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계 앞에서 만난 책이 주는 답
속초교육문화관 소식지 북모티베이터 2016년 9월호
한계 앞에서 만난 책이 주는 답
백한진(청대초등학교 교장 )
후두두둑, 지붕을 두드리는 소리에 잠이 깨었다. 주루루룩, 모인 빗물이 급히 쏟아지며 폭염에 무력해진 마음도 두드린다. 열린 창문을 닫는 새벽, 밭에 뿌린 씨앗들이 파헤쳐질까 조바심으로 마음골에 걱정이 흐른다.
엊그제 텃밭에는 배추 모종도 심었는데 여린 잎과 뿌리가 무사할까? 어루만진 손길이 공을 들인 시간을 품고 내 안의 신경줄에 이어진 마음을 붙든다.
그런가. 만남과 관계, 연결된 망이 커질수록 영향력과 존재의 가치도 커진다. 누리는 기쁨만큼 책임도 커진다. 커지고 얽힐수록 한계에 부딪힌다. 막힌 것을 풀어보려 오만가지 생각에 눈길을 주지만 침묵하며 모른 척이다.
문제 앞에서 나의 한계에 직면한다. 어떻게 하면 한계를 넘어설 수 있을까?
콩씨를 밭에 뿌렸는데 커가면서 줄기가 서로 엉키기 시작했다. 넝쿨 콩이라 붙잡고 오를 벽이 있어야 했던 것이다. 무지, 경험 부족, 단순한 생각이 만든 문제 앞에서 “하나만 알았지 둘을 모르는 우를 범하지 말라”는 선배의 가르침을 마음에 새겼다.
지혜로운 사람은 한계를 인정하고 답을 구한다. 인터넷으로 검색하면 답이 될지도 모를 많은 정보가 넘친다. 그래도 생명이 깨달음을 얻고 사랑에 눈을 뜨도록 누구에게나 깊고 진한 감동의 물결로 다가오는 답은 책에 있다.
전문가들은 ‘뇌의 외형적 발달이 거의 완성돼 성인과 같은 수준이 되는 만12세 무렵(스카몬 성장곡선)까지는 독서 습관을 꼭 들여야 할 골든타임’이라고 한다. ‘인간은 독서와 같은 학습 과정을 통해 인간 고유의 딥 러닝을 해야 미래에 살아남을 기초 체력을 다질 수 있다’고 말한다. (조선일보 특집 ‘읽기혁명’에서)
책읽기로 자기 빛깔의 꿈을 키워가는 청대 학교도서관도 살아있는 도서관이 되도록 관심을 쏟고 있다. 학교장과 함께 하는 청대창의인성교실에서 어린이들과 나누며 내 삶의 무늬를 만든 책 속 글을 인용했는데 곁에 둔 글 몇을 소개한다.
- 조선시대 책읽기의 본이 된 이덕무는 '사람의 허물은 항상 스스로 옳다고 생각하는 데서 심해지고, 사람의 재앙은 항상 남을 업신여기는 데서 생겨난다.'며 겸손한 삶의 본보기가 되었다. (이덕무의 ‘책에 미친 바보’에서)
- 어떤 분이 이런 질문을 했습니다. 왜 공부를 해야 하는지 한마디로 말해 달라는 것입니다.
“공부를 안하면 저주를 받게 되기 때문입니다.”
“저주라니 도대체 어떤 저주를 받는다는 것입니까?”
“‘알던 사람 알다가, 쓰던 물건 쓰다가 죽는 저주’를 받게 됩니다. 공부를 하게 되면 나의 범위를 넘어서는 만남들을 축복으로 받게 됩니다. 그래서 좋은 영향을 받고 또 좋은 영향력을 끼칠 수 있게 됩니다.”(장경철, 전병욱, 강준민 공저 ‘삼색영성’에서)
공부하지 않으면 알던 사람 알다가, 쓰던 물건 쓰다가 죽게 된답니다. 우물 안에서도 살 수 있겠지요. 그러나 지금 내가 보고 느끼는 게 전부는 아닙니다. 알지 못하는 것 보았고 듣지 못하던 것 듣게 되면 나의 한계를 깨닫게 되고 배우기를 힘쓰게 됩니다.
- “너도 닭을 찾고 있니?” 여우가 물었다.
“아니, 난 친구를 찾고 있어. ‘길들인다’는 게 뭐야?” 어린왕자가 말했다.
“그건 사람들 사이에서 잊혀진 것들인데…, ‘관계를 만든다’는 뜻이야.”
“관계를 만든다고?”
“그래, 넌 나에게 아직은 다른 수많은 소년들과 다를 바 없는 사람이야. 그래서 난 네가 필요하지 않아. 나 또한 너에겐 평범한 한 마리 여우일 뿐이지. 하지만 네가 나를 길들인다면 우리는 서로 필요하게 되는거야. 너는 나에게 이 세상에 단 하나뿐인 존재가 되는 거고, 나도 너에게 세상에 하나뿐인 유일한 존재가 되는 거야….” (생텍쥐페리의 ‘어린왕자’에서)
- 창의성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을 찾아내기 위해 성장과정에서부터 교육 배경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요인들을 조사한 결과, 차이는 딱 한가지였다.
‘창조적인 사람은 스스로 창조적이라 생각하고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자신이 창조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로저본 외흐, ‘생각의 혁명’에서)
- 나는 결코 '아무나'가 아니다.
꿈을 가진 사람들은 뭔가 특별하다는 생각이 든다면 먼저 나 자신을 '특별하게' 대접해야 한다. 스스로를 '별 볼 일 없는 아무나'라고 생각하는 한, 꿈꾸기는 어려울 수밖에 없다. 꿈이 '아무나' 꿀 수 있는 것이 아니라면 나 자신을 '아무나' 정도로 여겨서야 되겠는가? (이익선의 ‘말하는 대로 꿈꾸는 대로’에서)
- 큰 집에는 금그릇과 은그릇만 있는 것이 아니라 나무그릇과 질그릇도 있어서 그 중에 어떤 것은 귀하게 쓰이고 어떤 것은 천하게도 쓰입니다. 그러므로 누구든지 이런 것에서 자기를 깨끗하게 하면 그는 주인이 온갖 좋은 일에 요긴하게 쓸 수 있는 귀하고 거룩한 그릇이 될 것입니다. (성경 ‘디모데후서’ 2 : 20~21)
아무리 뛰어난 재능을 지닌 사람도 자신을 과소평가하면 재능을 펼치지 못합니다. 자신이 말굽밖에 될 수 없다고 생각하면 말굽밖에 되지 못하고, 바보라고 생각하면 진짜 바보가 되는 것입니다. (호아킴 데 포사다의 ‘바보 빅터’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