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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룻강아지
하룻강아지는 ‘하릅강아지’가 변한 것이다.
그러면 이 ‘하릅’은 무엇인가? 요즘에는 이 단어가 거의 쓰이지 않지만 아직도 시골 노인들에게서 들을 수 있다. ‘하릅’은 소·말·개 등과 같은 짐승의 ‘한 살’을 지시하는 단어이다.
‘하룻강아지’가 ‘하릅강아지’로부터 변형된 것이고 이것이 ‘한 살 된 강아지’라는 의미라면,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른다.’ 라는 속담은 ‘한 살 된 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른다.’ 라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개에게 있어 생후 일년이면 천방지축 까불고 겁 없이 짖어댈 나이이다. 그러니 ‘범’인들 무서워하겠는가? 하루밖에 안 된 강아지라면 무섭고 자시고 할 거 있겠는가. 말은 ‘하룻강아지’로 굳어져버렸지만 의미만은 제대로 알아두는 게 좋겠다.
학을 떼다
`거북하거나 어려운 일로 진땀을 빼다`의 뜻이다.
말라리아를 한자어로 `학질(瘧疾)`이라고 한다. 그리고 `학을 떼다`는 `학질을 떼다`, 즉 `학질을 고치다`에서 나온 말이다. 학질은 열이 많이 나는 병임으로 자연히 땀을 많이 흘리게 된다는 점에서 어려운 곤경에 처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하겠다. 그러므로 ‘학을 떼는 것’은 여건 귀찮고 괴롭고 거북한 일에서 벗어나 해방되는 것을 의미하게 되었다.
* 학질
학질모기가 매개는 말라리아 원충의 혈구내(血球內) 기생에 의한 전염병으로 일정한 시간 간격을 두고 고열이 나는 특징이 있어 3일열, 4일열 및 가장 악성인 열대열 등으로 구분한다. 특수한 열과 적혈구의 파괴로 빈혈 및 황달을 일으키는 수가 많다.
한가위
한[大]+갑[半分]+ㅣ(명사화 접미사)가 변한 말이다.
「삼국사기」(三國史記)에도 그 당시 한가위를 기쁨과 잔치의 날로서 맞이했던 기록이 보인다. 왕녀(王女)가 길쌈을 장려하기 위하여 나라 안의 여자를 두 패로 갈라 7월 보름부터 길쌈 경쟁을 붙여 한 달 뒤인 8월 보름에 우열을 가린 끝에 진편이 이긴편에게 술과 음식을 바치면서 곁들여 춤과 놀이를 즐기던 풍습이 있었는데 이것이 곧 가위(嘉排)라는 것이었다.
이 한가위의 가위를 ‘가배(嘉排)’라 기록해 놓고 있으나 우리 옛말을 한자로 적어 놓고 있는 것(가차)뿐이다.
이러한 ‘가위’에 크다는 뜻의 ‘한’이 붙어 ‘한가위’라 하였는데 그 한가위는 결국 ‘한가운뎃날’이라는 뜻이었다. 보름날은 한달의 한가운데이고 또 한달의 절반이기도 하지만 8월의 가위는 유독 ‘큰(한) 가윗날’이라는 뜻의 한가위였다. 한자어 추석(秋夕)에 해당하는 고유어인 것이다.
한글
우리글인 훈민정음을 뜻한다.
한글은 세종 28년(1446년)에 훈민정음(訓民正音)이라는 이름으로 반포된 우리글을 속칭 언문(諺文), 반절(半切) 등의 이름으로 불렀다. 그러나 이런 이름은 모두 당시의 사대부들의 쓰던 한자(漢子)와 비교하여 상대적으로 낮추어 부르는 이름이었다.
그 뒤 갑오경장 이후로는 국문(國文)이라고 일컬었으나 특정 언어에 대한 명칭이라기보다는 그저 우리나라 글이라는 뜻으로 쓰인 것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다가 우리글을 한글이라고 처음 이름 붙이기는 국어학자 주시경 선생이 1913년에 신문관(新文館) 발행의 어린이 잡지 [아이들 보이]에 집필한 글에서 ‘한글’이라고 표기한 것이 처음이다.
