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들어진 길을 가는 것이 아닌,
내가 만들어 가는 길이 되길
2024년 제 26회 <의정부전국문학공모전>에 접수된 시 작품은 중등부 157편, 고등부 200편, 일반부(대학생 포함) 193편이었습니다. 예년보다 다소 낮은 응모율이었습니다.
인공지능 시대와 당장 먹고사는 문제가 어려운 여건 속에서 문학 창작 활동은 인간의 가치를 더욱 빛나게 하고 정체성을 확인하게 하는 정신의 몸짓이며 숨결입니다.
응모 작품의 수준 차이가 컸으며 과거 응모 작품보다 전체적으로 수준이 떨어졌습니다. 시대의 흐름이 우리 삶과 글쓰기에도 반영된 것인지 다소 기계적이고 작위적이었습니다.
우리 모두 머뭇거림, 잠시 쉼의 여유를 가져보는 것도 괜찮겠습니다.
수상하신 분들과 응모하신 모든 분들께 축하와 감사와 응원의 말씀을 드립니다.
<일반부>
많은 고심 끝에 대상으로 선정한 박철민(경기도 고양시) 님의 ‘아버지의 밭’은 위태함 속에서 필 듯 피지 않는, 피지 않을 듯하지만 기어코 피우는 꽃처럼 시종일관 시적 긴장감이 충만합니다. 대상의 구체적 형상화는 어떠한 절박함과 맞물려 시 본연의 미적 요소를 더하여 주고 있습니다. 여기에 잠언적 요소를 첨가하여 시의 기능을 한 층 더 끌어올려 줍니다. 만들어진 길을 가는 것이 아닌, 내가 만들어 가는 길이 길임을 보여 주고 있습니다.
최우수 작품으로 선정한 김상수(광주광역시 북구) 님의 ‘엄마의 꿈’은 단아한 시조 형식에 사연, 이야기를 담는 능력이 돋보입니다. 어머니에 대한 사랑과 아픔의 형상화가 잔잔한 감동을 불러일으킵니다.
우수상으로 선정한 윤경임(광주광역시 북구) 님의 ‘지게’는 우선 총6연, 각 연은 3행씩 처리한 점이 깔끔했습니다. 정제미를 주는 전통적 형식과 제목으로 쓴 소재가 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습니다. 인간의 원초적 아픔, 연민을 느끼게 해 줍니다. 단지 제목과 내용의 응집력이 약해 보입니다.
장려상으로 선정한 전표건(경기도 가평군) 님의 ‘외로운 노송의 외침’은 다소 작위적이지만 재미있고 신선합니다. 이영미(대전광역시 유성구) 님의 ‘모래의 노래’는 시에 음악을 접목했다는 점에서 독창적입니다. 홍윤기(서울 동대문구) 님의 ‘겨울산’은 마치 한 폭의 수묵화를 보는 것과 같은 담백함이 매력입니다. 시어의 연마가 필요한 듯 보입니다. 이초선(단동조선족문학회) 님의 ‘계절의 은유’는 연륜과 사고의 깊이를 가늠할 수 있게 해 주었습니다. 각운의 묘미는 시 전체의 우아미로 승화됩니다.
<고등부>
최우수상의 영예를 안은 임서윤(부산동여고 3학년)의 ‘별 아래서’는 떨림이 있고 울림이 있고 끝내 별처럼 울게 합니다. “용접공 사내”로 객관화된 아버지. 바다와 배와 아버지와 하늘의 밤별과 용접기에서 목숨처럼 빛나는 별빛이 가족처럼 조화를 이룹니다. 언어를 능수능란하게 다룹니다. 섬세하고 숙연해집니다. 진정한 시의 아름다움을 이 시가 보여 주고 있습니다. 단, 맨 뒤 9연과 10연은 빼도 좋을 듯합니다.
