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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목소리가 들려] 박혜련 - 시놉시스
미니시리즈
너의 목소리가 들려
대본 : 박혜련
제작 : DRM미디어
♦ 기 획 의 도
한 도시에 찬란한 보석으로 치장된 왕자의 동상이 있었다.
왕자는 도시 한가운데에서 가난한 이들의 슬픔을 지켜보며 눈물을 흘렸지만 움직일 수 없기에 그들을 도울 수가 없었다.
그러던 어느날, 남쪽으로 가던 제비를 잡고 왕자는 부탁을 한다.
자신의 몸에 있는 보석들을 떼어 저 불쌍하고 착한 이들에게 나눠주라고..
제비는 왕자의 간곡한 부탁에 마음이 움직이고.. 그 부탁을 들어주기로 한다.
오스카 와일드의 단편 ‘행복한 왕자’의 줄거리다.
이 소설에 나오는 시절이나 지금이나 착하고 가난한 사람이 행복해지는 것보다 낙타가 바늘귀에 들어가는 게 쉬운 세상이다.
때문에 우리는 세상 어디쯤에 왕자와 제비같은 영웅이 살고 있기를..
그런 영웅을 만나기를 꿈꾸는 건 아닐지..
남의 마음을 읽는 초능력을 가진 소년이 있다.
그 능력 때문에 세상이 얼마나 불합리 한지.. 세상에 얼마나 억울한 사람이 많은지 알아버렸다. 소년은 자신의 능력으로 그들을 돕고 싶다.
문제는 소년이 아직 미성년자라는 것!
소년은 영웅이 되기에는 너무나 무력하다.
가난이라는 역경을 극복하고 국선전담변호사가 된 여자가 있다.
돈없고 억울한 이들을 돕는 21세기의 영웅.. 국선변호사!
문제는 이 여자의 꿈이 정의가 아닌 돈과 명예라는 것!
여자는 영웅이 되기에는 너무나 속물이다.
착한 초능력 소년과 냉정한 변호사가 만나 왕자와 제비처럼 세상의 억울하고 가난한 이들을 돕기 시작한다. 따로는 50% 부족했던 이들이 하나가 되어 완벽한 영웅이 된다.
착한 부모를 필리핀에 갖다 버린 나쁜 자식들이 그 유산으로 떵떵거리면서 사는 요즘..
착한 노동자들의 눈물이 나쁜 기업주들의 웃음이 되어가는 요즘..
상과 벌에 있어 공정하지 못하고 힘없는 사람이 억울함을 면치 못하는 요즘..
우리가 가장 듣고 싶고 보고 싶은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이 이야기는 바로 억울하고 가난한 사람들에게 행복을 찾아주는 영웅을 만날 수 있는 21세기의 동화다.
♦ 개 요
법으로 싸운다. - 강순
난 가난하고 억울한 피고인들의 마지막 보루인 국선전담변호사다.
어린시절, 가정부인 홀어머니 밑에서 자랐기에 누구보다 가난을 알고..
학창시절, 억울한 누명을 쓰고 퇴학을 당했었기에 누구보다 억울함이 뭔지 안다.
어느 누구보다도 모진 세월을 겪었기에 국선에 난 참 잘 어울려 보인다.
그러나, 그 세월은 나에게 때로는 힘이 정의를 이긴다는 걸, 진실은 거짓에게 질 수 있다는 걸 가르쳐줬다. 국선을 하기에 난, 너무나 피가 차갑고, 너무나 속물이다.
그런데도 난 국선이 됐다.
왜?
대충대충 일해도 꼬박꼬박 월급이 나오는 그야말로 준공무원 철밥통이기 때문에..
그러나 대충 일하리라는 결심을 산산히 부숴버린 인물이 검사로 나타나니..
10년전 원수 서도연!
강순에게 변호사의 사명, 정의 따위에는 관심 없다.
검사와의 싸움이 국선에게 승산없는 싸움이라고 해도 상관없다.
무조건 이기고만 싶다.
그런 내 앞에 수수께끼같은 소년 수하가 나타난다.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소년 수하.
그가 도와준다면 이 승산없는 싸움이 해볼만한 싸움이 될 수 있다.
해보자! 이기지 못할 싸움이면 시작하지도 않았어!!!
차갑던 나의 피가 뜨거워지기 시작한다.
법으로 증명한다. - 서도연
난 범죄를 증명하고, 범죄자를 응징하는 검사다.
난 우수했고, 정의로웠고, 완벽했다.
그러나 나에게는 딱 하나의 오점이 있다.
학창시절 난, 살인사건을 목격한 적이 있다.
강순이와 목격자로 함께 법정에 서자고 약속을 했지만, 난 그만 법정 앞에서 도망치고 말았다. 두려웠고, 비겁했다.
나에게 그 순간은 흉터처럼 남아버렸다.
그 순간을 지우고 싶고, 변명하고 싶기에 검사의 길을 선택했다.
범죄자를 응징하고, 피해자의 눈물을 닦아주면서 내 흉터는 서서히 아무는 듯 보였다.
그런데 강순이가 나타났다.
나의 오점을 기억하는 유일한 한 사람..
다시 만난 강순은 조롱을 가득 머금은 눈빛으로 승부를 걸어왔다.
어쩌면 신은 나에게 기회를 준 것일지도 모른다.
비겁했던 순간을 지울 수 있는 기회.. 나의 정의를 증명할 기회..
난 절대 그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
법으로 지킨다. - 박수하
난 남의 마음을 들을 수 있다.
10년전, 살인마가 아버지를 살해하던 순간에도..
난 그 살인마의 살의를 미리 읽을 수 있었다.
그러나 막을 수 없었다. 잡을 수도 없었다.
난 그때 너무 어렸고 무력했다.
살인마는 법정에서 단순 교통사고를 주장하며 법망을 빠져나가려 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때, 강순이 나타났다.
법정에서 강순은 용감하게 살인마의 죄를 낱낱이 고했고,
난 그녀 덕분에 그 살인마를 잡을 수 있었다.
살인마는 그녀에게 출소하면 죽여주리라 저주를 퍼부으며 감옥으로 갔다.
그녀의 마음 속 두려움을 읽은 난, 약속했다.
그 순간이 온다면.. 난 목숨걸고 당신을 지켜주리라!
그 맹세가 그녀에게는 열살짜리 꼬마의 치기로 보였겠지만 난, 진심이었다.
10년 후, 난 고등학생으로, 그녀는 국선전담변호사로 다시 만나게 된다.
그러나, 10년의 세월은 영웅을 속물로 만들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다.
변호사면서도 그녀는 억울한 자들의 소리를 듣지 않았고, 그들의 눈물을 보지 않았다
10년 전, 그 아름다웠던 영웅의 모습은 다시 보지 못하는 것일까?
내 힘을 그녀에게 더한다면.. 그녀는 다시 영웅이 될 수 있지 않을까?
10년전 그 때처럼 억울한 자를 지키기 위해 용기를 내지 않을까?
♦ 이 드 라 마 의 특 색
1. 법정 드라마
그 동안 변호사가 나오는 드라마는 시청자들에게 동화였다.
왜? 지적이고 능력있는 왕자님으로만 나왔으니까...
그 동안 변호사가 나오는 드라마는 시청자들에게 SF였다.
왜? 외계어처럼 도통 알아들을 수 없는 법정용어로 그들만의 세상 이야기를 해왔으니까..
이 드라마는 가진자들만을 위해 존재하는 변호사..
만나는 시간이 돈으로 계산되는 변호사의 이야기가 아니다.
이 드라마는 돈이 없어도 만날 수 있는 변호사..
승산이 없어도 싸워주는 변호사..
딴 세상이 아닌 우리 곁에 가까이 사는 진짜 변호사의 이야기다.
사명과 소신이 없으면 갈 수 없는 국선전담변호사의 고단한 길..
동화도 아닌 SF도 아닌.. 그 치열한 일상을 드라마 최초로 담아본다.
2. 법정 드라마를 가장한 판타지 드라마
천길 물속은 알아도 한길 사람 속은 모르는 요즘..
“남의 마음 속을 읽을 수 있다면..” 이란 상상을 한번쯤은 해봤을 것이다.
아마도 간절히 이 상상을 하는 직업군이 있다면, 그건 바로 변호사가 아닐까?
절도 전과 9범이 이번만큼은 무죄라고 빠득빠득 우길 때..
아내를 죽인 남편이 과실치사였다며 무죄를 주장할 때..
세상 모든 변호사는 그네들의 주장이 참인지 거짓인지 그 속을 들여다보고 싶을 것이다.
