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의 세례 (1733)
조반니 바티스타 티에폴로
베르가모의 중심인 두오모 광장에 베르가모 주교좌 성당이 있고,
그 곁에 12세기에 로마네스크 양식으로 지은 산타 마리아 마조레 대성당이 있다.
그런데 이 교회는 정문인 서쪽 파사드가 없는 것이 특징이다.
서쪽 파사드는 주교 궁과 연결된 구조이기 때문이다.
대신 붉은 사자의 문으로 알려진 북문과 하얀 사자의 문으로 알려진 남문이 있는데,
특히 콜레오니 경당에 붙어 있는 북문은 1476년에 바르톨로메오 콜레오니가 봉헌한
콜레오니 경당으로 인해 화려한 외관을 자랑한다.
원래 성당 북쪽 입구에는 작은 세례 경당과 제구실이 있었는데,
베네치아와 밀라노에서 총독을 지낸 용병 사령관 출신 바르톨로메오 콜레오니가
자신의 영묘를 이 경당에 봉헌하기 위해 군인 정신으로 작은 경당을 허물고,
르네상스 양식의 화려하고 기형적인 세례 경당을 입구에 만들었다.
조반니 바티스타 티에폴로(Giovanni Battista Tiepolo, 1696-1770)는
1732-33년에 클레오니 세례 경당 돔 천장화로
<정의>, <자선>, <믿음>, <지혜>의 알레고리를 프레스코로 그렸고,
<성 바르톨로메오의 순교>와 <성 마르코 복음사가>와 함께
세례자 성 요한과 관련된 작품 세 점을 그렸는데,
<그리스도의 세례>, <세례자 요한의 설교>, <세례자 요한의 죽음>이 그것이다.
그중 <그리스도의 세례>는 세례 경당을 꾸미는 가장 핵심적인 주제로,
마태오복음 3장 13-17절; 마르코복음 1장 9-11절; 루카복음 3장 21-22절이
그 배경인데, 예수님께서 요르단강에서 세례자 요한에게 세례를 받는 장면이다.
그 때에 예수님께서는 요한에게 세례를 받으시려고
갈릴래아에서 요르단으로 그를 찾아가셨다.
그러나 요한은 “제가 선생님께 세례를 받아야 할 터인데
선생님께서 저에게 오시다니요?” 하면서 그분을 말렸다.
예수님께서는 “지금은 이대로 하십시오.
우리는 이렇게 해서 마땅히 모든 의로움을 이루어야 합니다.” 하고 대답하셨다.
그제야 요한이 예수님의 뜻을 받아들였다.
예수님께서는 세례를 받으시고 곧 물에서 올라오셨다.
그때 그분께 하늘이 열렸다.
그분께서는 하느님의 영이 비둘기처럼 당신 위로 내려오시는 것을 보셨다.
그리고 하늘에서 이렇게 말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는 내가 사랑하는 아들, 내 마음에 드는 아들이다.”(마태 3,13-17)
예수님께서 세례를 받으시는 곳은 요르단강이다.
세례자 요한은 짐승 털옷을 입고 순교를 상징하는 붉은 색 망토를 걸치고
갈대 십자가를 들고 요르단강에서 예수님께 세례를 베풀고 있다.
예수님의 머리에 세례 수가 떨어지고 있고,
예수님은 양손을 가슴에 모으고 겸손하게 세례를 받으신다.
그분의 몸을 감싸고 있는 흰 수건과 흰 천은
이 세상 어떤 마전장이도 그토록 하얗게 할 수 없을 만큼 새하얗게 빛났고,
신비한 빛을 뿜어내고 있다.
예수님은 오른발을 요르단강에 담갔고, 왼발을 바위에 올려놓았다.
성과 속의 경계에 있는 것이다.
예수님의 겉옷을 들고 있는 천사들은
겸손하신 예수님을 보고 깜짝 놀라며 무릎을 꿇고 경배하고 있다.
노란색 옷을 입은 천사는 얼굴은 보이지 않지만
화려한 목걸이가 관람자의 시선을 압도한다.
푸른색 옷을 입은 천사의 옷도 에폿처럼 고급스럽다.
바로 그때, 배경의 푸른 하늘과는 달리 천상의 황금빛 하늘이 열리면서
성령이 비둘기 모양으로 내려오고 있고,
성령 비둘기는 빛을 세례받는 예수님에게로 내리는데,
“이는 내가 사랑하는 아들, 내 마음에 드는 아들이다.”(마태 3,17) 하는
하늘에서 말하는 소리를 연상시킨다.
예수님 뒤에는 회개하고 세례를 받으려고 옷을 반쯤 벗은 사람과,
요르단강에서 물을 긷는 여인과,
요르단강물을 마시는 저먼 숏헤어드 포인터가 있는데,
이 개는 온순하고 충성심이 강하고 경계심이 많은 품종으로
예수님의 옷과 비둘기와 똑같은 색을 지니고 있으며,
예수님처럼 한 발은 강물에 담갔고, 다른 발은 땅에 올려놓았다.
이 개는 예수님께서 세례받으신 물을 마시고 있다.
그러나 세례를 받으려는 사람 뒤로 귀를 기울이는 귀족 옷을 입은 사람이 있는데,
그는 세례자 요한과 예수님의 소문을 듣고 있는 헤로데 임금으로 보이고,
그 곁에 터번을 쓰고 무언가 얘기하는 사람은 헤로데 당원으로 보인다.
또 요르단강 건너편에는 예수님의 세례를 지켜보는 사람이 있는데,
합장하고 화려한 의복을 입은 사람은 바리사이처럼 보이고,
황금색과 붉은색 겉옷을 걸치고 있는 사람들은
예수님처럼 세례를 받으려고 대기하고 있는 사람처럼 보인다.
요르단강 강가에는 키 큰 나무들이 풍성하게 자라나 있다.
주님을 신뢰하고 그의 신뢰를 주님께 두는 이는
물가에 심긴 나무와 같아 제 뿌리를 시냇가에 뻗어
무더위가 닥쳐와도 두려움 없이 그 잎이 푸르고
가문 해에도 걱정 없이 줄곧 열매를 맺기 때문이다.(예레 17,7-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