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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1 “2019 수능 국어 31번 문제의 충격에 대한 분석”
교육평론 원고
안재오
1 서론 : 시험으로 인생이 정해지는 사회
해마다 수능 시험은 항상 전국민의 관심과 걱정을 자아냈다. 이 한번의 시험 결과로 인해 한 인생의 미래가 좌지우지되기 때문에 수험생이나 그 부모들은 수능 시험에 지대한 관심을 보이는 것은 당연하다. 물론 요즘은 수시 비중이 높아져서 수능시험이 예전같은 중요성을 가지지는 않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수험생들이 동일하게 보는 시험이라 수능 시험치는 날에는 비행기도 못 뜨는 등 한국 아니면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못 볼 진풍경이 벌어진다. 이 한번의 시험과 기타 전형 작전에 따라 대학 4년의 라벨이 달라진다. 서울대 합격한 애는 4년간 서울대 학생으로 살아가고 지방대에 붙은 애는 4년간 그렇게 살아간다. 그 뒤로도 여러 가지 이익과 불이익이 뒤따른다.
이렇게 시험으로 인생의 성패(成敗)가 결정되는 시스템을 우리는 “학벌주의” 라고 부른다. 학벌주의의 유래는 고려시대로부터 시행된 과거시험이다. 과거제도는 국가 공무원들을 뽑기 위한 제도로서 당시에는 합리적인 인재 선발 시스템이었으나 때가 지날수록 부작용이 심해져서 젊은 시절 다른 것은 하지 않고 오직 시험공부만을 하는 폐단이 나타났다.
고려시대의 위대한 문인이자 사대부인 이규보는 과거시험을 무려 4번이나 보았다. 그것도 예비시험인 국자감시에서 낙방을 한 것이었다. 그는 더욱이 이 시험에 붙기 위하여 이름까지 바꾸었다고 한다. 이런 사연이 있을 정도니 한국의 역사에 있어서 시험의 위상이 얼마나 높은지 짐작이 가고도 남음이 있다.
예전의 과거만큼은 못하지만 대학입학시험은 과거와 비슷한 성격을 가지고 있으며 또 더 큰 문제는 입시는 모든 국민이 다 도전한다는 것이다. 물론 같은 나이의 사람들이 같은 시기에 도전한다는 말이다. 이런 입시공부가 얼마나 청년들을 해롭게 하고 또 사회적으로도 해가 되는지는 여러번 밝혔기 때문에 더 언급하지 않고 이번 2019년 대입 수학능력 시험, 흔히 수능이라고 부르는 시험에 대해서 몇 가지를 살펴 보려한다. 그 중에서도 주제를 국어에만 제한한다.
2. 본론 : 2019년 수능 국어 출제의 문제점
이번 2019년 수능은 소위 불수능으로 난이도가 예년에 비해 대단히 높았다. 그래서 재수생이 많아진다는 말들이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상대평가이나 만큼 어려우면 다같이 어렵고 쉬우면 다 같이 쉬우니 시험이 어렵다고 갑자기 재수생이 많아지지는 않는다. 단 예년에 비해 등급컷이 너무 낮아지기 때문에 전형준비를 하는 학생들의 입장에서 상당한 혼선이 올 수 있다.
수능 시험의 난이도 조절은 매우 어렵다. 여기에도 사정은 있다. 아다시피 우리 나라는 시험 문제 후보들을 평소에 모아 두었다가 시험 다가가서 선택만 하는 것이 아니라 ㅡ소위 문제은행식ㅡ 시험치기 5주일전에 출제위원들이 모여 당행 시험을 위해 따로 만든 것이다. 그러니 선별되고 연구된 좋은 문제가 나오기 어렵고 항상 배 수능 시험 때마다 “난이도(難易度) 조정 실패” 라는 말들이 나오는 것이다. 이번 수능 출제는 예년과 달리 자연재해를 대비해서 예비 문제까지 만들었다고 한다. 지난 포항 지진과 같은 일이 벌어지고 학생들이 시험치다 시험장을 탈출하는 상황까지 고려하여 2배로 준비를 한 것이다. 필자의 관점에서는 이 모든 것이 극히 불필요하고 불합리한 것인데 현 상황에서는 어쩔 수 없는 필연적인 일이다.