그러나 이 이름이 널리 인식되지는 못하다가 1927년 2월부터 조선어학회 회원들의 동인지로 창간된 국어국문 연구 잡지가 `한글`이라는 제호를 달고 월간으로 발행되었다. 또 그 전 년에 창설했던 훈민정음 기념일의 명창인 `가갸날`을 ‘한글날’로 고침과 함께 신문, 잡지 및 강연회 강습회를 통하거나 한글 맞춤법 통일안(1993) 의 보급에 의하여 한글이란 이름이 널리 퍼지게 되었다.
한글의 뜻은 글 중에 가장 큰(大) 글, 글 중에 오직 하나(一)인 좋은 글, 온 겨레가 한결(一致)같이 쓰는 글, 글 중에서 가장 바른(正) 글[똑 바른 가운데를 `한`가운데라 함과 같음], 결함이 없이 원만(滿한) 글[입에 꽉 찬 것을 `한입`이라 함과 같음]이란 뜻들을 겸한 것이다.
한참
`시간이 상당히 지나는 동안`이라는 뜻의 말이다.
두 역참(驛站)사이의 거리를 가리키던 데서 비롯한 말이다. 역참과 역참사이의 거리가 멀기 때문에 그 사이를 오가는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뜻으로 쓰던 말이었다. 공간 개념이 시간 개념으로 바뀐 경우라 하겠다. 그리고 새참이니 밤참이니 할 때도 `참`도 역참에서 나온 말들이다.
‘한참’이 상대적으로 짧은 시간을 의미할 때도 있다. 김상용의 ‘남으로 창을 내겠소’라는 시에서 ‘밭이 한참갈이’라는 표현이 나오는데, 이 때는 길지 않은 시간, 곧 짧은 시간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한참이면 할 일을 뭘 그리 꾸물대냐’등의 경우도 짧은 시간을 의미한다.
* 역참: 요즘처럼 교통수단이 발달하기 전에는 관가 등에서 먼 지방에 급한 공문을 전하거나 할 때에 주로 말을 이용했다. 이때에 일정한 거리마다 지친 말을 갈아타는 곳이 있었는데 이곳을 역참(驛站) 이라고 했다. 각 역참에 딸려 공문을 가지고 역참 사이를 나르는 사람을 파발꾼(擺撥-)이라고 했으며 파발꾼이 타는 말을 파발마(擺撥馬)라고 하였다. 지하철 3호선의 ‘구파발’은 ‘옛 파발’이란 뜻이고, ‘역참’은 오늘날 ‘역’의 의미다.
함흥차사咸興差使
조선 태조(이성계)가 함흥에 있을 때 태종(이방원)이 태조의 환궁을 권유하기 위해 보냈던 사신(차사)을 일컫는 말이었다.
조선 초기에 이방원(李芳遠 : 뒤의 태종)이 2차례의 난을 일으켜 혈육을 제거하고 왕위에 오르자, 태조 이성계는 아들 방원에게 실망하여 고향인 함흥으로 가버렸다. 이에 태종은 태조에게 여러 차례 차사(差使)를 파견하여 환궁을 권유했으나, 태조는 이를 거부하고 사신으로 오는 자를 모두 죽여 버렸다. 이 때문에 어디 갔다가 아무 소식도 없는 것을 함흥차사라고 한다. 그러나 이것은 〈연려실기술 燃藜室記述〉등에 수록된 야사에 나오는 이야기로 실록에는 태조가 사신을 죽였다는 기록은 없다.
또 마지막 함흥차사로 갔던 박순(朴淳)의 이야기가 유명하지만, 실록에 따르면 그는 함흥차사가 아니라 조사의(趙思義)의 난 때 함경도민을 회유하기 위해 파견된 자로 군중에게 살해되었다고 한다.
어쨌거나 오늘날은 ‘심부름을 가서 아무 소식도 전하지 않거나 돌아오지 않는 사람’을 뜻하는 말이 되었다.
행주치마
여자들이 부엌일을 할 때 치마 위에 덧입는 앞치마를 말한다.
임진란이 일어난 이듬해(1593년) 왜적들이 행주산성을 침입할 때 권률장군이 지휘하는 군사가 왜적들과 싸우고 있었다. 이때 성 주변의 아낙네들이 앞치마에 돌을 날라다 행주산성 군사를 도왔다 하여 생긴 이름이라는 설이 있다.