과연, 피고인의 실체를 알 수 있는 힘은 변호사에게 득일까? 독일까?
변호사에게 진실의 목소리는 과연 디케의 목소리가 될 수 있을까?
이 드라마는 ‘나에게 남의 마음이 들린다면’ 이란 흥미로운 가정이 더욱 효과적으로 발현될 수 있도록 법정드라마와 연결시켰다. 자칫 딱딱해질 수 있는 법정 드라마에 판타지적인 요소를 더해, 리얼리티와 재미 두 마리 토끼를 잡고자 한다.
3. 법정 드라마를 가장한 성장 드라마
과거 비겁했던 한순간을 변명하기 위해 검사가 된 여자가 있다.
오로지 그 검사에게 이기고 싶어서 변호사가 된 여자가 있다.
그리고 이 두 사람은 고등학교 시절부터 앙숙이었다.
영웅이 되기에는 2%, 아니 20%쯤 모자라는 두 여자의 세컨드 라운드는 바로 법정!!
그 법정에서 서로 경쟁하고 깨지고 부서지며..
서로의 미숙함을 발견하고, 고쳐가며 진실을 향해 한걸음씩 나아간다.
이 드라마는 논쟁을 통해 합의를..
경쟁을 통해 우정을..
실패를 통해 성장을 만들어가는 드라마다.
4. 법정 드라마를 가장한 로맨스 드라마
마음을 읽는 소년 수하와 이 비밀을 유일하게 아는 국선변호사 강순!
이 둘은 한집에 살면서 셜록과 왓슨처럼 사건들을 해결해나간다.
수하에게 강순은 첫사랑이자, 지켜야할 사람이다.
그리고 의욕상실 변호사 강순과 의욕과잉 변호사 관우.
그 둘은 한 사무실에서 서로의 단점을 보완하면서 성장해 나간다.
내 속을 나만큼이나 잘 이해하는 왓슨같은 남자 수하.. 그러나 그는 10대다.
누구보다 정의롭고 선량한 30대 변호사 관우.. 그러나 그는 온달처럼 덜떨어졌다.
왓슨과 온달같은 두 남자 사이에 낀 20대 여자 강순.. 과연 그녀는 선택은?
5 법정 드라마를 가장한 코미디 드라마
변호인 : 재판장님! 피고인은 작년 횟집에 불이나 경제적 어려움을 견디다못해 범행을..
검사 : 피고인! 불이 난 횟집은 뒷집이지요?
피고인 : 네..
변호인 : (젠장..)
변호인 : 재판장님! 피고인은 체포 당시 경찰에게 치욕스런 성추행을 당했다고 합니다!!
검사 : 피고인! 피고인을 체포한 경찰은 여경이었지요?
피고인 : 네..
변호인 : (젠장..)
거짓말을 하는 의뢰인 때문에 법정에서 뒷통수를 맞는 변호사가 허다하다.
지루한 변론 공방을 못 견디고 조는 판사도 부지기수다.
귀가 어두운 할아버지 변호사가 등판하면 판,검사는 고성을 질러야 겨우 재판이 진행된다.
피해자가 필리핀, 네팔, 우즈베키스탄 등 6개국 노동자들로 이루어진 재판에선 ‘누구 돈을 훔쳤는가?’란 질문 하나에 무려 30분이 넘게 소요된다고 한다. 왜? 통역 때문에..
늘 엄숙하고 신성할 것만 같은 법정..
그 안에서 일어나는 각양각색의 해프닝들을 코믹하게, 아니 리.얼.하게 보여줌으로써 그 엄숙하고 신성한 상식을 깨고자 한다.
♦ 등 장 인 물
강 순 (17세 → 27세 / 여 / 국선전담변호사)
“진실이 재판에서 이기는 게 아니라 재판에서 이기는게 진실인거야.”
예의도 없고, 겸손도 없다. 이름처럼 깡만 넘치는 변호사.
사람들과 얽히는걸 싫어해 친구도 없고, 간섭을 싫어해 선배도 후배도 없다.
‘개천에 용난다’란 속담을 몸소 실천한 입지전적 인물.
가정부인 홀어머니의 외동딸로 태어나 악착같이 공부해
가난하고 억울한 이들을 변호하는 인권의 수호자 국선전담변호사까지 됐다.
그러나 법정에서 변론하는 강순의 목소리에는 사명이 아니라 독기만 가득하다.
상대 검사가 서도연이기 때문.
도연은 과거 강순에게 누명을 씌워 강순의 ‘개천’에 가뭄이 들게 만든 철천지원수다.
때문에 강순이 세상에서 제일 싫은 것 세 가지가 바로
1.서도연, 2.서도연에게 지는 것, 3.서도연에게 무시당하는 것이다.
그러니 강순에게 재판정은 오로지 검사인 도연과의 전쟁터일 뿐!!
그러나, 강순은 국선전담변호사고 도연은 검사다.
국선의 피고인들은 무죄율이 1%도 안 되고 검사의 유죄율은 99%를 넘어선다.
가난한데다 착하지도 않은 피고인들은 강순에게 비협조적이기까지 하다...
이대로 어마무시한 검사 도연을 상대하는 건 다리에 모래주머니를 차고 우샤인볼트와 경주를 하는 격이다.
그런 강순 앞에 나타난 수수께끼 소년, 수하..
그 소년과 동거를 시작하면서 강순은 도연을 상대할 강력한 힘을 갖게 된다.
그 힘은 바로 수하가 상대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능력을 가졌다는 것..
수하를 얻은 강순의 변호는 뜨겁고 치열해지기 시작한다.
박수하 (9세 → 19세 / 남 / 고등학생)
“생각 좀 그만해. 시끄러우니까..”
상대의 눈을 보면 마음을 읽을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소년.
사람들에겐 비밀이다. 말해봤자 정신병자 취급이나 할 테니까.
어릴 때부터 알아서는 안되는 수많은 거짓말, 가식을 직접 보고, 들어왔기 때문에
불의는 정의를 이기고, 거짓말은 참말을 이기는 게 세상의 이치란 걸 누구보다 빨리 알아버렸다. 세상의 부조리를 바로 잡고 싶지만 고등학생의 신분으로는 어림없다.
잘 생긴데다 똑똑하고, 거기에 태권도 유단자이기까지한 이 소년을 어느 여잔들 좋아하지 않을 수 있을까.
하지만 ‘차도남’ 수하의 마음을 앗아간 여자는 딱 한사람..
10년전 아버지를 죽인 범인 민준국을 잡을 수 있게 도와줬던 사람.. 바로 강순이다.
두려움을 이기고 자신을 위해 법정에서 용감하게 증언을 해줬던 강순의 모습은 지금까지도 영웅의 모습으로 수하의 마음 속에 깊게 각인되어 있었다.
언젠가 다시 만나면 꼭 지켜주겠노라 다짐했었다.
그리고 10년 후..
다시 만난 강순의 모습은 10년전과는 사뭇 다른 한심한 모습이었다.
불의를 보고도 눈감고, 억울한 사람의 말에는 귀를 닫는 형편없는 변호사가 되어있었다.
수하의 등불이었던 깡다르크는 이제 없었다.
그녀를 지켜주겠다던 수하의 맹세도 이젠 차디찬 티끌이 되고, 그저 한숨만 날 뿐이다.
이 와중에 강순이에게 복수를 하겠다고 벼르던 민준국이 출소를 하고..
강순에게 정체모를 테러가 이어진다. 분명 범인은 민준국이다.
고민하던 수하는 결심한다.
남아일언중천금.. 어쨌든 자기 때문에 생긴 원한이니 책임지고 지켜줘야되지 않겠나?
그래! 약속도 지키고, 수하의 인생에 유일했던 등불.. 그 꺼져버린 불씨를 되살려보기로 한다. 10년전 법정에서 두려움에 맞서 증언하던 ‘깡다르크’ 강순이는 아직 살아있을거라 믿기 때문이다.
서도연 (17세 → 27세 / 여 / 형사부 검사)
“고름에 약바른다고 살이 되진 않잖아.
악마가 옷을 바꿔입는다고 천사가 될 순 없어. 절대..”
서울대 수석입학, 사법고시 수석합격, 사법연수원 수석졸업 등등 인생에 늘 ‘수석’을 달고 살아왔다. 거기에 판사 아버지, 의사 어머니 사이에서 부족한 것 없이 자란 엘리트다.
굴지의 로펌들에서 영입의사를 밝혔지만 검사를 지원해 동기들 사이에서 화제가 됐다.
임관한 지 1년 만에 형사부 부장검사의 인정을 받는 유능한 검사가 됐다.
