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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스물한 살 김태희입니다. 저는 강원도 태백 철암에서 나고 자란 청년입니다. 철암도서관에서 놀고 먹고 자고 배우고 커왔습니다.
현재는 세계를 누비는 원양 상선(화물선) 선박 기관사입니다. 휴가를 보내고, 곧 다시 바다로 나가기 전, 전국을 돌아다니며 제가 좋아하는 사람들을 만나 인사드리고, 밥 먹고, 놀고, 함께 시간 보냅니다.
배 나가기 직전 시점이라 아쉽기도 하고, 설레기도 하는데 무엇보다 보고 싶은 사람들을 만나 시간 보내니 이만큼 좋은 일이 없습니다. 한번 바다에 나가면, 6~7개월은 한국으로 안 들어오니, 현재 한 사람 한 사람 만나는 시간이 참 귀합니다.
나가기 직전에 만나는 사람들은 여느 때보다 사랑하는 가족처럼 대합니다. 바다 나가면 "아 그때 조금 더 잘할 걸, 조금 더 대화할 걸, 조금만 더 잘해 줄걸.." 하며 후회하는 모습이 보기 싫어 현 인간관계에 최선을 다하며 살아갑니다.
그중 한 곳이 추동이었습니다. 추동 식구들과는 오래되어도 끊어지지 않는 산 중턱 밧줄과 같은 인연이 있습니다.
18년 여름, 철암팀이 대전에 야구 보러 갔을 때.
19년 겨울, 추동팀이 철암에 가족 여행 왔을 때.
동명초등학교에서 추동 철암 친구들이 모여 야구한 날.
철암도서관 1층 열람실에 철암 추동 식구들이 둘러앉아 놀았던 날.
두 동네가 왕래 교류할 때면, 저도 잠시 멤버 끝자락에 함께 했습니다.
지난날들이 저에게는 행복하고 따뜻한 추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어디 가서든 자랑스럽게 이야기합니다.
시간과 여건이 된다면 야구, 여행 말고 모임 하나 만들고 싶습니다. <철암 추동 청년 모임>
어릴 때 함께 놀았던 사람들, 또 만나지 못했지만 지금이라도 만나고 싶은 사람들. 모여서 야구도 보고 여행도 가고 책도 읽는 그런 재밌는 모임 추진하고 싶습니다. 원하는 바가 있고 함께할 이들이 있다면 이루어지리라 믿습니다.
5월 3일
태백에서 10시 기차로 출발했습니다. 제천에서 갈아타 오후 15시 대전역 내렸습니다. 대전에서의 첫날은 5남매 집에서 보냈습니다. 석훈이와 최정주 선생님께서 저를 맞이해 주셨습니다.
보문산 아래 있는 식당에서 보리밥과 전, 두부 두루치기를 점심으로 먹었습니다. 식사하며 근황 이야기하고 그간 못 봐서 못했던 이야기들 나눴습니다.
5남매 집으로 가 짐을 풀고 잠시 쉬었습니다. 승현이와 인사하고 선우와 인사했습니다.
저녁에는 석훈이와 둔산동에 가서 저녁 한 끼 먹었습니다.
들어갈 때 치킨 사들고 가서 동생들과 먹었습니다.
석훈이 승현이 채경이와 둘러앉아 추억 이야기, 근황 나눴습니다.
채린이는 할 일이 있는지 만나지 못했습니다.
대전에서 꿈같고도 배부른 하루가 마무리됩니다.
5월 4일
최정주 선생님께서 든든한 아침밥 준비해 주셨습니다. 돈까스 맛있게 먹고 동생들과 인사 후 집을 나섭니다.
이정진 선생님께서 차 태워주셔서 기차역까지 배웅해 주셨습니다.
점심에는 외삼촌, 외숙모, 사촌 누나와 시간 보냈습니다.
신탄진에서 식사하고 오후에는 사촌 누나 다니는 교회 청년부 예배 함께 드리고 왔습니다.
삼촌께서 추동으로 태워 주셔서 편안하게 추동 도착했습니다.
오랜만에 추동에 왔습니다.
최선웅 권민정 선생님, 은우 은성이가 환대해 주었습니다.
선웅 선생님께서 캐리어 옮겨주셨습니다.
마치 호텔에 온 것 같았습니다.
댁에서 차 한 잔 마시며 다 같이 축구 봤습니다.
은우 은성이는 전북 현대 팀을 응원합니다.
덩달아 신나 전북 응원했습니다.
최선웅 선생님과 산책 갔습니다.
저는 추동을 몇 번 왔지만 호숫가는 한 번도 가보지 못했습니다.
차 타고 지나가면서만 보고 직접 가보지는 못했습니다.
그동안 추동 오면 야구하고, 시내에서 노느라 호수는 눈에도 안 들어왔나 봅니다.
하지만 주변 사람들이 호수에서 신나게 놀고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 부러운 마음이 생겨
그때부터 호수 보러 가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드디어 소망을 이루었습니다.
명상정원, 발이 닿을 수 있는 끝까지 걸었습니다. 고요하고 아름다웠습니다.