하지만 최세진의 <훈몽자회>(1527년)에 이미 ‘행주치마’란 말이 있는 것으로 보아 이 또한 민간어원설에 의한 것이다.
허풍선이
`허풍만 떨고 돌아다니는 사람`을 뜻하는 말이다.
숯불을 피우는 손풀무의 한가지인 허풍선(虛風扇)에서 비롯한 말이다. 허풍선은 손풍금처럼 생긴 풀무의 손잡이를 잡고 폈다 오므렸다 하여 바람을 일으킨다. 허풍선처럼 알맹이는 없고 헛바람만 낸다고 해서 생긴 말이다.
헹가래
헹가래는 원래 가래로 직접 흙을 파기 전에 헛가래질로 손을 맞춰보는 것을 말한다.
지금은 보기가 쉽지 않지만 농기구 가운데 가래라는 것이 있다. 삽 모양으로 생겼는데, 나무로 된 날에다 자루가 박혀 있다. 흙을 파는 날의 끝에는 쇠로 된 보습을 끼워 작업 중 쉬 부러지지 않도록 해놓았다. 외날이 있는가 하면 세 날 짜리도 있다. 밭의 이랑을 짓거나 농로 보수, 집터 고르기 등을 할 때 흙을 퍼서 옮길 때 주로 사용했다. 한 사람은 자루를 잡고 다른 두 사람이 가랫날의 넓죽한 위쪽 두 귀에 맨 줄을 한 가닥씩 잡고 앞에서 당겨 협동 작업을 할 수 있는 편리한 도구다. 가래꾼들은 본격 작업에 앞서 실수하지 않도록 손을 맞추기 위해 헛가래질을 해보곤 했다. 이 동작을 ‘헛(虛)가래’라고 했는데, 헌가래→헨가래를 거쳐 지금의 ‘헹가래’가 되었다. 오늘날에는, 좋은 일을 당한 사람을 치하하는 의미에서 여럿이 그 사람의 네 활개를 번쩍 들어 던져 올렸다 받았다 하는 짓’을 일컫는 말로 쓰이고 있다. 특히 운동경기에서 승리했을 때 감독이나 선수들을 헹가래치는 것을 많이 본다.
호랑이
‘호’(虎)는 ‘범’을, ‘랑’(狼)은 ‘이리’를 뜻하는 것으로, ‘호’와 ‘랑’을 합쳐 ‘호랑’이라고 하였다. 그러니까 ‘호랑’의 원래 뜻은 ‘범과 이리’였던 것이다. 그러다가 ‘호랑’이 굳어져 쓰이면서 ‘호랑’ 자체가 ‘범’을 뜻하는 단어로 변화한 것이다. 물론 ‘이’는 명사 밑에 붙는 접미사이다.
호미곶
호랑이 꼬리를 닮았다 하여 경북 포항시 남구 대보면 대보리의 해맞이 명소 `장기곶`의 명칭이 `호미곶(虎尾串)`으로 바뀌어 지도에 실리게 되었다.
호미곶은 원래 ‘말갈기’처럼 생겼다 해서 조선시대에는 장기곶으로 불렸으나, 조선 중기 풍수지리학자인 남사고(南師古)는 『동해산수비록(東海山水□錄)』에서 ‘한반도는 호랑이가 앞발로 연해주를 할퀴는 모양으로 백두산은 코, 이 곳은 꼬리에 해당한다.’고 호미곶의 모양을 묘사했다.
한반도가 민족의 웅혼한 기상을 상징하는 호랑이 모습을 하고 있다는 것이 공식적으로 인정된 셈이다.
호주머니
우리나라에는 호주머니가 없고, 중국옷에는 헝겊을 단 주머니가 있었다. 그것을 오랑캐 호(胡)자를 써서 `호주머니` 라고 부르게 되었다. `호떡`도 마찬가지다.
화수분
`재물이 자꾸 생겨서 아무리 써도 줄지 아니함`의 뜻을 지닌 말이다.
중국 진시황 때에 있었다는 하수분(河水盆)에서 비롯한 말이다. 중국 진시황이 만리장성을 쌓을 때 군사 십만 명을 시켜 황하수(黃河水)를 길어다 큰 구리로 만든 동이를 채우게 했다. 그 물동이가 얼마나 컸던 지 한번 채우면 아무리 써도 없어지지 않았다고 한다.
