네.
지나간 10년 전인 2003년에 강원도 보래산에서 번개오색나비를 만나고 채집한 것이 꿈만 같이 느껴지는군.
그러나 그 이후부터는 오늘날까지 다시는 번개오색나비를 만나보질 못하였어.
행여 올해는 만날 수 있으려나 기대하며 또다시 산을 찾아 가지만 역시 허탈한 마음만 가득한 채 되돌아오곤 했지.
그렇게 하여 벌써 10년이란 세월을 보내고 말았다네.
나비를 관찰하여 사진에 담거나 채집하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한 번 쯤은 번개오색나비를 만나보려는 기대를 가지고서 산으로 올라간다고 한다네.
실제 많은 나비 채집가들이 해마다 무리지어 강원도로 몰려들고 있지만 말이지.
하지만 인기척에 매우 민감하고 높은 나무 위에서 재빠르게 날아다니는 습성 때문에 쉽게 사진을 찍기도 어렵고 채집하기도 어려워 우연히 날아가는 모습을 선 자리에서 한 번만이라도 보는 것으로도 매우 다행이라고 여길 정도라더군.
그런데 번개오색나비를 한 마리만이 아닌 수십 마리를 채집하였다면 이 얼마나 놀라운 일이 아닌가!
나는 10년 전인 2003년에 강원도 보래산에서 원없이 번개오색나비를 채집하였어.
번개오색나비가 마치 무엇에라도 홀려서인가 스스로 내 앞으로 날아오곤 하였으니…….
한 마리를 채집하면 또 다시 날아들고 또 다시 채집하면 이어서 또 날아들곤 하여 정신이 없을 정도였지.
나비교과서에 쓰인 내용이라면 높은 곳에서 날아야 할 번개오색나비인데 왜 낮은 곳에 이처럼 정신없이 날아들까 하고 잠시 생각도 해 보았어.
채집하였던 그날 상황을 좀 더 말하자면 다음과 같아.
깊은 산골짜기에 화전민이 밭으로 개간한 땅이 많고 군데군데 화전민이 살던 낡은 집이 가끔 눈에 보이지.
지금은 화전민이 살지 않는 빈 집이지만.
지붕이나 벽과 돌담이 무너진 채 마당에는 밭거름이나 각종 쓰레기가 널려 있었다네.
그런데 그 낡은 집 벽에 번개오색나비가 날아와서 더듬이를 흔들며 쉬는 것이 아닌가?
또 가늘고 둥글게 말린 입을 쭉 펴가며 무얼 먹으려는지 내가 가까이 다가가도 날아 도망갈 생각을 하지 않았어.
주인이 버리고 떠나간 낡은 집이 마치 제 집인 양 찾아들어오니 한편으로는 섬뜩한 기분이 들기도 했네.
번개오색나비가 신령님이 전하는 말을 듣고 전하기 위해 찾아오는 전령사가 아닌가 여길 정도였어.
처음 번개오색나비를 채집한 그 순간은 심장이 일시에 멎어버리고 숨이 꽉 막힌 기분을 느꼈어.
이 순간이 오기를 얼마나 기다렸던가!
머나먼 강원도 깊은 산골짜기까지 들어가 힘들게 헤매었던 시간들은 일시에 사라지고 이 세상 어떤 무엇이라도 부러울 것이 없었다네.
당당한 마음이 되어 집으로 향하는 가벼운 발걸음으로 온몸의 피로감이 눈 녹듯이 싹 사라졌고.
집사람의 잔소리도 그날만큼은 귀에 들어오지 않았지.
최근에 기후 온난화로 번개오색나비 서식지가 중부 지방에서 점차 북부지방으로 옮겨가는 까닭에 강원도 설악산 오대산 계방산 같은 북부 산지나 해산령 같은 휴전선 가까운 높은 산지에서만 서식하는 까닭에 관찰하기가 너무도 어렵지.
내가 채집한 번개오색나비는 비록 10년 전 강원도 계방산과 가까운 보래산에서 우연히 허물어가는 화전민 집 안에서 채집한 것이어서 더욱 채집 여행의 추억으로 떠오르는 곳이라네.
계방산은 나비 채집가들이 매우 많이 찾는 지역이어서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사람이 없는 보래산으로 찾아갔는데 이런 행운을 얻다니!
그 때만 해도 기후 온난화가 요즘에 견주어 조금이라도 덜한 때여서 이렇게 생각지도 않았던 곳에서 채집이 가능했던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네.^^
첫댓글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나도 그런 곳으로 가보고 싶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