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한인타운 윌셔 와 샌앤드류 근처 윌셔은행 윗층 에 M-Gril 이라는 브라질 바베큐 식당 을 소개 합니다.
점심 은 30불 저녁은 35불 정도 합니다.
브라질 바베큐를 정확히는 Churrasco라고 하는데, 포르투갈어 발음은 '슈하스코'이다.
사실 슈하스코는 한국에서 외국음식 즐기는 사람은 거의 다 아는 요리로서, 어떻게 보면 한국에서도 그리 생소한 요리는 아니다.
내가 처음 슈하스코를 접한 때는 군대 제대 직후이다. 강남역에 슈하스코라고 브라질식 고기부페 식당이 생겼다고 조선일보에 기사가 나서 가족들과 함께 갔다. 샐러드는 부페식이고, 고기는 배부를때까지 웨이터가 계속 칼에 꽂은 고기를 가져다주는 반부페 식당이었다. 고기 맛도 맛이었지만, 요리사가 직접 칼에 꽂은 고기를 가져와서 썰어주는 퍼포먼스에 매료되었던 기억이 난다.
지금 생각해도 그 식당은 오너도 브라질인이고, 아주 제대로 된 오리지날이었다. 그런데 아쉽게도 몇달 후 화재로 문을 닫았다고 한다. 그 이후에도 서울에 슈하스코 레스토랑이 몇개 생겨났다길래 한두군데 가 봤지만, 강남역 슈하스코만큼 제대로 된 식당은 아니어서 실망했던 적이 있다.
슈하스코의 진수를 제대로 즐긴 곳은 뉴욕이다. 맨하탄 40번대가 쯤에 있는 Churrascaria란 식당인데, Pre-fixed요금 45불을 내고 배불러 못먹을 때 까지 가져다 주는 고기를 마음껏 먹었다. 그런데, 45불이 전혀 아깝지 않았다. 재미있던 것은, 고기와 샐러드 바 외에는 모두 유료, 특히 마시는 물조차 유료였던 것이다. 그러나, 고기를 먹는 도중 그 짠 맛으로 인해 엄청난 갈증을 유발하므로, 45불에 모든 것을 해결하고 이 식당을 나오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 식당의 압권은, 디저트를 딤섬처럼 잔뜩 싣고다니는 카트인데, 고기로 잔뜩 배를 채웠음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색깔의 각기 다른 디저트 카트에 눈이 휘둥그래져서 두세개 집어 금방 먹어치웠던 기억이 난다.
또한 당시 식당 손님의 한 반정도는 브라질인이었던 것 같은데, 그들의 왁자지껄한 대화가 맨하탄 특유의 소음과 어우러져서 식당 안의 갈색 톤과 함께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내어 나를 흠뻑 매료시켰었다.
이후 뉴욕에 갈 때마다 이 식당을 찾았는데, 한번은 멋도 모르고 반바지를 입고 갔다가 드레스 코드에 걸렸다. 그런데, 프런트 직원이 '자기 바지를 빌려줄테니 갈아입고 들어와라'고 하는 것이다. 인생에 전무후무한 일로서, 서비스 정신이라고 해야하나 아니면 돈 더 벌고 싶다 이건가? 어째든 퇴짜맞지는 않고 맛있게 먹고 나왔다.
슈하스코의 역사를 소개하자면.
브라질을 지배하던 포르투갈인 그리고 그 외 유럽인들이 그 방대한 남미대륙의 팜파스에 낙농 및 소가죽을 얻을 목적으로 대량의 소를 목축하게 된다. 그러나 처음에는 이 소들을 도축해서 먹는 습관은 없었다고 한다.
그러던 것이 1800년대 들어서, 이 광활한 팜파스에서 여유롭게 자란 소들의 숫자가 계속 늘어나게 되고, 이내 수명이 다하거나 가죽이 벗져진 소들의 시체가 계속 쌓여 문제가 되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 광활한 팜파스가 악취와 벌레로 가득하니 가관이 아닐 수 밖에. 심각한 문제가 되자 브라질인들이 생각해 낸 아이디어는 아주 간단했다 - 먹어 치우는 것.
이후 이 바베큐는 팜파스가 퍼져있는 남미대륙 전역으로 퍼지게 되어, 각 국가 고유의 형태로 발전하게 된다. 브라질의 슈하스코는 대륙국가답게 스케일도 크며, 소의 다양한 부위를 구워서 내놓는다.