황하수 물을 채운 동이라는 뜻으로 `하수분`이라고 하던 것이 나중에 그 안에 온갖 물화를 넣어 두면 새끼를 쳐서 재물이 샘솟듯 끝없이 나온다는 보배로운 그릇을 뜻하게 되었다.
환장하다
환장(換腸)은 `환심장(換心腸)`이 줄어서 된 말로서 마음과 내장이 다 바뀌어 뒤집힐 정도라는 뜻이다. 정상적인 정신상태를 벗어나 아주 달라진 마음을 표현하는 말로서, `미치겠다`와 비슷한 의미이다.
활개치다
새의 두 날개나 사람의 두 팔을 가리켜 ‘활개’라고 한다. ‘활개치다’는 새나 사람이 활개를 치듯이 의기양양하게 행동하는 것을 뜻한다.
회(蛔) 동(動)하다
맛있는 음식을 보면 뱃속에 있는 회충이 먼저 알고 요동을 친다 해서 생긴 말이다. 어떤 음식이나 일을 앞에 두었을 때 썩 입맛이 당기거나 즐거운 호기심이 일어나는 상태를 가리킬 때 쓰는 말이다.
후레자식
`배운 데 없이 제멋대로 자라서 버릇이 없는 아이`를 뜻하는 말이다.
원말은 `홀의 자식`이다. 즉, 아버지가 없이 홀어머니 밑에서 자랐기 때문에 엄한 교육을 받지 못하고 버릇이 없는 아이라고 상스럽게 낮추어 부르던 말이다.
한편 같은 뜻으로 `호로자식`이르는 말을 사용하기도 하는데 이때의 ‘호로(胡虜)’는 중국 북방의 이민족의 흉노(凶奴)를 일컫는 말로, ‘호로자식’은 ‘오랑케 자식’이란 뜻이다.
후미지다
`무서우리만큼 호젓하고 깊숙하다`의 뜻이다.
물가의 휘어서 굽어진 곳을 ‘후미’라고 한다. 따라서 `후미지다`고 하면 후미가 매우 깊은 곳을 가리키던 것이 점차 확대되어 지금과 같은 뜻을 지니게 되었다.
흐지부지
‘끝을 분명히 맺지 못하고 흐리멍덩하게 넘겨 버리는 모양’을 뜻하는 말이다.
'흐지부지'는 단어의 구조로 보아 '흐지'와 '부지'로 분석되는 것으로 어원이 한자어일 것이란 생각이 든다. '애지중지(愛之重之), 감지덕지(感之德之), 전지도지(顚之倒之), 좌지우지(左之右之)' 등의 한자어들이 있어서 그러한 추정을 하게 한다.
그렇다면 '흐지부지'의 이전 형태는 무엇이었을까?
조선총독부에서 1920년에 간행한 『조선어사전』에는 '흐지부지'란 어형은 올라 있지 않고, 대신 '휘지비지(諱之秘之)'란 한자어가 실려 있다. 그 뜻은 '기탄(忌憚)하여 비밀히 하는 것' 즉 '꺼려서 비밀히 하는 것'의 뜻이란 것이다. 그리고 이것을 줄여서 '휘비(諱秘)'라고 한다는 설명이 있다. 이어서 문세영의 『조선말사전』(1938년)에도 이 '휘지비지(諱之秘之)'가 실려 있고, ① 결과가 분명히 나타나지 아니하는 것 ② 꺼려서 비밀히 하는 것 이란 풀이가 있는데, '흐지부지'는 여전히 등재되어 있지 않다. 조선어학회의 큰사전에도 이 '휘지비지(諱之秘之)'는 실려 있는데, '남을 꺼려서 몰래 얼버무려 넘김'이란 풀이가 있다. 그리고 준말이 '휘비(諱秘)'라고 되어 있고, '휘비(諱秘)'는 '휘지비지'의 준말로 풀이되어 있다. 결국 '흐지부지'는 '휘지비지'란 한자어가 그 어원인 것으로 보인다.
첫댓글 한문예 회원 중 좋은 일 생기면 말씀하세용~ 누가 헹가래 받게 될까~ 용~ ㅎㅎㅎ
앞으로 실력이 많이 늘면 한턱을 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