판사 출신인 아버지 서대석의 영향으로 억울한 피고인보다 억울한 피해자를 만들면 안된다고 믿는 검사다. 때문에 피고인들에게 냉혹한 저승사자 검사로 불리운다.
미모, 능력, 재력 모든걸 갖춘 재원.
도연은 완벽, 그 자체다. 적어도 겉으론...
도연을 여기까지 오게 한 힘은 불안함이었다.
아버지의 기대에 못 미치는 게 아닐까 하는 불안함.
고등학교 동창인 강순이가 가난한 어머니의 희망이 되고 싶었던 것 이상으로..
도연 역시 완벽한 아버지의 흠이 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스스로를 늘 그렇게 채찍질 해 왔다.
그런 도연의 사정을 모르는 경쟁자 강순은 원망을 퍼부었고 급기야 눈싸움할 때 돌을 넣어 한쪽 눈을 실명하게 만들었다. 강순은 자기가 한 짓이 아니라고 극구 부인했지만 도연은 확신했다. 분명 강순이 범인이다!
그렇게 강순과의 악연은 계속 이어졌다.
강순과 도연은 함께 살인사건을 목격했고, 증인으로 법정에 서고자 했지만 도연은 두려움에 도망치고 말았다.
그리고, 그 순간을 지우고 싶었기에, 변명하고 싶었기에 도연은 검사의 길을 선택했다.
그런데 그 지긋지긋한 경쟁자.. 자신이 가장 치욕스런 순간을 아는 유일한 목격자인 강순을 10년 후.. 법정에서 다시 만나게 된다. 검사와 변호사로 말이다.
이 정도면 악연을 넘어선 운명이다.
그래, 피할 수 없다면 철저히 맞서 싸워주마!! 그리고 이겨주마!
차관우 (33세 / 남 / 국선전담변호사)
“변호사라면 무조건 피고인 편이어야죠! 연쇄살인범이라도 강간범이라도..!”
강순과 함께 연수원을 막 마친 신참 국선전담변호사.
근성만 있으면 세상에 못오를 산 없고, 안 넘어갈 여자 없다고 믿는다.
그리고 그 믿음을 몸소 실천해왔다.
어린시절 슈퍼맨처럼 약자를 돕는게 꿈이었기에, 그 꿈과 가장 가까운 경찰이 됐다.
그러나 증인으로 간 법정에서 진짜 꿈을 발견! 그날로 사법고시 공부를 시작했다.
남들은 안 될거라고 했지만, 방통대에 입학하고, 사법고시까지 붙는 신화를 달성했다.
사법고시를 치르면서부터 관우의 목표는 국선전담변호사였다.
가난하고 억울한 이웃을 위해 뛸 수 있는 보람된 일을 하고 싶었으니까..
그것이 자신에게 주어진 소명이라 굳게 믿었다. 국선을 오래한 선배들은 관우에게 시간이 지나면 ‘사람들을 돕는 일’에 대한 환상은 깨질거라 경고하지만 글쎄..
미국드라마에 나오는 변호사같은 멋진 변호를 하는게 꿈인지라 법정에서 그의 변호는 과장되고 쇼맨쉽이 넘친다.
패션감각 제로에, 2:8가리마의 소유자.
혼란스러운 상황이 닥치면 머리를 헝클어트리는 버릇이 있다.
촌스런 패션 덕에 가려져있지만 나름 차려입혀놓으면 멀끔할 수 있는 외모이긴 하다.
문제는 그 멀끔할 수 있는 외모를 알아보는 이가 아무도 없다는 것..
사건을 분석할 때 변호사의 눈과 경찰의 눈 모두를 사용해서 본다.
때문에 다른 변호사들이 못찾는 쟁점을 찾아내는 능력이 탁월하다.
또한 서류만 파는 변호가 아닌, 발로 뛰는 변호로 피고인의 무죄를 증명한다.
신상덕 (68세 / 남 / 사선변호사)
“눈에는 눈... 그 옛날법을 따른다면 아마 인간은 모두 다 장님이 될거다.”
40년 경력의 변호사.
현재는 강순, 관우와 같은 사무실의 국선전담변호사다.
나이 때문에 귀가 어두워 보청기를 차고, 부실한 치아 때문에 틀니를 하고 다닌다. 혹시라도 보청기를 깜빡 두고온 날이면 법정에서 판검사, 피고인 모두 큰소리로 재판을 진행해야하는 웃지못할 해프닝이 생긴다.
지금은 그저 뒤끝 작렬의 쪼잔한 노인네처럼 보이지만 한때 무죄율 15%라는 경이적인 기록을 달성했던 변호사였다. 이제는 쪼잔한 퇴물 변호사처럼 보이지만 중요한 순간 섬뜩할 정도의 통찰력을 보여주며 풋내기인 강순과 관우에게 방향타가 되어준다.
40년 동안 상덕이 맡았던 사건은 무려 5천건이 넘는다.
때문에 각종 판례나, 변호방법에 대한 데이터가 누구보다 풍부하다.
25년전, 자신이 맡았던 피고인 달중과 지금까지 연을 이어오고 있다.
달중은 아내를 살해한 혐의로 25년형을 선고받았었다.
당시 달중은 무죄를 주장했으나 완고한 서대석판사는 그 주장을 일축하고 25년형을 선고했다. 당시 달중의 변호사였던 상덕은 현재까지 달중을 매주 접견하며 말동무가 되어주며 그의 억울함을 달래주고 있다.
김공숙 (43세 / 남 / 형사부 판사)
공명심이 있고 쇼맨쉽이 있다.
남의 눈을 의식하고, 매스컴을 좋아하는 판사다.
법정에서 주로 타성에 젖은 진행을 하지만, 누군가 견학이라도 오는 날이면 법복을 펄럭이며 판사의 카리스마를 보이려 노력한다.
강순의 국선 선발을 결정한 판사이기에 강순을 특별히 주시한다.
최유창 (29세 / 남 / 국선전담변호사 사무실 직원)
강순과 관우가 있는 국선전담변호사 사무실의 사무원
하루에 수천장의 복사와 수십통의 전화도 무리 없이 소화해내는 능력자.
상덕과 오래 일을 함께 해 상덕의 기분을 잘 파악한다.
잘난 척 하는 강순을 못마땅해하면서 깐족거린다.
고성빈 (19세 / 여 / 고등학생)
성적도 나쁘고, 입도 거칠고, 머리도 노랗게 염색하고 다니는 영락없는 날라리 여고생.
요란한 네일케어를 하고 다니고, 그쪽으로 재주가 있다.
교복도 남들과 다르게 리폼해서 입는 나름 고딩 패셔니스타
남몰래 같은 학교 다니는 수하를 짝사랑하지만 수하는 그런 성빈을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예쁘고 잘난 같은반 친구 동희를 등떠밀어 살해하려했다는 혐의로 기소되어 국선변호사 강순과 만나게 된다. 자신의 변호사인 강순조차 자신의 무죄를 믿어주지 않자 심하게 좌절하여 극단의 선택을 하려고 한다. 그런데 그동안 자신을 무시한다고 생각했던 수하가 자신의 무죄를 믿고 같이 싸워주는 모습에 감동한다.
서대석 (63세 / DS로펌 대표)
도연의 아버지.
형사부 부장판사 출신. 현재는 국내 굴지의 로펌 대표로 있다.
판사 시절에는 청렴하고 강직하기로 소문난 법조계의 대부였다.
판사시절, 한명의 무고한 자가 생기더라도 10명의 범죄자는 반드시 잡아야한다는 신념으로 피고인들에게 엄격한 판결을 내려왔다.
자식인 도연에게조차 엄격하고 아버지로서의 정을 보여주지 않는 차가운 아버지.
어춘심 (42세 → 52세 / 여 / 강순 모)
가정부로 남의집 살림을 해 가면서 강순을 대학까지 보낸 억척 어머니.
고등학교 중퇴라는 시련과 도연일가에 대한 원망으로 인해 강순이 성격이 점점 독해지는 것같아 늘 맘에 걸려한다.
강순이가 타온 상장과 트로피가 보물1호고, 없는 돈 쪼개 절기와를 올리며 늘 비는 건 강순의 성공과 행복이다. 강순이 하고 있는 국선전담변호사가 대통령이나 되는 듯 자랑스러워한다.
현재는 작은 통닭가게를 운영하고 있다. 강순에게 경사스러운 일이 생길 때마다 비정기적인 ‘통닭 할인’을 남발한다.
강순이 변호사가 된 지금, 강순 시집보내기가 자기 일생의 마지막 숙제라고 생각한다.
