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기운동 한다는 아내가 신통스러운지 아침 6시에 금정역까지 바래다 주며 화이팅으로 격려하는 남편 베낭이 무거우면 안되겠기에 점심 대신 떡으로 준비하여 서울 성곽 투어길에 올랐다. 걸어서 10시간이라 했지만 어느 정도인지 느낌이 없어 시작은 평탄했다.
남이섬 걷기에서 총무를 하셨던 꼬리별님이 역시나 총무를 하시는데 20여일 만에 훨씬 예뻐진 모습이다. 참가비 내고 인원 체크 후 간단한 몸풀기와 함께 광화문 연가님이 성곽 걷기에 대해 간단히 설명을 하신다. 여러가지 사진 자료를 가지고 오셨는데 예전의 사진들이다. 사진을 보면서 그 시대로 잠깐 거슬러 가보기도 했다.
흥인지문-타락산-혜화문-숙정문-백악산-창의문-인왕산-돈의문-소의문-숭례문-목면산-광희문을 마지막으로 다시 흥인지문 태어나서 10시간여 걷기를 해본 것은 처음이었다. 준비가 미흡하여 도중에 포기하고 돌아 가고 싶은 마음이 간절 했으나 이 기회 아니면 언제 이러한 소중한 경험을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다시금 다독이며 스스로에게 최면을 걸었다.
흥인지문에서 시작된 성곽 종주는 120여년이 되었다는 동대문 교회를 보며 교회 건축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교회측에서는 역사적 가치가 있으므로 자산으로 보존을 원했으나 개발에 밀려 법정 소송에서도 패하여 곳 철거될 거라한다.
서울 성곽 종주를 해설하며 진두 지휘 하실 광화문연가님. 흥인지문의 옛사진으로 설명
출발에 앞서 흥인지문 앞에서 줄서는 중 오늘 우리는 서울 성곽 투어를 시작 합니다. 화이팅!!
출발 전에 유명한 생강도너츠 한 개씩 시식
혜화문에 들어서며 원래는 홍화문이었지만 창경궁 조성시 정문을 홍화문이라 했기에 혜화문이라 사용 할 수 밖에 없다했다.
곳곳에 보이는 성곽이 개인 주택의 주춧돌이나 축대, 담장으로 사용되었지만 개발이 삶의 척도였던 당시에는 문화재라는 개념이 없기에 너도나도 가져다가 사용했다고 한다. 경신고 담장 안으로 성곽이 길게 늘어져 있어 이는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말바위로 향하는 길은 걷기가 아닌 등산의 수준이다. 말바위 검문소는 11월부터는 10시 입장이라 꽤 많은 성곽 종주 대기자가 줄을 서있으며, 표찰을 받기 위해 인적사항을 적는 순간 숙연함과 함께 성곽 완주 프로그램을 만들어 주신 광화문 연가님에게 다시금 고마움의 인사를 전한다.
한참을 걷다가 숙정문 앞에 서서 광화문연가님은 예전의 숙정문 사진을 보여 주시며 설명 하시는데 숙정문은 북대문이라고도하며 가뭄이 심할 때에는 문을 열어 북쪽의 음기운을 불러들여 기우제를 지냈고, 반대로 장마가 심할 때에는 문을 닫고 기청제를 지냈다고 한다.
창의문에 들어서며 표찰을 반납했고 꼬리별님이 번개처럼 사오신 커피 한 잔에 불같이 오르는 가슴을 진정시켰다.
창의문에서 표찰을 반납하고
연 이틀 걷기를 하시고도 활기 왕성한 걷기의 달인과 함께
이제 백악산을 오를 예정이니 힘들 내시죠.
다리가 떨어질 생각을 하지 않는 백악산 입구서 서서히 지치기 시작한다. 시간 시간 돌아갈 궁리를 해봤지만 다시 얻을 수 없는 성곽 종주라 이를 악물었다. 인왕산의 바위에 올라 대견함에 만세도 불러 보고 강북 삼성병원에 설치된 성곽스탬프투어표에 도장도 꽝!
인왕산에 올라서
기념으로 독사진도
마지막 고지인 남산이다. 1월1일 아침에 들렸던 곳이라 겨울과 가을은 어찌 변화 되어 있을까 궁금했는데 밀려드는 피로감과 함께 다리에 쥐가나기 시작한다. 일행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운동화를 벗고 쥐가날 때 푸는 방법을 계속 실행하니 등은 땀으로 젖는다.
드디어 팔각정이다. 절룩 거리며 올라는 나에게 박수를 보내는 회원들. 순간 울컥하여 다 왔다는 안도감이 인다.
걷다가 한 컷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면서 사진을 찍어주신 휘파람님 덕분에 추억 창고는 그득해졌습니다.
해마다 청룡영화제를 구경하러 왔던 해오름극장을 지나 자유총연맹센터가 눈에 들어 오니 이젠 다왔다는 생각인데 광화문 연가님이 개발중인 동대문운동장 터로 향하신다. 야구 광팬이었던 나는 동대문 운동장이 어찌 변했을까 궁금했는데 야구장을 훤히 비추었던 대형조명판은 굴뚝처럼 서있고, 성화로도 현대식으로 재연해 놓았다.
