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4. 18
우리에게는 현상 - 우리 앞에 나타나고 있으며, 그것이 나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에 의해서도 하나의 현상으로 지각되는 것-이 실재를 구성한다. 들리고 보이는 과정에서 형성되는 실재와 비교해볼 때, 친밀한 생활의 가장 강력한 힘-마음의 열정, 정신의 자유, 감각의 즐거움-조차도 탈사적, 탈개인적으로 변형되어 공적 현상에 적합한 형태를 가지지 못하는 한 그리고 가질 때까지는 불확실하고 비현실적인 존재로서의 삶을 영위할 수밖에 없다. 그러한 변형들 대부분은 이야기를 하거나 일반적으로 개인적인 경험을 예술적으로 전환시킬 때 일어난다.
우리가 알기에 가장 강렬한, 모든 경험을 잊게 할 정도로 강렬한 느낌인 신체적 고통의 경험은 동시에 가장 사적인, 그래서 누구에게도 전달 할 수 없는 경험이다. 이것은 공적 현상에 적합한 형태로 변형될 수 없는 유일한 경험일 뿐만 아니라 실제로 어떤 다른 것보다 더 빨리, 더 쉽게 잊어버릴 수 있을 정도로 우리의 현실감을... 박탈해 버린다. 내가 '인지할 수 '없게 되어버리는 가장 근본적인 주관성으로부너 외부세계의 삶으로 건너가는 다리는 여기에서는 없는 것처럼 생각된다. 고통, 달리 말하면 '사람들 사이에서 존재함'을 의미하는 삶과 죽음 사이의 한계 경험인 고통은 너무나 주관적인 느낌인 동시에 사물과 인간의 세계와는 동떨어진 것이어서 도대체 나타날 수조차 없는 것이다.
- 한나 아렌트 <인간의 조건> 중에서
그래서 사람들이 표현을 하는가 보다. 가장 근본적인 주관성, 비현실적인 것만 같지만 지독하게 자신에게 현실인... 그 세계에 갖히는 게 두려워서 허겁 지겁표현하고, 그걸 응시하는 걸 거다. 세계와 연결되지 못하는 고통은 그 절연 때문에 두렵다.
릴케는 임종시에 서 이렇게 말했다.
"활활 타는 불꽃 속의 나. 나를 아는 자 아무도 없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