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러브 유 2010년 5월 11일 오후 8시
벌써 1,000회 공연을 돌파한 뮤지컬 <아이 러브 유> 저는 2004년도 초연 공연과 2006년도 공연에 이어 세 번째 관람인데요.
다시 보아도 여전히 재미있고 유쾌한 뮤지컬이었습니다.
오히려 전, 2004년도와 2006년도 공연을 볼 때보다 더 즐겁게 볼 수 있었는데요.
그것은 바로, 그 사이에 저는 데이트 횟수도 늘었고 친구의 결혼식 부케도 받아보았고 결혼도 했기 때문입니다.
경험이 쌓일 수록 재미있게 볼 수 있는 뮤지컬. <아이 러브 유>를 보시면 다들 느끼시겠지만.
<아이 러브 유>는 장면장면 '그래, 맞아!!!', '저건 내 얘기야!!!'라며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들이 많이 있거든요.
그러니까 경험이 쌓일수록 공감대가 넓어지니 훨씬 재미있게 볼 수 있는 것이지요.
<아이 러브 유>는 인류가 생겨난 이래, 끊임없이 반복되어 왔을 '남자와 여자의 이야기'를 다룹니다.
극은 짤막짤막한 에피소드들로 구성되어 있는 옴니버스 식이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하나의 흐름으로 이해할 수 있어요.
연애, 결혼, 육아, 중년부부, 노년의 사랑..
그야말로 사랑을 테마로 우리 인생 전체를 관통하여 보여주고 있습니다.
#1 프롤로그 & 첫 데이트를 위한 칸타타
검은옷을 입은 사람들이 진지하게 노래합니다.
♬ 대저 주께서 말씀하시기를 '빛이 있으라' 하시매 빛이 있었고 또한 말씀하시기를 '남자와 여자가 있으라' 하시매 남자와 여자가 있더라....
신의 말씀대로 이렇게 남자와 여자가 생겨났고, 그 이후 수천 수만 년의 시간이 흘러 지금의 남자와 여자는....?
첫 데이트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챙겨야 할 것이 너무 많네요. 신께서 남자와 여자를 만드시기는 했으나, 처음부터 짝을 정해주지 않으신 게 잘못이었나봐요. 상대에게 잘 보이기 위해 공을 들여야 합니다. 누가 나의 짝인지 찾는 데 오랜 시간을 들여야 하잖아요.
저와 남편은 13년 전에 같은 과 동기로 만났습니다. 그 이후 11년 동안 절친으로 지내오다 결혼을 했는데요.
남편은 다시 그때로 돌아가면 대학교 1학년 때 당장 결혼을 하겠다고 하는데...ㅋㅋㅋ
남자와 여자가 미리 다 짝이 정해져 있고 바로 만날 수 있다면, 그래서 먼길 돌아오지 않고 헤매지 않고 단번에 만날 수 있다면.
그것은 행운일까요 불운일까요....^^
#2 정말 너무너무 바쁜 관계로...
처음 만난 남자와 여자. 여자는 자신이 너무너무 바쁘니까 어색하기 그지없는 첫 번째 데이트는 뛰어넘고 두 번째 데이트로 넘어가자고 합니다. 그러자 남자는 그럼 아예 세 번째 데이트로 넘어가자고 하는데요.
그러면서 남자와 여자의 만남, 다툼, 화해, 이별, 재회까지.... 연인의 사랑 변천을 압축해서 보여줍니다.ㅎㅎㅎ
이렇게 짧은 시간 요약된 데이트 과정을 보고 나니, 웃음이 나요. 사람마다 조금씩 차이는 있겠지만 결국엔 다 비슷한 패턴으로 만나고 싸우고 화해하고 헤어지고....
사는 게 다 그런 거 아니겠어요?
#3 몸짱 VS 얼짱
첫 만남 자리의 남녀.
서로에게 호감이 있지만, 자신이 얼굴이 안 예뻐서 자신이 몸매가 안 좋아서 상대라 나를 싫어할 거라 생각하고 자신감이 없습니다.
이들은 내가 만약 얼짱이라면, 내가 만약 몸짱이라면 좋을텐데...라고 노래하지만 결국은 상대의 다른 매력에 빠지게 됩니다.
외모지상주의가 만연한 한국 사회에서 특히 생각해보아야 할 주제인데요.
처음 만났을 때, 외모가 눈에 띄는 거... 어쩜 당연하겠죠. 사람의 욕심이 끝이 없는 이상, 좀 더 예뻐졌으면, 좀더 몸이 좋았으면.. 하는 욕구도 끝이 없을 거고요.
하지만 얼굴이 못 생겼다고 사랑을 할 수 없는 건 아니잖아요.
가끔.... 아주 못생긴 커플을 보면....
와... 어떻게 저렇게 생긴 사람이랑 사귀냐....혹은 저 얼굴로 어떻게 결혼을 했냐....라는 무지막지한 말을 하곤 하지만.
그렇게 따지면, 우리나라에서 결혼할 수 있는 커플은 장동건 고소영밖에 없는 거 아닙니까.
