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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9시,
이제 아내가 출근을 할 시간 입니다
무슨 소리냐구요.
예, 야근하는 날 아내의 출근시간입니다.
슬슬 나갈 준비를 합니다
밤 늦은 출근길 이렇게 신랑이 병원 문 앞에서 기다려준다면 얼마나 기분이 좋겠습니까?
나가는 길에 옆 병동의 요양보호사를 만났습니다.
어디를 바삐 가십니까?
아, 제 아내 출근길 마중 나갑니다.
와, 아지매는 좋겠다.
신랑이 출근길 기다려주고.
에이 뭘 그러십니까?
ㅎ.ㅎ.
출근길 이렇게 마중하는게 위안이 될런지 모르겠습니다만 나가지 않는 것 보다는 이렇게 나가는 것이 노후의 직장생활에 활력소가 되는 것은 틀림없지 싶습니다.
처음 연애를 할 때 같습니다.
제가 전화국에 근무할 때입니다.
늦게 전화국에 놀러온 그녀를 별다른 대접도 못하고 근무 때문에 그냥 보내야 했을 때,
너무 염치가 없는 것 같아 얼른 동료에게 사정을 얘기하고 택시를 타고 아내의 동네로 달려 갔습니다.
어두운 동네 초입의 골목에서 그녀를 기다리던 짧은 시간, 그때 이 여자가 내 여자가 될 것 같은 느낌이 들었고 어둠 속에서 힘 없이 걸어오던 그녀에게 내가 그녀를 따라 왔다는 것을,
전화국 현관을 빠져나가 는 그녀의 뒷모습이 너무나 쓸쓸하여 따라 나오지 않을 수 없게 하였다는 것을 그녀에게
얘기하던 때가 생각이 납니다.
생각지도 않았는데 집 압에서 기다려주던 그 모습 때문에 이 사람이면 하고 사귀었다는 얘기를 하며 빙긋이 웃음 짓던 그녀의 모습에서 얼마나 흐뭇함을 느꼈던지.
여러분께서는 내가 밤늦게 출근길 마중하는 이유를 아셨습니다.
생각지도 않은 마중의 감각이 너무나 좋았고 그 감정을 노후의 마른 가슴에 넣어 지금도 이렇게 마중하고 있다는 것을 아내에게 알리고 싶습니다.
그 기분좋은 감정 때문에 마중을 나가고 그 마중해 주는 신랑에게 오늘은 사과를 썰어 통에 넣고 고구마 삶아 적당한 크기로 썰어 그릇에 담아오는 센스를 보여주는 우리 공여사의 기막힌 사랑에 오늘도 감사를 하고 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