한겨레 신문은 이번 수능 국어 시험의 문제를 다음과 같이 제시하고 있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이하 수능)이 치러진 지 보름이 지났지만 ‘국어영역’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국어 실력이 아닌 멘탈(정신력) 시험이었다”는 수험생, 1교시 국어영역 시험 뒤 너무 많은 학생들이 울어 안타까웠다는 시험 감독관, “시험 지문을 읽고 화가 났다”는 고등학교 교사 등의 목소리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언론 보도 등을 통해 전해졌다. 이런 분위기를 의식해서인지 지난 26일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하 평가원)은 국어영역 시험 중 한 문항(31번 문제)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수능 국어영역은 1교시인 오전 8시40분부터 10시까지 80분동안 시험지 16장(올해 기준), 45문항을 풀어야 한다. 이번 국어영역에서 수험생들이 이의신청한 문항은 19개다. 전체 문항의 42%에 대해 수험생들이 이의를 제기한 셈이다. 정답만이 아니라 문제 자체가 이상하다고 논란이 일었던 문항은 11번, 31번, 42번이다.
11번 문제는 ‘최소대립쌍을 이용해 음운들을 추출하면 음운 체계를 수립할 수 있다’는 설명을 바탕으로 한 문법 문제다. 가장 논란이 컸던 31번 문항은 만유인력과 관련한 과학 지문을 바탕으로 ‘밀도가 균질한 하나의 행성을 구성하는 동심의 구 껍질들이 같은 두께일 때, 하나의 구 껍질이 태양을 당기는 만유인력은 그 구 껍질의 반지름이 클수록 커지겠군’과 같은 문장을 썼다. 논리학 지문을 제시한 42번은 “가능세계의 포괄성과 독립성에 따르면, ‘어떤 학생도 연필을 쓰지 않는다’가 성립하면서 그 세계에 속한 한 명의 학생이 연필을 쓰는 가능세계들이 존재하고, 그 세계들의 시간과 공간은 서로 단절되어 있겠군”이란 문장이 인용됐다. <2018-12-02 한겨레 신문>
2019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인 지난 15일 오전 서울 중구 한 고등학교에서 수험생들이 시험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2. 본론 : 국어 31번 문제
여기서는 위에서 언급된 세 개의 논란이 많던 수능 문제 가운데서 31번과 42번 문제를 다루겠다. 위에서 언급된 것처럼 가장 논란이 컸던 31번 문항은 만유인력과 관련한 과학 지문을 바탕으로 ‘밀도가 균질한 하나의 행성을 구성하는 동심의 구 껍질들이 같은 두께일 때, 하나의 구 껍질이 태양을 당기는 만유인력은 그 구 껍질의 반지름이 클수록 커지겠군’과 같은 문장을 썼다. 논리학 지문을 제시한 42번은 “가능세계의 포괄성과 독립성에 따르면, ‘어떤 학생도 연필을 쓰지 않는다’가 성립하면서 그 세계에 속한 한 명의 학생이 연필을 쓰는 가능세계들이 존재하고, 그 세계들의 시간과 공간은 서로 단절되어 있겠군”이란 문장이 인용됐다“. (한겨레 신문)
31번 문제를 분석하기 위하여 우선 31번은 [27번~32번]의 문제집단에 속한 한 문제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즉 6문제에 연계된 두 개의 제시문을 읽고 푸는 문제이다. 사실 이것부터 학생들에게 엄청난 부담을 주는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상위권 학생들은 수능 문제를 하도 많이 배우고 공부하여 웬만히 어렵게 출제해서는 다 풀어버린다는 것이다. 학생들은 수능에 적응이 되어 성적의 차이ㅡ변별력 이라고한다ㅡ를 내기 어려운 실정이다.
첫 번째 제시문은 다음과 같다.
