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삼숙의 야생화 이야기-
민백미꽃(분홍)(박주가리과)
민백미꽃은 뿌리가 희고 가늘며 백미꽃과 유사한 종으로 열매에 털이 없다는 뜻으로 부르는 이름이라고 한다.
이 꽃은 산지의 볕바른 풀밭에서 자라는 여러해살이풀로 꽃은 5~7월에 흰색(드물게 분홍이나 녹색)으로 피고 줄기 끝과 줄기 윗부분에 있는 잎겨드랑이에 산형꽃차례를 이루어 5~6개씩 달린다. 이와 비슷한 종류로 백미꽃, 덩굴민백미꽃. 선백미꽃. 가는털백미꽃, 솜아마존 등이 있다.
백미(白薇)라는 이름은 중풍이나 학질을 치료하는 약재로서 뿌리의 색이 흰색이라서 붙여진 한약명을 식물학자들이 그대로 차용해서 부르는 것이다. 한약명을 빌어 식물명으로 부르는 식물로는 역시 뿌리를 약재로 쓰는 당귀, 작약, 백선, 원지, 방풍 등 제법 많다.
이름만 듣고서 꽃의 색깔이나 모양을 상상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백미꽃도 꽃 이름만 들었을 때는 흰색 꽃이 아닐까 생각했는데 정작 백미꽃은 자주색이고 민백미꽃이 흰색이다. 민백미꽃은 이처럼 흰색인데 분홍색으로 피어 야생화 애호가들의 관심 대상이 되고 있다. 해마다 분홍색과 녹색 그리고 꽃술만 유난히 붉은 민백미꽃이 흰색 민백미꽃과 함께 피는 곳이 있어 많은 사람들이 찾아간다고 한다. 나도 장소를 수소문하여 찾아 나섰다. 찾기 어려운 산속이라며 소상하게 일러 준 꽃벗 덕분에 쉽게 찾아 갈 수 있었다. 멀리서 우리 일행을 보고 찾아온 사람들은 두 시간 넘게 산속을 분홍민백미꽃을 찾아 헤매다가 못 찾고는 우리 일행들이 있어서 내려와 봤더니 여기에 있다며 감사하다는 인사와 함께 뛸 듯이 좋아한다. 그 모습에 나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진다.
주변에 큰 나무들이 울창하지만 분홍 민백미꽃이 살고 있는 주변은 누가 나무를 베어낸 것처럼 훤히 트여 빛이 간간이 들어오는 풀밭이다. 그 숲을 밝히는 별이라고나 할까, 오로지 그들만이 빛을 내도록 사람들이 주변의 풀들을 모두 정리했나 보다. 그러고 보니 그곳은 흰 민백미꽃과 분홍 민백미꽃 몇 포기만이 큰 키를 지탱하며 서 있다. 미인은 외롭다는 말처럼 그들이 가진 아름다움 탓에 주변에 살던 식물들은 사라지고 덩그러니 그들만이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모습이 쓸쓸하고 처연하다.
하지만 그런 내 느낌은 착각이었을까? 자세히 들여다본 그들은 푸른 잎사귀 사이로 밝고 오밀조밀 별모양의 작고 귀여운 꽃들이 모여 정담이라도 나누며 웃고 있는 듯 밝은 모습이다. 별 속에 또 다른 별들이 앉은 모양의 꽃술은 달콤한 사탕 같아 따먹고 싶은 충동이 일어난다. 선명하게 빛나는 그 모습에 어찌 달콤함을 느끼지 않으랴! “그대 곁에 있고 싶어요”라는 그들의 꽃말처럼 마냥 들여다보고 싶다.
숲이야 잘 형성되어 있지만 그 주변이 황량해진 곳에서 민백미꽃들이 얼마나 오래 버틸 수 있을까 하는 걱정과 내가 디디고 있는 그 땅에서 다른 풀들이 올라와 함께 어우러져 살고 싶어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며 그 자리를 떠난다.
촬영:2019년 6월 6일 홍천군 내면
글/사진 윤삼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