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몸은 어째 조금 마른 거 같이 보이기도 하고.”
“무슨! 너무 바쁘게 일하다 와서 그렇지,
집수리를 겨울철에 하기가 얼마나 힘든데,
이사하고, 친구들 만나고 ,귀신 쫓아냈어,
그래도 식구들에게 우리 은숙이 자랑하는게 아마 시간이 제일 많이 걸렸을 거야,
그 집 산 얘기?
이따가 말해줄게 손이나 줘 봐 아냐, 만지려고 그러는 게,
이거 밖에서는 잊어버릴 것 같고,
집에서는 혹시 쓰리 꾼 같은 훼방꾼이 있을까 봐 지금 주는 거야,
손가락 내 놔봐. 음! 어울리네,
어머니가 제일 아끼는 반지야,
생활이 말도 못 하게 어려워도 절대 안 파시고 갖고 계시던 거야,
앞으로 장손 며느리 감 주신다고,
나중에 더 좋은 것 사 주시겠지만,
그 반지는 우리 어머니의 보지도 않은 며느리에 대한
각별하고 깊은 애정이 깃들어 있어,
뭐 전화로 알 것은 이미 다 알고 계시겠지만.”
“어머니가 젊었을 적에 구하신 건가? 지금의 이 모양이 내 맘에 쏙 들어요,
어머니 고맙습니다.”
“그 봉투는 정옥이 선물, 자기 받은 월급으로 언니 것부터 사드라고,
지 오빠는 몰라라 하며, 하나도 안 사주고.”
“어머! 이 목도리 너무 예쁘다. 아까 진즉 주지, 그럼 덜 추웠잖아,
이 바보 오빠야.”
“어어! 이 아줌마야 어디 시간이나 있었어?,
만나자 마자, 여기 목도리 정옥이가줬어, 해?
하하하하 정옥이가 언니 맘에 드는지,
어머니하고 전화 할 때, 그 말을 꼭 전해 달라던데 꼭 말 해줘,
자기도 생전 처음으로 남에게 선물하는 것이라서
새 언니에게 되게 생색내고 싶은 가봐.”
“아가씨가 내 속에 들어와서 물어보고 사셨는데 뭘 확인해요,
고마워요 아가씨.”
기사가 후사경으로 바라보니,
틈새 없이 붙어 앉아 작은 목소리로 말하는 것을 보면,
신혼부부 같기도 하고,
애인사이 같기도 한데 무엇인가 손가락에 끼어 주는 것을 보니
어떤 사이인지 분간이 안 간다.
작은 소리라 듣지 못해 영 판단이 서지 앉자 기사가 참견을 한다.
“궁금해 그러는데요.
결혼하신 부부 같기도 하고, 애인사이 같기도 하고,
어느 쪽인가요?”
“기사 아저씨 보시기에는 저희가 어떻게 보여요?
우리들 사이가 애인 같아요?
부부 같아요?”
“아니! 모르니까 물어 보는데, 다시 물으신다면?
음! 반지를 주신 어머니라, 애인 인가요?”
“하하하하 예 맞습니다.
부부나 다름없는 애인 사이입니다,
오래 떨어져 있다 만나서 기사아저씨가 보시는데,
너무 볼 상스럽지 못한 태를 많이 낸 것 같아 미안 합니다.”
“아닙니다, 아니 예요,
부러워서 샘이 납니다, 나도 그런 때가 있기는 했나 하고,
거짓말이 아니고, 이런 미남, 미녀 손님을 태운 것은 오늘 밤이 처음입니다,
항시 어느 쪽이 치우치거든요, 아니! 정말이 예요,
그동안 탄 손님들 사진을 찍었으면 보여 드릴 수 있는데 참.”
“아아! 여기서 내려 주세요, 감사합니다.
차비 여기요, 잔돈은 그냥 두세요.”
택시를 탄지 불과 이십 여분이라 몸이 다 녹지 않아,
은숙이 정길에게 눈을 가만히 흘긴다.
은숙도 내려서 걷기를 심중에 바랐기에, 좀 전에 도중에 내린다 했을 때,
가만히 있었으나 내리고 보니, 몸속으로 파고드는 싸늘한 냉기에 몸이 다시 떨린다,
버스 정류장에서 삼십분이 넘게 추위에 떨었던 생각이 난다.
“왜 그런 눈으로 봐? 한 삼십분 거리도 안 되잖아,
집에 가면 동생 하고 동료들있어서 좀 거북해서 그러는데,
뭐 동생 없다고,? 그럼 빨리 말하지,
아휴, 저 택시를 어떻게 쫓아가.”
“그래도, 친구들은 두 사람이 있어요,
나도 그래서 가만있었지. 오빠는 키스하고 싶어 그러는 거 알아,
하지만 다른 것은 안 돼,
너무 추워서 절대 안 돼, 천천히 해요,
넘어지면 다쳐, 아이! 또 그렇게 급해?
아야, 아유 그냥 물어 버린다?
아주 그 동안 못 한 거 한꺼번에 다 하려고 하네,
자 자! 마음대로 해 보셔요.”
정길이 한껏 숨을 들이킨다,
은숙의 향긋한 내 음이,
고향에 돌아온 아들이 어머니를 안은 것 같은 평안과, 행복감으로 변해,
가슴속으로 가득히 들어온다,
온갖 상념이 싹없어지고 말았다.
“아! 아 이제야 갈증이 가셨네,
동안에 은숙이를 마시고 싶은 것을 못해서 내가 이렇게 말랐어,
진짜야.”
“이제는 내가 제대로 보이는 거야?
밥으로 안 보이고?