[27~32]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16세기 전반에 서양에서 태양 중심설을 지구 중심설의 대안으로 제시하며 시작된 천문학 분야의 개혁은 경험주의의 확산과 수리 과학의 발전을 통해 형이상학을 뒤바꾸는 변혁으로 이어졌다. 서양의 우주론 이 전파되자 중국에서는 중국과 서양의 우주론을 회통하려는 시도가 전개되었고, 이 과정에서 자신의 지적 유산에 대한 관심이 제고되었다. 복잡한 문제를 단순화하여 푸는 수학적 전통을 이어받은 코페르니쿠스는 천체의 운행을 단순하게 기술할 방법을 찾고자 하였고, 그것이 ⓐ일으킬 형이상학적 문제에는 별 관심이 없었다. 고대의 아리스토텔레스와 프톨레마이오스는 우주의 중심에 고정되어 움직이지 않는 지구의 주위를 달, 태양, 다른 행성들의 천구들과, 항성들이 붙어 있는 항성 천구가 회전한다는 지구 중심설을 내세웠다. 그와 달리 코페르니쿠스는 태양을 우주의 중심에 고정하고 그 주위를 지구를 비롯한 행성들이 공전하며 지구가 자전하는 우주 모형을 ⓑ만들었다.
그러자 프톨레마이오스보다훨씬 적은 수의 원으로 행성들의 가시적인 운동을 설명할 수
있었고 행성이 태양에서 멀수록 공전 주기가 길어진다는 점에서단순성이 충족되었다. 그러나 아리스토텔레스의 형이상학을 고수하는 다수 지식인과 종교 지도자들은 그의 이론을 받아들이려
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것은 지상계와 천상계를 대립시키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이분법적 구도를 무너뜨리고, 신의 형상을 ⓒ지닌 인간을 한갓 행성의 거주자로 전락시키는 것으로 여겨
졌기 때문이다. 16세기 후반에 브라헤는 코페르니쿠스 천문학의 장점은 인정하면서도 아리스토텔레스 형이상학과의 상충을 피하고자 우주의중심에 지구가 고정되어 있고, 달과 태양과 항성들은 지구 주위를 공전하며, 지구 외의 행성들은 태양 주위를 공전하는 모형을 제안하였다. 그러나 케플러는 우주의 수적 질서를 신봉하는 형이상학인 신플라톤주의에 매료되었기 때문에, 태양을 우주 중심에 배치하여 단순성을 추구한 코페르니쿠스의 천문학을 받아들였다. 하지만 그는 경험주의자였기에 브라헤의 천체 관측치를활용하여 태양 주위를 공전하는 행성의 운동 법칙들을 수립할 수 있었다. 우주의 단순성을 새롭게 보여 주는 이 법칙들은 아리스토텔레스 형이상학을 더 이상 온존할 수 없게 만들었다.
17세기 후반에 뉴턴은 태양 중심설을 역학적으로 정당화 하였다. 그는 만유인력 가설로부터 케플러의 행성 운동 법칙들을 성공적으로 연역했다. 이때 가정된 만유인력은 두 질점이 서로 당기는 힘으로, 그 크기는 두 질점의 질량의 곱에 비례하고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한다. 지구를 포함하는 천체들이 밀도가 균질하거나 구 대칭*을 이루는 구라면 천체가 그 천체 밖 어떤 질점을 당기는 만유인력은, 그 천체를 잘게 나눈 부피 요소들 각각이 그 천체 밖 어떤 질점을 당기는 만유인력을 모두 더하여 구할 수 있다. 또한 여기에서 지구보다 질량이 큰 태양과 지구가 서로 당기는 만유인력이 서로 같음을 증명할 수 있다. 뉴턴은 이 원리를 적용하여 달의 공전 궤도와 사과의 낙하 운동 등에 관한 실측값을 연역함으로써 만유인력의 실재를 입증하였다.
