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에 있어서 가장 수승한 가치는 무엇일까.
불가에서는 인연법을 바로알고 상구보리 하화중생(上求菩提 下化衆生)을 실천하는 삶을 높게 평가한다. 서로의 아픔을 보듬으며 화해와 사랑으로 공동체적 삶을 지향하는 종교가 불교다.
‘오랜 침묵과 외로움 끝에 한 슬픔이 다른 슬픔에게 손을 주듯, 한 그리움이 다른 그리움의 눈을 그윽하게 바라보듯’ 우리 사회의 소외된 이웃들에게 따뜻한 관심을 보여 온 ‘젊은 엄마’ 보살이 있다.
여성인재개발원센터장이자 동국대 선학과에서 강의를 하고 있는 황수경(45) 교수. 그를 6월 3일 서울 종로구 경운동에서 만났다. 그는 예상과 달리 작은 체구에 나긋나긋한 목소리의 소유자였다. 그에게선 어둡고 거친 삶의 한가운데서 용솟음치는 그런 삶의 기운을 느낄 수가 있었다.
저마다의 일생에는, 특히 한 생에 있어서 동터오는 여명기와도 같은 유년 시절에는 한 두 번씩 인생의 방향을 결정짓는 그런 순간이 있다고 한다. 그 순간을 놓치지 않은 사람들은 그곳에 이정표를 세우고 자신에게 주어진 아득한 여로를 꿋꿋하게 버텨 나간다.
그에게 있어서 초등학교 재학 시절은 그의 인생 항로를 결정짓는 중요한 시기였다. 사람은 누구에게나 ‘경제·사회·문화적 권리’를 누릴 수 있는 인권이 보호받을 수 있어야 하지만 그가 유년의 창으로 바라본 세상은 교과서에서 배운 세계와 무척 달랐다.
초등학교 시절 집이 가난해 도시락을 싸오지 못하는 같은 반 아이들을 보면서 그는 소수자들이 갖는 고통과 슬픔을 뼈저리게 느꼈다고.
“아이들은 충분히 먹고 편안히 자고 잘 배우고 재밌게 놀 수 있어야 하는데 그런 기본적인 생활을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 또래의 아이들을 보면서 무척 마음이 아팠어요. 가난하다는 이유로, 선생님께 차별 당하는 친구를 보면서 얼마나 마음이 아프고 부당하게 느껴졌는지… .”
이화여자대학에서 사학을 공부하던 그는 직접 소수자의 세계로 뛰어들었다. 그리고 3년 동안 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을 가르치면서 교육의 중요성을 재차 실감하게 된다.
교육학으로 전공을 바꾼 것도 이쯤에서다. 그는 대학원에서 교육사회학을 전공하고 사회복지학을 공부하기 위해 미국행 비행기에 오른다.
불교 참진리 깨달으며 재소자와 인연
미국에 가기 전 까지만 해도 불교란 기복에 불과하다고 여겼다. 하지만 서양인들이 불교나 동양사상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을 알게 되면서 불교가 철학이며 과학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미국에서 사회복지학을 공부하던 그는 사회제도를 바꾸기에 앞서 각자의 마음이 변화돼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를 한국으로 다시 부른 것은 다름 아닌 불교였다. 유일하게 선학과가 있는 동국대에서 박사과정을 밟았다.
“절에 다니시는 어머니를 보면서 불교는 단지 기복에 불과하다고만 생각했었어요. 미국에서 공부를 하면서 불교가 그 어느 종교보다도 큰 가르침을 주는 마음의 과학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거죠. 불교는 저에게 어떤 사람이나 다 불성이 있다는 가르침과 희망을 줬어요.”
앎도 중요하지만 자비를 실천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게되면서부터 그는 사형수들을 비롯한 재소자들과 깊은 인연을 맺게 됐다.
“사형수들을 만나 상담을 하는 것이 임무지만 또 하나의 가족이 되어주는 겁니다. 사형이 선고되면 누구나 정신적으로 정상을 유지하기 힘들죠. 자해하거나 자살을 시도하고, 옆 사람도 괴롭히고 밤마다 악몽에 시달리기 때문에 교도소에서도 그들을 관리하기가 여간 힘들지 않아요.
그래서 집행하는 날까지 그들을 볼봐 줄 정신적 보호자로 교화위원을 지정하는 데 1 대 1로 결연을 맺어줘 매주 정기적으로 만나 신앙상담도 하고 개인적인 얘기도 들어줍니다. 교화위원들을 만나는 시간이 그들에겐 가장 평온하고 행복한 시간이랍니다. 사형수들을 만나면서 알게됐습니다. 죽음곁에서 있으니 삶이 더욱 따뜻하게 느껴진다는 것을요.”
그가 재소자들을 만나기 위해 청송교도소에 가기 위해서는 하루평균 10시간 이상 걸리는 강행군을 펼쳐야 한다. 그런 어려움 속에서도 그는 단 한번도 재소자들과의 약속을 어긴적이 없다.
“재소자들이 출소를 하게 되면 가끔 전화를 걸어 올 때가 있습니다. 청송교도소는 범죄자들 중에서도 강력범들만 수용하는 교도소입니다. 언젠가 하루는 저와 자매결연을 맺은 재소자 중 출소한 사람에게 전화가 왔었어요. 동대를 통해 연락처를 얻었다고 하더군요. 사실 무서웠습니다. 출소한 이후에는 만날 수 없게 돼 있거든요. 죽을 수도 있겠다는 두려움이 엄습했지만 그를 만나기로 했지요.”
