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1월, 일본 고베에 있는 츠카구치 교회를 방문했을 때, 한 일본인 친구(타카테라 카즈노리)를 알게 되어 종종 서로 연락을 주고 받으며 지내고 있었는데, 지난달 츠카구치 교회의 성도들과 함께 한국에 온다는 소식을 듣고, 지난 며칠 서울관광을 안내를 해 준 적이 있었다.
이 친구가 한국에 오기전, 메일을 통해.. 80년전의 사진을 보내주며, 전주의 다가공원을 찾아보고 싶은데, 알아봐 줄 수 있느냐는 부탁을 했다. 그리고, 이 일본인 교회에 얽힌 사연을 나에게 들려주었다.
1920년대 전주의 다가공원 근처에 일본인들이 큰 과수원을 했는데, 그곳에 시민병원이 들어서게 되어, 일본인들이 그 땅을 팔아, 그 판 돈으로 전주의 다가공원 근방에 큰 일본인 교회를 세웠는데, 1925년 이 교회 앞에서 일본인 성도들이 찍었다는 사진을 나에게 보내주었다.
그러면서, 이 교회가 지금도 전주에 남아 있는지, 남아 있지 않다면 그 흔적이라도 확인할 수 있는지 알아봐 달라는 부탁을 했다. 그리고 자신들이 한국에 오면 하루 시간을 내서 전주에 가 볼 예정인데, 시간이 되면 꼭 같이 가자는 이야기를 했다.
-.- / 논문 때문에 정신 없고 바쁜데, 친구의 간곡한 부탁에 결국 거절하지 못하고 승낙하고 말았다.
인터넷으로 전주의 일본인 교회에 대해서 여기저기 조사해 보았는데, 결국 알아내서 못하고 우선 전주에 내려가서 그 근방의 나이드신 노인분들께 여쭈어 보면 알아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 22일(목) 고베에서 타카테라상을 비롯, 3명의 일본 기독교인들이 와서 서울안내를 해 주고, 23일(금)에는 이들과 함께 전주로 내려갔다. 이들 중에는 <구와다 카유코>라는 한 아주머니가 있었는데, 자신이 어머니가 80년전 전주에서 살 때, 어머니가 일본인교회에 열심히 다녔는데, 보내준 그 사진(1925년)속에, 그 어머니의 모습을 가르쳐 주었다. 가르쳐 준 어머니는 약 10세 정도의 어린아이의 모습으로 나와 있었다.
그러면서, 자신의 어머니가 어린시절을 보낸 전주에서의 생활을 종종 그리워하는데, 특별히 전주 다가공원에 있던 과수원과, 공원 밑 개울에서 물고기 잡던 일과, 또한 교회다니던 일들을 그리워하며, 전주에 와 보고 싶어 하는데, 건강 때문에 전주에 올 수 없어서 자신들이 대신 전주의 모습들을 사진으로 담아 구와다상의 어머니에게 보여주고 싶다는 이야기를 했다.
23일 금요일 아침 일찍, 미리 부탁해 둔 친구의 차로 서울을 출발하여 오전 11시가 조금 넘은 시각, 전주에 도착하였다. 전주역을 둘러보고 다가공원(多佳公園)으로 향했다. 2년전 교수님과 교회사학회원들과 전주답사 때, 들러본 적이 있는 전주엠마오 사랑병원과 또한 근처에 있는 전주 신흥학교, 전주기전여고 등이 눈에 들어왔다. 다가공원에 도착해서, 나이드신 노인분들에게 80년전의 일본인 교회사진을 보여주며, 혹시 일본인 교회에 대해서 아는지 여쭈어 보았는데, 모두가 모른다는 이야기했다. 결국 한 아저씨가 신흥학교에 가서 역사선생에게 물어보면 혹시 알지도 모른다고 해서, 결국 신흥학교 교목실에 와서 자세히 내막을 들려주고, 물어보았는데, 교목실의 목사님께서 이곳저곳으로 전화를 하시더니, 약 30분이 지난 다음에 한 나이드신 장로님(이병곤 장로님)께서 교목실에 우리를 찾아오셨다.
이 장로님께서는 어린시절, 그 일본인 교회가 있던 장소를 잘 알고 계셨다.
일제시대 전주시 花園町 (지금은, 고사동)에 있던 일본인 교회는 지금은 사라지고, 상가가 들어서 있지만, 그 옆에 전주전성교회(http://www.jeonseong.org/)가 세워져 있었다.
그 장로님의 이야기에 따르면, 광복이 된 후, 일본인들이 물러가고, 서문교회의 김세열 목사님이 그 교회를 인수해서 몇 년동안 전도사를 양성하는 고려성경학교가 되었는데, 결국 학생이 없어서 1948년 그 성경학교를 교회로 전환해서 살렘교회가 되었는데, 1949년 전주북교회로 개명하였고, 그 이후 1963년에 다시 전주전성교회로 개명하였다는 이야기를 들려 주었다. 그리고 일본인교회 건물은 1968년까지 남아 있었는데, 장소가 좁고 교회가 너무 낡아서 교회를 팔고 다른 곳으로 이전해서 지금의 장소에 교회를 다시 건축하게 되었다는 대략적인 이야기를 들려주셨다. 그 일본분들은 비록 예전 일본인교회의 모습은 확인할 수 없지만, 전성교회로 성장하여 큰 교회가 되었다는 사실에 무척 감격스럽다는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예전 일본인교회가 있던 자리와, 이전해서 크게 성장한 전성교회를 두루 둘러 본 다음, 이후에 점심식사를 마치고, 전주의 풍남문, 전동성당, 경기전, 전주 한옥마을 등을 돌아다니며 열심히 안내를 해 주었다.
한국에서의 관광과 모든 일정을 마치고, 일본으로 돌아간 구와다상과 타카테라상으로부터 메일이 왔는데, 전주에서 찍은 사진들을 구와다상의 어머니에게 보여드렸더니, 눈물을 글썽이며 무척 감격스러워했다는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88세 되셨다는 구와다상의 어머니의 이야기를 들으며, 역시 인간이란 자신의 뿌리와 고향을 잊지 못하는, 그것을 그리워하고 소중하게 생각하는구나!! 사실을 다시금 생각해 볼 수 있었다.
문득, 내가 태어나고 자란 공주가 더욱 그리워지는 것 같다.
첫댓글 참으로 수고 많이 했어요. 덕분에 좋은 사진 자료도 얻었군요. 앞으로 이정선 군은 한국과 일본 교회사의 가교가 계속 될 것입니다. 많이 공부해서 봉사를 많이 하세요.
교수님 귀한 말씀 정말 감사합니다. 교수님 말씀대로, 한국과 일본의 교회사 연구에, 미흡할지 모르겠지만 작은 가교의 역할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드네요. 앞으로 더욱 분발하고 열심히 준비하도록 하겠습니다.
좋은 게시물이네요. 스크랩 해갈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