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5일 토요일...
지난 목요일부터 교회 Annual Camp Meeting(수양회)을 진행하고 있는 Forest Lake Church of Nazarene을 방문하였다.
아침 9시 반에 교회로 향하는 당교회 담임목사 부부의 차를 따라 달려간 길은 북동으로 52마일, 거기서 동쪽으로 28마일, 도합 80마일의 거리였는데...
그리 썩 먼 거리라고 할 순 없을 테고 게다가 그중 통과해야 하는 10마일의 비포장 도로는 썩 긴 거리는 아니었지만 앞차, 혹은 마주 오는 차가 일으키는 먼지 속에서 산중 오르고 내리고 좌로 급, 우로 급회전을 하며 달리는 길은 초행자의 정신을 쏙 빼기 안성맞춤이었고...
그렇게 어딘가 가다보니 목적지 Forest Lake라 불리는 하늘 아래 어떤 마을에 도착했다.
이 지역엔 석탄광이 있기 때문인지 Black Mesa라 불리는데 아마도 그 고원지대 어디쯤에 위치한 마을인 모양이다.
젊은 사람들은 주중에는 외지에 나가 직장생활을 하고 주말엔 동네로 돌아오곤 하는데 대부분의 가정들이 제법 펼쳐진 목축지에서 양, 소, 말 등의 짐승들을 기르며 사는 마을이다.
교회 건물은 그 마을에 사는 어떤 성도 개인 거주지 별채를 40여 명 수용 가능한 예배당과 부엌, 화장실, 그리고 자그마한 방 하나로 이뤄져 있었고...
자체수련회 답게 여유롭지만 제법 짜임새 있게 찬양, 간증, 설교, 식사에 중간중간 휴식시간까지 가져가며 진행되었다.
원주민들은 소위 말해서 잔치가 벌어지면 대개 양을 잡는데 이곳에서도 한쪽에서는 순서가 진행됨과 동시에 도살, 해체, 요리가 진행되었다.
시간상 젊은 사람들보다는 연로하신 분들이 우선 모인 가운데서 설교, 찬양, 간증 등 거의 모든 순서들이 나바호 언어로 진행된 관계로 나는 어쩌다 한 번씩 나오는 영어로 대충의 내용을 짐작할 수밖에 없었지만 말씀을 하는 분들이나 듣는 분들이나 진지하게 참여하는 모습에 꽤 긴 시간이었지만 나름 흡족한 마음으로 집회에 참여할 수 있었는데...
음.... 도시의 조급함으로는 약간 견디기 힘든 환경이랄 수도 있었던 것을 감안하면 나도 조금씩 원주민 집회에 익숙해지고 있는 건가하는 약간의 기특한 생각이 들기도 했다.
아마도 회중들의 반응 형태에 따라서 느낌이 달라지는 듯 싶다.
결국 인도자들이 회중과 함께 호흡을 맞춰가느냐, 아니면 따로 노느냐...가 집회 분위기 판단의 가늠자가 아닐지...
오후 중간쯤 점심인지 저녁인지 모를 식사를 함께 나누는데 식탁이 넉넉치 않아 회중석에 앉은채로 식사를 하는데 종이접시에 담은 음식들을 나눠드리니 전혀 혼잡함 없이 식사들을 마치시고 일부는 꽤 싸늘한 바깥 공기를 쐬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노인 성도들은 그저 꾸준히 무던히도 자리를 지키시는 모습이 이채롭기도 했다.
화장실 출입과 커피 혹은 물이 아니면 자리를 뜰 일이 거의 없어 보인다.
식사를 마치고 이른 저녁에 오후집회가 진행되는 동안...
주최측의 권고대로 당일 집회에서 올간 연주와 찬양인도를 맡았던 찬양사역자이자 인근(17마일 거리) Pinon에 있는 Pinon Gospel Church의 담임을 맡고 있는 잭슨 윌리엄스 목사님과 개인적, 혹은 공적인 이야기들을 나눴고...
오후 집회가 마무리되면서 10분간 휴식...
잭슨 목사님과 동행한 자매님들의 특송으로 저녁 집회가 속개되었고...
드디어 다섯 시간이 지난 후, 곧 자리를 뜨기 전에 나에게 인사를 겸한 간단한 나눔의 시간이 주어졌는데...
사실 나로서는 어딜 가든지 그저 참여하면서 보고 듣고 느끼고 배우는 것이 우선이고 이렇게 나에게 할애되는 시간은 주최측의 배려일 뿐이지만 그저 몸만 왔다 가는 게 아니라 짧아도 강하게 영적 교류를 나눌 수 있는 매우 좋은 기회가 아닐 수 없는 것이다.
