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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 중증질환 보장성 강화의 일환으로 지난 10월부터 초음파 검사에 대한 건강보험 급여 적용이 시작됐다.
중징질환 중심의 초음파 검사 급여화가 시행 1개월째를 넘어서면서 의료현장에 미치는 영향이 서서히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초음파 검사의 보험수가가 기존 관행수가에 턱없이 못 미치는 수준에서 결정된 탓에 암 등 중증질환자가 몰리는 대학병원은 관련 수입이 현저히 줄었다며 울상이다.
실제로 본지가 수도권 대학병원을 중심으로 초음파 검사 급여화 전환 이후 변화를 파악한 결과, 현재 대학병원에서는 초음파 검사 패턴의 변화를 비롯해 수입이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선 눈에 띄는 변화는 초음파를 보면서 인접 장기를 한 번에 검사하지 못하거나 환자의 요청에 의한 초음파 검사 실시 건수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서울의 모 대학병원 영상의학과 A교수는 “초음파 검사 급여화 이후 아직까지 크게 달라진 점은 없지만 진료패턴에 있어서 변화가 있다”며 “급여화 이전에는 인접 장기를 두루 봤지만 급여화 이후로는 여러 부위를 동시에 검사하더라도 같은 수가가 책정되기 때문에 나눠서 검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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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복지부의 '초음파 급여화 관련 Q&A' 일부 발췌
지난 9월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초음파 급여화 관련 Q&A’에 따르면 ‘복부 초음파는 해부학적 특성을 고려해 인접 장기를 포함한 수가로 산정하며 복부 초음파 수가의 소분류항목에 포함되는 여러 부위를 동시에 검사하더라도 해당 검사료의 소정 점수를 산정한다’고 명시돼 있다.
A교수는 “상복부 초음파를 시행할 때 급여화 이전에는 간, 담도, 췌장, 비장, 콩팥 등 두루 초음파를 이용해 검사를 했다면 지금은 콩팥을 제외하고 검사를 한다”며 “수가를 떠나서 전에는 의례적으로 보던 인접 장기들을 검사하기 위해 오더를 두 번 낸다는 게 과연 옳은 일인지 의문이다”고 말했다.
심초음파 검사의 경우 급여화 이전에는 비용 부담이 만만치 않아 의료진이 보다 정밀한 진단이 필요한 환자에게 선택적으로 실시했다.
하지만 급여화 이후 비용 부담이 줄면서 환자들이 심초음파 검사를 요구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또다른 대학병원의 흉부외과 B교수는 “심장초음파의 경우 그동안 고가였고 비용을 모두 환자가 부담해야 했기 때문에 이상소견이 확실한 환자에게만 시행했었다”며 “하지만 초음파 급여화가 시행된 이후 이상소견이 확실치 않은 환자들이 심장초음파를 요청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상급종합병원에서 협심증 진단으로 관상동맥 삽입술을 한 뒤 수술 경과 확인을 위해 심장초음파를 실시할 경우 약 23만원의 비급여 비용을 환자 본인이 모두 부담했다.
지난 10월부터 급여화된 이후 진찰료 등을 포함한 환자 본인부담금은 약 6만4,000원, 경흉부 심초음파(TTE) 일반 검사 수가는 6만6,267원으로 환자의 부담이 크게 줄었다.
B교수는 “급여화 이후 의심환자에게 스크리닝의 목적으로 심장초음파 검사를 실시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는 것”이라며 “아무래도 그동안 심장초음파 검사비용이 금전적으로 부담됐기에 환자들이 꺼려했지만 급여화된 이후 비용 부담이 줄면서 환자의 요청이 많아진 것 같다”고 설명했다.
"급여화 전환 이후 초음파 수입 1/3로 줄어"
대형병원들은 급여화 전화 이후 초음파 검사 수익이 급감했다며 울상이다.
한 대학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초음파 검사가 급여화된지 1개월 조금 지나면서 초음파 관련 수입이 1/3 수준으로 줄어든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대한산부인과학회 박인양 사무총장(서울성모병원 산부인과)은 “대학병원의 경우 비급여로 인한 수입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데 초음파 수입이 급감했다는 것은 심각한 상황”이라며 “학회 차원에서 취합해 본 결과, 초음파로 인한 수입이 산부인과로 한정할 경우 총합의 절반 정도로 줄었다. 근무하고 있는 의료기관 전체로는 30%가량 줄어든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초음파 급여화에 따른 의료의 질 하락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박 사무총장은 “병원 입장에서는 초음파 급여화로 지속적으로 관련 수익이 줄어들 경우 보다 성능이 좋은 장비로 업그레이드하는 것을 엄두도 내지 못할 것”이라며 “결국에는 초음파 장비를 비롯해 초음파를 이용한 진료까지 낙후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편 대한병원협회는 초음파 급여화를 보다 세분화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병협 나춘균 대변인은 “수가는 급여화가 될 때부터 문제가 발생한다”며 “특히 이번 초음파 급여화로 인해 대학병원에서는 엄청난 타격을 입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나 대변인은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소아심장, 산부인과 등 세분화될 필요성이 있는 진료과에 대해서는 보완해나갈 것이라고 이야기했기 때문에 차츰 수정·보완해주길 기대하고 있다”며 “초음파를 사용하는 각 과별로 수가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코메디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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