감동이 벅차오릅니다. 자연경관을 보고 감동받으면 눈물 고이는 느낌을 아시나요?
잠시 멍해졌습니다.
충분히 감상 후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저녁은 은성이와 권민정 선생님께서 준비해 주셨습니다.
맛있는 불고기와 최은성 셰프께서 해주신 된장국을 먹었습니다.
푸짐한 저녁 식사했습니다.
식사 후에는 예능 보며 과일 먹고 과자 먹었습니다. 배부른 하루를 보냈습니다.
5월 5일
아침부터 은성이와 축구했습니다. 운동장 말고 안방에서요.
은성이네 집 안방에는 작은 골대가 있어 미니게임이 가능했습니다.
눈 뜨자마자 축구하니 정신이 번쩍 듭니다.
아침 요거트를 먹고 하루를 시작합니다.
오늘은 계족산 산행 날입니다. 도서관 앞에 한 명 두 명 모이더니 많은 분들과 함께 했습니다.
오랜만에 뵙는 분들, 처음 뵙는 분들. 많은 분들과 함께하니 신났습니다.
18년 여름, 초등학생이었던 미승이가 이제 듬직하고 멋진 고 3이 되었습니다. 멋지게 자랐습니다.
19년 겨울, 철암에 놀러 왔던 정민 연우가 저를 기억해 주었습니다.
"아 그때 마술사님?"
추동팀이 철암에 왔을 때 마술한 적이 있습니다.
"작가님이시지요?"
먼저 악수를 건네며 반갑게 인사했습니다.
상추 마을을 지나 산을 오릅니다.
따로 정하지 않고도 두세 명씩 짝 지어 올라갔습니다.
오순도순 하하호호 재밌는 대화를 하면서요.
중턱 정자에서 잠시 쉽니다.
어른들께서 가져오신 과일, 간식들을 먹으며 에너지를 보충했습니다.
다람쥐 선생님과 대화하다가 다람쥐도 봤습니다.
정상에 올라 한쪽에는 호숫가가 보이고 한쪽에는 시내가 보였습니다.
추동에서 호수도 보고 산도 올랐습니다.
자연경관 보는 것을 좋아하는 저에게는 행복한 날입니다.
정자에 둘러앉아 각자 가져온 도시락을 꺼내어 나눠 먹었습니다.
저는 준비하지 못했는데 어른들께서 다 준비해 주셔서 맛있게 먹기만 했습니다.
하산하며 최선웅 선생님께서 맨토스 나눠 주셨습니다. 입도 심심하지 않게 챙겨주셨습니다.
산행을 마친 후 도서관에 들어갔습니다.
도서관 자체도 아늑하지만 사다리 타고 올라가 복층 평상에 있는 주황색 소파에 앉으면 정말 아늑합니다.
차 한잔 마시고 잠시 낮잠 잤습니다.
자고 일어나니 개운하고 몸이 가벼워졌습니다.
피로가 쌓일 때 도서관에서 낮잠 주무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체력도 충전했으니 다시 써야지요.
미승, 은성이와 동명초등학교 운동장으로 갔습니다. 골대 하나를 가지고 번갈아 가며 공을 차고
골대 두 개를 이용해 1대 1 축구 시합했습니다.
1차전 은성:미승 은성 승
2차전 은성:태희 경기 무
2차전 승부차기에서 은성이가 결승골을 넣으며 승리했고 우천으로 오늘 경기 끝났습니다.
다시 도서관에 가서 책상에 둘러앉아 인삼차 마셨습니다.
추동에 와서만 볼 수 있는 호숫가마을도서관 다큐멘터리 시청했습니다.
꼭 보고 싶은 다큐를 봤습니다.
연출 필요 없이 자연스러운 모습들을 잘 담았습니다.
이재희 감독님 고맙습니다.
잘 봤습니다.
간식 먹으며 추동팀 제주도 여행 영상 보고
도서관 개관 10주년 기념 영상 봤습니다.
최선웅 선생님께서 그러십니다.
철암에 김동찬 선생님과 태희가 있다면
추동에 최선웅 선생님과 승주가 있단다.
영상에 추동 청년들이 많이 나왔습니다.
잘 지내고 있겠지요?
형님들과 만나보고 싶네요.
영상을 다 보고 미승이는 돌아갔습니다.
은성이는 한글 파일을 열어 본인이 좋아하는 축구팀 전력 분석을 시작했습니다.
저는 그것을 보며 감탄했습니다.
제가 어릴 때 야구 분석했을 때가 문뜩 떠올라 재밌었습니다.
오늘 저녁은 나가서 먹었습니다.
대학탐방모임을 하는 은우는 정민이네에 미리 가있었고, 정민이네까지 걸으며 은성이와 대화합니다.
"은성아 추동에 오신 선생님들은 어땠어?"
" 다 좋았어요."
" 선, 범수 쌤은 밝고 활기차고 가끔 엉뚱한 장난을 치시고 황당한 모습이 재밌어요."
" 수민 쌤은 웃는 모습이 재밌어요. 웃는 소리가 행복해서 덩달아 웃게 돼요."
