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속요 - 동동 (미상) 민근홍 언어마을 [현대어 풀이]
[서사] :덕은 뒤에 바치옵고, 복은 앞에 바치오니 / 덕과 복이라 하는 것을 드리러 오십시오.
[정월령] :정월의 냇물은 아!, 얼었다가 녹으려 하는데 / 세상에 태어난 이 몸은 홀로 살아가는구나.
[이월령] :2월 보름(연등일)에 아!, 높이 켠 등불같구나 / 온 백성(만인)을 비추실 모습이로구나.
[삼월령] :3월 지나면서 핀 아아 늦봄의 진달래꽃이여 / 남이 부러워할 모습을 지니셨구나.
[사월령] :4월을 아니 잊고 아! 오셨구나, 꾀꼬리새여! / 어찌하여 녹사(錄事)님은 옛날의 나를 잊으셨는가?
[오월령] :5월 5일(단오)에 아! 단오날 아침에 먹는 약은 / 천 년을 오래 사실 약이므로 바치옵나이다.
[유월령] :6월 보름(유두)에 아! 벼랑에 버려진 빗 같구나. / 돌아보실 임을 잠시나마 따르겠나이다.
[칠월령] :7월 보름(백종)에 아! 온갖 종류의 음식을 차려두고 / 임과 함께 살아가고자 하는 소원을 비옵나이다.
[팔월령] :8월 보름(가배)은 아! 가배날이지마는 / 님을 모시고 지내야만 오늘이 뜻있는 한가위이도다.
[구월령] :9월 9일(중양절)에 아! 약으로 먹는 국화 / 꽃이 집안에 드니 초가집 안이 고요하구나.
[시월령] :10월에 아! 베어 버린 보리수 나무 같구나. / 꺾어 버리신 후에 지니실 한 분이 없으시도다.
[십일월령] :11월 봉당 자리에, 아! 한삼을 덮고 누워 / 슬프구나, 고운 님을 (두고) 스스로 살아가는구나.
[십이월령] :12월 분지나무로 깎은 아! (임께) 차려드릴 소반 위의 젓가락 같구나. / 임의 앞에 들어 놓았더니, 손님이 가져다가 입에 물었나이다.
[해설]
[서 사]:임에 대한 송도(송축) - 임의 덕과 복을 빎. ⇒ 궁중에서 불리는 의식요의 절차를 갖추기 위해 후대에 덧붙여진 것으로 추측되는 부분 임은 개인적인 정서에 의한 임이라기보다는 공적인 임(임금)의 성격을 지님.
[정월령]:고독과 그리움 - 홀로 사는 외로움 ⇒ 냇물이 얼었다가 녹으려한다는 것을 통해, 자신의 얼었던 마음을 녹여줄 사람 없이 홀로 지내는 화자의 고독한 신세를 한탄함.(중의적이고 우의적인 표현)
[이월령]:임에 대한 송축 - 빼어난 임의 모습(등불) ⇒ 연등일 행사 때 높이 달아놓은 등불의 모습으로 임의 모습을 표현함. 등불(만인을 비추실 임의 모습으로, "임이 지닌 내면적인 모습(인격, 성품)"을 강조한 표현)
[삼월령]:임에 대한 송축 - 아름다운 임의 모습(꽃) ⇒ 늦봄에 핀 진달래꽃(임이 지닌 외면적인 모습(준수하고 아름다운 외양)을 찬양)
[사월령]:슬프고 외로운 사랑(애련) - 오지 않는 임에 대한 원망 ⇒ 계절을 잊지 않고 찾아오는 꾀꼬리새, 그러나 임(녹사님)은 소식이 없고, 화자는 상사(相思)에 여위어만 간다.
[오월령]:임의 장수 기원(송축) ⇒ 단오날의 풍습 중의 하나인 익모초는 장수하는 약으로, 곁에 없는 임이지만 그를 그리며 약을 바치며 임을 송축한다.
[유월령]:임에게 버림받은 신세 한탄(빗) ⇒ 유두일 풍습 중에, 동쪽으로 흐르는 물에 머리를 감고 나서 머리를 빗은 빗을 벼랑끝에다 버리는 것이 있는데, 이때 버려진 빗에다 자신의 모습을 비유함으로써, 버림받은 자신의 신세를 나타냄.
[칠월령]:임과 함께 살고자 하는 소망 ⇒ 백중날, 온갖 음식과 과일을 차녀놓고 올리는 기원 속에 임과 함께 살고싶은 애절한 소망을 담아봄.
[팔월령]:임 없이 보내는 한가위의 슬쓸함과 그리움 ⇒ 즐거운 한가위 명절, 사랑하는 임이 있어야만 진정 즐거운 명절이 될 수 있으나, 임이 없기에 더더욱 쓸쓸하고 고독한 한가위를 보낼 수밖에 없음을 나타냄.
[구월령]:임이 없는 고독과 한 ⇒ 중양절, 황화전을 부쳐서 가을 산으로 나들이 가는 풍습이 있는 절기이다. 황화전의 재료인 국화꽃이 집안에 가득 피니, 임이 안 계신 초가가 더욱 적막하게만 느껴짐.
[시월령]:임에게 버림받은 서글픔(보리수) ⇒ 보리수의 빨간 열매를 따먹은 후에 다시 쳐다보지 않고 버려진 보리수나무 가지처럼, 버림받은 서글픔을 나타냄.