어두움 속으로 보이는 커다란 수문 두개. 아랫돌은 옛것이며 윗돌은 현대식이다. 2년 전에 동대문 운동장 개발시 지하에서 완벽한 수문을 발견했는데 그 것이 동대문 이간수문(二間水門), 청계천에 흐르는 물은 오간수문을 통해서 도성 밖으로 흐르지만, 이간수문으로 흐르는 물은 남산이나 회현동에서 흐르는 枝流水를 이간수문을 통해서 중랑천으로 내보내는곳이다. 그 위로는 성곽이 쌓여져서 흥인지문으로 연결된다.
동대문운동장 지하에 묻혀 있던 이간수문은 개발과 함께 세상으로 나왔다.
아직까지 가보지 못한 청계천이 보인다. 어깨를 짓누르는 피곤함 때문에 청계천 구경은 포기를 하고 광화문연가님에게 종주 확인 도장과 함께 기념촬영.
서울 평지의 성곽이 거의 헐린 이유는 1899년 서대문과 청량리 사이 전차를 부설 하면서 동대문과 서대문 부근의 성곽 일부가 사라졌고, 이듬해에 용산과 종로 사이 전차 부설을 위해 남대문 부근을 철거 했다고 한다. 일제 강점기에는 서대문과 혜화문(동소문)이 헐리어 사실상 서울의 평지 성곽은 모두 헐린셈이다. ? 길이 18.2Km였던 성곽이 현재는 10.5Km만 남았다는데 우리의 역사적 자산으로 잘 보존 해야 할 의무가 있다. 역사의 상징으로 이어진 성곽
늠름하게 있는 성곽 옆으로 보무도 당당하게
현재의 성곽은 10.5 Km만 남아 있는 상태다.
두 어 번 다리에 마비가 오면서 쥐가나서 대열에서 자꾸만 쳐지고 그 때마다 기다려 주셨던 슈퍼맨 즐산님 휘파람님은 바람개비처럼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면서 하루 일정을 기록으로 남기시며 격려를 해주신다. 대단한 분이시다. 내리막 길은 빨리 추월하여 앞서고 오르막 길은 다시금 제일 꼴지로.
등산용 스판 바지를 입었어야 하는데 주최자의 말을 어긴 결과 곤혹스러웠다. 허리가 2인치나 큰 골덴바지를 입었더니(평지를 생각)허리춤에서 자꾸만 내려가서 허리끈 여미며 걸었더니 어깨에도 담이들었다.
남편은 골프, 딸은 등산, 아들은 방콕 등산바지 한 장을 딸에게 주고 편안한 마음으로 출발했던 시작이 고생의 시작 길이었다. 또한 공지사항을 제대로 읽지 않고 출발했던 아둔함이 가장 문제였다. 대신 신청해 주어도 반드시 공지사항은 확인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며, 첫 번 째 걸었던 남이섬은 시간 안배를 못해 마지막 집결지인 가평역에 1시간 이상 남게 도착 두 번 째 산들걷기는 아무런 사전정보없이 준비했음에 반성해본다.
이제 세 번 째 걷기는 완벽하게 준비를 할 수 있을 것 같으며, 노하우도 생겨서 힘들지 않을거라는 생각이 든다. 해박한 지식으로 인도 하셨던 광화문연가님 종횡무진 하루의 일상을 담았던 휘파람님 나타났다 사라졌다 하시며 커피까지 쏘신 꼬리별님 함께 맛있는 점심은 나누었던 회원들 슈퍼맨처럼 뒤에서 묵묵히 인도 하셨던 즐산님
나름대로 삶의 길을 가고 계시는 회원들 덕분에 또 하나의 선물을 안고 왔다. 집에 들어서는 나에게 식구들은 환영의 만세를 불러주며 서울성곽스탬프투어표를 보더니 액자를 만들라고 한다. 귀중한 경험을 하고 개선장군처럼 돌아온 아내와 엄마를 보더니 가족들도 성곽투어를 해보고 싶다한다.
찬물에 발을 담그며 얼얼했던 하루를 접는 순가, 나에게도 아직은 삶의 열정이 남아 있음에 스스로 위로를 보냈다. 서울의 중심이 이렇게 귀하고 멋진 성곽이 있음에 다시금 놀랐고 그 성곽을 누비며 사전 답사와 함께 완벽하게 준비 하신 광화문연가님에게 감사 인사 드린다.
공지사항을 제대로 숙지 못해 쪽박찾던 하루였지만 그래도 절반의 성공에 나에게도 화이팅이다.
누구 앞 발일까 주인을 잘 만나 행복했을 것이다.
위 발 주인은 이 사람들 중에 있음
광화문연가님의 열정적인 설명
시신(屍身)을 내보내던 문으로 1936년(태조5년) 도성 건축시 창건 되었다.
출발지였던 흥인지문 앞에서 헤어짐을 아쉬워 하며 인증샷!!
[아름다운 도보여행]회원 24명과 함께 서울 성곽종주를 마치고 11월20일 |
출처: 푸른비의 세상사는 이야기 원문보기 글쓴이: 푸른비
첫댓글 임숙빈언니와 함께 서울 성곽 종주를 했어요. 제일 아래 사진 뒤편 좌측이 임숙빈 언니입니다.
저는 성곽길 일부분(?-숙정문~백악산~창의문)만 애들 데리고 한번 걸었는데. 고생하셨구요. 좋은 추억 되셨겠네요. 마지막에 들고 찍은 것들은 뭔지요?
서울시에서 제작한 [서울성곽종주 스탬프]표랍니다. 다섯 군데에서 확인 도장을 받고 나면 종주 뺏지를 주더군요.
제일 아래 설명줄 [아름다운 도보여행]이 아니고 [산들산들 산들걷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