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산회 제194회 도봉산 산행기 < 전작 >
산행일/날씨 : 2012년 9월 16일(일) / 맑음
산행코스 : 도봉산역/도봉산 탐방지원센타/보문능선/우이암/우이능선/우이동 입구
참석자 : 8명(김용우,김정남,나양주,박형채,신원우,위윤환,이경식,전작)
동반시 : 아아, 삶이 / 이경림
뒤풀이 : 우이동 버스 종점 부근 ‘이모네’ 집에서 전어회, 전어무침, 한치회, 매생이 칼국수, 막걸리
어제 밤, 종화는 새벽예배 참석으로, 재웅이는 사무실에 일이 생겨 참석 못하겠다는 연락을 받고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오늘 산행은 지난번 청계산 산행 때 당초 셋째 토요일에 산행하기로 한 연초 산행계획을 그 날 참석한 13명의 산우들의 결혼식 참석 등 여러 일정을 고려하여 부득이 일요일로 변경하여 가게 되었다. 원칙적으로 연초에 정한 산행 날짜와 장소에 따라 산행을 하고 있으나 결혼식 등이 몰려있는 경우에는 약간의 융통성을 발휘하여 계획을 조정해 오고 있으니, 지난 번 산행에 참석 못한 산우들은 이해해 주기를 ……….
오늘은 모처럼 쾌청한 날씨에 시원함이 느껴지는 산행하기에 좋은 초가을 날, 나는 산우들에게 나누어 줄 동반시 복사본과 약간의 요깃거리를 챙겨 오늘 만나기로 한 도봉산역을 향하여 출발, 가는 도중 지하철에서 원우로부터 따르릉 - 집에 지갑을 놓고 온 바람에, 조금 늦을 것 같네 – 휴대폰 연락이 왔다. 언제 어디서나 서로 연락이 되니 참 좋은 세상이다. 늘 긍정적이고 밝은 얼굴의 용우도 만났다.
주말 도봉산행 7호선 지하철은 손님의 대부분이 중장년의 남녀 등산객이다. 이들 중 휴대폰을 보고 있는 사람이 대부분이어서 세어 보니 약 80%가 손에 휴대폰을 들고서 무엇인가를 하고 있었다. 몇 년 전 시산회 초기에는 그렇지 않았는데 참 세상이 많이 변했다.
10시 조금 넘어 7호선 도봉산 대합실에 원우를 마지막으로 오늘 산행할 8명의 산우가 다 모였다. 서로 반갑게 수인사를 하고 들머리인 도봉산 탐방지원센터를 향하여 힘차게 출발!
도봉산 탐방지원센터 앞에서 등산안내도를 보고 오늘 산행코스와 작가를 결정할 시간, 시산회의 나침반인 정남이가 산우들의 의견을 들어가며 도봉산 산행코스 중 쉬운 코스인 보문능선으로 올라가서 우이암과 우이능선을 지나 우이동 버스 종점으로 내려가기로 하였고, 산행기는 가나다순에 의거하여 내가 쓰기로 자진신고 했다.
탐방지원센터 앞 인산인해의 등산객을 뚫고 전진, 전진…… 도봉산 입구를 조금 지나 좌측의 도봉사 방향으로 완만한 등산로를 따라 올라 갔다. 올라가는 길에 어린애를 목마 태우고 올라가는 서양인 가족도 보인다. 이십 여 년 전 우리들 모습인 것 같다.
올라가는 길, 약수터에서 다들 약수 한 사발, 음! 이맛이야.
컨디션에 따라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우이능선과 도봉주능선의 갈림길에 도착, 이곳에서 잠깐 숨 고르기. 원우가 가져온 중국 태항산표 대추과자에 막걸리 한잔하면서 정남이로부터 이인 친구가 하는 불교 마음공부에 갔다 온 얘기와 대학 1년 후배인 문재인의 과거 시위와 야구 얘기를 듣고, 인구감소와 핵가족화로 인한 아파트의 선호 평형변화, 부동산 가격 문제 등등 한담을 하며 한참 휴식 후 좌측 우이암 쪽으로 출발!
능선을 따라가며 파란 가을 하늘 아래 도봉산 주봉인 자운봉과 신선대, 주봉, 병풍바위, 칼바위, 오봉 등 능선 주변의 기암괴석과 암봉들, 멀리 있는 북한 쪽 산들과 북한산, 수락산, 불암산이 한눈에 보이고 팔당댐, 예봉산과 검단산까지 360도 파노라마처럼 펼쳐진 아름다움에 심취해 시간가는 줄 모르고 산행은 계속되는데 누군가 전망 좋은 곳에서 쉬었다 가자 한다.