[십일월령]:임없이 홀로 살아가는 서글픔과 상사의 괴로움 ⇒ 추운 겨울밤, 봉당 자리에 홑적삼을 덮고 누워 임없이 혼자 살아가는 기막힌 신세를 나타냄. 사랑의 고통을 봉당 자리와 홑적삼을 통해 강조함
[십이월령]:임과 맺어질 수 없는 운명에 대한 한탄 ⇒ 이루지 못할 사랑과 뜻하지 않은 사람에게 시집가게 된 비련의 주인공인 화자의 신세를 비유적으로 노래함.
[감상]
< 동동>은 여타의 고려 가요와는 색다른 형식을 보여주는데, 정월에서 12월까지의 달수에 맞추어 임을 향한 한 여인의 정감을 노래하고 있다. 그러나 이 노래의 시상은 매연마다 나타나는 주제가 통일적으로 나타나지 않아 정서의 표출이 일관적이지 못한 면이 있다. 서사와 2, 3, 5월령은 송도(송축)를 주제로 하고 있고, 1, 4월령은 개인적인 정서가 강하게 나타나서 임에 대한 원망적인 호소를 나타내며, 나머지 부분은 임에게 버림받은 처량한 신세에 대한 한탄이 주조를 이루고 있다. 이러한 점에서 볼 때, 이 작품은 본래는 민요인 것이 궁중음악으로 채택되면서 많은 부분에서 변형되었을 것이라는 추측이 가능하다.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월령체 노래로서, 고려 속요의 일반적 특징인 분절체와 후렴구를 모두 갖추고 있으며, 계절에 따라 새로워지는 고독감과 이별한 임을 향한 그리움을 주된 내용으로 담고 있다. 이 작품은 뛰어난 시어 구사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사랑의 비극성을 섬세한 감각으로 그려내고 있으며, 후대의월령체 노래에 영향을 준 점에서 의의를 가진다고 할 수 있다.
이 노래는 구전되어 오다가 조선시대 때 한글로 <악학궤범>에 전해지는데, 제목인 '동동'은 후렴구의 '아으 동동다리'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이며, '동동'이란 북소리의 상징적인 의성어인 듯하다. 내용은 주로 '송도(송축)'와 '애련'이며, 조선시대를 통하여 아박(牙拍)과 함께 연주되었으며, 나례 뒤의 처용희에는 동동무가 포함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중종 때에 와서 '남녀상열지사'라 하여 <정읍사>와 더불어 폐기되었다.
[정리]
■ 성격 : 고려속요. 월령체(달거리) 노래. 송도가. 연가. 서정시 ■ 표현 : 영탄법, 직유법, 은유법 ■ 주제 : 이별한 임에 대한 송도와 애련 ■ 의의 : 현존 최고의 월령체 노래 ■ 출전 : <악학궤범> ■ 구성 : 전 13연으로 된 분절체 ■ 형식 : 월령체 ⇒ 자연(계절의 변화)과 인생을 견주어서 나타내는 달거리 형식은, 읊고 있는 내용을 더욱 절실히 전달해 주고, 인생에서의 문제가 자연의 변화에 비유되어 작자의 정서를 고조시키게 하는 효과가 있음. ※월령체란? → 1년 열두 달로 나뉘어 구성된 형식의 시가를 달거리 또는 월령체라고 한다. 고려 가요인 '동동', 청구영언(靑丘永言)에 전하는 '관등가'처럼 임을 여읜 여자가 열두 달 명절마다 임을 그리워하는 내용의 것이 오랜 역사를 가지고 전승되어 왔다. 현존 민요에도 이러한 달거리는 많이 있는데, 그 내용에 따라 '청상요(靑孀謠)'라고도 한다. <농가월령가(農家月令歌)>처럼 열두 달에 하는 농사일을 서술한 달거리도 있다. 이러한 달거리의 가사 작품을 일명 '십이월령가'라고도 한다.
[참고]
< 연등행사 > 연등은 정월 보름에 불을 켜고 부처에게 복을 빌며 노는 놀이로서, 이같은 풍습은 신라때부터 있어왔는데, 고려 태조 때부터는 백성의 복을 빌기 위하여 나라에서 해마다 열었다. 이 행사는 고려 현종조에 들어 그 때까지 정월 보름에 행하여졌던 것을 2월 보름으로 고쳤고, 다시 고종 중엽에는 최이에 의하여 석가 탄일인 4월 8일에 행하여졌으나, 한편 현종 이후에 행해지던 2월 보름 연등도 그대로 공민왕 때까지 답습되기도 했다. 그러므로 이 노래의 발생은 현종 이전으로 소급할 수가 없다.
< 단오와 아침 약> 단오는 4대 명절의 하나로서, 이를 '수리, 중오절(重五節), 천중절(天中節)'이라 일컫기도 한다. 민속 놀이로서는 지방에 따라 다르지만, '그네뛰기, 씨름, 가면무, 사자무, 가면극'등의 행사가 행해지며, 중·북부 지방에서 성행하였다. <동국세시기(東國歲詩記)>의....午時 採益母草(오시 채익모초)'라는 구절로 보아 이 날 익모초 (益母草)즙을 먹었다는 기록이 있었으니, 단오의 '아 樂'은 익모초인 듯하다.
< 유두일 > 신라 때부터 내려오던 풍습으로 6월 보름에, 음식믈을 가지고 동류수(동쪽에서 흐르는 물)에서 머리를 감아 액을 떨어버리고 잔치를 베풀어(유두연) 하루를 보냈다. '별해 바룐 빗'은 액땜을 위한 것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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