" 수현 쌤은 훈민정음 윷놀이할 때 규칙을 막 바꿔요. 이상하면서도 재밌는 쌤이에요."
" 주은 쌤은 조용하시고 말을 적게 하시는데 한번 말하면 엄청 빠르게 말해요. 말하는 톤이 재밌어요."
" 하영 쌤은 수민 쌤과 비슷한데 말하시는 것이 재밌어요."
선생님분들만 생각하면 좋고 재밌고, 말하면서 입가에 미소가 환합니다.
선생님분들 덕분에 은성이와 하하 웃으며 걸었습니다.
은성이는 고민 끝에 정민이네로 갔습니다.
최선웅 권민정 선생님과 버스 타고 시내 나가 저녁 먹었습니다.
대전의 명물! 칼국수, 콩국수, 수육과 함께 어른 우유 한 잔 했습니다.
식사 후 카페에서 차 한잔하고 추동으로 들어왔습니다.
또 배불리 먹었습니다.
맛있는 저녁과 차 사주셔서 고맙습니다.
집에서 잠시 쉬다가 선웅, 수현 선생님과 밤 호수 보러 갔습니다.
밤에 가니 또 다른 느낌이 듭니다.
낮에는 평화로운 고요함이었다면
밤에는 압도적인 고요함입니다.
달빛 아래, 호수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이 물에 비쳐
데칼코마니 되어 모든 것이 크고 웅장해 보입니다.
데크에 앉아 커피 마시며 자정까지 호수 멍하며 대화했습니다.
오늘도 배부른 하루를 보냈습니다.
5월 6일
추동에서의 마지막 날입니다.
오늘은 도서관 책놀먹 활동이 있는 날입니다.
저도 함께 따라갔습니다.
첫날, 둘째 날, 마지막 날. 추동에 와서 매일 호숫가에 갔습니다.
그동안 가고 싶은 마음이 컸을까요?
매일 가며 서러움, 부러움, 기대감을 모두 지우고 채웠습니다.
명상정원에 도착해 돗자리 깔고 캠핑용 의자 설치했습니다.
친구들은 호숫가에 가서 놀고 어른분들은 돗자리에 앉아 이야기 나누셨습니다.
점심시간이 되자 최선웅 선생님께서 책 한 권 읽어주시고
각자 싸 온 밥 먹었습니다. 저는 이번에도 밥을 준비하지 못하여
나눠주신 밥과 간식 맛있게 잘 먹는 역할 했습니다.
13시 넘어 저는 이후 일정이 있어 호숫가에서 나왔습니다.
나가는 길에 수현 선생님 배웅하고 돌아오시는 선웅 선생님과 인사 후 이동했습니다.
석훈이와 승현이가 저를 데리러 왔습니다.
기차 시간 전까지 미승이와 함께 네 명이서 스크린 야구 하기로 했습니다.
대전역 근처에서 만나 스크린 야구 치러 갔습니다.
네 명 모두 야구를 좋아했는지라 재밌게 하고 또 잘했습니다.
여기저기서 뻥뻥 치고 홈런도 쉽게 나옵니다.
팽팽한 타격전이 이어지다가 기차 시간이 다되어 먼저 인사하고 나왔습니다.
3분 남기고 승강장 도착했습니다.
순식간에 대전에서의 4일이 훌쩍 지나갔습니다.
호수가 그리울 때, 호수가 얼어붙었을 때, 호수 위가 하얘졌을 때 다시 놀러 오겠습니다.
따뜻하게 환대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대전 와서 살쪄서 갑니다.
아들처럼, 조카처럼, 사촌 형처럼, 선생님처럼 대해주셔서 고맙습니다.
고요한 호수를 보면 부족한 문학 감성이 마구 돕니다.
-호숫가 여명 호숫가 물멍 호숫가 운명-
어두운 하늘 아래 고요한 큰 웅덩이
오른쪽은 어두운 호숫가.
왼쪽은 밝은 시내.
계족산 가운데 두고
시내 불빛 하늘에 그라데이션 만든다
여명이다
호수에 비친 모든 것이 데칼코마니 대칭 이루어
모든 것이 커다랗게 보인다
어두운 곳 잔잔하게 흐르는 호수 보면
그저 빠져든다
물멍이다
철암 식구들 추동 식구들 한데 모여
노는 날을 추억한다
그라데이션 데칼코마니 어우러져
조화를 이루어 놀다 보면
너와 나 모두 가족 된다
운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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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숫가마을 이웃 철암 여행 추억 1.11. 첫날 사진 - 태백 여행
호숫가마을도서관 | 마을에서 떠나는 여행 - 태백 여행 잘 다녀왔습니다.
호숫가마을도서관 | 함께해준 이웃들, 고맙습니다.
첫댓글 호숫가마을을 온전히 잘 누린 태희,
찾아와줘서 고마워^^
태희가 가고 나서 서율이가 “태희형, 참 마음에 들어요” 했어^^
와! 식장산 다람쥐 사진도 찍었네!
태희 호숫가도 이번에 매일매일 가고, 피크닉도 하고 원없이 놀고 왔네 ㅎㅎ
반가웠어!
편안하고 즐거웠어요 태희
또 와요
건강하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