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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민호시장에게 보내는 공개편지
“ 무능도 부패만큼 거제를 힘들게 합니다.” 사단법인 좋은 벗 대표..박기련
선가(禪家)에 조고각하(照顧脚下)라는 말이 있습니다. ‘자신의 다리 밑을 비추어 돌아보라’는 뜻입니다. 지금, 거제 복지에 대해 우려와 염려의 시각이 높습니다.
원인은 무엇이고? 해결책은 무엇인지? 모두가 모여, 함께 지혜를 모아야 하는데 서로 반목하고 갈등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해야겠습니까? 모두가 ‘조고각하’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진단을 정확하게 해, 원인부터 살펴야 합니다. 복지는 시민의 삶과 직결되어 있습니다.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는 부분이며, 복지 ‘척도’가 시민의 행복한 삶을 가늠하는 잣대가 됩니다.
거제복지 문제를 생각하면서 한 가지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왜? 정부는 정부 또는 공무원이 직접 후원금을 모금하지 않고, 민간 기구인 ‘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설립해서 모금하게 됐는지 아십니까? 왜? 그 ‘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복지시설을 직접 운영하지 않고, 시설과 프로그램 지원을 중심 사업으로 진행하는지 아십니까? 왜? 정부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대해 관여나 간섭은 법이 허용하는 범위에서 최소화하고 지원과 후원에만 주력하는지 아십니까?
복지의 근간이자 골격은 ‘나눔과 봉사’입니다. 아무리 복지예산이 증가해도 시민들의 나눔과 봉사에 대한 참여 없이는 복지공동체를 구현하는 것은 사상누각에 불과합니다.
민주사회에서 시민들의 자율적 참여는 자발성이 핵심입니다. 주민자치 참여 확대, 민간 협력과 협치 없는 복지, 나눔, 봉사는 모래위에 집을 짓는 격입니다. 질문의 내용에서 ‘정부’를 ‘거제시’로 바꾸고, ‘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거제시희망복지재단’으로 바꿔 다시 정리해 보겠습니다.
왜? 거제시가 설립한 희망복지재단은 민간 사무국장을 공무원으로 대체해 파견근무하게하고, 잘 운영하고 있던 민간위탁시설을 거제시가 설립한 희망복지재단이 직접 운영하게 했습니까? 또 이 과정에서 왜? 거제시는 스스로 제정 발의한 시조례를 무시하고, 시의회의 결의 사항도 존중하지 않은 채 무리하게 거제시종합사회복지관과 옥포종합사회복지관을 거제시희망복지재단에 위탁 운영하게 했습니까?
이 문제의 답은 관료화와 관변화가 그 핵심 키워드입니다. 관피아의 무서운 독이 거제에 자라고 있습니다. 관피아는 우리사회 발전의 걸림돌은 물론이고, 거제 발전에서도 독입니다.
지금 거제에서는 ‘관피아’를 넘어 심지어 ‘권피아’란 악령이 만들어지고 있음을 시민들이 깊게 우려하고 있습니다.
행정은 공정함이 생명입니다. 공정하지 못한 행정은 시민으로부터 신뢰받지 못하고, 권위만 내세우는 행정은 공동체를 썩게 만듭니다. 그래서 행정은 원칙이 중요하고, 그 원칙은 공정함과 일관성이 그 근간입니다. 돈이 있다고 원칙이 무너지고, 권력이 두렵다고 원칙이 훼손되어서는 안 됩니다.
그래서 관피아는 독(毒)입니다. 발전의 최대 걸림돌입니다. 세 가지 사례를 여쭙겠습니다. 거제시자원봉사센터, 거제시여성회관, 거제시종합사회복지관입니다.
세 곳 모두 우리 거제시민에게는 매우 소중한 공간입니다. 그리고 지난해 지방선거 전후 민간위탁 기간이 종료돼, 새롭게 공모절차를 진행했습니다.
그런데 거제시는 이 세 곳의 위탁 공고에서 중요한 내용을 원칙과 명분에 맞게 일관성 있게 처리하지 않았습니다. 공정하지 못했던 것입니다.
