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3,4남 자유게시판에 올린 글을 옮겼습니다.
다들 잘 지내고 계시죠....
5월 28일 오전 7시! 베란다로 나가 창밖을 보니 하늘이 파란 게 구름 한 점 없다.
창문을 여니 바람이 Good Morning! 하고 인사를 전하며 내 피부를 살짝 스쳐 지나가는데,
오늘 한낮 기온이 물가에서 야외행사를 갖는데 적당할 거라는 좋은 느낌을 전해 주는 것 같다.
7시 30분! 중계동 약속 장소에 사람들이 반갑고 즐거운 표정을 지으며 나타난다.
지난 5월초 북부모임 저녁식사 자리에서 몇 년 전 강원도 홍천 부근 서석이라는 곳에 있는
김중식 집사님 친구 별장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낸 기억을 떠올리며 또 한번 그런 시간을 갖자고 의기투합하여
오늘 모임을 갑작스레 갖게 되었다.(3,4남 태백방문이 취소되었기에 가능했음)
북부모임이라는 이름으로 모여 부부간 친교를 맺은 것도 벌써 20년이 다 되어가는 것 같다.
청년선교회 시절 도봉구, 노원구에 사는 회원들이 주중에 성경공부를 하기 위하여 만들어진 모임이었는데,
지금은 서로 사는 곳이 달라도 일 년에 서너 차례 모여서 저녁식사를 함께 하며 친교를 나누고 있다.
8시 20분! 박경수 집사 내외는 병원 진료예약 관계로 좀 늦게 개인 출발키로 하고
다른 사람들은 차 2대로 나누어 타고 목적지를 향하여 고 고 씽~~
서울을 빠져 나올 때와 달리 경춘고속도로에 올라서니 차도 많지 않고 시원스럽게 뻥 뚫려 있다.
그래서 그런지 사람들 마음도 활짝 열린 것 같다. 그 열린 마음으로 즐거운 대화가 끊임 없이 계속 이어진다.
간간히 웃음소리도 나고, 얼마 전 만났는데 아직도 못다 한 얘기들이 저렇게 많을까?
신기하다. 오랜만에 만나는 사이보다 자주 만나는 사이가 할 얘기도 더 많다는 말이 정말 맞는 것 같다.
시원스럽게 달려온 차가 동 홍천 IC를 빠져나와 서석방면에서 대기하고 있는데, 김중식 집사님이
지인을 통하여 인근 식당에 아침 식사를 준비했다고 해서 식당으로 Go~
[식당 앞 마당에서 음식이 준비될 때까지 잠시 기다리며 한가로이 담소를 나누는 모습]
[흰 민들레를 캐고 있는 김성영 집사님... 민들레는 노란색인 줄 알았는데 흰색이 오리지널이라는 이중훈 집사님 왈]
한적한 곳에 위치한 식당은 수령이 오래된 밤나무로 둘러싸여 있었다. 음식 세팅이 이루어지는 동안
식당 주변을 산책하면서 이중훈 집사님으로부터 식당 주변에 흐드러지게 자란 온갖 종류의 풀들에 대하여
설명을 듣고 몇 사람은 음식이나, 약으로 쓰이는 풀들을 채취하였다. 하여튼 오랜만에 공기 좋은 곳에서
한가로이 거니니 도시 일상을 찌들게 했던 온갖 상념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여유로움과 상쾌함으로 정화되는 느낌이 온 몸으로 느껴진다.
토종닭 백숙, 닭도리탕, 두부, 막국수, 옥수수차와 무공해 밑반찬, 하나같이 맛있다.
아직 점심을 하기엔 너무 이른 시간이지만 모두들 맛나게 먹는다.
맛있는 음식을 먹다보니 재미있는 얘기들이 절로 나오나 보다. 아니 모두들 오랜만에 느끼는
여유로움이 잊고 있었던 얘기 보따리를 절로 풀게 하나보다. 암튼 맛난 음식과 환한 웃음으로
배불린 우리들은 가을에 밤따러 다시 오기로 하고 식당을 나섰다.
[별장에서 맞은 편을 보고 찰칵!]
식당을 나와 30분 정도를 가니 바로 목적지인 서석에 있는 별장에 도착!
