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1년 1월 1일, 진해 해군기지에서는 최초의 국산 호위함 울산함의 취역식이 거행된다. 당시 해군은 미국에서 공여된 구축함을 들여와 주력 전투함으로 사용하였다. 그러나 이 날 선보인 울산함은 우리 손으로 만든 최초의 호위함(Frigate)이었다. 호위함이란 주로 선박이나 선단과 행동을 같이하면서, 호위 임무를 수행하는 군함을 말한다.
- ▲ 최초의 국산 호위함인 울산함. <출처: 해군>
울산함은 공여 받은 구형의 미제 구축함과 달리, 최신의 사격통제장치와 자동화 된 함포 그리고 먼 거리의 적 함정을 공격할 수 있는 대함미사일을 장착하고 있었다. 울산급 호위함은 1993년 까지 초도함인 울산함을 포함하여 총 9척이 건조되었으며, 해군의 주요전력으로 운용되고 있다.
- ▲ 울산급 호위함은 공여 받은 구형 미제 구축함과 달리 최신의 사격통제장치와 자동화 된 함포를 있다. <출처: 해군>
한국형 호위함의 개발
남북간의 대립이 극에 달하던 1960년대 후반, 해군은 1963년 5월 16일 미국의 플레처급 구축함을 도입하여 충무함이라 명명하고 구축함 시대를 열었다. 이후 기어링급 구축함을 추가적으로 들여와 주력 전투함으로 사용했다. 우리 해군에 비해 함정의 톤 수면에서 열세였던 북한해군은 1967년 부 터 구 소련을 통해 스틱스 대함 미사일을 장착한 코마/오사급 미사일 고속정을 도입했다. 북한해군의 미사일 고속정이 새로운 위협으로 부상하자, 1975년 7월 한국형 호위함의 국내 건조가 추진되었다. 그러나 당시 국내에는 호위함과 같은 대형함의 경우 건조 경험이 전혀 없었다. 결국 외국 회사의 도움을 받아 함정 설계에 들어간다.
- ▲ 울산급 호위함은 1993년 까지 초도함인 울산함을 포함하여 총 9척이 건조되었으며, 해군의 주요전력으로 운용되고 있다. <출처: 해군>
시멘트를 부어 함정의 균형을 맞추다
1977년 설계팀이 구성되어 설계작업이 시작되었고, 1978년 4월 말에 기본 설계가 완료되었다. 1980년 4월 8일 한국형 호위함 1번 함인 울산함이 진수된다. 그러나 건조된 울산함은 시험 평가 과정에서 중량 밸런스가 맞지 않아, 함정이 뒤로 기울어 지는 현상이 발생한다. 결국 함수 부분에 시멘트를 부어 함정의 밸런스를 조정하였으며, 이후 건조된 함정들은 엔진실의 위치를 변경해 문제를 해결했다. 울산함은 취역 후에도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어야 했고, 2번 함인 서울함은 4년 뒤인 1985년 6월이 되어서야 취역할 수 있었다.
- ▲ (좌) 울산급 호위함은 북한 해군의 고속정을 상대하기 위해, 특히 속도 부분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우)울산급 호위함에 장착된 LM2500 가스터빈 엔진. 울산급 호위함에는 2기의 가스터빈 엔진과 2기의 디젤 엔진이 장착된다. <출처: 해군>
속도가 우선시 된 군함
울산급 호위함은 북한 해군의 고속정을 상대하기 위해, 특히 속도 부분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높은 속력을 얻기 위해 상부 선체는 가벼운 알루미늄으로 제작되었고, 하부 선체는 철제 함체로 되어 있다. 또한 작은 크기에도 불구하고 2기의 가스터빈 엔진과 2기의 디젤 엔진을 장착해 최고 34노트(최대 시속 약 63Km)의 속도를 낼 수 있다. 또한 1980년대 외국의 신형 호위함에 비해 많은 함포를 장착했다. 최대 분당 80여 발의 발사속도를 자랑하는 2문의 76mm 함포와 3~4문의 30mm 및 40mm 기관포 등을 장착했다. 당시 외국의 신형 호위함들은 미사일을 주요 무장으로 사용하고, 함포는 보조 무기로 사용했다. 반면 울산급 호위함은 함포가 주요 무장이었고, 특이하게도 상부 선체에까지 함포를 장착했다. 우리 해군의 여건상 고가의 미사일을 주요 무장으로 하기에는 예산상 제약이 따랐고, 결국 미사일 보다 비교적 저렴한 포탄을 사용하는 함포가 선택될 수 밖에 없었다.
