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차를 마시는 이유
경박함은 중후함으로 바로잡고, 급한 성격은 느긋함으로 고치며, 치우침은 너그러움으로 바루고, 조급함은 고요함으로 다스린다. 사나움은 온화함으로 다잡고, 거친것은 섬세함으로 고쳐나간다.
상진(尙震.1493~1564). [자경명,自警銘]
상진이 자신의 좌우명으로 세운 다짐이다. 그는 이 글을 직접 써서 자손에게 물려주었다.
경박함과 조급함, 치우침과 사나움, 그리고 깔끔치 못한 일처리 때문에 세상살이 대부분의 문제가 발생한다. 그때 조금만 더 무겁게 행동했더라면 좀 좋았을까? 지나고 나면 아무것도 아닌 일에 그땐 그렇게도 화를 냈었구나.
조금만 더 너그러웠어도 일 없이 지나갈 수 있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고요히 한번만 생각해봤어도 분명히 판단할 수 있는 일을 떠들썩한 분위기에 휩쓸려 그르친 것은 또 얼마나 많았던가?
나만 옳다고 으르렁대며 상대를 욕하고, 품에 안지 못한 적도 적지 않았다. 아! 덜렁대며 무심히 한 행동때문에 감당할 수 없게 커진 일들은 또 얼마나 많았던가?
나는 더 무거워지겠다. 좀 더 여유 있게 행동하고, 너그럽게 대하겠다. 고요히 생각하고 온화하게 행동하며, 차분하게 따져볼 줄 아는 심성을 기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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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민 씨의 '죽비소리' 중의 한 부분입니다.
중후함, 느긋함, 부드러움, 고요함, 온화함, 세심함을 돌아보는 데는 편안한 시간에 마시는 한 잔의 보이차가 참 좋은 것 같습니다.
찻물 준비해서, 차 도구 씻어내고, 무슨 차를 마실까? 생각하며, 끊는 물을 자사차호에 넣어서 세차하고, 차 한 잔을 잔에 따른 후 그날 하루를 정리해봅니다. 그리고 내일의 일을 준비하고 계획해보는 마음을 가집니다.
향을 맡고, 색을 보면서 맛을 보고, 몸에 느껴지는 편안함과 여유로움을 느껴봅니다.
그러하니 제대로 된 보이차는 藥 중에서도 최고 上藥이라고 아니할 수가 없습니다.
上藥은 평상시에 취하는 먹거리이며, 中藥은 인삼, 녹용 등이고 下藥은 일반의약품이라고도 합니다.
술, 스트레스, 정제식품에 의한 영양불균형, 식품첨가물, 공해 독 등으로 알게 모르게 쌓여온 각종 몸에 좋지 않은 물질들을 배출해주고,
차분하고 편안한 기분으로 그 날을 정리하고 내일을 계획하는 아름다운 마당이 찻자리라고 믿습니다.
그리하여 차 마시는 행위는, 밖으로만 치우친 자신의 시선을 안으로 살펴보는 귀한자리가 되면서, 이를 바탕으로 그 날을 반성하며 내일을 준비하는 아름다운 다시함의 마당이 될 수 있으리라 봅니다.
출처 : 성차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