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7월 말경에 그당시 한나라당 의원이었던 강용석 의원의 발언이 공개되어 방송국의 아나운서들이 분노하여 들고 일어났던 사건이 있었다. 대략적인 사건의 개요를 추려본다면, 강의원은 전국 대학생 토론대회에 참가한 대학생들과의 저녁식사자리에서 아나운서를 지망하는 학생에게 '다줄생각을 해야 하는데 그래도 아나운서를 할수 있겠느냐'고 조언아닌 조언을 한것이었다.
당시 이 발언으로 강용석의원은 하루아침에 전국 아나운서들의 공적 1호가 되었고, 이 발언의 여파가 컸던지 정치인으로서도 하향곡선을 그리다 지금은 대중들에게서 잊혀진 존재가 되었다. 하지만 강용석은 잊혀지더라도 강용석의 아나운서 비하발언은 대중들에게 각인되어 쉽사리 잊혀지지가 않는다.
강용석의 발언은 아나운서를 꿈꾸는 대학생들에 대한 신랄한 조언이었지만, 전혀 근거없는 허무맹랑한 이야기는 아니라 생각한다. 전 KBS 아나운서인 정미홍씨는 그녀의 자전적 책에서 여자 아나운서들에 대한 상사의 집요한 성상납 요구가 있었다 하며, 일부 아나운서는 성상납으로 저녁 9시 뉴스앵커 자리를 꿰찼다고 하는 소문이 있었기 때문이다.
지성과 미모, 수려한 말솜씨가 겸비된 여자 아나운서는 방송국의 꽃으로서 국민들로부터 사랑받고 선망받는 자리이다. 상황이 이러하니 상사들의 성상납 요구가 전혀 없었다고 보는 것이 대한민국같은 정글사회에서 오히려 순진한 생각이라고 본다.
아나운서는 한국 성상납 문화의 단편에 불과하다. 가수나 배우등 연예인들과 지망생들의 성상납 문화는 이미 고질이 되어버렸다. 대표적인 사건이 장자연씨 사건과 단역배우 자매 자살사건이다.
장자연씨 사건은 너무 유명하여 대략적인 개요만 설명해 보면, '꽃보다 남자'등 유명 드라마에 출연하였던 배우가 자살하였는데 자살사건의 수사중, 장자연 문건이 터져나와 온 국민들을 충격과 분노로 몰아넣었던 사건이었다. 장자연 자살사건은 너무나 엄청난 인물들이 연루된 탓인지 수사자체도 시원치 않게 진행되다 흐지부지 종결되었다.
장자연씨 문건을 보면, 아버지 기일날에도 갖은 협박과 위협속에서 성상납할수밖에 없었던 비참하고 처량했던 여배우의 슬픔이 지금까지 느껴져 눈시울이 붉어진다. 연애인 성상납을 고리로 연예 소속사를 키워나가려 했던 대표와 이를 환영하고 어쩌면 은근히 요구했을 언론사 재벌 방송국의 거머리들이 합작하여 빚어낸 비극이 장자연 사건의 본질이다.
단역배우 자매 자살사건은 방송국에서 엑스트라와 백댄서로 아르바이트하던 여성을 단역 반장등 12명이 성폭행한 사건인데 피해자는 이 사회를 저주하면서 2009년 8월 28일 오후 8시 18분, 18층 건물 옥상에서 투신 자살하였다. 18이라는 숫자에 주목해보라! 그녀는 분명 이 사회를 저주하며 죽어간 것이다.
그런데 이 사건의 핵심은 잇따른 가족의 불행에 있다. 언니의 자살에 충격을 받은 여동생이 바로 다음달인 9월 3일, 언니를 따라 옥상에서 투신자살하였고, 자매의 자살에 충격을 받은 아버지는 뇌출혈로 그해 11월 초에 사망하였다.
자매가 이렇게 극단적인 선택을 할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아마도 성폭행 사실을 경찰서에 고소한 이후, 조사과정중 피해자의 인권을 제대로 배려하지 못한 미숙한 경찰의 대처와, 어머니와 여동생에 대한 가해자들의 협박이 상당히 부담되어 고소를 취하한 사실, 따라서 이 사회에서는 나의 억울함이 절대로 풀리지 않을 것이라는 깊은 절망에 빠졌던 것 같다.
물론 성폭행 문제는 음습한 어두운 곳에서 벌어지는 일들이라 제3자가 관련 상황을 객관적으로 판단하기가 상당히 힘들다. 사건의 진술이 주로, 피해자의 입을 통해 이뤄지기 때문이고, 실제로 그런 상황이 있었는지 명확히 증명해 내기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상황이 이렇기때문에 이를 악용하는 여성들도 있겠지만, 이미 죽음으로 자신의 억울함을 증명해낸 위와같은 경우에는 피해자의 진술이 대부분 사실일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가해자들은 힘과 권력을 갖춘 사회 유력자들이라는 것이다. 이러니 애시당초 사건의 수사가 공정하게 이뤄질수가 없는 것이다.
그동안 수많은 젊고 아름다운 배우들이 석연치않은 이유로 자살을 하였다. 이런 자살의 배경에 위와같은 조직적 성상납 문화가 있지는 않은지 강력한 의심이 든다.
능력사회에서 점차로 신분제 사회로 변모하는 대한민국은 이와 발맞추어 조직적 성상납 문화도 강화되리란 것이 나의 견해이다. 우리사회가 진정 정치, 사회, 경제 전반으로 민주화되지 않는다면, 장자연씨와 단역배우 자매 자살사건등 너무나 억울하고 슬픈 일들은 계속, 더 많이 생겨날수밖에 없다.
미투운동을 계기로 억울하게 묻혔던 위 사건들이 다시 재조사에 들어가 이들 피해자들의 억울함을 조금이나마 우리 사회가 풀어주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그래서 고질적인 조직적 성상납 문화에 균열이 가 더이상 성상납으로 고통당하는 여성들이 없었으면 하는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