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작은 새와 방울 / 가네코 미스즈]
내가 두 팔을 펼쳐도
하늘은 조금도 날 수 없지만
날 수 있는 작은 새는 나처럼
땅 위를 빨리 달리지 못해.
내가 몸을 흔들어도
소리는 낼 수 없지만
저 울리는 방울은 나처럼
많은 노래를 알지 못해.
방울과 작은 새 그리고 나
모두 다르지만, 모두 좋다.
고통 속에서 피워 낸 맑은 시에 마음이 물든다. 도쿄 이케부쿠로의 준쿠도 서점에서 가네코 미스즈의 시집을 발견했을 때의 신선한 충격을 잊을 수 없다. 30년 전까지는 일본인들도 알지 못하던 시인이다. 많은 비장하고 심각한 시집들 속에서 샘물처럼 맑고 순수한 시가 빛을 발하고 있었다. 시인의 생애를 알고 났을 때는 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어떻게 그토록 아프고 고난에 찬 삶에서 '생명의 다정함'을 노래한 시들이 탄생할 수 있었을까? 사는 것이 너무 힘들어서 세상이 그렇게 보인 걸까, 아니면 그렇게 보려고 노력한 걸까? 울고 싶은 마음을 웃음 짓게 하고, 어둠에 잠긴 영혼을 밝아지게 하는 시의 천사가 잠시 우리 곁에 왔다 간 듯했다.
가네코 미스즈(1903~1930)는 세 살 때 아버지를 여의었고, 어머니는 자식들을 친정에 맡기고 재혼했다. 스무 살 때부터 가네코는 어머니가 운영하는 서점에서 일하며 본격적으로 글을 쓰기 시작해 촉망받는 젊은 시인으로 주목받았다. 하지만 23세에 계부의 강요로 서점 직원과 결혼하면서 그녀의 삶에 더 큰 불행이 닥쳤다. 방탕하고 불성실한 남편과 불화를 겪으며 몸의 병까지 얻었으며, 남편은 그녀의 작품 활동은 물론 편지 쓰는 것까지 금지했다. 27세가 되던 해 2월 남편과 이혼한 가네코는 3월 9일 사진관에 가서 혼자 사진을 찍은 후 이튿날 수면제를 먹고 생을 마감했다.
<이상해.ふしぎ>라는 제목의 시에서 가네코는 쓴다.
이상해서 견딜 수 없이,
검은 구름에서 내리는 비가
은색으로 빛나는 것이.
이상해서 견딜 수 없어,
초록색 뽕잎을 먹고 사는 누에가
하얗게 되는 것이.
이상해서 견딜 수 없어,
누구도 만지지 않는 박꽃이
혼자서 활짝 피어나는 것이.
이상해서 견딜 수 없어,
누구한테 물어봐도 웃으면서
당연한 거야, 하고 말하는 것이.
그러고는 세상에서 잊혀졌다. 50년 후, 한 동요 시인이 대학생 때 『일본동요집』에서 읽은 가네코의 시 한 편을 잊지 못하고 그녀 시의 행방을 수년간 찾아다녔다. 그리고 마침내 가네코의 남동생을 만날 수 있었다. 누나를 각별히 사랑한 남동생은 가네코가 죽기 직전에 맡긴 세 권의 수첩을 소중히 간직하고 있었으며, 수첩에는 512 편의 시가 빼곡히 적혀 있었다. 야자키 세쓰오라는 그 동요 시인의 노력으로 1984년 세 권의 유고집이 발간되었다. 이후 가네코의 시는 크게 주목받으며 일본 초등학교 교과서에 실렸고 전 세계언어로 번역되었다.
<별과 민들레星とたんぽぽ>에서 그녀는 노래한다.
파란 하늘 저 깊이
바다의 작은 돌처럼 그렇게
밤이 올 때까지 잠겨 있는
낮의 별은 눈에 보이지 않아.
보이지 않아도 있어요
보이지 않는 것이라도 있어요.
꽃 져서 시든 민들레
기왓장 틈에서 묵묵히
봄이 올 때까지 숨어 있는
강한 저 뿌리는 눈에 보이지 않아.
보이지 않아도 있어요
보이지 않는 것이라도 있어요.
동시는 아이들을 위해 쓴 시가 아니라 아이의 눈으로 세상을 보고 아이의 마음으로 노래한 시다. 어른인 체하는 마음에는 보이지 않는 것들을 찾아 세상에 대해 흥미를 잃은 마음을 각성시키는 것이 동시이다. 인생이 순탄치 않았음에도 맑은 영혼으로 시를 쓴 가네코 미스즈, 그녀의 일생은 <밝은 쪽으로 밝은 쪽으로 하였을 明るいほうへ明るいほうへ>라는 제목의 텔레비전 드라마로 방영되었다. 그녀가 어린 시절을 보낸 ‘가네코분에이도’ 서점터에는 현재 그녀의 기념관이 세워져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은 가네코 미스즈
죽기 전날 사진관에서 혼자 찍은 사진
류시화 《시로 납치하다》 중에서
맹태영 옮겨 적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