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HD를 그대로 믿지 않으렵니다
- <이 아이들이 정말 ADHD일까>를 읽고
김윤정, 충남가정위탁지원센터 사회복지사
만약 ADHD로 인해서 아이의 생명이나 안전이 위협을 받는다면 약을 먹어야 합니다.
하지만 수업에 방해가 되고 학습 진도를 못 따라가고
친구들과 잘 못 어울리고 교사나 가족을 힘들게 한다는 이유로 약을 먹여서는 안 됩니다.
무엇보다, 이 세상 그 누구도 자기 신체의 이유가 아닌 사회적인 이유로
타인의 결정에 의해 항정신성 약물을 먹어서는 안 됩니다. 8쪽
책을 다 읽고 나서 밑줄 그어 둔 글귀를 다시 한번 읽어보았습니다.
책 서두에 적힌 이 한 문단이 저자가 하고 싶은 말 그 자체였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ADHD로 판정되는 시스템에 대해 명확하게 알 수 있었습니다.
교사들은 아동이 통제가 안 된다는 이유만으로 ADHD로 의심하며 정신장애로 낙인하고,
정신과에서는 학교생활에 어려움을 해소한다는 이유로 각성제를 너무 쉽게 처방하고,
제약회사는 돈벌이가 되니까 ADHD 약물에 대한 부작용은 배제한 채 효과성을 과장해서 홍보하고,
이 과정에서 학부모는 선택의 여지없이 아이에게 약을 먹이게 되고, 모든 부작용은 아이가 감당하고 있는 구조였습니다.
이러한 모습은 위탁가정에서도 흔히 볼 수 있습니다.
위탁아동은 신규 책정 과정 중 건강검사와 종합심리검사를 실시합니다.
이때 10명 중 1~2명은 ADHD 의심이나 진단을 받습니다.
검사결과를 들은 연로한 위탁부모님(주로 조부모님)은 의사의 권유에 아무런 의심 없이 아이에게 약을 먹이게 됩니다.
아이가 내 말을 안 듣는 이유가 ADHD라서, 학교에서 혼나는 이유도 ADHD이기 때문이라고 인식하게 됩니다.
이때부터는 아이가 위탁가정으로 오게 된 배경인 부모님의 이혼, 학대, 가출 등의 사유는 배제되고,
오로지 아이에게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더군다나 위탁보호자 중 대다수인 조부모님은 자녀를 바르게 키우지 못했다는 죄책감이 있기 때문에
손주들에게 더 엄하게 훈육하는 것 같습니다.
아이는 이유도 모른 채 더 혼나게 됩니다. 가슴 아프지만 제가 보고 있는 현실입니다.
저는 각 시군구에서 아동들의 심리검사 결과지를 공유해주면 결과를 곧이곧대로 믿었습니다.
또한 한 달에 한번 씩 아동과 함께 병원에 방문하여 약을 처방받고,
하루도 빠트리지 않고 시간 맞춰 약 복용을 챙겨주시는 위탁부모님들을 격려했습니다.
ADHD에 대한 진실을 알게 되었으니 앞으로는 이 시스템에 현혹되지 않게 바짝 긴장해야겠습니다.
나는 아이와 함께 여기까지 오는 동안 정말 귀중한 깨달음을 얻게 됐다.
‘본질을 추구하는 것이 언제나 가장 좋은 해결책’이라는···.
눈앞에 드러나는 현상에 초점을 맞추면 현상 너머, 그 안쪽 깊은 곳에서 장작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알 수 없게 된다.
사람은 누구나 있는 그대로의 자기 자신일 때 가장 행복하고 편안하다는 것,
사람은 누구나 편안하고 충만한 상태에서는 자신과 주변을 이롭게 하는 방향으로 에너지를 발산하게 된다는 것.
이것이 본질이다. 18쪽
책을 읽는 내내 제가 담당하고 있는 한 아이가 떠올랐습니다.
이 아이는 초등학교 저학년 때 ADHD 진단을 받고 초등 시절 내내 하루 두 번 약을 먹었습니다.
약을 먹으면 기운이 없어 축 쳐진 상태가 지속되고, 입맛이 껄끄러워져서 밥도 제대로 못 먹었습니다.