16세기 말부터 중국에 본격 유입된 서양 과학은, 청 왕조가1644년 중국의 역법(曆法)을 기반으로 서양 천문학 모델과 계산법을 수용한 시헌력을 공식 채택함에 따라 그 위상이 구체화되었다. 브라헤와 케플러의 천문 이론을 차례대로 수용하여 정확도를높인 시헌력이 생활 리듬으로 자리 잡았지만, 중국 지식인들은서양 과학이 중국의 지적 유산에 적절히 연결되지 않으면 아무리 효율적이더라도 불온한 요소로 ⓓ여겼다. 이에 따라 서양 과학에 매료된 학자들도 어떤 방식으로든 ㉠서양 과학과 중국 전통사이의 적절한 관계 맺음을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였다. 17세기 웅명우와 방이지 등은 중국 고대 문헌에 수록된 우주론에 대해서는 부정적 태도를 견지하면서 성리학적 기론(氣論)에 입각하여 실증적인 서양 과학을 재해석한 독창적 이론을 제시하였다. 수성과 금성이 태양 주위를 회전한다는 그들의 태양계 학설은 브라헤의 영향이었지만, 태양의 크기에 대한 서양 천문학 이론에 의문을 제기하고 기(氣)와 빛을 결부하여 제시한 광학 이론은 그들이 창안한 것이었다. 17세기 후반 왕석천과 매문정은 서양 과학의 영향을 받아 경험적 추론과 수학적 계산을 통해 우주의 원리를 파악하고자
하였다. 그러면서 서양 과학의 우수한 면은 모두 중국 고전에 이미 ⓔ갖추어져 있던 것인데 웅명우 등이 이를 깨닫지 못한채 성리학 같은 형이상학에 몰두했다고 비판했다. 매문정은 고대
문헌에 언급된, 하늘이 땅의 네 모퉁이를 가릴 수 없을 것이라는 증자의 말을 땅이 둥글다는 서양 이론과 연결하는 등 서양 과학의 중국 기원론을 뒷받침하였다. 중국 천문학을 중심으로 서양 천문학을 회통하려는 매문정의 입장은 18세기 초를 기점으로 중국의 공식 입장으로 채택되었으며, 이 입장은 중국의 역대 지식 성과물을 망라한 총서인 사고전서에 그대로 반영되었다. 이 총서의 편집자들은 고대부터 당시까지 쏟아진 천문 관련 문헌들을 정리하여 수록하였다. 이와 같이고대 문헌에 담긴 우주론을 재해석하고 확인하려는 경향은 19세기중엽까지 주를 이루었다.
*질점: 크기가 없고 질량이 모여 있다고 보는 이론상의 물체.
* 구 대칭: 어떤 물체가 중심으로부터 모든 방향으로 같은 거리에서같은 특성을 갖는 상태.
이 문제는 엄밀히 말하면 물리학의 문제라기 보다는 "과학사
(History of Science)"의 문제이다.
이런 장황한 두 개의 지문을 보고나서 31번 문제를 풀어야 한다. 이 문제가 그렇게 어렵다고 다들 난리를 쳤지만 앞의 지문을 자세히 읽어 보면 풀 수가 있다. 문제는 제시문이 너무 길고 내용이 전문적이라는 데 있다.
참고로 이 문제에 대한 대학교수들의 반응은 아래와 같다.
31번 문제 등 적절했나?
