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상
교육정책은 한 나라의 미래
영재, 허울 좋은 영재다. 우리나라의 교육 정책은 언제 바로 설 것이며, 교육에 대한 투자는 언제 효과적으로 이루어질까? 교육정책 입안자들은 국민들에게 민주시민으로서의 기본 교양 교육과 국가관을 투철하게 심어주고, 나라를 이끌어갈 인재 교육을 강력하게 추진해야함을 모르는가?
고등교육 이후 수학능력검사를 철저히 하여 10% 이내 우수자들에겐 학비 부담 없이 학문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특전을 주고, 그 이하 학생들에겐 대학 등록금을 2000만 원 이상 엄청나게 받아서, 아무나 대학 보낼 엄두도 내지 못하게 해야만 학부모들이 정신을 차리고 직업교육을 시킬 것이다. 그리고 돈 많고 인색한 사람들의 호주머니도 저절로 열려질 것이다.
사람들의 모든 일들은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발전해 간다는 것은 익히 알고 있지만, 선진국들의 교육정책을 살펴보고 겪지 않아도 될 시행착오는 미리 예방하는 것이 경제적인 면에서 교육 효과적인 면에서 옳다고 본다. 그런데 정책 입안자들이 자신이 10~20 년 전에 선진국에서 보고 배운 것을 이제 와서 우리 교육현장에 적용하려 드는 안타까운 현실을 볼 수 있다.
교육현장에서 교사들은 열린 교육, 부진아 지도, 방과 후 활동, 특기적성교육, 수준별 교육, 청소년 활동, 모둠 활동, 기본 생활지도 등등을 그 때의 환경과 실정에 맞게 정말 열심히 해 왔다. 하지만 열심히 해온 교사들의 공은 무시하고, 새로운 교육 정책인 양 쓸데없이 부진아를 모아 놓고 튼튼 학습이다, 방과후학교다, 특기적성교육이다 등등으로 국민의 혈세만 낭비하지 말았으면 한다.
공부하기 싫어하는 아이들 데리고 오늘 하루 지낸다고 힘들었다. 교수 방법에 문제가 있다고 할지 모르겠으나, 교사들이 학생들을 통제할 수 있는 방법을 송두리째 빼앗긴 지 오래기에, 통제하려하면 겁부터 먼저 난다. 때문에 대충 훈계로 지나가면 아이들의 정신은 흐트러지기 일쑤이다.
방학! 오늘도 방학의 하루다. 방학放學, 학창 시절은 물론, 수 십 년을 교직에 몸담고 있는 교사임에도 참으로 설레는 말이다. 한자로는 놓을 방放에 배울 학學, 말 그대로 학업을 잠시 쉰다는 뜻이다. 영어로는 Vacation으로, 바캉스vacance라는 프랑스어에서 유래되었다. vacance는 집을 비워놓고 멀리 떠나 휴식을 취한다는 뜻인데, '텅비우다'란 뜻의 라틴어에서 유래하여 프랑스어에 들어와 '휴가'란 뜻이 되었고, 영어에 들어와서는 초서의 켄터베리 이야기, 세익스피어의 비극 햄릿Hamlet에서 vacation, vacancy로 쓰이면서 오늘에 이르렀다고 한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더위와 추위로 인해 학업에 정진하기 어려울 때 잠시 학업을 중단, 심신을 쉬게 하여 재 충천의 기회로 삼는 것은 같은 이치로 보인다.
수많은 어른들은 학창시절의 방학에 대한 아름다운 추억과 이야기 거리를 마음에 품고 있을 것이다. 시골 외할머니의 원두막에서 먹던 시원하고 맛있는 수박과 참외, 달콤한 낮잠을 끈질기게 방해한 우렁찬 매미의 울음소리, 멀리서 들리던 뻐꾸기 소리, 피라미를 잡고 동무들과 멱을 감으면서 놀던 시골 냇가, 너무도 고요하게 빛나던 여름 별자리 등 지금도 회상하면 아름답고 순수했던 그 시절, 그 모든 것이 방학이 우리에게 준 고귀한 선물이다.
참으로 안타까운 것은, 우리가 갖고 있는 이 소중한 추억들을 지금의 우리 아이들도 가질 수 있는 기회조차 뺏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앞선다는 점이다. 학생들의 촘촘히 짜져있는 학원 수강 및 특강 수강 등으로 아빠, 엄마의 휴가일정이 자녀들의 스케줄에 따라 맞춰진 지도 오래전의 풍속도이다.
우리 아이들이 어른이 되어 학창시절의 방학을 회상할 때 ‘방학 때마다 시원한 에어컨이 있는 학원에서 영어와 수학, 논술을 공부했었다’ 정도로 남게 되지나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혼자 웃음도 지어본다.
자연과 낭만, 부모와 자녀간의 애틋한 정과 가족 간의 아름다운 추억, 어린이의 가슴 속의 호연지기는 학원 안에서 얻어지거나 길러지는 것은 결코 아니다. 우리나라의 교육 및 사회현실이 과거 방학의 여유로움을 허락하지 않고 있음은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
변화되어야 한다.
첫째, 학부모들이 참된 부모로서 자녀에게 사랑을 베풀고 자녀를 올바르게 알고 자녀의 소질을 개발해 주려고 노력해야한다.
둘째, 정책 입안자들은 국가의 백년대계를 위해 훌륭한 인재를 육성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여 추진해야 할 것이다. 한 국가를 이끌어가는 인재는 그렇게 많은 사람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영어를 모르면 온 국민이 다 죽을 것처럼 몰아붙이는 교육정책’
‘온 학생들을 평준화시키려는 교육정책’
‘여론이란 명제 아래 대중에 떠밀려 흔들리는 교육정책- 표를 계산하는’
‘기득권자들이 눈앞의 사리사욕을 챙기기 위한 정책’
등등의 교육정책들이 사라지고, 진정한 국민과 국가를 위한 정책들이 추진될 때 국민의 호응을 얻어 공교육이 되살아나고 국가 발전이 보장되리라 생각한다.
- <빼앗긴 고향> 제18호에 발표될 정기상 시인의 교육시론을 미리 보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