저도 제 얼굴로 결혼했는데요 뭐. 그래도 저희 남편, (다행히)아직도 콩깍지가 안 벗겨져서, 어디 가면 '여기 있는 사람들 중에 니가 제일 예쁘다'라는 닭살멘트도 가끔 합니다.ㅋㅋㅋ
#4 뻥이야, 남자니까
내숭 떠는 여자, 허풍 떠는 남자..... 정말 많이 웃으면서 보았어요.
그리고 제가 정말 '맞아 맞아'했던 장면인데요.
이 에피소드에서 여자들이 '세상엔 왜 이렇게 괜찮은 남자가 없을까'라고 노래하거든요. 제가 늘 하는 얘긴데, 주변에도 괜찮은 여자는 참 많은데 괜찮은 남자가 없어요.
물론 남자분들 입장에서는 당연히 그 반대겠죠.
그리고 이 장면을 보면서 느끼는 건데. 이 작품이 원작은 미국 작품인데 번역을 참 잘했어요.
남자가 뭐라뭐라 노래하면 여자가 남자 앞에서는 곱게 이야기하고 고개 돌려서 '뻥이야~'하는 대사가 있는데 그게 원어로는 그냥 'I'm lying'이에요.
'I'm lying'은 참 평면적이고 단순한 문장인데, 한국어로 '뻥이야~'하면 뜻은 확실히 전달하면서도 더 실제 사용되는 언어에 가깝게 느껴지고 그 말 자체로 재미가 있잖아요.
제가 영어를 잘 못해서 모든 곡 전체 가사를 알아듣지는 못하지만, 원곡 CD랑 한국어 버전 CD를 비교해서 듣다보면, 한국 가사가 참 번역이 매끄럽게 잘 되었다는 걸 느낄 수 있더라고요.
#5 슬픈 영화
이 에피소드도 정말 재미있어요. 남자는 울면 안 된다는 고정관념을 가진 사람... 정말 많은가봐요.
그런데 여자들이 '울지 않는 남자'가 남자답고 멋있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거든요. 적어도 제 경우에는요.
저는 (죄송합니다만...) 최민수나 김보성 스타일 제일제일 싫어요. 막 멋있는 척 하고 '남자는 이래야지...'라는 생각? (그분들이 실제 어떠신지, 직접 만나보면 어떤 분들인지는 모르니까 그냥 TV로 보여지는 이미지로만 말씀드리는 겁니다.)
슬픈 일에 슬퍼하고 기쁜 일에 기뻐하는 건 남자 아닌가요?
저희 남편도 처음에는 자기는 눈물이 없다더니...
요즘에는 TV에서 어려운 이웃의 이야기를 그린 다큐 보면서 가끔 울기도 해요. 오히려 그런 모습이 더 좋아요.
이 에피소드에서는 이 작품이 작곡을 상당히 잘 했다는 걸 느껴요.
남자의 대사와 여자의 대사가 번갈아 나오는데, 그 둘이 서로 다른 멜로디로 진행이 돼요.
남자의 속마음은... 뭐 이런 영화를 봐, 절대 울면 안 돼.... 하는 말을 하고 여자는 남자의 마음을 모른 채 슬픈 영화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데요.
음악이 정말 적절하게 남자와 여자의 마음을 대변하는 느낌이에요.
#7 부모님 마음
이 장면도 정말....생각하면 웃음 먼저 나네요. 아들과 여자친구가 사귄 지 1년 되는 날. 부모님들은 드디어 아들이 결혼을 하겠다며 약혼 선물을 준비하는데, 아들과 여자친구는 헤어지기로 했답니다.
그 말을 듣고 부모님은 쿨하게 인정하는 척! 하면서 여자에게는 멋진 싱글 라이프를 즐기라며.... 반어적인 이야기를 하는데요.
여기서도 정말 음악이 재미있고 가사가 참... 공감돼요.ㅋㅋㅋ
이날 저는 이 공연을 저와 같이 일하는 분과 함께 봤는데 마침 했던 이야기가... 어른들은 왜 이렇게 남의 일에 관심이 많은지, 부모님들은 왜 자꾸 결혼을 하라고 하는지 모르겠다...뭐 이런 이야기를 했었거든요.
저도 만약 아이가 생기면, 절대로 나이가 됐다고 결혼하란 말은 하지 않을 생각이지만
막상 부모가 되면, 저도 바뀔까요?
#11 마침내, 결혼
드디어 여기 결혼에 골인하는 커플이 있습니다. 주례는 이야기합니다.
♬ 좋은 시절은 끝났군요. 남편이란 건 의무와 책임뿐. 자유로운 생활 종쳤네. 들어는 봤나? 시댁 귀신이라는 말?
ㅋㅋㅋㅋㅋㅋ물론 극적인 과장도 있지만 어느 정도는 사실이잖아요. 제가 결혼을 한 입장에서 너무 재미있었어요.
하지만 그걸 미리 알았다고 해서 결혼을 안 하지는 않겠죠. 그걸 모르고 결혼하는 사람도 없잖아요?
#12 나는야 부케 수집가?