회중 중에는 원어가 더 편한 분들이 계셨기 때문에 나의 영어를 잭슨 목사님이 나바호 원어로 통역해주셨는데 비록 약속도 없었고 처음 있었던 일이지만 두 사람의 호흡도 맞았고 회중의 반응도 매우 적절하고 적극적인 것으로 보아 (아.... 잭슨목사님은 십여 세에 실명하신 시각장애자이신데... 10여 년 전에 단 한 번 만났던 사람이라 하더라도 음성만 듣고 누군지 기억해내시는, 그리고 찬송가 곡과 가사를 기억에 의지해서만 진행하시는 아주 특별한 분이시다.) 이 분의 특별나게 예민하신 감각의 덕을 보지 않았나 싶다.
나에게 주어진 길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간단한 내 소개와 더불어 민족과 교회의 생존과 번영은 자녀들에게 달려있으니 그들을 위하여, 또한 그 일을 도모하고자 하는 나를 위하여 기도해 달라는 말씀을 나눴다.
나의 나바호어 이름도 소개가 되었는데... 당 교회 담임목사는 "나무 아래"를 뜻하는 나의 성(Last Name) Tsin Biyaa는 목재라는 뜻이 더 강하니 땅에서 자라난 나무(Tree) 아래라는 뜻으로 Tiis Biyaa라고 고치라는 권고도 들었다.
나의 현지 적응과 더불어 나의 원어 이름도 진화 내지는 적응을 하는 모양이다.
초행길이었고 어두워지기 전에 비포장도로를 벗어나야 하는 문제 등으로 인해 내 시간이 끝나면서 떠날 수밖에 없었음이 아쉬웠고 한쪽에서 요리하던 양고기를 먹지 못하고 오는 서운함이 있었는데 사모님이 전병과 양고기를 챙겨주셔서 들고 와서 마침 밥통도 비어있는 상태에서 저녁식사를 대신할 수 있었다. (아내는 지난 10월 2일 이후 일단의 일들을 감당하기 위해 뉴져지 방문중.)
당교회 목사님 부부와는 이미 전부터 친교가 있던 사이였지만 그들이 사역하는 현장을 보니 또 다른 면으로 교제가 깊어짐을 느낄 수 있었는데...
사례도 받지 못하고 오히려 자신들의 물질과 노력으로 교회와 성도들을 섬기고 이끄는 그들의 모습을 보며 어디서나 그것이 목회자의 길인 모양이란 생각을 금할 수 없었다.
성도의 건물을 빌어 운영되는 작은 교회였지만 교단 소속 교회들의 도움으로 제법 규모있게 교회 안팎을 지키는 가운데 큰길 쪽으로 이미 3에이커의 종교부지를 당국으로부터 할애받아 건축을 진행하고 있는데 현재로서는 땅 가치 평가를 위한 비용 조달이 원활하지 않아 일단 대기상태에 빠져있다.
교회가 계획하고 도모하는 모든 일들이 원활하게 해결되어 이곳에서도 하나님의 나라가 지속적으로 발전하는 귀한 역사가 일어나기를 기도한다.
교회 전경 (난 내부와 인물사진을 거의 찍지 않는 편이다. 면도는 매주 토요일 주 1회)
길 건너 보이는 Navajo Housing Authority 산하 주택들... 빈 집도 보이고.....
점심식사... 전병, 닭고기, 호박, 수박, 컵케익 등...
장작불에 전병(또띠야) 굽기...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모습. 서너 명의 주부들이 솜씨를 자랑하듯...
양고기 굽기 (불에서 굽기도 하는데 이곳에서는 오븐에서 굽는다. 위에서는 스프가 끓고 있고...)
닭고기... 아마 양고기를 먹지 않을 걸로 생각하고 나를 위하여 준비한 모양인데 잘 먹는다고 차라리 양고기를 싸달라고 했다.
저녁식사를 하지 않고 떠나는 날 위하여 사모님이 싸주신 전병과 양고기... 집으로 돌아와 김치를 곁들여 이걸로 저녁식사를 했다.
음악을 인도해주신 목사님이 사역하시는 Pinon Gospel Church 전경... 모시러 갔을 때 찍은 사진.
이 교회도 쉽지만은 않을 터인데 그저 담임목사님이 형편대로 자족하며 목회하시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에 수요저녁모임을 시작해서 성경공부와 찬양연습을 겸하여 하고 있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