“부적절했다. 31번 문제는 유달리 ‘외계어’와 같은 식으로 기술되어 있어 접근을 허락하지 않는 성채와 같다는 느낌이었다. 기존의 과학·기술 분야 지문에서는 그래도 글을 이해하는 데 필수적인 개념들에 대한 친절한 설명이 있었는데 이번에는 그에 대한 설명이 없거나 있다고 해도 난해하기 이를 데 없었다. 수능에서 지문은 읽는 것 자체만으로도 가치가 있어야 한다. 그리고 문항은 그 지문을 제대로 읽게 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그러나 이번의 과학(31번)과 철학(39~42번) 지문은 과연 그런 가치를 갖는가 하는 의문이 든다. 만일 지문이 그렇지 못하다면 이를 문항으로라도 실현을 했어야 한다. ( · · · )
“31번 문제의 적절성은 학생들이 ‘과학 시간’에 이 주제와 관련된 배경 지식을 ‘공통적으로’ 획득할 수 있었느냐에 달려 있다고 본다. 만약 과학 시간에 이와 관련된 배경 지식(질점, 부피요소 등)을 모든 학생들이 이해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면 이 문제는 까다롭기는 하지만 부적절한 문제는 아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이 문항은 유·불리 차원에서 문제가 될 수 있다. 42번의 논리학 지문도 모든 학생들이 이 문제를 이해하기 위한 기초적인 능력을 고등학교 정상 교육과정에서 익히지 못했다면 문제가 될 수 있다.”(ㄷ교수) <한겨레 신문>
그러나 앞의 지문의 다음 구절을 보면 31번 문제가 그렇게 어려운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 밝혀진다. 즉 이때 가정된 만유인력은 두 질점이 서로 당기는 힘으로, 그 크기는 두 질점의 질량의 곱에 비례하고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한다. 지구를 포함하는 천체들이 밀도가 균질하거나 구 대칭*을 이루는 구라면 천체가 그 천체 밖 어떤 질점을 당기는 만유인력은, 그 천체를 잘게 나눈 부피 요소들 각각이 그 천체 밖 어떤 질점을 당기는 만유인력을 모두 더하여 구할 수 있다. 또한 여기에서 지구보다 질량이 큰 태양과 지구가 서로 당기는 만유인력이 서로 같음을 증명할 수 있다.
여기서 뉴턴의 만유인력 법칙이 제시되어 있고 전문적인 개념까지 풀이되어 있다, 즉 질점 개념과 구대칭이 그것들이다.
*질점: 크기가 없고 질량이 모여 있다고 보는 이론상의 물체.
* 구 대칭: 어떤 물체가 중심으로부터 모든 방향으로 같은 거리에서 같은 특성을 갖는 상태.
이 두가지 개념만 잘 주의하고 있으면 이 문제는 쉽게 풀린다. 다들 지문의 길이와 전문 개념 때문에 놀란 것이다. 정답은 ② 태양의 중심에 있는 질량이 인 질점이 지구 전체를 당기는 만유인력은, 지구의 중심에 있는 질량이 인 질점이 태양 전체를 당기는 만유인력과 크기가 같겠군. 이다.
그 이유는 지구와 태양의 질량이 다르기 때문이다. 의외로 쉬운 문제이다. 따라서 필자의 입장에서는 31번 문제가 수험생들과 학교에 대해 일으킨 대 혼란은 너무 심했다는 생각이다. 즉 “국어 실력이 아닌 멘탈(정신력) 시험이었다”는 수험생, 1교시 국어영역 시험 뒤 너무 많은 학생들이 울어 안타까웠다는 시험 감독관, “시험 지문을 읽고 화가 났다”는 고등학교 교사 등의 목소리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언론 보도 등을 통해 전해졌다. <한겨레 신문>
코페르니쿠스 초상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 도형
3. 결론 : 지나친 경쟁이 나은 충격
불수능으로 알려진 올해의 수능 국어 문제 하나를 분석해 보았다. 과학사와 물리학에 대한 배경지식을 토대로 이를 응용하여 새로운 문제를 풀도록 되어 있었다. 여기서 많은 수험생들과 그 밖에 이를 풀어본 대학교수들과 혹은 일반인들 ㅡ“알쓸신잡”이라는 TV프로그램의 출연자들도 이 문제를 풀어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고 한다ㅡ 이 놓친 것은 두 개의 제시문 중 앞에 있는 긴 제시문에 이미 답이 노출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천문학과 물리학의 역사가 반영된 긴 두 개의 제시문을 차분하게 그것도 극히 짧은 시간에 풀어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수험생들은 문제 31의 제시문은 ㅡ대단히 전문적임ㅡ은 보지 말고 바로 [27~32] 의 큰 제시문을 보고 바로 선택지로 가야 했었다.
