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식물 이름 찾아 떠나는 여행 26>
주꾸미;
낙지, 주꾸미, 문어, 오징어, 그리고 꼴뚜기까지 비슷한 연체동물류가 많아 헷갈리게 하는데, 가장 쉽게 구분하는 첫 번째는 다리의 개수입니다. 다리가 8개인 것을 팔목과, 10개인 것을 십목과로 나눕니다. 주꾸미는 다리가 8개로 바로 문어과에 속합니다. 즉, 다리가 8개인 문어, 낙지 및 주꾸미는 문어과고, 오징어, 꼴뚜기, 갑오징어 등은 다리가 10개로 재미있게도 오징어과로 부르지 않고 꼴뚜기과라고 합니다. ‘봄 주꾸미, 가을 낙지’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주꾸미는 봄을 대표하는 음식입니다. 보통 ‘쭈꾸미’라고들 많이 부르지만 표준어는 주꾸미입니다.
매년 봄이면 군산과 서천, 태안 등 서해안 일대에는 주꾸미 축제가 열립니다. 흔히 주꾸미 머리라고 불리는 둥그런 부분이 실은 몸통인데, 5월 산란기를 앞두고 봄이면 몸통에 알이 꽉 차 오릅니다. 이게 별미입니다. 쫄깃하게 씹히는 맛이 영락없이 찹쌀 같습니다. 타우린과 비타민 B2, 철분이 풍부해 일 년 중 가장 맛이 있다고 합니다. 몸통을 잘게 자른 뒤 소금 넣은 기름장에 찍어 먹거나 살짝 데쳐 초고추장에 찍어 먹으면 연하고 맛이 좋습니다. 요즘은 샤브샤브, 삼겹살볶음, 매운 고추장구이, 전골, 무침 등 다양하게 즐기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흉년 등으로 기근이 심할 때 먹는 구황 식량 역할을 했고, 춘궁기에 어촌 사람들이 가끔 먹었을 뿐 도시 사람들은 즐겨 먹는 해산물이 아니었습니다. 주꾸미가 봄철의 대표적인 먹을거리로 바뀐 건 1990년대 중반쯤부터입니다. 서해안 갯벌이 오염되면서 낙지가 귀하게 되자 가격이 치솟았고, 주머니가 가벼운 서민들이 몸에 좋은 아미노산이 풍부하면서도 값도 저렴한 주꾸미를 찾기 시작했습니다. 돼지고기는 지방과 콜레스테롤이 높은 반면 주꾸미는 콜레스테롤 수치를 내려주는 타우린이 많다고 알려지자 매콤한 주꾸미 삼겹살 볶음이 최고 인기 음식이 되었습니다.
주꾸미는 문어, 낙지와 함께 문어과에 속하지만 낙지보다 훨씬 작고 다리도 짧습니다. 문어의 축소판이라고 보면 좋은데, 몸통과 팔의 연결 부분에 금색의 둥근 무늬가 2개 있는 것이 특징이어서 ‘금테문어’라고도 불립니다. 수심 10m 정도의 바위틈에 서식하고 주로 밤에 활동하면서 꽃게나 새우, 바지락 등을 잡아먹고 삽니다. 산란기는 5-6월로 작은 포도 알갱이 같은 알을 낳습니다. 초봄에 잡아서 삶으면 머릿속(사실은 몸통)에 흰 살이 가득 차 있는데 살 알갱이들이 찐 밥 같기 때문에 일본사람들은 이를 반초(飯鮹)라 합니다. 주꾸미는 빈 고동 껍데기를 이용해 잡는데, 고동 껍데기를 몇 개씩 묶어 바다 밑에 가라앉히면 주꾸미가 이를 자기 집으로 착각하고 안으로 들어올 때 껍데기를 끌어올려 잡습니다.
‘난호어목지’와 ‘전어지’에서는 한자어로 망조어(望潮魚), 우리말로는 ‘죽근’이라 한다고 하였습니다. 조선 후기 문신 정약전(1758-1816) 선생이 1814년 전라도 흑산도에 귀양 가 있던 시절에 저술한 ‘자산어보’에는 한자어로 구부린다는 뜻의 ‘준(蹲)’자를 써서 준어(蹲魚)라 했는데, 이는 주꾸미의 생장 특성을 이름에 반영한 것으로 보입니다. 속명으로는 죽금어(竹今魚)라고 기록했습니다. 대체로 이 ‘죽금어’에서 오늘날의 주꾸미가 된 것으로 추측하는데, 주꾸미를 한자어로 죽금어라 썼을 수도 있습니다. 충청도와 전라도에서는 ‘쭈끼미’ ‘쭈깨미’, 경상도에서는 ‘쭈게미’라고 불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