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설의 공간 - [부산 근현대의 장소성 탐구] <1> '프롤로그' - 부산의 장소를 탐문하다!~
수많은 삶의 흔적 남은 공간들, 비판적 성찰로 재발견하다!~
- 장소는 그저 저기 있는 것이 아니라 - 역사·정치적 상황 따라 - '보였다 안 보였다' - '살았다 죽었다' 하는 것
- 금강공원·동구 극장 등 - 과거 부산의 상징 - 탄생·소멸의 궤적 탐사
- 해운대·사직운동장 등 - 현재를 대표하는 장소 - 사유된 이면 성찰하고 소외된 목소리 복원
- 시민공원 등 미래 모습 - 공간적 흐름에서 공생의 가능성 발견한다
■이 '곳'의 과거 100년, 미래 100년
내가 사는 이 '곳'은 삶의 무수한 흔적이 누적되어 있고, 다양한 사람의 삶의 무늬들이 포개지면서 시공간적 정체성이 형성되는 장소다. 최근 핫이슈가 되는 산동네 골목을 지역의 어느 시인은 이렇게 형상화하고 있다.
"눈 선한 사람이 구름처럼 모여 살았다/ 바다도 더 많이 찾아와 주고/ 진하게 놀다가는 별이 있는 하늘 동네/ 갈라섰다 다시 만나는 사람 일처럼/ 만났다 갈라지는 것이 골목이 할 일이다/ 오르막은 하늘로 가는 길을 내어 놓고/ 곧장 가서 짠한 바닷길을 숨겨놓아/ 가끔은 외로워 보일 때도 있다/"(강영환, '구부러진 골목-산복도로 76' 중에서)
이 시에서 만나는 골목에는 한국 상업영화에서 단골로 등장하는 깡패와 형사의 피 터지는 추격 장면도 없고, 벽화마을로 변신한 관광 코스도 보이지 않고, 르네상스 이름의 도시계획도 보이지 않는다. 수많은 사람이 만나고 헤어지는 동안 이웃들의 눈물 진한 삶이 보이고, 숨 가쁘게 올라간 골목 끝에서 만나는 별은 숨비소리가 되고, 외로움 꾹꾹 눌러가며 찬밥 덩어리 목메게 밀어넣는 풍경에서 일제강점기 조선인 노동자에서 6·25전쟁 피란민, 산업화 시기 도시 노동자로 이어지는 근근한 삶의 옹이들을 만난다. 이러한 산동네는 부산의 근현대사 안에서 여러 정치, 사회, 경제적 권력들과 공모되며 부침이 진행되었다. 그러므로 장소는 그저 '저기 있는' 물리적인 배경이 아니라, 여러 사회적 과정이나 배경 속에서 구축되고 또한 그 사회의 지배담론과 연관되어 생성된다. 동일한 그 장소가 역사적, 정치적 상황에 따라 '보였다 안 보였다', '살았다 죽었다' 하는 것은 그 때문이다.
그러므로 오늘날 부산 공간은 식민지, 6·25전쟁, 근대화 과정을 거치면서 여러 사회·경제적 권력관계에 의해 생산, 배치되었다. 일제 식민지 과정을 거치면서 전통적인 기능을 갖춘 동래가 해체되었고, 용두산을 둘러싼 남포동과 부산항 일대를 개발함으로써 새로운 근대적 부산공간이 형성되었다. 이후 중구는 산업화가 본격화하던 1960, 70년대에도 부산의 중심지 기능을 유지했다. 그러나 1980년대 이후 시가지 확장, 시청과 경찰청의 이전 등으로 부산진구 서면 일대가 부산의 지리적 중심부가 되면서 새로운 상업중심지로 등장했다. 2000년대 이후 수영구 남천동과 해운대 센텀시티를 잇고 있는 국내 최대의 해상교량 광안대교는 이제 부산의 대표적 상징물이 되었고, 영화영상, 정보통신, 상업유통, 국제전시컨벤션 기능까지 갖춘 해운대 센텀시티, 마린시티는 소비도시의 전형으로 개발되고 있다. 이러한 시공간의 부침은 부산의 역사와 사회적 관계의 변화를 그대로 보여준다.
■내부자 시선으로 재발견하는 부산
부산 서구 남부민동 산복도로에서 바라본 부산 남항과 영도구 일대.
부산대학교 한국민족문화연구소 로컬리티의인문학 연구단과 국제신문이 부산 근현대의 장소들을 새롭게 발굴하고 그 의미를 재구성해 보기로 했다.
