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떠오른 해는 저녁이 되면 저물고 밤중에 빛나는 별은 새벽이 되면 스러진다. 겨울이 아무리 길어도 봄날은 오고 봄날이 아무리 짧아도 꽃들은 핀다. 천하만물이 순리를 거역하지 못하는법....날씨가 제법 스산한게 가을이 가고 겨울이 오긴 오려나보다...
가을이 가고 세월이 가고 내가 알던 풍경도 변해가기전에 서둘러 짐을 챙긴다. 어디로 갈까 출발직전까지 고민하다가 1박2일의 여정을 고려해서 가까운 가평으로 목적지를 정한다..
<가평군 북면의 계곡수가 모이는 보) 가평군 북면은 명지산과 칼봉산의 계곡수가 흐르는 청정마을이다... 아직도 시골버스 정류장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으며 일주일에 두번 복지회관의 목욕탕에서 동네주민들이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정감어린 면이다. 수도권과 지근거리에 있어 여름 한철에는 피서객들로 산과 강, 사람의 인심까지 수마가 할퀴듯이 지나가지만 여름이 가면 산은 붉게 물들고 계곡수는 본래대로 맑고 투명해지고 인적까지 드물어진 잣을 주수입원으로 하는 고즈넉한 농촌마을에는 곳곳에 잣냄새가 가을 정취를 만끽하게 해주는곳이다. 텐트와 오토스크린을 도킹하고 그위로 후라이를 덮었다. 둑방길로 산책나온 주민들이 밤에 얼어죽지 않을까 수군대는 소리도 들린다. 새로 장만한 스페이스 에어베드를 깔고 그위에 온수보일러까지 매서운 가을 밤을 따뜻하게 보내려고 만반의 준비를 하기는 했다.
가평의 화악천 또는 명지천쭉에서 대낚시를 할수 있는 흔하지 않는 장소이다. 아니 여기 말고는 대낚시를 할만한 곳을 찾지 못했다. 모래와 바위, 자갈의 적당한 조화와 수심 또한 2미터 내외를 유지한다. 고기는 마자, 빠가사리, 피라미, 강미꾸라지등 피라미가 우점종이지만 마자의 씨알이 좋았다.
속초에서 공수한 새조개도 먹고
가리비도 데쳐 먹었다.
장에서 사온 배추로 배추된장국도 끓이고
반합에 밥을 해서 남은 배추로 오삼볶음에 싸먹기까지.....
1박2일을 꽉차게 가을을 느끼고 돌아왔다. 밤늦게 철수하다보니 이슬이 내리면서 그라운드 시트는 모래로 김밥을 싸 둘둘 말아갖고 왔다. 아무리 늦어도 점심을 먹고는 철수준비를 해야하는걸 새삼 깨달았다. 밤늦게 철수하다 보니 마음은 급하고 바닥은 모래라 여간 고생스럽지 않았다..
가평의 화악천은 가뭄이 져도 보에 물이 고이듯이 어느정도 일정 수심을 유지한다. 그리고 강원도에서나 볼수 있는 맑은 물을 수도권에서 볼수 있다는것이 좋다.
그러나 구씨는 꼭 가평읍내에서 사던가 대성리쯤에서 준비하는게 좋겠다. 부근에 낚시미끼를 파는곳이 무지 많기는 한데 찾는 사람이 없다고 내놓는 구씨마다 번데기가 태반이다. 살아있는것도 영 션치가 않다. 구씨 낚시를 즐기는 나로서는 말이다. 그래서 늦가을에 다시 찾아가려고 준비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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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동터라! 내 삶이여 원문보기 글쓴이: 동트는 새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