황달중 (57세 / 남)
아내를 죽인 혐의로 25년째 복역 중에 있다.
넉살좋고 친화력이 뛰어나 수감자들 사이에 인맥이 상당히 넓다.
과거 자신의 변호를 맡았던 상덕과 깊은 유대관계를 가지고 수감자들의 각종 정보들을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25년전 수감이 되며 잃어버린 딸을 찾고 싶어한다.
민준국 (33세 → 43세 / 남)
수하 아버지를 살해한 범인
교통사고로 위장해 과실치사로 풀려날 수 있었으나 강순의 증언으로 12년형을 받는다.
모든 불행이 강순 때문이라고 생각하며 강순에 대한 원망과 복수심으로 감옥의 나날을 하루하루 버티고 있었다.
모범적인 수감생활로 2년 감형을 받아 10년이 지나 드디어 출소를 하게 되고..
강순에 대한 복수의 계획을 차근차근 실행해 간다.
강순이 수하의 능력을 알기 전까지 수하의 능력을 아는 유일한 인물이었다.
♦ 관 계 도
서대석 (63세/남) 김공숙 (43세/남) 황달중 (57세/남)
교수 판사 재소자
서도연 (27세/여) 신상덕 (68세/남)
검사 국선전담변호사
차관우 (33세/남) 강순 (27세/여) 최유창 (29세/남)
국선전담변호사 국선전담변호사 사무원
민준국 (43세/남) 박수하 (19세/남)
살인범 고등학생
기타
어춘심 (52세/여) 고성빈 (19세/여) 기자
강순모 고등학생
슈퍼아줌마
애정 관계
적대 관계 혹은 라이벌 관계 형사합의부
가족 관계
친구 관계 국선전담사무실
♦ 시 놉 시 스
가정부딸 강순 vs 판사딸 도연
때는 2002년 겨울..
강순(여/17세)과 같은반 서도연(여/17세)은 한집에 산다.
도연이는 그야말로 완벽한 스펙의 소유자다.
아버지가 명망 높은 판사에 어머니는 의사...
도연이네 부모님 한달 수입이 강순이 어머니 일년치 수입보다 몇 배는 많다.
도연은 부모님 잘 만난 덕에 설렁설렁 살아도 대한민국 상위 1%로 살 수 있다.
그럼 좀 멍청하든가, 못생기든가 해야 공평한거 아닌가?
잘사는 주제에 똑똑한데다 이쁘기까지 하다.
도연이처럼 가진 놈들이 공부마저 잘하는 건, 볕이 들어야할 쥐구멍에 시멘트를 바르는 짓이고, 개천의 용들을 말라죽게 하는 짓이다.
그에 비해 강순은 아무것도 없다.
아버지도 없고, 홀어머니와 살고 있다.
그리고 그 홀어머니는 도연의 집에 입주가정부이고, 강순 역시 그런 이유로 도연집에 빌붙어 산다.
뭐하나 내세울 것 없는 어머니에게 유일한 자랑거리인 강순..
왕후장상 영유종호란 말을 뼈에 새기고
모자라는 머리로 도연을 따라잡기 위해 강순은 공부에 매진을 한다.
그렇게 꿈을 찾기 위해 나아가는 청춘의 시기..
강순은 누군가를 이기기 위해 어딘지 모르는 곳을 향해 달리고 있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강순의 인생을 바꿀 첫 번째 사건과 맞닥뜨리게 된다.
난 범인이 아니야.
일생동안 불행하고는 담쌓고 살 것 같던 도연에게 큰 사고가 일어난다.
친구들과 눈싸움을 하다가 돌을 넣은 눈덩이에 눈을 맞은 것..
한쪽 눈의 시력을 잃는 커다란 사고였다.
도연은 범인으로 강순이를 지목했다.
강순이 학년회장 자리를 뺏겨 누구보다 자신을 원망하고 있다는게 그 이유였다. 강순은 그건 정황증거일 뿐 내가 돌을 넣어 던졌다는 증거는 아무것도 없다고 항변한다. 용의자는 나뿐 아니라 눈싸움을 한 학생 전체여야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학교는 강순의 말에 귀를 기울여주지 않았다.
억울한 강순을 믿어주는 이도, 도와주는 이도 없었다.
강순의 엄마만이 강순을 믿어 줬지만, 강순 모녀의 주장은 차갑게 외면당했다.
도연의 거짓 증언 때문에 강순은 퇴학을 당하고, 강순의 어머니는 해고당한다.
도연의 아버지 서대석(53세/남)판사는 퇴직금 백만원을 던져주며 강순과 강순의 어머니를 쫓아낸다.
강순의 어머니는 그 백만원을 들고 아무런 항변없이 물러난다.
그리고는 서점으로 가, 퇴직금 백만원으로 서대석의 자서전 ‘법이 구한 눈물들’ 백권을 산다. 그 자서전 백권을 도연의 집 앞에 쌓아놓고 불질러버리는 강순의 어머니..
강순의 어머니는 그렇게 자신의 딸이 무고함을 항변했다.
두 사람의 목격자
그날 이후 강순은 어느 때보다 더 공부에 매진을 한다.
강순이 할 수 있는 복수라는 건 도연보다 좋은 대학가서 출세하는 것 뿐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복수의 기회는 공부가 아닌 뜻밖의 사건으로 찾아왔다.
어느 늦은 밤.
도서실 앞에서 만난 두사람은 무시무시한 살인사건을 목격하게 된다.
교통사고처럼 보였던 사고..
피해차량에는 열 살 남짓한 꼬마와 꼬마의 아버지가 타고 있었다.
그런데 사고를 낸 운전자가 피해 차량으로 가서는 부상당한 아버지를 잔인하게 살해한다.
그리고 꼬마마저 살해하려는 순간, 스마~일! 핸드폰 사진찍는 소리가 들린다.
놀라서 뒤를 돌아본 운전자! 멀리 강순과 도연이 이 사건현장을 몰래 핸드폰으로 촬영하고 있는걸 발견한다.
주책맞은 핸드폰 소리에 놀란건 강순과 도연도 마찬가지..
공포에 질린 강순과 도연은 필사적으로 도망을 치고.. 간신히 목숨을 구한다.
그리고 며칠 후..
사고 장소에는 교통사고 사망사건의 목격자를 찾는다는 현수막이 붙는다.
그러나, 분명 교통사고가 아닌 살인사건이었다.
살해된 사람은 박인혁(40세/남)으로 아들과 함께 집으로 가는 길이었다.
다행히 아들 박수하 (9세/남)는 목숨을 구했지만 사고의 여파로 말을 잃은 상태..
수하는 아버지가 살해당했노라 필담으로 증언을 했지만 어린 나이의 소년이라는 점..
사고 직후 충격으로 실어증까지 온 상황이라 증언에 힘이 실리지 않았다.
간신히 용의자인 민준국(33세/남)을 기소해 법정에 세우기는 했지만 재판에서 유죄판결을 받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증인, 증거가 필요했다.
그 증인과 증거가 바로 강순과 도연이었다.
아쉽게도 현장을 찍은 핸드폰 사진은 전혀 알아볼 수 없는 사진이라 증거로써 효력이 없었다. 이 사건을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그 둘이 용기를 내 법정에 서는 것 뿐..
그러나, 용기보다 더 큰 건 보복에 대한 두려움이었다.
말하면 다 죽여 버린다던 범인의 협박을 들은 두 사람 모두, 목격자로 나서는 걸 망설이고 있었다.
서로 눈치를 보던 강순과 도연.. 결국 둘이 함께 법정에 서기로 한다.
보복보다 두려운 것은 서로에게 지는 것이기 때문...
둘은 서로 증언대에 설 것이다 호언장담을 한다.
그러나, 법정 문 앞에서 도연은 두려움에 도망치고, 강순은 얼결에 들어가 증인석에 선다.
늘 2인자였던 강순이 순식간에 용감한 영웅으로 떠오르고,
늘 1인자였던 도연은 비겁한 도망자로 추락하는 순간이었다.
강순이 들어선 법정!
그곳에는 범인인 민준국만큼이나 놀라운 사람이 있었다.
민준국 사건의 재판장은 바로 도연의 아버지 대석이었다.
마음을 읽는 소년
강순이 등장하기 전까지만해도 재판은 피고인인 민준국에게 유리하게 진행되고 있었다.