출소자가 그에게 건넨 것은 10만원이었다. 하루하루를 근근히 버티는 가운데에서도 함께 재소 생활을 했던 도반들에게 줄 영치금을 조금씩 모아 그에게 건넨 것이다. 순간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그는 본질적으로 인간이 선하다고 믿는다.
“불교에서는 일체 중생이 본래불성을 지니고 있다고 설명합니다. 무명(無明)과 업장으로 인해 현재는 악업을 지었더라도 불성을 가지고 있다는 얘기지요. 석가모니 부처님께서는 당신 자신을 위해하려한 제바달다도 성불할 것이라고 하셨고 수백 명을 살상한 앙굴리말라도 조복시키시어 진실한 수행자로 바꿨습니다. 그들 속에 본래 불성이 없다면, 가려져 있을 뿐인 자성청정심이 없다면 불가능한 일이겠지요.”
불교상담 마음치료로 禪 대중화 앞장
소수자를 보살펴야 한다고 여겼던 그는 그 중에서도 소년범을 돌보기 시작하면서 제 집 드나들 듯 교소도 철창문을 열었다. 그 뒤 사형수들까지 인연이 이어졌다. 이들을 만나면서 사회를 보는 시각이 달라졌다. 신뢰를 기반으로 한 인간애가 얼마나 소중한 가치인지도 알게 됐다.
“재소자들도 우리와 똑같이 부처의 성품을 지닌 존귀한 사람들입니다. 그리고 수억겁이라는 긴 세월 동안 수많은 생을 살아오면서 누구나 안 해 본 일, 안 되어 본 것이 없을 것입니다. 수많은 조상님들과 친척, 미래의 자손들까지 고려한다면 이 세상에 큰소리칠 사람은 하나도 없습니다.”
재소자들의 삶이 진정 남의 일 같지 않았다. 또한 지옥중생이 다 성불할 때까지 성불하지 않겠노라는 지장보살의 서원을 생각하면 더더욱 재소자들의 고통을 외면할 수 없었다. 재소자들이 변하는 것을 볼 때 말할 수 없이 기뻤다는 그는 재소자들이 업장을 소멸하고 좋은 인연으로 다시 만날 수 있기를 항상 기도한다고 말했다.
그는 禪의 대중화를 위해 재가자들에게 마음의 원리를 가르치는 방법을 연구하는 한편 동국대에서 후학을 양성하며 불교대학 등에서 불교상담과 마음치료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
“마음의 주인이 되는 순간 모든 고통으로부터 자유로워집니다. 무념무상으로 머무는 곳마다 깨어나 주인공이 되면, 지금 서 있는 그 자리가 바로 극락정토지요. 마음 가운데 집착이 있는 한 필연적으로 고통을 동반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므로 진정한 행복은 내가 무엇을 가지고 있지 않아도 또 그것이 무엇이든 간에 그것에 머무르지 않고 고요한 마음을 갖는 것입니다. 고요한 마음에는 항상 자유와 평화가 깃들게 마련이에요. 이것이 바로 진정한 행복이지요.”
그가 내린 행복의 정의다. 그는 “지금은 푸르고 건강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모두 노력할 때입니다. 푸른 삶을 한가운데서 받쳐줄 수 있는 삶의 철학이 바로 불교”라며 다른 사람을 위하는 일이 곧 세상을 평화롭고 푸르게 하는 것이고 그 평화로운 세상은 곧 자신의 행복을 만들어 준다고 굳게 믿고 있다.
즉 자신의 작은 변화로 말미암아 변화된 세상이 자신에게 영향을 미쳐 변화를 가져온다는 이치다. 나보다 남을 먼저 생각하는 작은 이치가 곧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 진리라고 강조하는 그. 그의 바람처럼 봉숭아 여문 씨들이 바람에 흩날려 처처가 불국정토가 되기를 기대해본다.
최승현 기자 trollss@beopbo.com
1001호 [2009년 06월 09일 14:32]
첫댓글 안개 속을 헤매이시는 님들!(여긴 안개가 자욱....) 기분 밝아지시라고 찬란하게 꾸몄습니다. 너무 찬란하여 혹 집중이 안 되시더라도 꾸욱 참고 정신 집중하시는 하루 되시길 축원 올립니다. 내 생명 부처님 무량공덕 생명 마하반야바라밀......._()_
밝은 마음이 행으로 나타나서 또 다른 밝음을 만들어 불국은 이루어지는 것 같습니다. 부처님 진리를 증명해 나가는 행의 소중함... _()()()_
지금 저희 대원불교대학 불교상담심리치료학과에서" 선치료"를 강의하고 계시는 교수님이십니다...정말 훌륭하고 본 받을만한 좋으신 분이지요...보현보살..보현행을 진정으로 실천하고 계시는 분이라고 생각합니다...감사합니다..마하반야바라밀..()..
나무마하반야바라밀...감사합니다,. _()()()_
고맙습니다. 마하반야바라밀 _()()()_
나무마하반야바라밀........_()_
고맙습니다. 마하반야바라밀 _()_
황수경 교수님으로부터 직접 강의를 들은 저로서는 무한한 영광이었습니다. 참으로 훌륭한 보현행자십니다. 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