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플레이 성찬얼 기자
2021년도 어느새 4월. 보통 겨울방학과 설 특수를 노린 영화가 1~2월을 요란하게 장식하고, 새학기 특수를 맞이한 3월이 지나가면 극장가가 다소 한적한 4월이 온다. 하지만 올해는 좋게 말하면 4월도 평소랑 다름없는, 나쁘게 말하면 1분기 전체가 4월과 똑같은 미적지근한 분위기로 이어졌다. 2021년 초 극장가는 어떤 모습이었을까. 1분기 박스오피스 순위와 개봉작들로 간략하게 훑어보자.
2021년 4월 7일 기준 2021년 박스오피스 순위
블록버스터 연기, 애니메이션에겐 이득?
나란히 1, 2위 차지한 <소울>
& <극장판 귀멸의 칼날>
출처<소울>
출처<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열차편>
2020년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뒤덮자, 국내외 영화들은 제각기 눈치를 살피며 개봉일을 연기했다. 몇몇 한국 영화는 개봉을 강행해 관객들을 만났지만, 세계 시장을 겨냥한 할리우드 영화는 짧게는 몇 개월, 길게는 1년 이상 개봉을 연기하는 결단을 내렸다. 그런 기류에서 2021년 1분기는 대형 영화들이 자리를 비웠고, 그동안 힘을 쓰지 못한 애니메이션들이 톱 자리를 차지했다. <소울>이야 픽사 애니메이션의 신작이니 이 정도 흥행은 예삿일이지만, 일본 애니메이션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열차편>의 흥행은 정말 누구도 예상 못 한 광풍이었다. <라야와 마지막 드래곤>은 6위에 오르며 선방한 듯하지만… 디즈니 애니메이션치고는 낮은 건지, 신규 IP치고 높은 건지 현시점에선 판단을 내리기가 어렵다.
한 달 동안 상위권 유지
뒷심 좋은 <미나리>
출처<미나리>
매주 신작 소식을 찾아보지 않는다면, 영화 개봉 소식은 보통 1~2주가 지나야 대중에게 닿곤 한다. 그런 점에서 첫 주 상영 후 상영관이 확 주는 예술 영화나 소자본 영화는 좀처럼 흥행하기가 어려운 편. 그러나 <미나리>는 달랐다. 첫째, 해외 영화지만 한국 이주민이 주인공이란 점. 둘째, 한국인 배우들이 출연한단 점. 셋째, 윤여정과 한예리가 각종 영화제 후보 및 수상으로 희소식을 전했단 점. <미나리>의 세 가지 이점은 대형 영화가 부재한 극장가의 기대주로 주목받기 충분했다. 3월 3일 개봉한 <미나리>는 개봉 11일 만에 40만 관객을 돌파하고 지금까지도 상영을 이어가고 있다. 4주 차 상영인 지난 주말에도 일일 2만 관객을 동원했다.
관객들은 이런 속 시원한 영화 기다렸다?
일주일 만에 전작 기록 깬 <고질라 VS. 콩>
출처<고질라 VS. 콩>
영화 <고질라>가 수많은 패러디를 양산했던 2000년대 초. 그때와 비교하면 2014년부터 시작한 '몬스터버스'의 <고질라>는 성적이 처참하다. 2014년 영화는 물론이고, 2019년 <고질라: 킹 오브 몬스터>도 100만 관객도 채 넘지 못했으니까. 시리즈 유일 100만 돌파 영화는 2017년 <콩: 스컬 아일랜드>(160만 관객). <고질라 VS. 콩>은 그래서 팬들조차도 (영화 완성도는 둘째치고) '흥행은 할까' 하는 분위기였다. 기우와는 달리, <고질라 VS. 콩>은 3월 25일 개봉 이후 단 일주일 만에 40만 관객을 돌파하며 쾌속 질주했고, 현재 2021년 최고 흥행작 4위에 올랐다. 절대적인 수치는 57만 명에 불과하나 코로나19라는 장벽에도 <고질라: 킹 오브 몬스터>의 기록을 깼으니 유종의 미는 이미 거둔 셈. 4월에도 승승장구하며 <고질라>의 70만 명 기록을 깰지 지켜보게 된다.
진짜 의외의 순위
5위 안착 <미션 파서블>
출처<미션 파서블>
할리우드뿐만 아니라 2021년 개봉을 앞둔 한국 영화도 OTT로 발걸음을 돌렸다. SF 활극을 표방한 <승리호>를 비롯해 <서복>과 <낙원의 밤> 등 기대작이 OTT를 선택한 가운데, 극장가에서 최고 성적을 거둔 한국 영화는 김영광, 이선빈의 <미션 파서블>이다. 제목이 패러디 영화 같다, 포스터 카피가 너무 싸구려다 등 개봉 전 걱정과는 달리 영화는 생각보다 괜찮다는 평가를 받으며 적잖게 관객을 모았다. 그렇게 현재 44만 명을 돌파하며 2021년 1분기 한국 영화 최고 흥행작이란 기쁘고도 씁쓸한 타이틀을 얻는 데 성공했다. 물론 손익분기점(150만 명)에 비하면 한참 부족한 숫자지만.
10만 턱걸이상
<몬스터 헌터>
출처<몬스터 헌터>
2021년 1월부터 3월까지 개봉작 중 10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는 딱 12편(2020년 개봉작인 <원더 우먼 1984> 제외). 그중 간신히 10만 관객을 넘어 체면치레한 영화는 <몬스터 헌터>다. 유명 게임 프랜차이즈의 영화화, <레지던트 이블> 폴 앤더슨 감독과 밀라 요보비치의 새로운 프로젝트, 개봉 전까진 '그래도 기본은 하지 않을까?' 하는 분위기가 없지 않았다. 하지만 북미 개봉 이후 인종차별적 유머를 넣었다는 사실이 퍼지면서 이미지가 급락, 영화 완성도도 혹평을 받으며 기대감도 떡락. 국내 개봉 때도 이런 논란을 의식해서인지 생각보다 조용하게 개봉했고, 관객 10만 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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