민준국의 변호인측은 단순 교통사고로 인한 과실치사라며 살인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고, 검사측은 교통사고 직후 부상당한 수하의 아버지에게 다가와 둔기로 쳐서 죽인 명백한 살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유일한 증인인 박인혁의 아들 수하는 말을 잃었지만 필담으로 살인장면을 똑똑히 목격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변호인측은 수하가 미성년인데다가 사고의 충격이 커 횡설수설하고 있다며 증언이 효력이 없다며 일축한다. 그렇게 재판은 민준국에게 유리하게 흘러가고, 민준국은 자신의 거짓말에 놀아나는 법정을 비웃고 있었다.
그런 민준국을 원망스레 보던 수하는 변호사 앞으로 달려가 뭔가를 빠르게 써내려간다.
‘여기 먹물먹은 등신들은 모두 내 편인거 같구나.. 라고 범인 아저씨가 생각하고 있어요.’
변호사는 그걸 니가 어떻게 아냐 묻자, 수하는 확신에 찬 표정으로 써내려간다.
‘전 마음을 읽을 수 있어요’
수하의 어이없는 돌출행동에 모두들 헛웃음을 짓고, 이를 놓치지 않는 민준국의 변호인.
수하의 증언능력을 인정하면 안된다고 주장하고 판사는 이를 받아들인다.
수하의 증언마저 없어지자, 재판정의 분위기는 무죄 쪽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마음을 읽는다는 수하의 말을 모두가 믿지 않았지만 단 한사람 믿는 사람이 있었으니..
그건 바로 범인 민준국!!
변호사 판사들을 보며 ‘먹물먹은 바보’라고 생각한 순간, 놀랍게도 수하는 자신의 마음을 정확하게 읽어냈다! 마음을 읽을 수 있다는 말.. 민준국만은 그 말이 진실이란 걸 안다.
그러나 그 사실을 이야기할 수는 없었다.
그걸 얘기하는 순간, 재판의 흐름은 바뀔 것이기 때문이다.
‘공포탄’을 쏘다
증인이 더 이상 없다면 민준국은 과실치사로 석방될 수 있는 상황..
수하는 분노와 절망의 눈물을 흘리는데..
그 순간 들어선 소녀가 바로 이 사건의 목격자 강순이었다.
그러나 변호인측은 갑자기 나타난 강순을 증인으로 인정할 수 없다고 강력하게 반발한다.
준국 역시 강순을 처음 본다고 잡아뗐다.
이대로라면 강순은 증인석에 서 보지도 못한 채 법정에서 나가야한다.
그 순간, 강순은 절망에 빠진 수하를 본다.
그리고, 마음을 다잡고 핸드폰을 꺼내든다.
사건당시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었지만 어두워서 아무것도 찍히지 않았다.
그러나, 덫을 놔서라도 강순은 준국을 잡고 싶었다.
강순은 용기를 내 대석에게 말을 한다.
“이걸로 저 사람이 쇠파이프로 내려치는 장면을 찍었는데.. 이것도 증거가 안되나요?!”
강순이 놓은 덫에 준국은 걸려들었다.
사진 때문에 꼼짝없이 범인으로 몰렸다고 생각한 준국은 분노를 주체하지 못하고 강순에게 달려든다.
“말하면 죽일거라고 그랬지!!”
준국은 강순의 목을 조르며 난동을 피우고, 법정은 아수라장이 된다.
결국 준국은 이 난동으로 범행을 시인한 셈이 돼버리고, 징역 12년형을 받게 된다.
민준국은 교도관에게 끌려가며 강순에게 서슬퍼런 협박을 퍼붓는다.
“내 감옥에서 나오면 니 년 목부터 딸거다!”
증언으로 자신의 용기와 결백을 도연에게 확인시켜주고 싶었을 뿐인데..
이 사건으로 강순은 그녀의 삶을 뒤흔드는 두 인연과 만나게 된다.
하나는 만들고 싶지 않았던 악연, 민준국.
그리고 또 하나의 인연은 수수께끼 소년, 박수하 였다.
내가 지켜줄게.
법정을 나서는 강순은 두려움에 주저앉고 만다.
젠장.. 이게 다 그 꼬마 때문이다.
그 순간, 그 꼬마 녀석이 그런 눈으로 날 보지만 않았어도...
먼훗날, 민준국이 진짜 날 죽이러오면 어떡하지?
그땐 누가 날 지켜주지? 엄마? 경찰?
두려움에 떠는 강순의 곁으로 수하가 다가왔다.
법정에서 빛났던 용기, 그 속에 숨어있는 강순의 여린 속마음을 읽어버린 수하...
아주 힘겹게, 그러나 단호히..사고 이후 처음으로 입을 연다.
“그땐 내가.. 지켜줄게”
까마득하게 어린 꼬마였지만 묘하게 위안을 주는 아이었다.
한편 도망친 도연은 비겁하게 도망친 것을 수천번 수만번씩 후회했다.
강순을 독서실에서 볼 때마다 죄를 지은 것처럼 눈을 피했고..
아버지 대석과 마주칠 때도 그 싸늘한 태도에 움츠러들었다.
세상 사람들이 자신을 비겁하다 손가락질 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무엇보다 괴로운 건 스스로 씌운 도망자의 굴레였다.
어떻게 하면 그 순간을 지울 수 있을까..?
그 질문에 대한 답을 도연은 미래에서 찾기로 한다.
비겁함과 두려움을 다 씻어버리고..
누구보다 용감한 검사로서, 다시 법정에 서는 거다.
10년 후
10년이 지난 2012년..
강순(27세/여)은 국선전담변호사가 되었다.
강순이 국선전담변호사를 선택한 이유에 다른 변호사들처럼 사명감, 혹은 열정같은 거창한 이유는 없었다. 오로지 꼬박꼬박 나오는 안정적인 수입! 만이 선택의 이유였다.
한달 30여건의 사건을 수임하는 국선전담변호사의 길이 힘들고 고되다고들 하지만 강순에게는 그야말로 날로먹는 꽃길이다. 꼴랑 ‘선처를 바랍니다’ 10초 변론을 해주면 한달 월급이 꼬박꼬박 나와준다. 변론을 잘해도 못해도, 승소를 해도 패소를 해도 국선전담변호사들의 월급은 모두가 똑같은데 굳이 몸고생 마음고생을 사서 할 필요는 없다~ 는게 강순의 생각이다.
설레는(?) 악연들
강순이 배치된 연주지방법원에는 2명의 변호사와 1명의 사무원이 있었다.
한명은 강순과 함께 국선전담변호사 면접을 봤던 차관우(33세/남)
경찰출신, 방통대출신이라는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였다.
전직 경찰, 거기에 방통대 출신으로 여기까지 왔다면 그 사명과 근성은 이미 기네스감이다.
가난하고 억울한 사람의 마지막 보루가 되겠다는 둥..
피고인에 대한 믿음으로 무장한 변호사가 얼마나 막강한지 보여주겠다는 둥..
의욕이 뻗치다 못해 옥황상제 똥구멍을 찌를 판이다.
과한 기대에는 과한 실망이 따르고.. 과한 열정에는 과한 타성이 따르기 마련..
특히나 매번 가난하면서 흉악한 의뢰인들을 상대하는 국선전담변호사에게 열정은 득이 아닌 독이 될 수 있다! ... 라고 강순은 생각한다.
거기다 관우는 강순이 제일 싫어하는 “오지랖을 드넓게 펄럭대며 나대는 인간형”이었다.
관우와는 가능한 엮이지 말자 다짐하는 강순.
또 한명의 변호사는 신상덕(68세/남), 40년 경력의 국선변호사다.
관우의 롤모델이자 국선의 산 역사인 베테랑 변호사지만 지금은 그저 귀에 보청기를 끼고 이에 틀니를 낀 퇴물... 이라고 강순은 생각한다.
강순이 실제로 만나본 상덕은 퇴물 변호사에 뒤끝까지 긴 쪼잔한 노인네였다.
세월이 묻어나는 연륜, 인자함 따위와는 담을 쌓은 그야말로 ‘노땅’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강순 성격에 쪼잔한 상덕을 존경으로 대할 수는 없는터..
강순과 상덕은 만나는 날부터 견원지간이 되버린다.
강순의 주변은 사방이 적이고 원수들이다.
연초에 본 토정비결에는 사방이 귀인들이라더니..
도대체 그놈의 귀인들은 어디 쳐박혀있는거냐!!
강순이 국선전담으로 배치된 곳은 형사합의부..
강도, 살인 등 중범죄들을 많이 다루는 곳이다.
그러나, 강순에게는 험악한 강력범들도, 오바하는 관우도, 뒤끝이 긴 노땅 상덕도..
머지않아 닥칠 악연에 비하면 애교수준이었다.
바로 이 연주지방검찰청에는 그녀의 철천지 원수 서도연이 검사로 있었다.