우수상으로 선정한 육주희(안양예고 2학년)의 ‘이루고 싶은 소원’은 감각과 정서의 전이(轉移)가 신선합니다. 덧붙이자면 시어의 선택과 표현에 더욱 신경 쓰길 바라고 후미로 갈수록 흐려지는 시상이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장려상으로 선정한 고윤호(대정고 2학년)의 ‘흰 세로선’은 정(靜)적인 것에서 동(動)적인 것을 생산해 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감정의 직설적 토로가 다소 얕고 가벼운 느낌을 줍니다. 구나은(안양예고 2학년)은 ‘리빙박스’는 자유분방한 상상력이 싱그럽습니다. 아쉬운 점은 옥수수 뻥튀기처럼 화려하지만 다소 산만하여 허무함을 줍니다. 김다연(안양예고 2학년)의 ‘추석’은 추석을 맞아 삼촌을 기다리는 할머니를 담백하게 형상화했습니다. 거리두기의 효과를 얻어낸 절제미와 감정이 돋보입니다. 김단아(명지고 2학년)의 ‘모래내 구멍가게’는 드러나지 않은 존재의 발견과 관찰, 의인법 구사가 돋보입니다. 같은 구절의 반복적 사용은 자제하는 편이 좋습니다. 안지민(의정부여고 1학년)의 ‘천명’은 말하기, 전개하는 힘이 있습니다. 하지만 좀 더 시다운 전개와 표현에 유념하기를 바랍니다. 이하랑(경기북과고 1학년)의 ‘경춘의 신내에서 본 성탄목(聖誕木)’은 도로 위 자동차들 정체된 상황을 크리스마스트리로 형상화한 점이 신선했습니다. 그 이상의 의미가 없이 감정의 토로에 그친 것이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중등부>
최우수상으로 선정한 이정연(신남중 3학년)의 ‘스탠드 불빛이 영원히 깜빡였으면 좋겠어’는 시를 끌고 가는 힘이 있습니다, 이는깊고 넓은 생각과 시상에 있습니다. 단, 무언가 부족한 느낌을 주는데 시 내용의 주체가 언급되지 않은 점, 유기적 연관성의 결여는 넘어야 할 과제로 보입니다.
우수상으로 선정한 최아윤(동백중 1학년)의 ‘첫눈’은 중학교 1학년 학생으로는 높은 수준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조금은 어른스러운 시어가 소재의 신선함을 가립니다. 시어 사용의 능력을 기르고 결합에 유의하기를 바랍니다.
장려상으로 선정한 조수빈(경민여중 2학년)의 ‘구슬’은 대상의 병치와 발상의 전환이 신선하고 김유경(글벗중 3학년)의 ‘가을’, 이다연(부용중 3학년)의 ‘기쁨의 눈물’은 공통적으로 자신과 대상을 바라보는 긍정적인 마음이 밝고 맑고 예쁩니다. 장연우(홍천중 2학년)의 ‘각연’은 생각하게 하는 힘이 느껴지는 시이고, 서현우(경민중 1학년)의 ‘아들’은 이야기시의 형식 속에 성찰과 의미를 생각하게 하며, 이윤서(갈산중 3학년)의 ‘시간의 기다림’은 중등부 유일의 시조 형식에 부모님의 사랑을 담았고, 노연우(충주북여중 2학년)의 ‘우체통 속에 작은 비밀’은 평범한 대상에 창의적 의미 부여가 돋보였습니다.
심사위원: 김선용 이정희 임영만 김중일 허은주 강경순 이지향 이도영
심사평: 김선용(시인 · 한국문인협회 의정부지부 운문분과장)
<제26회 의정부전국문학공모전 입상자>
대상: 박철민(경기도 고양시), 아버지의 밭
1. 일반부
최우수상: 김상수(광주광역시 북구), 엄마의 꿈
우수상: 윤경임(광주광역시 북구), 지게
장려상: 전표건(경기도 가평군), 외로운 노송의 외침
이영미(대전광역시 유성구), 모래의 노래
홍윤기(서울특별시 동대문구), 겨울산
이초선(중국 단동조선족문학회), 계절의 은유
2. 고등부
최우수상: 임서윤(부산동여자고 3학년), 별 아래에서
우수상: 육주희(안양예술고 2학년), 이루고 싶은 소원
장려상: 고윤호(대정고 2학년), 흰 세로선
구나은(안양예술고 2학년), 리빙박스
김다연(안양예술고 2학년), 추석
김단아(명지고 2학년), 모래내 구멍가게
안지민(의정부여고 1학년), 천명
이하랑(경기북과학고 1학년), 경춘의 신내에서 본 성탄목(聖誕木)
3. 중등부
최우수상: 이정연(신남중 3학년), 스탠드 불빛이 영원히 깜빡였으면 좋겠어
우수상: 최아윤(동백중 1학년), 첫눈
장려상: 서현우(경민중 1학년), 아들
조수빈(경민여자중 2학년), 구슬
김유경(글벗중 3학년), 가을
이다연(부용중 3학년), 기쁨의 눈물
장연우(홍천중 2학년), 각연
이윤서(갈산중 3학년), 시간의 기다림
노연우(충주 북여자중 2학년), 우체통 속에 작은 비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