산을 좋아하는 정남이가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저 쪽이 우리 집이라 한다. 도봉산이 좋아 이곳에서 7년째 살고 있단다. 정남이는 명산 자락에서 살면서 시산회 같은 모임을 이끌고 가는 사주팔자를 타고 난 것 같다. 늘 솔선수범 시산회를 챙기는 자네는 복 받을 것이네.
이곳을 다시 출발! 우이암 쪽으로 가는데 원우가 우이암이 이쪽에서 보면 성모마리아 뒷모습처럼 보인다고 한다. 찬찬히 보니 영락없이 머리를 약간 숙인 성모마리아 모습이다. 천주교에 다니는 원우의 신심이 느껴진다. 같은 바위 하나를 두고도 보는 사람과 각도에 따라 소의 귀로, 남자의 거시기로, 손가락으로, 신성한 성모마리아로 다르게 보도록 한 창조주와 자연은 정말 오묘하다.
드디어 먹산회의 점심시간! 우이암 부근 작은 바위 밑 널찍한 곳에 깔판을 깔고 각자 가지고 온 송편, 떡, 김밥, 오리고기, 문어, 한과, 사과, 막걸리 등을 꺼내 놓는다. 시산회의 전통에 따라 오늘의 작가인 내가 음식을 먹기 전, 이경림 시인의 - 그 또한 시름 같은 것- 으로 끝나는 ‘아아, 삶이’ 라는 시를 읽었다.
다들 한 입 하려는데 어디서 냄새를 맡았는지 산고양이 어미 한 마리가 곁에 와있다. 고기를 한 점 주니 얼른 입에 물고 어디론가 사라진다. 누군가 아마 새끼가 부근에 있을 거라 한다. 아니나 다를까 조금 있으니 새끼를 데리고 와 떼 동냥을 한다. 떡과 과일을 던져 주니 냄새만 맡고 먹지 않는다. 아아, 고양이는 육식동물, 고기 몇 점을 더 주고 더 이상 주지 않으니 알아서 사라진다. 짐승도 자기 사는 지혜는 다 있는 법......
식사를 하면서 12월 대선 후보에 대한 촌평, 고등학교 시절 얘기, 건강 얘기, 연애담 등 종횡무진 엔도르핀이 나오는 화제를 안주 삼아 막걸리를 한 잔 하니, 한 시간 남짓 식사 시간이 쉽게 지나간다.
1시 반경, 우이암 계곡 숲길 쪽으로 하산하기로 하고 다시 출발!
멀리 북한산 백인만(재웅이 덕에 기억하고 있음) – 백운대, 인수봉, 만경대 –과 올망졸망한 기암괴석을 보면서 상쾌한 가을 공기를 마시며 숲길을 따라 계속 전진! 전진! 하면서 옆에 있는 양주한테 “시산회 회원들은 한 칠십 중반까지는 이렇게 산에 다닐 수 있을까?“ 라고 말을 걸어 본다.
양주 왈 “ 광고 산악회 가보니 1회 선배들도 산을 날라 다니는 분이 있데, 우리도 건강관리 잘하면 팔십 넘어서까지 다닐 수 안 있겠는가.” 한다. 나도 이 말에 완전동의한다. 아마 시산회 산우들은 그렇게 되리라 믿는다. 등산은 대표적인 유산소운동으로 근육의 퇴화를 늦춰주고, 스트레스를 해소시켜 주며, 심장을 튼튼하게 해준다지 않는가. 산우들!, 오랫동안 산에 함께 다녔으면 하네.
3시 경, 도봉산의 빼어난 경치에 심취해 쉬엄쉬엄 내려오다 보니 우이동 입구에 도착! 뒤풀이 할 시간. 다들 장소를 물색, 가을의 별미 전어가 있는 ‘이모네’ 집으로 만장일치 결정. 집 나간 며느리도 돌아온다는 고소한 전어회, 시원한 한치회와 막걸리를 시켜 놓고 먹어가며 마시며 다음과 같이 시산회 계획을 의논하였다.
- 다음 산행지는 설악산 단풍구경을 위해 십이선녀탕/장수대+기사문항 코스로 한다.
- 내년부터 장거리 산행은 월요일 출근을 감안하여 가능한 토요일에 가기로 한다.
- 시산회 200회 기념책자는 발간하기로 한다.
마지막으로 마나님들의 저녁식사 준비에 대한 수고를 덜어 주기 위해 건강식인 매생이 국수로 마무리하고 모두들 헤어짐…..
다음 산행은 설악산 단풍산행을 위해 예약해둔 25인승 버스에 시산회 산우들이 꽉 차기를 기대 하면서 설악산에서 보세! 올 해 못 본 친구들 모두………(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