도연은 피해자의 편에서 피의자에게 가혹한 검사로 유명했다.
아직도 과거 강순과의 기억에서 자유롭지 않았기에..
그녀 자신도 피해자의 입장이었었기에 검사를 선택했다.
어쩌면 검사라는 직업을 통해 법정에서 도망쳤던 10년전 비겁했던 자신의 모습을 변명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10년전 악연으로 엮였던 강순과 도연..
그 두사람이 국선전담변호사 vs 검사라는 이름으로 법정에서 해후하리라고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수하의 여신
수하는 현재 소년과 남자의 경계.. 고등학교 3학년이다.
공부, 운동 외모 뭐하나 빠지는게 없는 훈남이라 여학생들에게 인기가 좋다.
수하는 그 많은 여학생들의 연심이 다 보이고 들리지만 전혀 관심이 없다.
수하에게는 10년전 이미 마음 속 깊이 각인된 첫사랑 강순이 있기 때문이다.
수하가 경찰대를 목표로 하는 것도, 태권도를 연마하는 것도 모두 다 강순 때문이다.
언젠가 다시 만나는 날이 왔을 때..
준국이 출소해 강순을 위협하는 날이 왔을 때..
무력하게 당하는 것을 보고만 있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던 어느날 신문 기사를 통해 강순이 자신이 사는 연주시의 국선전담변호사로 발령이 났다는 것을 알게된다. 무작정 강순을 만나기 위해 변호사 사무실 앞으로 찾아간 수하..
멀리서 본 강순은 여전히 아름다웠다.
거기다 국선전담변호사라니.. 얼마나 멋지고 그녀에게 어울리는 직업인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수호천사처럼 그녀를 늘 지켜주리라 결심하며 돌아오는 길..
지하철을 타기 위해 승강장에 들어선 수하는 같은 반 친구 성빈(19세/여)을 만나게 된다.
건너편 승강장에서 멍하니 서있는 성빈의 눈을 본 수하..
그 눈을 통해 수하는 절박한 그녀의 다짐을 읽어버리고 만다.
교실에서 친구를 밀어버려 살인미수 용의자로 재판에 서야하는 성빈.
친구도, 선생도, 변호사조차 믿어주지 않아 자살까지 결심하고 지하철 승강장에 선 것이었다. 그 결심을 읽어버린 수하.
다급히 성빈을 구하기 위해 사력을 다해 건너편 승강장을 향해 달려가고..
승강장으로 뛰어드려는 성빈을 간신히 구해낸다.
성빈은 수하에게 자신의 참담한 사정을 다 털어놓는다.
자신은 아무 죄를 저지르지 않았는데 변호사는 무조건 유죄라고 인정을 하라고 한다.
증거가 너무 많으니 그냥 유죄라고 인정하는게 재판에 유리하다나?
말도 안된다.
성빈의 마음을 읽은 수하는 성빈의 무죄를 확신할 수 있다.
성빈은 정말 친구를 죽이려하지 않았다. 명백히 무죄다!
그런데, 변호사가가 피고인의 편이 되어줘도 모자랄 판에 유죄를 인정하라고 협박까지?
도대체 그 썩어빠진 변호사는 누구냐? 묻자 성빈이 대답한다.
“강순이래.. 성은 강.. 이름은 순..”
성빈의 대답에 충격받는 수하..
성빈에게 자살까지 결심하게 만든 그 악독한 변호사가 바로 수하의 여신.. 강순이었다.
국선전담변호사 강순 vs 검사 서도연
강순은 피고인을 믿지 않는다.
수사단계, 기소단계에서 유죄로 인정이 되어 재판까지 온 사람들이 ‘피고인’이다.
우리나라 경찰, 검찰이 바보가 아니다.
진짜로 억울하고 무고한 사람들은 이미 그들이 혜안으로 판단해 걸러주신다.
그러니 국선전담변호사인 강순이 재판에서 피고인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란
그저 ‘선처를 바랍니다’ 란 말 뿐이다.
물론 강순과 다른 생각으로 일하는 변호사도 많다.
예를 들면 같은 사무실의 관우같은..
무조건 피고인의 말을 믿고, 그들을 위해 열과 성의를 다하는 변호사.
그러나 그 열정의 대한 답은 그리 낭만적이지 않았다.
이번에 강순이 맡은 성빈이 사건 역시 마찬가지다.
여학생이 교실 6층에서 떨어져 의식불명상태다.
교실에는 성빈이 외에는 아무도 없었다.
피해자와 성빈은 평소 사이가 안좋았고, 성빈의 팔목에는 피해자가 떨어지면서 할퀸 상처까지 남아있다. 뿐인가? 성빈이 미는걸 본 목격자까지 있다.
누가봐도 유죄인 사건이다.
변호사가 재판에서 할 수 있는 건 선처를 호소하는 것 뿐..
문제는 성빈이가 무죄를 주장한다는 거다.
자긴 피해자가 자살하려는걸 막으려고 했을 뿐이라나?
이런 헛소리를 재판에서 떠들었다간 개망신을 당하기 십상..
어떻게든 성빈을 설득해 유죄인정을 하게 해야한다.
그런데, 강순에게 아주 사소해보였던 이 사건이 중요해져버렸다.
바로 이 사건의 검사가 철천지 원수 서도연이기 때문!!
10년 만에 강순과 도연이 변호사 vs 검사로 다시 만난 첫 번째 사건이 바로 이 사건이다.
이 재판에서 강순은 절대 망신을 당하면 안된다.
성빈을 믿고 법정에서 무죄 주장을 했다간 도연에게 무참하게 깨질게 뻔하다.
이제 성빈이를 설득하는 건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초능력 소년! 수하.
그런데 이 사건이 중요한데다 복잡해지기까지했다.
갑자기 성빈의 친구랍시고 나타난 껌딱지 같은 놈 때문..
이 껌딱지는 강순을 붙잡고 무작정 무죄를 받아내라고 한다.
고등학생이란 놈이 어른한테 반말 찍찍해대는 걸 보니 날라리 양아치인게 분명하다.
껌딱지는 강순에게 왜 성빈이의 무죄를 믿지 않냐고 따져댔다.
강순 역시 너야말로 왜 성빈이가 무죄라고 믿느냐 응수했다.
껌딱지는 명백한 증거가 있다. 그렇지만 법정에서는 효력이 없는 증거라고 했다.
증거가 뭐냐니까 껌딱지, 말은 못하고 강순을 노려본다.
“그렇게 노려보면 없던 증거가 땅에서 솟아나기라도 한대니?”
그런데 이 말을 강순이 하는 순간, 수하도 동시에 이 말을 한다.
경악하는 강순.
놀라서 수하에게 퍼붓는 강순의 말도 수하는 똑같이 따라한다. 그것도 동시에..
강순의 마음을 읽지 않고는 불가능 한 일이다.
수하가 괴물같은 강순.. 도망을 치려는데 수하가 어깨를 잡아 세운다.
“난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읽을 수 있어. 그게 증거야!”
아아.. 님은 갔습니다.
분명 수하는 강순의 마음을 정확하게 읽어내고 있었다.
성빈이의 무죄를 확신하는 이유도 분명 저 능력때문이리라..
그러나, 수하의 능력이 법정에서 증거로 채택이 될리는 만무하다.
그렇다면, 상황은 달라질게 하나도 없다.
증명할 수 없는 사실은 사실이 아니다.
수하가 아무리 무죄라 외쳐도 그 주장은 강순에게 공허한 소리일 뿐이다.
강순은 재판에서 성빈이 유죄란 것을 인정할 것이고,
선처를 바란다는 말로 변호를 마칠 것이다.
그런 강순의 모습에 가장 많이 실망한 건 바로 수하였다.
진실에 눈감고 귀닫는 강순의 모습은 10년간 지켜온 수하의 순정을 산산히 깨트리기에 충분했다. 저렇게 무기력하고 비겁한 국선변호사가 자신의 첫사랑이라니..
“진실은! 재판에서 이기는 것 아니야?”
라고 항변하는 수하의 대답에 강순은 차가운 미소로 답을 했다.
“순서가 틀렸잖아. 진실이 재판에서 이기는게 아니라 재판에서 이기는게 진실인거야.”
황금의 꽃처럼 굳고 빛나던 10년전 첫사랑의 모습은..
그렇게 차디찬 티끌만도 못한 모습으로 한줌의 미풍에 날아가버렸다.
강순을 닮은 소녀
재판에 들어가기 전 강순 앞에 도연이 오만한 미소를 띠며 나타났다.
“고성빈이 보니까 10년전 그때가 떠오르지 않아? 누굴 많이 닮은 것 같은데..”