- ▲ (좌) 울산급 호위함의 주포인 76mm 함포, 총 2문이 장착되었다. <출처: 김대영> (우) 울산급 호위함 후기형에는 상부선체에 40mm 기관포를 장착했다. <출처: 해군>
연안 작전의 핵심 함정
자동화 된 함포와 함께 현대화된 전투 통제 체계도 도입되었다. 울산급 전기형은 시그널사(현 탈레스 네덜란드)의 WM-28이 장착되었고, 후기형의 경우 국산화 계획에 따라 국내에서 면허 생산된 페란티사(현 BAE SYSTEM)의 WSA-423이 장착되었다. 이들 체계를 통해 함포들은 높은 명중률을 자랑한다. 1990년 3월 림팩(RIMPAC: Rim of the Pacific Exercise, 환태평양 합동군사훈련)에 참가한 울산급 호위함 2번 함 서울함은 그 해 참가한 전투함 중, 가장 뛰어난 포술 능력을 가진 함정에게 주는 탑-건(TOP-GUN)상을 받았다. 한편 울산급 호위함에는 해군전술지휘통제시스템 즉 KNTDS가 장착된다. KNTDS는 함정과 육상 레이더 기지간에 실시간으로 정보를 교환하여, 해상전투능력을 향상시킨다. 주요 함정과 기지에 설치 운용된다. KNTDS가 장착된 울산함은 초계함과 고속정들의 지휘 통제하는 기함 역할을 맡고 있다. 일부에서는 연안 작전의 기함으로 사용되는 울산급 호위함을 연안제해함(沿岸制海艦)으로 부르기도 한다.
- ▲ (좌) 울산급 호위함은 개량을 통해 국방과학연구소가 개발한 국산 대어뢰대항체계 TACM을 장착했다. <출처: 김대영> (우) 울산급 호위함에는 적 함정을 원거리에서 공격할 수 있는 하푼 대함미사일을 장착했다. <출처: 해군>
퇴역을 앞둔 울산급 호위함
울산급 호위함은 1998년 한국형 구축함인 광개토대왕급 구축함이 취역하기 전 까지, 각 함대의 기함으로 운용되었다. 또한 매년 실시 되는 사관생도들의 순항훈련에도 동원되었으며, 1990년부터는 격년으로 미국 하와이 인근해상에서 펼쳐지는 림팩에 참가하기도 했다. 그러나 울산급 호위함은 과도한 운용으로 강도가 약한 알루미늄을 사용한 상부 선체에 균열이 발생했다. 결국 지난 2002년부터 교대로 함정 상부 구조물에 신축성 연결부를 설치하고, 주 갑판과 선체 옆에 두께 12~24mm의 보강판을 붙이는 형태로 선체보강작업을 벌였다. 또한 적 어뢰에 대한 생존성 향상을 위해, 국방과학연구소가 개발한 국산 대어뢰대항체계 TACM을 울산급 호위함에 장착했다. 해군은 노후화 된 울산급 호위함을 대체하기 위해 차기 호위함 인천급을 건조 중에 있다. 인천급 호위함의 1번 함인 인천함은 지난 4월 29일 진수식을 가졌다.
- ▲ 울산급을 대체할 차기 호위함인 인천급 1번 함, 인천함.
※ 호위함
호위함이란 주로 선박이나 선단과 행동을 같이하면서, 호위 임무를 수행하는 군함을 말한다. 군함의 구분은 나라별 시대별로 다르다. 현재 우리나라 해군은 1500톤 급 이상의 대양작전 능력을 갖춘 군함을 호위함이라 하여, 광개토대왕급 구축함보다 작고 포항급 초계함보다 큰 군함이 이에 해당한다.
※ 울산급 호위함 제원
배수량 - 2000톤
길이 - 102m 폭 11.5m 흘수 3m
최대속력 - 34노트
승조원 - 150명
무장 - 76mm, 40mm 함포, 하푼 함대함 유도탄, 어뢰 등
능력 - 대함전, 대공전, 대잠전.
글 김대영 / 사단법인 한국국방안보포럼(KODEF) 연구위원, 인텔엣지(주) 국방조사팀 팀장, 디펜스 타임즈 코리아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