또 내 혀를 아예 먹어 버릴 줄 알고 혀 간수하느라 혼났네,
너무 무섭게 덤벼들어서 살이 다 떨렸어요,
이거 봐요, 옷 위까지 만져지잖아,
소름 끼친 거.”
시간이 늦어 이미 밤 10시가 가까웠는데도,
두 사람이 자지 않고 기다리고 있었다.
정길은 속으로 혀를 찼다.
무슨 애들이 자지도 않고 참, 하는 생각이 든다.
은숙의 방으로 들어가기 계면쩍게 되어 구실을 만들어 보려고 우선 인상을 폈다,
점수를 따려면 별 수 없지 하면서.
“네 안녕하세요? 설 잘 보내셨어요?
예, 제가 은숙이 신랑 될 사람 이 정길입니다, 잘 봐 주십시오,
아니 저 말고 은숙이요, 바람피우는지, 안 피우는지요,
수상하면 즉시 전화주세요,
늦기 전에 뛰어 올게요, 제가 영 불안해서요.”
“호호호 너무 재미있으시네요,
그럼 우리 은행에 한 번 오실래요?
정길씨 얼굴을 보고나면 누구도 은숙이에게 손 못 내밀겠어요,
미남이고 재미있으셔서 우리 은행에서는
정길씨를 상대할 남자가 없겠네요.”
“그 거짓말이 사실같이 들리니, 제 귀가 이상한 거 아닌가 모르겠네요,
은숙씨 이 집에 맛있는 거 없어?
꺼내와 봐, 나도 배고프고, 처음 보는 사이는 마시고 먹으면서,
대화를 해야지 아첨이 잘 먹히는데,
시간? 어! 내일 토요일이라 오전에만 근무하는 거 아니야?”
방에 앉아 대화를 시작하다 보니, 어느덧 밤 1시가 넘었다.
두 사람이 마지못해 일어나면서 정길과 은숙을 부러운 듯 쳐다보며,
서로 눈짓을 주고받는 것이 무언가 모르게 수상스럽다.
두 사람이 밖으로 나가자마자, 은숙이 눈을 흘기며 앙탈을 부린다,
같이 있을 시간도 부족한데 하며, 야속한 눈길이다.
“같이 있고 싶다면서 걔들 붙잡으면 어떡해요?
우리 오늘 밤만 지나면 또 한참 떨어져 있어야 하잖아?
화났느냐고? 그럼, 그걸 말이라고 해요,
나는 오빠 하고만 있고 싶어,
소문?
소문 낼 애들도 아니고 나면 어때? 사실인 걸, 호호호 호
그냥 오늘 오빠하고 한 방에서 확 자버릴까?”
“어유! 그래만 주신다면,
그 은혜는 죽기까지 잊지 않고, 기념일로 삼아 꼭 지킬 것이고,
자손에게도 명절로 삼아 지키라하겠나이다,
아니 후손 100 대까지라도, 기념하도록 하겠나이다, 마마.”
“아유! 이 능글,
오빠는 내가 아무래도 먹는 것으로만 보이는 모양이야, 호호호
자! 이리 와서 좀 안아줘,
이 손은 요기, 이 손은 내손하고 여기 있고,....
이제 말해줘,
어머니하고 전화하면서도 몰랐던 이야기, 귀신 이야기부터 해 봐,
안 무서우니까 염려말고 말하다가 졸리면 자,
오빠 잠드는 것 보고 나도 갈 테니까,
엉덩이가 따듯해서 졸음이 와서 그러는 거야?
가슴만지고 싶어 그러는구나?
좋아! 한참 만지지 못 했으니 내가 선심 쓰지 뭐,
자! 아주 브라를 풀어 줄게요, 실 컷 만져,
대신 입으로는 얘기를 해 줘야지,
정말 그렇게 싸게 산거야? 우리 수지맞았네,
그럼, 이제 어머니는 생활비 걱정 하실 것 없는 거지?
으응? 나도 어머니 무척 보고 싶다,
여름에 휴가 얻으면 꼭 찾아가서 엄마라고 해 봐야지,
난 어머니 보다 엄마라고 부르는 게 더 정이 가, 오빠는?”
‘에이! 이것들은 왜 같은 직장에 다녀서, 아니면 은숙이 가슴 만지면서 자면,
음!구름 탄 것같이 좋을 것을, 그냥 여기서 같이 자자고 사정해?
진짜 그건 안 해도 되는데, 얘가 그럴 리가 없지?
아! 좋은 냄새, 나는 은숙이 향기 때문에 더 은숙이를 사랑하는 건가 봐,
응 내가 뭐라 생각했지?’
정길이 잠이 들자,
은숙이 아쉬운 마음으로 정길의 자는 모습을 바라보다,
잠자리를 여며주고, 살며시 일어나 밖으로 나간다,
얼핏 두 친구가 자는 방문에 그림자가 보여 요것들이 하며 다시 살펴본다,
다음날 아침 네 사람이 한 상에서 아침을 먹고,
세 사람이 직장에 출근을 하자마자, 정길이 진혁에게 전화를 한다,
정길에게 알아 볼게 있어 기다리고 있던 진혁이 얼른 받는다.
“네, 지금 강릉에 있어요, 여기 있으라고요?
강릉 현장사무실에서 11시에요?
내가 확인해봐야 한다고요?
알았습니다, 공군기지 공사 현장의 창고에서 말이지요?
그럴 게요. 네네.”
정길의 마음에 뭔가 좋은 일이 생길 것 같은 예감과,
은숙과 더 있어도 된다는 생각에 기분이 좋아진다,
시계를 보고 은숙에게 전화를 한다,
그 녀가 근무하는 직장이라 서인지 전화하기가 뭔가 떨떠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