그게 무슨 소리인가?
“목격자가 있어. 증거도 정황도 있고..
근데도 본인 혼자 무죄를 주장해.. 10년전에 니가 그랬던 것처럼.. ”
그렇다. 도연은 과거 눈싸움 사건과 성빈의 사건을 같은 연장선상에 놓고 있었다.
수하의 말대로라면 성빈이는 무죄다. 10년전 강순처럼..
이대로라면 성빈은 억울하게 누명을 쓴다. 10년전 강순처럼..
10년전 그 꼴을 또 다시 보고 싶지 않다.
아니, 무엇보다 그 꼴을 또 다시 도연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다.
10년만의 리벤지 매치
재판에서 성빈의 유죄를 인정하기로 했던 강순..
방청석에 앉은 수하를 보며 눈으로 묻는다.
‘성빈이가 무죄란 거 확신해?’
‘나 너 믿어도 돼?’
수하는 그런 강순에게 확신에 찬 눈빛으로 응원을 한다.
그 눈빛을 믿고, 강순 성빈의 무죄를 주장하기 시작한다.
국선의 이름으로 검사를 상대로 무죄를 받아낼 확률은 1%..
그 무모한 도전을 강순은 시작을 한다.
그렇게 이 재판은 도연에게도.. 강순에게도..
꼭 이겨야하는 재판이 돼버렸다.
하지만 어떻게?
무죄주장을 하기로 했지만 급조된 논리로 강순이 도연을 상대하기는 벅차다.
변론이 아니라 변명이라고 할 만큼 구차한 논리를 늘어놓는 강순...
하지만 강순에겐 있고 도연에겐 없는 게 있었다.
바로 수하라는 강력한 무기...!
수하는 마음을 읽는 힘을 이용해 강순에게 변론에 따라 재판장의 생각이 어떻게 바뀌는지 사인으로 알려준다.
그렇게 강순은 법정 안에서, 수하는 방청석에서 호흡을 맞추며 첫 데뷔전을 치른다.
무모해보였던 싸움에 수하의 힘이 더해지자 해볼만한 싸움이 됐다.
재판의 분위기는 거의 강순 쪽으로 기우는 듯 보였다.
피해자인 동희가 법정에 증언하러 나오기 전까지..
위증
피해자 동희가 법정에 나온다고 했을 때 누구보다 기쁜건 강순과 피고인 성빈이었다.
성빈을 이 수렁에서 가장 확실하게 꺼내줄 사람이 바로 피해자 동희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믿었던 동희는 법정에서 의외의 증언을 한다.
자신을 민 건 성빈이 확실하다는 것!
순식간에 재판 분위기는 반전이 되고, 성빈과 함께 강순도 나락으로 떨어져버렸다.
동희의 위증에 분노한 성빈은 동희에게 대들며 법정을 난장판으로 만들었고..
모범생 코스프레를 해도 모자란 판에 성빈은 날라리 본색을 유감없이 드러내며 강순의 변호사 이미지까지 깎아먹고 있었다.
그렇게 1차 공판이 끝난 직후..
망연자실한 강순 앞에 도연이 다가와 위로(?)의 말을 건넨다.
“꽤 분발했어. 국선치고는..”
이대로 질 수 없다.
맘 같아선 진실이고 정의고 뭐고 다 때려치고 싶었다.
그러나 저 소리를 듣고 주저앉아있을 수는 없었다.
도연과의 재판에서 승소하기 위해 강순은 자존심이고 뭐고 다 때려치웠다.
여고생 교복을 입고 성빈의 고등학교에 잠입해 증거를 수집하는가하면..
꼬장꼬장한 상덕에게 할 수 있는 모든 애교와 아부를 동원해가며 재판의 노하우를 배웠다.
그 과정에서 동희가 부모님의 기대를 버거워하다 자살을 기도했었다는 것..
성빈의 무죄를 밝히는 것보다 그 사실이 밝혀지는 것을 더 무서워한다는 것을 알았다.
그렇다면 답은 하나다.
동희를 설득해 어떻게든 법정에서 사실을 말하게 하는 것!
동희가 입원한 병원까지 찾아간 강순..
성질 같아서는 왜 위증을 해서 성빈이 인생을 망치고 날 개망신시켰냐 머리 끄댕이를 잡고 따져보고 싶었지만 꾹 누르고 지성인답게 동희를 설득을 했다.
이제 남은건 2차 공판에서의 역전 뿐이다.
넌 검사가 아니야.
동희는 약속대로 법정에 나와줬다.
자신의 잘못을 바로잡고, 성빈의 무죄를 밝혀주기 위해..
모든게 강순이 원하는 그림대로 됐다.
그러나 그 그림을 그리게 놔둘 도연이 아니었다.
증인석에 앉은 동희가 증언을 번복하려는 순간,
도연은 동희에게 지난번에 거짓을 말하면 위증으로 처벌된다는 선서를 했으니
증언을 번복하면 위증죄라고 고지한다.
이건 분명 증언하지 말라는 협박이었다.
세상에.. 대한민국 검사가, 그것도 피고인의 무죄를 뻔히 아는 검사가..
그 사실을 밝히지 못하도록 막다니!!!
검사란 피고인에게 유리하고 불리하고를 떠나 실체적 진실을 발견하는데 힘써야한다.
그게 검사고 그게 기본이고 그게 양심이다!
그런데 도연은 강순과의 악감정이 그 모든 것 위에 있었다.
도연의 행각에 강순은 분노만 하고 앉아있을 순 없었다.
도연의 협박에 동희는 증언을 망설이고 있었고, 이대로라면 성빈은 살인미수로 꼼짝없이 감옥에 가야한다.
그때 퍼뜩 떠오르는 상덕의 팁!!
재판 전에 상덕이 강순에게 이 상황을 예견이라도 한 듯 조언을 해줬었다.
‘검사가 위증으로 압박해 올 땐 형사소송법 159조를 참조해 봐’
얼른 형사소송법 159조를 찾아본 강순은 승리의 미소를 짓는다.
선서 무능력자!!
만으로 16세 미만인 자는 선서무능력자로서
선서를 했더라도 그 효력이 없는 것으로 인정된다.
따라서 증언을 번복한다 해도 위증죄로 처벌할 수 없다.
문동희의 어머니는 감사하게도 넘치는 학구열로 동희를 2년 일찍 입학시켰다.
만 15세의 문동희는 선서무능력자였던 것이다!
위증죄의 압박에서 벗어난 동희는 성빈의 무고함을 밝혔다.
치욕스런 심정으로 공소를 취소하는 도연...
강순의 완전한 승리였다.
그러나 강순에게는 승리의 기쁨보다 도연에 대한 분노가 더 컸다.
형사소송법 159조를 몰랐다면 꼼짝없이 성빈이는 무고하게 감옥에 갈 수 있었다.
그걸 막아야하는 검사가 진실을 외면하고 직무를 유기했다.
이날 재판에서 강순은 변호사였지만, 도연은 검사가 아니었다.
I'll Be There
10년전 수하의 여신이었던 강순은 속물 변호사가 되어 있었다.
지난 10년간 다시 만날 날을 너무나 기대했기에 실망도 너무나 컸다.
맘 같아서는 신세고 빚이고 훌훌 털고 모른척하고 싶지만 성빈이를 위해 의기투합해야했다. 그리고, 강순의 곁을 지켜야할 또 하나의 이유가 있었다.
바로 민.준.국.
성빈의 재판 이후 강순에게 I'll be there 란 문자가 오기 시작했다.
강순은 처음에 수하가 보내는 거라 착각했지만 수하가 아니었다.
수하가 아니라면 누굴까?
한번 누군지 목소리나 들어볼까.. 하는 마음에 통화버튼을 누르는 강순..
그런데 집안 어딘가에서 희미한 벨소리가 울리기 시작한다.
뭐지? 강순이 종료버튼을 누르자 노랫소리는 뚝 멈춘다.
긴장한 강순, 다시 발신버튼을 누르고...
옷 방으로부터 다시 새어 나오는 벨소리.
강순은 공포로 온 몸이 굳어버린다.
누군가 강순의 집에 있었다.
누군가 있었다
“당장 나와! 나 경찰에 신고했어!!!”
큰소리는 쳤지만 강순은 사시나무 떨 듯 떨고 있었다.
경찰이든, 이웃이든 누구든지 빨리 좀 와줬으면...
혼자서 견뎌야 하는 이 상황이 죽을 만큼 무섭다...
그때 꽝! 소리와 함께 현관문이 부서지듯 열리고 누군가 들어왔다.