왜 그렇게 했습니까? 세 개 기관의 위탁 공고문을 살펴보면 위탁 기간, 위탁 조건, 위탁 근거가 모두 다릅니다. 재정 사고가 발생해 해당법인의 참여를 원천적으로 제한해야 하는 기관의 공모에는 이런 규정을 의도적으로 누락시키는가 하면, 반드시 필요한 관련 법령을 고의로 누락시켜 참여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법인이 참여토록 하고, 법인의 재정능력에서 매우 중요한 기준인 법인전입금을 평가 항목에서 제외하고, 위탁기간 역시 세 개 기관이 같지 않습니다. 들쭉날쭉합니다. 뒤죽박죽입니다. 일관성이 없습니다.
행정의 생명인 일관성과 공정성을 심대하게 훼손한 채 뒤죽박죽되어 있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특정단체를 선정하기 위해서입니다. 미리 내정해 놓고 거기에 맞게 공모절차를 진행했기 때문입니다.
사람에 맞게 침대를 짠 것이 아니라, 침대에 사람을 맞춘 격입니다. 거제복지관과 거제여성회관 공모에는 재정사고를 일으킨 법인의 참가를 원천적으로 제한했습니다.
그런데 자원봉사센터 공모에서는 그 내용이 누락되어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거제시자원봉사단체협의회에 위탁주려고 했기 때문입니다.
같은 날 시의회의 동의를 받아 민간위탁이 결정된 여성회관과 종합복지관 위탁 공모에서는 관련 근거법령이 다릅니다.
여성회관 위탁 공고 때에는 관련 근거법령으로 민간위탁 조례를 적시했는데, 복지관 공고에서는 이를 슬그머니 누락시켰습니다. 왜 그럴까요? 이 역시 희망복지재단을 미리 염두에 둔 공모입니다.
민간위탁 조례를 공고문에 적시할 경우 민간기관이 아닌 시 출연기관인 희망복지재단은 복지관 위탁 공모 참여가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시의회 동의 때에는 명기했던 조례를 의도적으로 삭제해 특정기관에 위탁을 준 것입니다. 시장님은 지난해 6월 지방선거에서 거제시장으로 재임됐습니다. 축하할 일이며, 거제 발전에 대한 시민들의 지지의 표현입니다.
그런데 불행하고 안타깝게도 재임시장 초기 관피아를 넘어 권피아 씨앗이 자라고 있다는 거제 시민들의 우려가 생기고 있습니다. 지나친 기우일까요. 행정의 일관성과 공정성을 훼손하면서 특정기관에 위탁을 주는 이유가 무엇이겠습니까?
그것이 바로 관피아입니다. 그리고 지난 지방선거 직후 진행한 공모 절차를 보며 거제시민은 관피아를 넘어 권피아의 두려움을 느낍니다. 지나친 걱정입니까? 결자해지(結者解之)해야 합니다. 그것이 조고각하의 시작입니다. 그 기준과 잣대는 분명 시민입니다.
시민만을, 시민의 복지만을, 시민의 삶만을, 시민의 행복만을 생각해 주십시오. 거제시종합사회복지관은 2010년 개관 당시 거제시민의 기대와는 달리 애물단지로 전락했습니다.
접근성과 빈약한 프로그램 때문입니다. ‘100억 혈세 유령 건물로 전락 위기’가 지역 언론의 평가였으며, 우려의 목소리였습니다. 어려움과 위기를 극복한 것은 조계종 법인의 재정 지원과 직원들의 헌신적인 노력이 밑거름이 되었습니다.
지난해까지 전국의 각 대학과 지자체, 복지기관들은 거제복지관으로 견학을 앞 다투어 왔습니다. 모범적 운영을 배우겠다며 온 귀중한 손님들입니다.
주차장이 부족하고, 식당이 비좁고, 찾는 사람이 많은 것이 복지관의 주요 현안이며, 해결 과제가 됐습니다. 복지시설을 건립하면 이용자가 없어 끙끙 앓는 다른 지자체와는 확연히 다른 상황입니다.
2018년 권민호 시장님께서는 재임 임기가 끝납니다. 시장님은 8년이나 되는 결코 짧지 않은 시간 동안 ‘거제호’의 선장이 되어 거제의 흥망성쇠의 길을 함께 걸었습니다.
잘한 점이 있다면 그 공(功) 역시 오로지 시장님의 업적이 될 것입니다. 잘못한 점이 있다면 그 과(過) 역시 시장님의 책임이 될 것입니다.
