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도 대교
행촌수필문학회 수필가 장 병 선
한여름 밤, 불빛에 반짝이는 진도대교는 환상적 분위기였다. 우리나라의 역사와 문화를 탐방하는 것은 보람 있는 일이다. 문우회원 120여명은 관광버스를 타고 전남고흥 대흥사를 거처 우수정 유스호스텔에 숙소를 정했다. 저녁 식사 후 끼리끼리 그룹을 지어 가깝게 보이는 진도 대교로 향 했다. 여름밤의 무더운 공기는 바다 바람에 조금씩 흔들리고 있었지만 아직도 무더위는 계속되었다.
육중한 철주 난간에 기대어 발아래 바닷물을 바라보았다. 한줄기 바람이 불어온다. 급물살이 흰 거품을 내며 흘러가고 물줄기가 하얀 꼬리를 얼른 감춘다. 멀리 서있는 이순신장군 동상에서 호령하는 목소리가 가깝게 들려 오는듯했다. 이곳 울돌목은 바다가 운다고 해 한자어로 명량(울명 鳴 대들보량 梁)이라 했다. 전남 해남군 우수영과 진도군 녹진 사이를 잇는 가장 협소한 해협으로 너비가 320m, 가장 깊은 곳은 수심이 20m, 유속이 11노트(약24km)라고 했다. 썰물 때는 굴곡이 심한 암초 사이를 소용돌이치는 급류가 흐른다. 빠른 물길이 암초에 부딪쳐 튕겨져 나오는 바다 소리가 20리 밖까지도 들린다고 한다. 이러한 지형의 특징은 정유재란 때 이순신 장군이 12척의 배로 133척 왜선에게 참패를 안겨주었지 않았는가. 지금은 울돌목 바다 위로 우리가 거니는 아치형 대교가 쌍교가 되어 허공을 가르고 있다. 이제는 진도다리의 불빛에 유혹된 하루살이들은 불빛에 취해 박치기를 하고 있었다. 마치 정유재란 때 이순신장군의 전략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왜선들의 처참한 모습 같았다.
물고기는 거슬러 올라가는 습성이 있다. 살기위한 몸부림일 게다. 인간도 자연의 순리를 따라 갈수도 있지만 때로는 도전하는 정신이 최선의 방법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자연을 거슬러 가면, 어느 때는 역효과를 내어 스스로 무덤을 파기도 한다. 힘센 숭어 떼도 센 물결의 가장자리를 거슬려가지 못해서 물살이 약한 구석 쪽으로 비켜 올라갈 무렵, 그때를 놓치지 않고 어부는 숭어를 많이 걷어 올린다. 기회가 오면 놓치지 않고 순간을 포착하는 일은 옛날이나 지금이나 중요한 일인 듯싶다.
진도 대교를 거닐면서 디지털 카메라로 동행인의 스냅사진 몇 장 찍어주다가 엉뚱하게 내가 청일점이 되었다. 우리 일행은 진도 대교 아래 휴게실로 향했다. 휴게실 야외 의자에 앉아 바닷바람을 마셨다. 모두들 여유로운 표정이다. 이제 회원들의 눈 밑에는 비록 잔주름이 파도치고 있지만, 오히려 마음은 풍요로워 보였다. 우리 그룹 10여명은 이고장의 특산물인 전복요리를 맛보고 가자는 제의에 모두 찬성하였다. 전복은 작은 바위 밑에 붙어 다시마와 미역을 먹고사는 둥글납작한 어패류다. 전복을 많이 먹으면 눈이 밝아질 뿐 아니라 청력까지 좋아진다는 효도식품이다. 시원한 맥주 한잔으로 목을 적셨다. 참기름에 버무린 전복의 쫄깃쫄깃한 맛은 별미였다.
그간 살아온 이야기가 꼬리를 물었다. 성장한 자녀 얘기. 이제는 건강을 위해 터득한 나름대로의 방식. 욕심내지 않고 작은 봉사가 정신건강에 으뜸이라는 얘기. 평생교육원에 찾아가 적성에 맞는 분야에 연구 하는 학구파의 이야기. 연금생활자로서 여유롭게 사는 모습이 들으면 들을수록 아름다웠다. 유익한 대화는 밤이 깊은 줄 모르고 익어가고 있었다. 이제는 지나간 아픈 기억들은 모두 강물에 던져버리고, 선량한 시민이 되어 순수하게 살아가고 있었다.
이번 여행지역은 가는 곳 마다 남쪽 바다와 올망졸망한 섬들을 조망할 수 있는 타워와 대교가 많아 부러웠다. 지방자치가 되면서 그 지방의 특색을 살리는 부분에 많은 예산을 투자를 한 흔적이 보였다. 아마도 지방 발전은 능력 있는 인사가 중앙부처에서 많은 예산을 배정받아 오는 방법이 중요한듯하다. 우리 지방도 걸출한 인재가 나와 중앙부서에서 좀 더 많은 예산을 확보하여 시설 투자가 되어 많은 관광객이 찾아올 수 있었으면 좋겠다.
적은 경비로, 완도와 강진 지역, 문화 유적의 여행계획을 알뜰하게 세운 문우회 집행부에 고마움을 느꼈다. 이번 여행에서 ‘모란이 피기까지’의 영랑시인의 생가를 볼 수 있었고 ‘오우가’로 유명한 윤선도를 만났다. 실학의 거목인 다산 정약용을 다시 생각해보고, 해상왕 장보고와 성웅 이순신 장군의 그림자도 볼 수 있었다. 오늘날 우리가 평화롭게 살아가는 바탕에는 조상들의 희생과 꾸준한 집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평범한 진리를 터득해준 유익한 남도 여행 1박2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