신부가 되고 싶지만, 항상 신부의 들러리만 하는 여성의 이야기입니다. 이 여자는 결혼하는 친구들을 부러워 하지만 이 여자도 이야기하듯이 싱글의 장점이라면 아직 '가능성'이 있다는 거겠죠.
저도 주변의 미혼 친구들이 가끔 결혼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할 때 그렇게 이야기를 하거든요.
일단 결혼을 하면, 어느 정도 삶의 방향이 정해지는데 결혼을 안 했으면, 얼마든지 기회가 있잖아? 라고요.
#13 애를 키우다 보니.....
아... 정말 이 이야기도.... 너무 마음에 와 닿아요. 아직 아이는 없지만 저도 아이를 낳으면 이렇게 되겠죠?
말투와 행동과 모든 신경이 아이에게 쏠리고.... 미혼인 친구에게는 소홀해지고... 그 미혼인 친구는 이런 아기 엄마 아빠들을 이해할 수가 없고...
저도 결혼 전에는, 기혼인 친구들을 보면서 절대 저렇게 살지 말아야지 했는데 결국은 저도 그렇게 되고.
아직은 아이가 없어서 아이 가진 친구들을 보며 저렇게 살지 말아야지 하지만 결국 저도 그렇게 되겠죠...ㅠㅜ
하지만 한 가지 위안은... 그래도 아이 엄마 아빠들이 행복해 한다는 것.......
아까도 말씀드렸듯이 사람 사는 게... 다 거기서 거기인 것 같아요.
이 작품의 최대 매력은 인생의 장면장면을 코믹하면서도 예리하게 잡아내어 관객의 공감대를 이끌어 낸다는 것이거든요.
이렇게 장면장면을 보면서 나 자신을 떠올리게 되고 미래를 생각하게 되고.... 그런 것 같아요.
#15 Family Drive
ㅋㅋㅋ 이 이야기는 정말.... 저희 아빠랑 엄마랑 같이 보고 싶어요.
저희 아빠가 그러셨거든요. 명절이나 휴가 때 아빠가 운전하시는 차를 타면, 정말 공포분위기였어요.
오죽했으면 어느 해 추석인가... 시골에 다녀와서는 제가 병원까지 다녔다니까요. 제가 운전석 뒷자리에 앉아있었는데, 아빠가 피곤하다고 주무신다고 시트를 뒤로 넘기고 주무셨어요. 그때가 제가 이미 성인이 되었을 때인데, 그 덩치로.... 작은 의자에 쪼그리고 몇 시간을 앉아 있어서요. 그러고도 무서워서 암말도 못 했던.....^^;;
이제는 연세가 드셔서... 그 정도로 폭군은 아니시지만 그래도 고집은 남아있으셔서...ㅋㅋㅋ
이제는 엄마가 운전하시는 차가 더 편해요.
사진은 없지만 #17 에피소드 결혼 후 30년도 무척 인상적이에요. 결혼한 지 30년, 습관처럼 살아온 그 세월. 어느날 문득 함께 산 사람이 낯설게 느껴진다면.....?
그리고 에필로그.
프롤로그의 네 명의 남녀가 다시 등장합니다.
이 작품의 원제는 I Love You, You're Perpect, Now Change! 입니다. 사랑해, 당신은 완벽해, 이제 바꿔!
자, 무엇을 바꾸라는 것일까요?
한국어 가사는 '사랑해, 그대는 완벽해 그래도 난 아쉬워'인데요. 요 부분이 저는 개인적으로 가장 안타까운데요. 아무래도 원제의 느낌과는 다른 것 같아서요.
사랑해...는 모든 연인들이 하는 말입니다. 당신은 완벽해...는 조금 다른데요.
사랑에 푹 빠져 있는 상태에서는 상대가 완벽해 보이겠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렇지 않다는 걸 느끼게 될 겁니다. 세상에 나와 완벽하게 맞는 사람은 없으니까요.
그럼 바꿔야지요. 무엇을???
상대를 바꾸느냐, 나를 바꾸느냐....
그것은 내 선택의 문제입니다. ^^
나이 들어서 보니 더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작품.
지금까지 말이 많았지만, 다 집어 치우고 한 마디로 말하자면.
재미있습니다. 웃깁니다
연인과 부부와 친구와... 그 누구와 보아도 유쾌하게 웃을 수 있습니다.
다만, 어린 아이들과 함께 보지 마세요. 다소 민망한 대사와 장면들이 있거든요.
오랜만에 무대에서 만나는 김영주 씨.
여전히 파워풀하고 카리스마 있는 모습. 제가 좋아하는 배우인데 오랜만에 봬서 넘 좋았어요.
그 동안 살이 많이 빠지셨네요.. ^^;;
다음에 다시 또 이 작품을 보게 되면, 꼭 남편과 같이 보고 싶어요.
그동안 남편과 함께 본 뮤지컬들이 다 재미가 없어서 남편은 뮤지컬에 대한 인상이 참 안 좋거든요.
이렇게 재미난 작품을 함께 봐야 하는데.....
|
출처: 날자의 맛있고 즐거운 생활 원문보기 글쓴이: 날아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