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 때 내시 한문직은 이것을 도둑질하였다가 곤장 1백대를 맞고 귀양을 갔고 내섬시(조선시대 궁에 올리던 토산물과 고위 관료에게 주던 음식 등을 관리하던 관아)의 종 소근동이 이것을 훔쳐 참형을 처해야 한다고 형조에서 주장하였으나 세종은 곤장 80대만 처하라고 명하였다.
또한 세조 때 궁의 노비 독농과 윤생이 이것을 가지고 노산군(단종)을 뵙기를 청하였다가 곤장 1백대를 맞았다.
연산군은 중국 황제의 생일 축하사절단으로 떠나는 신하들에게 이것을 많이 구해 오라고 명하였다. 이는《조선왕조실록》에 기록된 이야기로 조선시대에도 귀한 대접을 받았던 수박이다.
고대 이집트 벽화에서 발견된 것으로 보아 수박의 재배역사는 4000여 년 전으로 추정된다. 아프리카가 원산지이지만 중국은 중앙아시아를 정복했을 때 도입하여 서쪽으로부터 들어왔다는 명칭으로 서과(西瓜)와 물이 많다고 하여 수과(水瓜)라고 불렀다.
허균의 《도문대작》에 따르면 우리나라에는 고려시대 몽골로 귀화한 홍대선의 아들 홍다구(홍준기)가 처음으로 개성에 심었다고 전해지고 있다.
고려 말 이색은 수박을 예찬하면서 시를 지었는데 ‘개성 부근 천수사라는 절에서 수박을 맛보고 / 의왕(부처를 일컫는 말)의 빈 땅에 수박을 심어 가꾸니 / 맛은 단 샘물 같고 빛깔은 눈꽃 같다’고 하였다. 당시에는 고위층의 대접 과일인 동시에 공양물이었던 것이다.
13C 후반 도입되어 150년이 지난 세종 때 까지도 가을 수박 한통에 쌀 다섯 말 값으로 금값이었고 50년 후 연산군은 중국으로 떠나는 사신에게 구해 오라고 요청(1504년)한 것으로 보아 200년 동안 한반도에 널리 퍼지지 못한 비싼 채소였음을 알 수 있다. 이후 신사임당의 ‘화훼초충도’에 자세한 그림으로 묘사되어 있는 것으로 보아 조선 중기 이후 일반적인 재배가 되었음을 알 수 있다.
다산 정약용은 그의 시문집 「장기농가」에서 ‘호박 심어 토실토실 떡 잎이 나더니 / 밤사이 덩굴 뻗어 사립문에 얽혀 있다. / 평생토록 수박을 심지 않는 까닭은 / 아전 놈들 트집 잡고 시비 걸까 무서워서 라네.’라고 하였다. 수박만 익으면 까탈을 부리고 빼앗아 가는 관청의 횡포 앞에 무기력한 백성의 아픔을 표현한 것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이때까지도 수박은 여전히 비싼 양반들의 과일이었고 노지재배로 인한 병해충 발생과 생리장해로 쉽게 생산하기도 어려웠을 것이다.
한때는 여름철에만 먹을 수 있었지만 생산기술의 발달로 지금은 사계절 내내 쉽게 구입하여 먹을 수 있다.
수박은 우리나라 국민 1인당 소비량이 약 10kg 정도로 삼계탕과 더불어 대표적인 복달임 음식이 아닐까 싶다.
전 세계에서 생산되는 채소 중에서 두 번째로 많고 우리나라에서도 한 해에 1억개 이상(6kg 기준)이 생산되고 있다.
육종기술과 재배기술이 미흡했던 옛날에는 잘 익은 것을 고르기 위해 삼각형 모양으로 칼집을 내고 확인해 보던 시절도 있었지만 지금은 그런 걱정을 전혀 할 필요가 없다.
품종의 개발과 농부들의 생산기술이 엄청나게 발전하여 꽃이 피고 난 후 45일 정도면 모든 수박이 익게 만들 수 있다.
초록색과 검은 줄, 들기가 어려울 정도로 큰 모양으로 수박을 떠올린다면 오산이다. 크기도 다양하게 있지만 껍질에 줄무늬가 있는 것도 있고 없는 것도 있으며 색 또한 녹색, 연녹색, 황색, 검은색이 있다.
과육도 적색, 분홍색, 황색, 오렌지색, 노란색과 같이 많이 있어 취향대로 골라 먹으면 된다.
크기가 부담된다면 베개수박이라고 불리는 장타원형 수박이나 애플수박이라고 하는 소형 수박을 선택하면 된다.
씨 없는 수박을 유전자조작 수박이라고 오해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사실이 아니고 육종기술로 만들어낸 수박이다.
수박은 수분함량이 90% 이상으로 숨이 차는 더위에 갈증해소와 수분보충에 좋고 미네랄, 비타민을 보충해 주는 천연음료라고 할 수 있다.
수박에 들어 있는 라이코펜은 항산화효과와 항암효과가 입증된 물질이다.
특히 열량이 100g당 21㎉로 흡수되는 열량보다 소비되는 열량이 훨씬 많은 네거티브 칼로리 음식이다. 비만 걱정하지 말고 실컷 먹어도 된다.
다만 배탈이 잦은 어린이나 위나 장이 약한 사람, 신장병이 있는 사람은 먹는 량을 조심하는 것이 좋다.
요즈음은 주로 시설재배를 통해서 수박이 생산되고 있다.
병해발생이 많고 자연재해로 인한 피해가 상대적으로 많은 노지재배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어린 시절 샘물에서 건져 올린 속살 빨간 수박을 마루에 둘러앉은 가족들과 함께 한 점 물면서 느끼던 몸과 마음의 상쾌함은 지금도 잊을 수 없다.
어릴 적 추억과 여름철 농촌풍경의 상징이었던 원두막이 그립다.
더위에 지친 내 몸을 위해 수박 한 덩이 하실래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