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3. 극기복례(克己復禮)
이길 극(克), 자기 기(己), ‘극기’라함은 ‘자기를 이기는 것’을 뜻하고, 돌아올 복(復), 예절 예(禮), ‘복례’라함은 ‘예절로 돌아온다’라는 의미이다. 따라서 ‘극기복례’ 라함은 “자기를 이기고 예절로 돌아온다“라는 말이다.
극기복례는 논어 안연(顔淵)편에 나온다. 안연은 공자가 가장 사랑하고 아끼며 자기의 학통을 이을 사람으로 믿고 있던 수제자였다. 어느날 안연이 공자에게 인(仁)에 대하여 물었다. 공자가 말하기를 “나를 이기고 예에 돌아가는 것이 인이다. 하루만 나를 이겨 예로 돌아가면 천하가 인으로 돌아온다 (顔淵問仁 子曰克己復禮爲仁 一日克己復禮天下歸仁焉:안연문인자왈극기복례위인 일일극기복례천하귀인언)”라고 했다.
이러한 극기에 대하여는 여러가지 의견이 있다. 그러나 대개 ‘자신의 육체적인 욕망을 극복하는 것’으로 풀이될 수 있다. 복례의 예(禮)는 ‘천지만물의 이치’를 말하는 것이다. 사욕을 억누름으로써 예절을 회복한다면 천하의 사람들이 인(仁)하다고 인정할 것이다. 하루만이라도 극기복례를 하면 천하가 다 인(仁)으로 돌아온다고 하는 것은 육신으로 인한 모든 욕망이 완전히 사라지고 무아의 경지애 들어가 성도(成道)하는 것을 뜻한다.
공자의 이와 같은 대답에 안연이 인(仁)을 좀 더 구체적으로 알려 달라고 하자, 공자는 “예가 아니면 보지도 말고(非禮勿視:비례물시), 예가 아니면 듣지도 말고(非禮勿聽:비례물청), 예가 아니면 말도 하지말고(非禮勿言:비례물언), 예가 아니면 움직이지도 말라(非禮勿動:비례물동)”고 대답했다.
극기를 통해서 보고 듣는 것과 말과 행동을 예(禮)에 맞게 하여야 한다는 말이다. 이처럼 “하지말라는 것” 네가지를 ‘사물잠(四勿箴)’이라고 한다. 선비들은 이 사물잠을 평소 암송하고 생활의 신조로 삼았다. 이황이 사물잠을 필사해서 선조에게 바치자, 선조는 이 사물잠으로 병풍을 만들어 옆에 두고 늘 읽었다고 한다.
사람들은 살아가면서 타인과 경쟁을 하고, 님보다 앞서려고 한다. 그러나 진정 강한 사람은 자기 자신을 이기는 사람이다. 자신을 이긴다는 것은 타인을 이기는 것보다 몇배 더 힘드는 것이기 때문이다.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기려면 많은 고통과 인내가 따른다.
독일이 낳은 세계적인 음악가 베토벤(Beethoven 1770-1827)은 일찍이 어머니를 여의고 동생을 거두는 가장이 되었다. 음악이 좋아서 작곡가가 되었으나 그는 30세에 이르러 청력(聽力)을 잃었다. 소리를 생명으로 하는 음악가가 소리를 들을 수 없다면, 그것은 생명을 잃은거나 다름없는 일이었다.
베토벤은 너무 고통스러워 자살을 생각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자살의 유혹을 이겨내고 악보를 그려내는데 열중했다. 그 결과 <영웅>, <운명>, <전원>, <합창>, <월광소나타>, <비창>과 같은 인류음악사에 길이 남을 수많은 명곡을 작곡했다. 베토벤은 비록 귀로는 듣지를 못했지만 마음의 귀로 듣고 느낌으로써 청력을 잃기 전보다도 더 훌륭한 곡을 만들어 내었다. 최악의 환경에서도 절망하지 않고 자신의 인생을 희망의 꽃으로 승화시킴으로써 악성(樂聖)으로 불리우고 있다.
여씨춘추(呂氏春秋)라는 책에 “남을 이기려는 자는 반드시 자신을 이겨야한다.”라고 씌여있다. 자신을 이기기 위해서는 자신을 극복할 수 있어야 한다. 스스로 통제하고 절제할 수 있어야하며, 어떤 어려움도 이겨낼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진정으로 강한 자가 되고 인생의 승리자가 된다.
이번 항저우 아세안 게임에서도 한국의 양궁은 빛나는 금자탑을 쌓았다. 필자가 양궁여자선수들이 활 시위를 당길 때 보니, 입술 아래쪽 턱에 일(1)자로 줄을 그은 것처럼 홈이 패어 있었다. 얼마나 활쏘기 연습을 많이 했으면 턱에 선이 패어져 있을가. 옛날 펜글씨로 공문을 작성하던 시절, 공무원 중에는 엄지손가락에 지문이 없어진 경우가 가끔 있었다. 수십년간 펜대로 글씨를 쓰다보니 자연히 손가락 사이의 지문이 뭉개져서 없어진 것이다.
맹자에 이러한 말이 나온다. “하늘이 장차 큰 일을 어떤 사람에게 맡기려 할때 에는 반드시 먼저 그 마음을 괴롭히고, 그 근골을 지치게 하고. 그 육체를 굶주리게 한다”(天將降大任於是人也 必先苦其心志勞其筋骨餓其體膚:천장강대임어시인야 필선 고기심지 노기근골 아기체부)
큰 일을 할 사람에게 하늘은 그 생활을 곤궁하게 하고, 그가 행하는 일이 뜻대로 되지 않게 한다. 이것은 그의 마음을 움직여서 그 성질을 참게하고, 일찍이 할 수 없었던 일을 하도록 하기 위해서이다. 쇠도 여러번 달구어야 명검을 만들 수 있드시, 사람 역시 수많은 고초와 시련을 겪어야 비로서 큰 인물이 될 수 있다.
극기복례(克己復禮)는 자기 자신에게서 이루어지는 것이지, 결코 남을 통하여 이루어 지는 것은 아니다. 자기 자신의 의지력으로 욕망이나 나쁜 마음을 억제하고 예의에 어그러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 인격수양의 요체(要諦)임을 알 수 있다. (2023.1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