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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0년간 '미입주사찰'이었던 서울 돈암동 흥천사가 인수인계 합의로 정상화됐다. |
흥천사 주지 정념스님은 21일 흥천사에 거주해온 법운스님 등과 인수인계를 진행했다. 양측은 “흥천사 거주승은 10월 21일자로 흥천사 부채가 일체 없음을 확인하며, 향후 흥천사를 상대로 채권을 주장하는 자가 있을 경우 위 스님들은 연대하여 책임을 지기로 한다”는 내용의 인수인계서에 서명했다.
흥천사는 조태분규 과정에서 대처승의 권리 인정 등 온건한 변화를 주장했던 이른바 ‘화동파’ 스님들이 거점으로 삼았던 사찰이다. 흥천사와 주변 민가에 50여 년 간 거주하면서 조계종의 관할권이 미치지 못했다. 또 사찰 대표권은 조계종에 있으면서도 실질적인 점유권은 행사하지 못하는 기형적인 구조를 유지해왔다.
조계종은 흥천사 정상화를 위해 다각도로 노력해왔으나, 조계종에서 임명한 주지(재산관리인)가 불법토지매각으로 멸빈되기도 해 재산관리와 정상화는커녕 삼보정재 만 날린 꼴이 되기도 했다.
흥천사 정상화가 본격적으로 추진되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07년부터. 2006년 말 흥천사 거주승 22명이 ‘이주비를 주면 흥천사를 떠나겠다’는 내용의 호소문을 총무원측에 전달한 이후 중앙종회에 ‘흥천사 소위’가 구성되어 정상화 방안을 모색해왔다. 거주승 측이 요구한 이주비는 1가구당 3억 원 선으로 알려져 왔다. 조계종은 흥천사 토지 일부를 매각해 자금을 마련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도 했었다.
이번 인수인계 합의 이면에는 이주비에 대한 합의가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나 조계종은 자세한 합의 내용은 밝히지 않고 있다.
조계종은 다만 “총무원장 자승스님과 신흥사 조실 무산 오현 큰스님은 전통사찰을 보존하고 일체의 토지 매각 없이 흥천사를 정상화 할 수 있는 방안을 추진했다”고 밝혀 신흥사 조실스님의 ‘관심’이 큰 역할을 한 것으로 해석된다.
흥천사는 1396년(조선 태조 5년) 신덕왕후 강씨의 명복을 빌기 위해 창건된 전통사찰로 흥선대원군이 편액을 썼을 정도로 주요한 사찰이었으나 일제강점기 등을 거치면서 사격이 위축됐었다.
주지 정념스님은 “통합종단 출범 이후 50년 만에 흥천사가 명실상부하게 조계종의 품으로 돌아오게 됐다”며 “앞으로 서울 강북권 포교와 사회활동의 중심도량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