짐을 내리자마자 남자들은 냇가로 바로 직행....
몇 년 전 왔을 때 한번 사용하고 그동안 사용하지 않았던 초크를 들고 냇물에 들어서니 시원함이
전기에 감전된 것 같이 찌르르 온 몸으로 전해온다.
너무나 깨끗한 냇물은 텀벙거리는 소리에 놀라 황급히 도망치는 물고기들의 움직임이 다 보일 정도다.
가슴에 약간의 흥분과 설레임이 솟아나는 것은 그동안 잠자던 남성본능이 일깨워졌기 때문이 아닐까?
초크를 치자마자 성질 급하고 지독히 운도 없는 몇 놈이 이내 걸려 퍼득거리며 은빛 뱃살을 내보인다.
우리들은 물고기를 모는 몇 사람, 초크에 걸린 물고기를 수거하는 사람으로 역할을 분담하였다.
참으로 오랜만에 동심으로 돌아가 함박웃음을 터트리며 물속에서 텀벙거리며 내려오니
김성영 집사님의 "와!" 하는 탄성소리가 들려온다. 엄청나게 많이 걸렸다고...
한편 이중훈 집사님은 쪽대를 들고 여기저기 바위를 들춘다.
쪽대에는 꺽지를 비롯한 여러 종류의 물고기가 심심치 않게 걸려 나온다.
역시 이 집사님은 야전생활에서 없어서는 안될 사람이다.
냇가 바닦 돌들이 미끄러운 관계로 물속에 풍덩 빠져도 괘념치 않고
물고기를 잡는 재미에 푹 빠져 우리는 시간 가는 것을 잊었다.
누군가 베드로가 주님이 모세, 엘리야와 있는 환상을 보고 여기가 좋사오니 초막 셋을 짓고 살자던 얘기를
꺼내며 우리도 이렇게 여기에 살자고 하니 모두들 동의하는 모습이다.
[물속을 텀벙거리며 냇가 여기저기 다니는 김중식 집사님... 노는 게 아니고 물고기를 모는 것]
[쪽대를 들고 여기저기 돌멩이를 들추다 힘들었는지, 잠시 허리펴기 하는 이중훈 집사님]
[초크에 걸린 물고기를 따서 들고 어린아이처럼 마냥 좋아하는 김성영 집사님]
[잡은 물고기 양이 비닐봉지 1/3 정도였음... 이중훈 집사님 왈 "여긴 송사리가 잡힐 정도니 1급수이고
사람들 손길이 많이 닿지 않아 물고기가 정말 많다"고 감탄사를 연신 남발~~]
[회원들이 동심으로 돌아간 모습을 흐뭇한 표정으로 바라보는 반재칠 집사님]
[쪽대로 고기를 많이 잡은 것처럼 포즈를 취했는데 영~~ 어색함...]
[잡은 물고기를 손질하는 박종서 집사님과 김중식 집사님]
[늘 조용한 박경수 집사님도 물고기에 대해선 일가견이 있음]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 마나님들께서 간식을 만들어 주려고 냇가로 내려왔다.
냇가 근처에 있는 커다란 밤나무 그늘에 자리를 잡고 방금 들에서 채취한 쑥을 넣은
부추전과 물고기를 튀겨서 주는데 그 맛은 정말 환상이다.
쑥 향기가 입안 한가득, 고소함이 입안 한가득....
[보통의 도시 여자들은 민물고기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니
남자들이 물속에서 텀벙거리며 고생한 보람이 있음.
상식1: 남자들은 여자의 칭찬과 기쁨을 위해 목숨 겁니다]
[퀴즈 1: 쑥을 넣은 부추전을 맛있게 부쳐내는 아름다운 손은 누구일까요? 댓글로 맞춰 주시면 상품 있음]
[행복이 뭐 별건가, 이런 게 행복이지.... "난 참 행복합니다"라고 마음속으로 노래부르는 박종서 집사님]
[간식을 먹고 난 뒤 다슬기를 잡으러 다시 한번 냇가로.....]
자식이 알아주든 몰라주든 상관치 않는, 부모의 사랑은 정말 대단합니다.
