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암 작가의 장편소설 『오아시스 전설』(푸른사상 소설선 56).
모래 폭풍이 거칠게 몰아치고 태양이 끝없이 이글대는 열사의 사막 너머, 푸르게 빛나는 오아시스의 전설을 찾아 죽음을 무릅쓰고 떠난 두 사람의 긴박한 여정이 이 책에 펼쳐진다.
2024년 5월 3일 간행.
■ 작가 소개
본명 최인호. 연세대 생명과학기술학부 명예교수. 생화학과 우주중력생리학을 전공하고 강의했으며, 연세대 우주생명과학연구단 단장, 한국마이크로중력학회 회장, 한국우주생명과학연구회 회장, 우주환경 활용 한일공동세미나 의장, 아시아 마이크로중력심포지엄 의장 등을 역임했다. 장편소설로 『별』 『소행성 내려오던 밤』, 교양서로 『우주에서 만난 지구인』 『2030 화성 오디세이』 등을 출간/기획한 바 있다.
■ 작가 후기 중에서
이 작품을 처음 구상하던 몇 해 전을 되돌아봅니다. 당시는 교직 은퇴를 준비하던 시기였고, 마침 코로나(COVID-19) 전염이 악화 일로로 치닫던 시절이었습니다. 아득합니다만, 사회적 거리 두기, 마스크 착용 그리고 비대면 강의라는 과거엔 상상조차 한 적 없던 시대를 살아야 했습니다. 텅 빈 강의실들을 지켜볼 때면 과연 교직 생활을 후회 없이 해왔는지 회한의 시간을 가지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교정을 떠난 뒤에도 그 회한은 저자 주변의 많은 인연 속에 그대로 투영되고 있었습니다. 그런 무거운 시간이 계속되자 저자 심중에는 어느덧 지난 일들을 회한으로만 묻어두지 말고 새로운 미래를 여는 동력으로 활용해보라는 내부 음성이 울렸습니다. 그쯤 이르자 드디어 결심이 섰습니다. 그래, 다시 글을 쓰자! 우리의 일상에서 보편적 삶의 가치를 그려보자. 코로나 팬데믹에 상처받은 시민들, 끊임없는 전쟁과 어지러운 국제 정세에 지친 현대인들에게 그것은 ‘선하고 의로운 삶’일 것이라고 저자는 생각했습니다.
■ 작품 속으로
“내가 묻는 말에 간단히 대답만 한다. 그렇다면 둘이서 여긴 왜 왔나? 이곳에 오아시스가 있다는 걸 어떻게 알았나?”
“사막 사람들에게 이곳은 오아시스 전설로 소문나 있습니다. 제가 가진 지도에는 사막 한가운데 푸른 점 하나가 찍혀 있습니다. 그 점이 여기 오아시스일 거라 믿었습니다. 저는 어릴 때부터 밤하늘 별들을 보며 자랐습니다. 시간에 따른 별들의 움직임을 추적하는 건 전혀 문제 되지 않습니다. 저희가 의형제를 맺고 이곳으로 여행해보자는 결론을 내린 뒤, 한 번도 실수 없이 지름길을 따라 이동해 왔습니다.” (65쪽)
둔마와 대결을 시작하던 순간부터 두루 입에서 울려 나온 외침은 공주의 울음 섞인 외침과 함께 왕궁 사방으로 울려 퍼졌다. 두 사람의 외침은 서로에게 간절한 메아리가 되어 왕궁 옥상의 창고 안으로도 전해졌다. 놀랍게도 그 파동은 무엇엔가 닿아보려는 듯 창고 어둠 속을 헤집고 다녔다. 그러다 어디엔가 부딪히자 그 물체가 파르르 떨며 잠에서 깨어났다. 공주의 검이었다. 그녀의 검이 일으킨 미세 진동은 맞은 편에 있던 태양 두루의 검을 흔들어 깨우기 시작했다. 석갑에 꽂혀 있던 두 자루 검이 파동을 주고받으며 점점 더 크게 진동하자, 주변에 있던 갖가지 쇠붙이들도 껑충껑충 뛰며 함께 진동을 일으켰다. (298~299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