이러한 기획의 이면에는 부산의 장소들에 대한 비판적 성찰이 놓여 있다. 파행적이고 압축적 근대의 역사를 안고 있는 우리나라는 그 안에서도 '지방'의 꼬리를 달고 다녔던 부산은 그 정지 작업의 속도는 중심부에 대한 열망과 모방의 크기에 비례해 가속하였다. 이 과정에서 원래 질적으로 차별화한 일체의 장소들은 중심부의 질서에 통합되는 균질적인 공간으로 대체되었다. 이런 현상은 급기야 살아있는 전통 및 역사와 단절되고, 더 나아가 전통과 역사가 박제화하여, 그것의 다양한 의미의 차원들이 지워졌다. 오늘날 장소에 대한 강조로 여기저기 곳곳의 숨은 실터(집과 집 사이의 좁은 빈터)들이 전 지구적 상품으로 재등장하고 있는 상황 역시 '디즈니화된' 장소의 탄생과 소비에 복무될 뿐이다.
"부산하면 무엇을 떠올립니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이구동성으로 한목소리다. 이미 "친구야"(곽경택 감독 영화 '친구', 2001)에서 "살아있네"(윤종빈 감독 '범죄와의 전쟁', 2012)까지 전국망으로 회자하는 부산발 유행어는 여전히 부산이 조폭, 마약도시라는 이미지를 강렬하게 유포한다. 광안대교 인증 샷을 찍어야 하고, 남포동에서 씨앗호떡을 먹어야 하고, 원도심 골목을 구경하면서 형사와 깡패의 추격 신을 확인해야 하고, 사직야구장에서 봉다리 응원의 단합을 구경해야 한다. 현대사회에서 미디어의 힘은 얼마나 강력한가. 가짜를 진짜로, 허구를 실재로 만들어내는 그 신화적 힘은 아무리 강조해도 모자라지 않는다. 매스미디어를 통해 전파되고 소비되는 부산은 더는 개별적인 차이나 삶의 구체적 질감을 내장한 곳이 아니다. 이러한 조작된 신화들은 어디에서 오는 것인가. 여전히 국가의 프레임 안에서 주변부인 지방 부산을 규정지으려는 외부자의 시선과 동일하다.
그래서 본 기획에서는 부산 근현대의 장소들을 내부자의 시선에서 발견함으로써 그 장소를 재의미화하고자 한다. 과거나 현재, 부산을 상징적으로 매개하고 있는 장소들을 찾았고, 이들을 잊힌 공간, 표상적 공간, 미래공생의 공간으로 분류했다.
먼저 금강공원, 동구의 극장들, 수영비행장, 조방앞 등 과거 부산의 상징적 장소였지만 역사 속으로 사라졌거나, 현재 과거와 다르게 배치된 장소들의 탄생과 소멸의 궤적을 탐사한다. 잊힌 기억을 다시 끄집어내겠다는 것은 과거 영광의 재현에 초점이 있는 것이 아니다. 과거의 기억이 지금 현재의 장소를 구성하는 데 어떻게 동원되고, 어떻게 활용되는가, 그래서 탄생하는(재구성되는) 새로운 지금-여기의 장소성은 무엇인가를 성찰하는 데 있다.
한편, 해운대, 자갈치시장, 사직운동장, UN평화공원, 부산항 등은 부산의 안팎에서 현재 부산을 대표하는 상징 공간으로 인식되고 있다. 이미 유명세를 타고 있는 이 장소들을 주목하는 것은 여기에 박혀 있는 기존의 자동화된 관습을 따르겠다는 것이 아니다. 기존에 사유된 것의 이면을 성찰하고, 이 과정에서 배제되고 소외된 목소리들을 복원하면서 그 역설을 밝혀내고자 하는 데 목적이 있다. 이를 통해 그 '자리'에서 두런거리는 시간의 무늬들을 정직하게 마주할 수 있다. 이것은 추상적으로 이미지화된 공간을 내 삶의 자리로 바꾸는 일, 즉 토포필리아(장소애·場所愛)를 발견하는 자리다.
마지막으로 부산의 미래 모습을 공간적으로 표상하는 곳을 추적한다. 개항의 역사와 함께 이질적인 문화와 접속하는 혼종적인 공간들이나, 시민의 적극적인 참여로 탄생한 새로운 시민공원 등은 공생의 공간적 모델로 전망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서 미래에 대한 전망은 발전, 진보, 개발 등과 무한 짝패를 이루는 것이 아니라, '오래된 미래'의 공간적 흐름에서 공생의 가능성을 발견하고자 한다. 하여, 만들어 갈 미래 공간이 먼 곳의 유토피아가 아니라, 내 일상을 너끈히 부여잡고 출발되는 일임을 새삼 확인할 것이다.
부산의 장소를 탐문하면서 그 의미를 재구성하는 작업은 왜곡된 역사경험 내에서 그것의 자리로 되돌려 세우는 일과 연결된다. 굴절되거나 왜곡된 근현대의 장소를 찾아 비판적으로 조명하여 우리네의 곡진한 삶의 터로 세워냄으로, 우리는 내가 거주하고 있는 부산의 깊고 웅숭한 속살을 체험하게 될 것이다.
문재원 부산대 한국민족문화연구소 HK 교수(한국현대문학, 로컬리티 연구)
※이 기사는 '부산시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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