아이는 약을 먹기 싫어했지만 위탁보호자인 조모는 의사선생님께서 꾸준히 먹어야 도움 된다고 들었으니까
수 년 동안 아이에게 약을 먹였습니다.
약을 먹는 동안 아이는 ADHD라는 낙인과 따돌림은 지속되었습니다.
초등학교 6학년이 되어서야 약 복용량을 줄였습니다.
부작용이 심해 하루 두 알 먹던 약을 한 알로 줄여봤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었습니다.
약을 먹지 않으면 큰일 날 것 같았는데 전혀 그렇지 않았습니다.
이 아이는 올해 중학교 1학년이 되었습니다.
초등학교 내내 지속된 따돌림을 탈피하고자 일부러 멀리 떨어진 중학교로 진학했습니다.
이제 학교에 아이가 ADHD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아이는 학교에 가는 것을 매우 좋아하고, 새로운 친구들도 사귀었습니다.
이 아이의 본질은 친구들과 사이좋게 지내고 싶고, 선생님께 인정받고 싶은 마음 아니었을까요.
친구들과 친해지고 싶은 마음을 과장스럽게 표현했던 것이,
선생님의 질문에 엉뚱한 답변을 여러 개 말한 것이 사회의 기준에 맞지 않았던 것뿐이라 생각합니다.
이제는 검사결과지에 ADHD 라고 나와 있으면 곧바로 믿지 않고 의심해 볼 겁니다.
보호자를 만난다면 ADHD를 진단하는 정확한 기준이 없으며,
약물복용을 한다고 원인을 치료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ADHD 약물이 코카인 등 마약류로 분류된 약물 바로 아래 단계에 있는 중독성 강한 약품이라고 말해줄 것입니다.
그 누구도 이야기 해주지 않은 점들을 밝힐 책무성을 느낍니다.
이 책을 읽어보시길 강력 추천하겠습니다.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 장애’라는 병명으로 아이를 규정하는 것과
‘창의성’, ‘직관력’, ‘정서적 민감성’ 과 같은 재능으로 아이를 이해하는 것은 하늘과 땅 차이의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아이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이해하고 아이가 가진 자질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진심을 다해 도와주려는 의지를 가진 부모의 노력은 그에 맞는 결과를 낼 것이고,
아이가 겉으로 드러내는 행동이 규격에 맞지 않는다고 해서
눈에 보이는 것만을 인위적으로 통제함으로써 원하는 모습에 끼워 맞추려는 편의적인 태도를 가진 부모의 노력은
또 거기에 딱 맞는 결과를 낼 것이다. 146쪽
ADHD를 ‘장애’로 보니까 ‘강점’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문제를 소거하는데 집중하니 아이의 긍정적인 부분은 볼 수조차 없었습니다.
다시금 강점관점의 중요성을 깨닫습니다.
ADHD로 판정을 받았다고 하더라도 우리 아이들에게 ‘너는 ADHD니까 못 할 거야’ 라는 부정적인 인식 대신
발명가 토머스 에디슨, 수영 황제 마이클 펠프스, 마룬5 보컬 애덤 리바인, 라라랜드 주연배우 라이언 고슬링,
마이크로소프트 개발자 빌 게이츠 등 롤모델을 보여주며 긍정적인 자아상을 형성 할 수 있도록 안내해야겠습니다.
보호자분들께 아이가 마음껏 몰입할 수 있는 시간이 충분히 있어야 한다고 설명하겠습니다.
TV 프로그램 '유퀴즈온더블럭'에 소아청소년정신과 전문의 김붕년 교수님의 인터뷰를 본 적 있습니다.
교수님을 찾아온 환자들 중에는 자신이 성인ADHD라는 진단을 받으면서
‘아하! 그래서 내가 그랬구나.’ 라는 것을 깨달으면서 오히려 기쁘게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다고 했습니다.
성장하면서 내내 받아온 비난들을 이해하지 못하고, 오히려 다른 곳에서 찾았던 문제의 근원을 발견하고
교정 가능 하다는 걸 알게 되니까 본인에 대한 자아 프레임이 바뀌었다고 했습니다.
우리 사회가 ADHD에 대해서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고 ‘특별함이 있다’는 프레임으로 바라보면 좋겠습니다.
그 특별함을 약물로 통제받는 것이 아닌 자유로움으로 펼칠 수 있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