이 제시문은 보지 말고 ㅡ 볼 필 요 없음 (함정)
바로 이것을 큰 제시문의
이론으로(만유인력 법칙)를 풀것
이렇게 답을 구하는 요령은 간단하지만 이런 종류의 지문을 처음 대하는 수험생들을 이 문제를 보고 큰 충격을 받았다. 호랑이에게 잡혀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는 속담이 있는데 이번의 문제가 그러했다. 어렵고 ㅡ전문적인 술어나 개념이 많이 나오고 ㅡ긴 문제일수록 허점이 있게 마련이다.
뉴턴의 만유인력 법칙
만유인력의 발견자 뉴턴
결국 31번 지문은 함정이었다. 이거 보고 오래 시간 끌면 시험 망치게 된다.
이런 함정이 위의 한겨레 신문에서 어느 대학교수가 비난한 “기교의 기교”에 해당한다. 객관식 고난도 문제를 풀다보면 이렇게 함정을 피하는 것이 중요한 테크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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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진정한 문제는 이런 식으로 수능 문제 풀이의 노하우를 알려 주는 것보다 이런 황당한 문제를 필요로 하는 한국의 교육적 환경이다. 어떻게 한번의 시험이 인생의 장래를 좌지우지 할 수 있는가? 청춘은 구만리 길이고 그 사이에 곡절이나 반전 혹은 역전이 있는 법인데 한국은 그런 것 일체를 무시해 버린다.
미 스탠퍼드대학 아태연구소(APARC) 소장겸 한국학 프로그램 총괄자인 신기욱 교수는 "한국인들은 통일(unity)을 중시하기 때문에 사람들은 논란이나 주관성이 적은, 같은 기준으로 평가받을 때 더욱 편안함을 느낀다"며 그 방법이 시험이라고 분석했다. 신 교수는 유교라는 한국의 전통 유산도 한국인들이 시험을 중시하는 요인 중 하나라고 분석했다. 신 교수는 이어 "현대 한국사회에서 좋은 시험점수는 그 사람의 자질에 대한 신뢰성을 부여하는 역할을 한다"며 "시험은 고도로 계층화된 현 사회에서 장래를 담보할 수 있는 가장 쉽고 심플한 방법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SCMP는 "25~34세 한국인 중 3분이 2가량이 대학을 졸업했는데, 이는 OECD 회원국 중 가장 높은 수치"라고 했다. 그러나 "많은 한국 젊은이들은 직장을 갖기 전까지 사회생활, 데이트, 결혼 등을 보류하고 있지만, 불행히도, 취업 준비기간은 10년까지 걸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 사회는 나이에 매우 민감해 대부분의 기업에는 신입사원 채용 시 나이 상한선이 있다"며 청년들이 취업준비에 열을 올리는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극한의 공부를 해야 하는 한국 청년들은 실제 삶을 제대로 준비하지 못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신 교수는 "한국 청년들은 태어나서 25~30년 동안 시험 공부를 한다"며 "이들은 결국 껍질을 깨고 실제 세상에 나오지만, 세상에는 객관식 시험이 없으며, 모든 문제에 명확한 해답이 항상 존재하는 것도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며 "이것이 중년의 위기로도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어린 시절을 시험공부만 하면서 보내는 것은 정신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좋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대학 입학시험에 리더십이나, 봉사활동 등의 분야를 평가하는 다양한 입학전형이 도입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몇몇 대학들은 이미 이를 시도하고 있지만, 여전히 피상적인 수준에 그친다"며 "한국 대학들과 기업들은 글로벌 경쟁자들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융통성 없는 대학입학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고 했다. <뉴시스 2018.11.15.>
현재의 융통성 없는 대학 입학 시스템이 교육을 만악의 근본으로 만들고 있다. 신교수의 말처럼 세상은 객관적인 답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주관적인, 독창적인 답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객관식으로만 교육 받은 우리의 아이들은 결국 변화하는 세상에 적응하지 못하고 남의 눈치나 보다가 결국은 경쟁력의 쇠퇴로 멸망의 길을 걷게 된다. 현금의 경제 침체, 정치 답보 그리고 지도자들의 도덕성 부패 등이 모두 이런 획일적인 교육의 결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