소의 신체부위별 및 기타 고기 메뉴
고기를 많이 먹는 나라(목축, 유목민족)의 음식일수록 의외로 고기에 들어가는 양념이 의외로 단순한데, 이는 아직 이유를 깊이 파고 들지는 않았지만, 고기 특유의 맛을 최대한 살리기 위한게 아닌가 싶다. 슈하스코 역시 예외는 아니어서, 내가 먹어 본 바로는 소금과 후추밖에 쓰지 않는 듯 하다. 단, 소금을 비교적 많이 쓰는 편이어서 짜게 느껴질 때가 있다. 물론 테이블 위에 양파양념이 따로 나오기는 한다.
슈하스코의 또 하나의 특징은, 고기를 칼에 꼬치구이처럼 꽂아서 화로에 구운다음, 바로 그 칼을 손님앞에 가져가서 잘라주는 것이다. 그 후 손님에게 집게로 고기 끝을 잡게 한 다음 썰어주는 식이다. 그 칼을 쓰는 이유가, 화로에서 고기와 함께 칼까지 데운 후, 그 칼을 손님앞에 가져가서 손님에게 썰어주는 순간까지 쉽게 식지않게 하기 위함이라고 한다. 광활환 대륙을 다루는 사람들의 지혜의 단면을 보는 듯 하다.

슈하스코의 상징 Picanha (피카냐 - 소의 등과 엉덩이 사이 부위)

고기를 꽂은 칼은 불에 막 달군 것으로, 당연히 뜨겁다
전술한데로 슈하스코에서는 소의 다양한 부위가 나오나, 개인적으로는 spare rib을 좋아한다. 한국의 제삿상에 잘 나오는 사태고기인데, 아주 뜨끈한 상태에서 기름기가 거의 다 녹아서 나오는 맛이 일품이다. 매번 갈때마다 이것만 두세번은 꼭 시킨다. 또한 목덜미고기(cupin)도 좋아하는데, 육감이 천연 hashed beef 마냥 입안에서 잘잘하게 부서지니, 그 식감의 특이함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또 하나 특이한건 파인애플을 역시 칼에 꽂아 구워서 내놓는다. 왠 파인애플 하겠지만, 고기 소화에 파인애플처럼 좋은게 없단다. 고기를 정신없이 먹다가 약간 배부른 신호가 올때 파인애플 한두장 썰어서 먹으면 슈하스코를 꽤 오랜시간 즐길 수 있다.
이 외에 슈하스코에 오면 다른 즐거움이 많다. 대표적인 것이 marker인데, 각 테이블마다 한쪽은 빨간색, 반대쪽은 초록색으로 그려진 marker가 있어, 고기를 먹고싶을때는 초록색, 다 먹었거나 잠시 쉴때는 빨간색쪽으로 돌려놓으면 된다. 아직 이 marker의 유래를 알아내지는 못했지만, 이게 의외로 슈하스코의 흥미를 유발한다.

Marker - 초록색이니 계속 고기를 갖다달라는 뜻
또한 각종 야채가 풍성한 샐러드 바 그리고 일반적으로 보기 힘든 치즈빵등의 브라질 side dish는 이국적 색채를 더 해 준다.

샐러드 바 - 중앙에 보이는 하얀 토막은 코코넛 싹

Brazilian side dishes - 오른쪽에 보이는 야채는 케일

슈하스코에는 소고기만 있는게 아니다 - 닭날개와 소시지
주변 친구들 중 고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을 이 식당에 데리고 가서, 여태 불평을 들은 일이 없다. 음식을 통해 이국문화를 즐기기엔 충분한 식당이다. 한국에 그새 괜찮은 슈하스코 식당이 많이 생겼다고 들었는데, 얼마나 좋아졌나 가까운 시일내에 꼭 가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