수하였다.
수하는 강순을 안전한 곳으로 내보낸 후, 전화기 소리가 나는 방문을 열고 들어갔다.
그러나 방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그저 구형 휴대폰 하나만이 덩그러니 놓여있을 뿐..
강순은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지만 딱히 눈에 보이는 피해가 없는 사건에 경찰이 움직여줄리 만무하다.
그러나 분명 강순의 집에 누군가 침입을 했다.
수하는 그 누군가가 민준국이라는 것을..
그리고 이번 사건은 강순에게 보내는 무언의 협박이란 것을 직감한다.
그날 옥탑방에서..
그날 밤.. 혼자 있기 두려운 강순을 위해 수하가 함께 옥탑방을 지켜줬다.
고딩이라며 애취급을 했던 수하에게 보호받은 게 무안하긴 하지만..
체면 차릴 처지는 아니었다.
10년전 민준국의 무서운 협박을 들은 이후..
강순은 하루도 편히 잔 적이 없었다.
늘 그 위협이 귓가에 맴돌았고, 어두운 골목이 무서웠고, CCTV가 없는 곳이 무서웠다.
매일 공포로 잠이 들었고, 악몽으로 잠을 깼었다.
그러나 이 하루.. 수하가 문밖에서 지켜주고 있는 이 하루만큼은 단잠을 잘 수 있었다.
수하 역시 이 하루가 특별했다.
지난 10년간 수하에게 가족은 없었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자신을 유일하게 거둬줬던 고모네 가족.
그러나 고모부의 마음을 읽었던 수하는 처음부터 자신이 짐이며 부담이란 걸 알았다.
고모부가 놀이공원에서 길을 잃은 자신을 보고도 외면한 날부터 수하에게 가족은 없었다.
그 후로 쭉 혼자 살아온 수하에게도 이렇게 누군가와 함께 하루를 지낸다는건 꽤 특별한 경험이었다.
문득 강순은 수하의 이름이 궁금해진다.
늘 껌딱지라고만 불렀지 본명을 알지 못했다.
강순이 수하에게 이름을 묻자, 수하 역시 긴장한다.
이름을 이야기하면 10년전 자신을 기억해줄까?
그러나, 강순은 자신을 기억하지 못했다.
10년전 만남이 강순에게는 지우고 싶은 기억이었나보다.
기묘한 콤비
강순에게 수하는 성빈 사건 이후로 어차피 안볼 놈이었다.
머리에 피도 안마른 녀석이 꼬박꼬박 반말하는 것도 재수 없었고, 자신의 속마음까지 속속들이 꿰뚫어보는 그 눈도 싫었다.
깔끔하게 정리하고 다신 보지 말자 쿨하게 작별인사하고 싶었다.
그렇다고 연끊고 안보자니 강순 쪽이 이래저래 아쉬운게 더 많다.
따지고 보면 수하가 무죄를 확신시켜줬기에 재판에서 이길 수 있었고..
늦은밤 수하가 집까지 바래다줬기에 어두운 골목이 무섭지 않았고..
도둑이 들 수 있는 밤, 문밖에서 지켜줬기에 잠들 수 있었다.
수하 입장에선 이미 첫사랑은 환상은 산산히 부서진지 오래지만
어차피 민준국의 일로 걱정도 되고 하니 당분간은 옆에서 일을 도와주며 붙어있는 게 낫겠다 싶다.
결코, 강순을 좋아해서가 아니다.
10년전 첫사랑의 모습은 차디찬 티끌처럼 한줌의 미풍에 날아가버린지 오래다.
강순을 지키려는 이유는.. 이유는..
모르겠다.
자기 때문에 불안하게 사는 강순에 대한 부채감이든..
아니면 과거 자신을 사로잡았던 정의로움이 머리카락 반가닥만큼이나마 남아있는 강순에 대한 동경 때문이든..
수하는 지금 강순의 안전을 확인하지 않으면 안 될 것만 같았다.
어쨌든 강순과 수하의 만남은 계속 이어졌다.
강순은 수하의 능력 덕에 법정에서 변론에 힘을 실을 수 있었고..
수하 역시 독심술로 무고한 자들을 구하면서 그 능력은 저주가 아닌 축복으로 생각됐다.
강순과 수하는 짬짜면을 능가하는 획기적인 조합이 되는 듯 했다.
도발
준국은 출소 후 자원봉사자의 탈을 쓰고 있었지만 수하는 그 속을 꿰뚫어볼 수 있었다.
그는 온화하고 따뜻한 미소 속에 얼음보다 차가운 원망과 복수를 품고 있었다.
준국은 자신의 아버지를 죽인 놈이다.
10년 동안 반성을 하기는커녕 복수의 칼날을 갈아왔다는 것에 수하는 분노했다.
그러나 분노보다는 강순의 안전이 먼저였다.
석방된 민준국 주위를 맴돌며 그를 늘 주시하고 있던 어느날..
먼저 도발을 해온 쪽은 민준국이었다.
수하를 불러내 민준국은 수하에게 선전포고를 했다.
복수를 포기하지 않았다 그리고, 복수할 대상은 수하가 아닌 강순이다!
그 말에 이성을 잃은 수하는 민준국을 패기 시작했다.
민준국은 수하의 공격에 방어조차 하지 않고, 그대로 다 받아냈다.
그리고 그 사건으로 수하는 경찰에 구속이 된다.
수하의 보호자로 강순은 경찰서를 급히 찾았다.
그리고 그곳에서 놀라운 사실 두가지를 알게 된다.
민준국이 강순을 노리고 있다는 것과..
이 껌딱지같은 놈이 10년전 그 꼬맹이란 것을..
내가 지켜줄게
맙소사.. 10년전의 약속이었다.
심지어 강순은 까맣게 잊고 있던..
그런데 이 꼬마에게는 10년을 지켜온 약속이었다니..
수하 이 놈은 분명 은혜갚은 까치가 환생을 한 놈일거다.
“내가 지켜줄게..”
강순에게 그 약속은 꼬맹이의 같잖은 호기였겠지만 수하에겐 목숨보다 귀한 약속이었다.
10년전 사고현장에 강순이 나타나지 않았다면 민준국의 손에 수하는 죽었을 것이다.
그리고 재판현장에 강순이 나타나지 않았다면 수하의 아버지를 죽인 민준국은 무죄로 풀려났을 것이다.
준국은 이미 시꺼먼 속을 숨긴 채 강순의 주위를 맴돌고 있었다.
그 사실을 전해주자 강순은 다시 공포가 밀려오기 시작했다.
떨리는 강순의 어깨를 잡아주며 수하는 다시 한번 10년 전에 했던 그 말을 한다.
“내가 지켜줄게..”
10년 전에는 같잖은 말이었지만 지금은 얘기가 다르다.
수하가 19살 고등학생이긴 하지만 태권도 선수라 장정 서넛은 거뜬히 해치울 수 있는데다가 남의 속마음까지 읽는 초능력까지 있는 놈이다. 거기에 공부도 그럭저럭 하는데다, 비주얼도 따지자면 좋은 쪽이다. 어려서 그렇지 그야말로 긁지않은 복권같은 놈 아닌가?
늘 민준국의 위협에 떠는 강순에게 이보다 든든하고 훈훈한 보디가드가 어디 있겠는가?
그렇게 두 사람의 공생은 계속된다.
강순에게 수하는 그저 보디가드일 뿐이다.
수하 역시 강순 옆에 그저 약속을 지키기 위해 머물 뿐이다.
그렇게 각자 다짐을 하면서..
그러나 그 다짐은 함께하는 시간이 쌓여갈수록 서서히 흔들리는데..
첫댓글 감사히 잘 보겠습니다. 이보영이 <내딸 서영이>에 이어 또 변호사로 나온...재밌어요
잘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감시합니다 잘 보겠습니다 ^_^
장혜성 언니 이름이 기획단계에서는 강순이었군요^^근데 어떤계기로 장혜성으로 바뀌게 된건가요?
모릅니다. ㅋ
크크
감사합니다. 잘 볼게요~
잘보고 갑니다^^너목들 애청자로써 넘넘 보고싶던 시놉시스였는데, 감사히 잘보고 가요^^
카페에 들어와서 많은 자료로 도움 받으면서도 이제서야 처음으로 댓글 답니다.
늘 고맙게 보고 큰 도움 받고 있습니다.
이렇게 쌓으신 덕으로, 하시는 일 좋은 결과 있으실 거예요. ^^
감사합니다
너무 잘쓰셔서 프린트하고 싶은데 안되나요? 프린트해서 소장하고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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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다쟁이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