그런데 가장 큰 문제는 아무 것도 하지 않은 시장으로 남을 수도 있습니다. 말뿐인 잔치만 있었지, 변화와 성과는 전혀 없이 세월과 시간만 지나가버린 시장으로 기억될 수도 있습니다.
문제는 개인의 불명예가 아니라 이럴 경우 거제 시민 모두가 암울하고 불행해진다는 점입니다. 그 우려와 염려가 현실로 점점 다가오고 있습니다. 적어도 복지, 의료, 교육분야에서는 현실이 되고 있습니다. 참담할 따름입니다.
권민호 시장님은 거제 시민에게 거제의 낙후된 의료환경 개선 방안으로 대학병원 유치를 약속했고, 동아대 병원의 거제 개원을 발표했습니다.
약속의 시간이 흘러가지만 한발도 진척된 것이 없습니다. 또한 교육 발전을 위해 국립 한국해양대학교의 거제캠퍼스 개설을 발표했습니다. 이 사업 역시 언론의 보도와 홍보만 요란하지 뚜렷한 진척은 없어 보입니다.
복지 사각지대 해소와 소외계층 지원을 위해 설립한 희망복지재단은 희망이 아닌 절망과 고통을, 복지가 아닌 사업만을 진행한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합니다. 청렴과 성실을 내세웠지만 결국 무능과 착오로 허송세월을 보냈다는 냉정한 평가가 시민들을 고개 숙이게 하고 있습니다.
해결 방안은 분명 있습니다. 앞에서 말씀드렸듯이 첫째, 결자해지해야 합니다. 문제를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합니다. 희망복지재단은 공룡이 되어 버렸습니다.
둘째, 관료화된 소수의 공무원입니다. 절대다수의 거제 공무원은 역량도 있으며 공심도 큽니다. 시장님은 공사석을 막론하고 ‘공무원이 문제’라고 지적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대다수 공무원은 성실하고 정직하며, 전문역량을 갖춘 능력 있는 인재들입니다. 문제는 소수의 관료화된 공무원과 정치 지향적인 공무원입니다.
셋째, 전문가의 의견에 귀 기울이고 적극 중용해야합니다. 특히 사회복지분야는 행정분야 중에서도 몇 안 되는 전문 영역입니다. 그래서 사회복지직 공무원이 별도로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들을 중용하고, 그들의 역량개발에 힘쓰셔야 합니다.
2012년 8월 거제시청 앞 화단에서 매우 가슴 아픈 일이 발생했습니다. 동부면에 살고 계시던 한 할머니가 스스로의 목숨을 끊었습니다. 2013년에는 한 젊은 장애인이 옥포의 한 고시원에서 목숨을 끊었습니다. 그는 선천적 장애인이었지만, 세상을 등지지 않고 열심히 살려고 부단히도 노력했습니다. 그런 그에게 세상은 꿈을 주지 못했습니다.
그해 중곡동에서는 사고로 하반신이 마비된 또 다른 젊은 장애인도 자신의 생명을 버렸습니다. 사고 전 건강했을 때 그는 누구보다도 복지시설에서 봉사에 앞장섰으며, 그를 만나는 사람은 모두 환하게 웃었습니다. 그런 그가 장애가 발생한 이후 극단적 삶을 선택했습니다.
그해 여름에는 거제면에서 자살한 사람이 한 참 후에 발견됐습니다. 바로 고독사(孤獨死)입니다. 사회적 단절이 그 원인이었습니다. 얼마 전 둔덕면에서는 일가족이 숨진 채 발견돼 전국을 놀라게 했습니다.
모두 거제에서 발생한 일이며, 거제시민의 이야기입니다. 희망복지재단은 이런 일을 해야 합니다. 이런 일을 줄이는데 노력해야 합니다.
그것이 복지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소중한 거제시민의 자산으로 출연한 기관이 담당해야 할 몫입니다. 그래야 ‘관피아’, ‘권피아’의 오명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희망복지재단이 거제 복지의 짐이 되는 것이 아니라 힘이 되어야 합니다.
걸림돌이 아니라 디딤돌이 되어야 합니다. 그래야 희망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절망입니다. 이 모두의 책임의 중심에 시장님이 계십니다. 그래서 조고각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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