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소록도병원은 규모가 작습니다. 내과,외과,안과,이비인후과,피부과,치과,재활의학과,한의과,물리치료실을 갖추고 있으나 중증환자(당뇨,심장질환,골절)가 발생하면 육지에 있는 대형병원으로 이송합니다.
그때 환자분을 24시간 보필할 전담간병인으로 봉사자 한 명이 따라 나서게 됩니다. 대체로 일반병실을 배정받아 입실하지만, 위급하여 중환자실로 바로 들어가는 경우도 있습니다. 봉사자로서는 이 때가 난감한 상황입니다.
중환자대기실에서 쪽잠을 자며 하세월 기다리는 수 밖에 없습니다. 식사는 병원 간의 합의로 장부에 싸인을 하고 구내식당에서 먹거나 보호자식이 따로 나옵니다. 환자가 나와서 일반병실로 가도 침상 옆 바닥 보호자bed에서 쪽잠신세는 같습니다.
병세가 위중하면 간병인은 잠들 수 없습니다. 수시로 대소변을 체크하여 기록부에 적고, 열이 오르면 미온수에 수건을 적셔 닦아주어야 합니다. 간병인 자신이 용변과 세안을 하려면 부랴부랴 다녀와야 합니다.
끼니 때마다 콧줄로 환자에게 영양식을 투여하고 수시로 오줌통을 비우고 기저귀를 갈고 환자의 몸이 불결하면 의사선생님의 진료볼륨이 떨어질까 싶어서 항시 몸을 깨끗이 닦아줍니다. 환자복,매트커버,베개커버도 교환해야 합니다.
의사가 간병인에게 주문하는 사항들도 꼼꼼히 적어두었다가 실행해야 합니다. 치료하는 의사,간호사 만큼이나 간병인의 역할은 중요합니다. 그렇게 햇볕도 못보고 일주일 정도 지나고나니, 나의 얼굴은 어느새 좀비(zombie)가 되어 있었습니다. ㅜ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