김성영 집사님과 임정희 집사님은 쑥과 익모초를 정말 엄청나게 많이 뜯었습니다.
딸 아이가 손, 발이 차서 쑥과 익모초를 달여먹이면 좋다는 말을 듣고...
그런데 정영희 집사님은 왜 쑥을 뜯으셨는지...(난생 처음 쑥을 뜯었다고 하던데...)
[불타는 삼겹살... 솔 향기가 베어서 그 맛 또한 일품이었음]
해가 서산으로 넘어갈 무렵 별장 마당 한켠에 저녁 만찬을 위한 바베큐가 시작되었다.
그리고 튀기고 남은 물고기로 매운탕을 끓였는데 그 맛 또한 환상이었다.
비린내가 하나도 나지 않고 물고기 맛이 정말 달다, 달다라는 감탄사가 여기 저기서...
나중엔 라면까지 넣어서 어죽처럼 만들어 냄비를 깨끗이 비웠다....
여기에 주변에서 좀 전에 뜯어 온 쌈 채소와 참숯에 솔 가지를 태우며 구어 낸 바베큐 또한 일품이었다.
맛이 아무리 좋다한들 하루종일 먹은 관계로 결국 가져 온 돼지고기를 1/4도 먹지 못하고
그냥 다시 분배해서 가져 갔지만... 오늘 육, 해, 공과 싱그러운 자연을 맘껏 배부르게 먹었다.
평생 남은 날이 오늘만 같으면 얼마나 좋을까....
[노련한 솜씨로 바베큐를 맛있게 구워내는 반재칠 집사님. 포스가 남달라 보입니다.]
[서울서 사온 상추와 주변에서 뜯은 쌈 채소 위에 얌전히 올라 앉은 바베큐 고기~~]
[자연이 내 입 속으로~~ 자연과 내가 일체되는 느낌~~]
[위의 사진이 흐리게 나온 이유: 얼마 전 화소가 500만이라는 말에 별 필요도 없는 스마트 폰을 구입했는데,
에이고~~ 이런~~ 폰 뒷면 카메라 렌즈에 덮인 얇은 비닐 포장을 벗겨내지 않아서 흐리게 나왔음...
비닐을 벗기고 찍은 아래 사진을 보면 눈이 확 뜨이는 것 같지 않습니까? 아이고~~ ㅠㅠㅠ 이젠 어쩔수 없는 50대!]
뒷정리를 끝내니 저녁 8시가 좀 넘었다. 아쉬움이 남지만 마음만 먹으면 쉽게 올 수 있는 곳이기에
서둘러 집으로 향한다. 참으로 오랜만에 정말 즐겁게 보낸 하루였다.
아무리 장소와 환경이 좋다 한들 무슨 소용이 있을까... 같이 웃고, 떠들고, 얘기하고, 나눌 수 있는 벗이 없으면...
30대에 연동 청년선교회에서 만나 오랜 세월 우정을 쌓아 온 북부모임!
돌아보니 참으로 소중한 만남이었고 앞으로도 이들이 있어 남은 인생 외롭지 않고
더 즐겁고 행복하라고 하나님이 주신 선물이었음을...
하나님 모든 게 그저 감사하고 감사합니다.
첫댓글 아름다운 교제의 장면을 풍성하게 사진에 담아 올려주니 태평양 건너에 있는 사람도 함께 그 곳을 다녀온 느낌입니다. 박종서, 반재칠, 이중훈, 김중식 집사님들은 예전 나와 청년선교회부터 5.6남선교회까지 함께 사역에 참여했던 분들이라 더욱 반갑고요. 그나저나 맨 마지막 사진은 진짜 선명도가 높으니 아른 아른한 사진속의 장면이 확실하게 잡혀 더욱 좋구요. 고맙습니다. 함께 그 현장에는 못 있어서 아쉬워도 이렇게 귀한 사연을 사진과 함께 까페에 올려주니 그리움과 보고픔 한꺼번에 빵빵히 채운 느낌이야요. 멋지심당!
아무래도 좀 지나서 다시 한국으로 오세요... 그리워만 하지 말고... 바쁜 것은 좀 지났습니까? 관일형도 잘 지내고 있겠죠...
근황 좀 올려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