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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동북 산간지역의 가평은 전체 면적의 87%가 산간지역으로 잣 생산의 적지이고 명산의 보고(寶庫)이기도 하다. 북쪽으로는 경기도의 최고 봉인 화악산(1,468m)을 비롯해 석룡산, 응봉, 촉대봉 등 1,000m가 넘는 산들이 강원도와 경계를 이루고 있다. 도립공원으로 지정돼 있는 연인산(1,068m)을 위시, 서울이나 수도권 사람들이 쉽게 찾아 오를 수 있는 명산들이 헤일 수 없을 만큼 즐비하다. 군청소재지 가평읍내에서 멀지 않은 곳이지만 깊고 깊은 맛을 풍기는 겨울철 대금산과 칼봉 자락을 둘러봤다.
양태봉 촌두부 시골 친정집 같은 두부전문점
농업경영인 후계자인 남편은 콩농사를 지어 그 콩으로 두부를 만들었다. 20년 전 부인은 살던 집에다 식당 간판을 내걸고 음식을 장만, 손님들을 맞았다. 문자 그대로 부창부수(夫唱婦隨)인데 손님들이 문전성시를 이루더라고 한다.
‘양태봉 촌두부(031-582-0058)’. 가평읍 하색리 46번 국도 두물리 쪽 입구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하색리 마을회관으로 들어가 보면 좁은 시골길이 열려 있다. 그 길을 따라 300여m, 상색초등학교 뒤편까지 가 보면 평범한 주택 하나에 작은 입간판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양태봉 촌두부. 영업합니다’라고 적혀 있다.
오랫동안 산을 통해 친교가 있었던 가평의 몇몇 산친구 모두가 한결같이 이 집을 추천해주었다. 상당한 이유가 있을 것으로 알고 찾아갔는데 기대를 훨씬 뛰어넘는 집이었다.
마치 시골에 있는 어릴 때 ‘내가 자라며 살았던 집’ 같았다. 정말 평범한 분위기인데 손님들은 어째서 이런 집을 좋아하는 걸까? 감칠맛(?) 나는 고운 목소리에 지극정성이 한눈에 느껴지는 안주인 방경화(48)씨가 두부전골을 차려 내었다. 음식 역시 평범하다. ‘특색 없음이 특색’이라고 할까. 꼬집어 말할 특색은 전혀 없는 것 같은데 손님들, 특히 여성들이 음식을 먹고 집을 나서면서 안주인에게 “시골에 있는 우리 친정집 같네요”라는 말로 안주인에게 치하한다는 것이다. 바로 이런 분위기가 이 집의 특색이겠다. 일요일은 휴점이다.
농군인 남편 민병철(54)씨는 1987년 농업경영인 후계자로 지정받아 1만여 평의 농토에서 콩농사를 짓는다. 콩은 우리 민족에게 오곡의 하나로 꼽힌다. 콩은 콩 속에 함유된 많은 단백질로 ‘밭에서 나는 고기’로도 불리는데 된장, 청국장 등의 전통 발효식품으로도 만들어져 우리의 건강을 지켜온 작물이기도 하다. 두부는 비교적 쉽게 만들어서 먹을 수 있는 음식이라 우리의 식탁에서 두부가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크다.
검은콩 속에는 무궁무진한 효능이 들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쥐눈이콩이라 불리는 서목태, 콩자반과 콩밥으로 먹을 수 있는 서리태와 흑태도 검은콩에 속한다. 검은콩 속에는 ‘이소플라본’이라는 항암성분이 들어 있고 한방에서는 검은콩이 탈모 방지와 흰머리를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것으로 권장한다. ‘양태봉 촌두부’에서는 오시는 손님들에게 검은콩을 판매하기도 한다. 검은콩 택배주문을 많이 받지만 물량이 모자라 보내 드릴 수 없는 것이 매우 송구스럽다고 했다.
메뉴 두부전골백반 6,000원
전화번호 [양태봉 촌두부] 031-582-0058
찾아가는 길 가평읍 하색리 46번 국도에서 두물리 쪽
고궁의 뜰 아름다운 집, 깔끔한 분위기의 대중식당
가평읍 경반리 칼봉산자연휴양림으로 들어가는 길가, 읍내리 국민주택 맞은편에서 ‘고궁의 뜰’이라는 간판이 걸린 아주 아름다운 건물의 식당이 눈에 들어왔다. 안으로 들어가 본다. 분위기가 아주 깔끔하다. 교양미 넘치는 여인이 품위 있게 객을 반긴다.
참으로 놀라웠다. 대도시 도심 어디에 내놔도 손색이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벽에 걸린 차림표를 보고 한 번 더 놀랐다. 냉면 5,000원, 육개장 6,000원, 왕갈비탕 7,000원, 삼겹살 9,000원 등 대중음식점 수준이다.
사람들은 건물 외관이 지나치게 아름답다고 느끼게 되면 그 집 음식값도 비쌀 것으로 추측한다. 그래서 허름한 집을 찾아 들기도 하는데 ‘고궁의 뜰(031-581-0309)’에서는 그런 착각을 말끔히 씻어준다. 군청소재지 읍내에 소재한 업소니 이 업소를 주로 이용하는 고객이 어떤 계층일 것일지는 쉽게 짐작이 갔다.
그래서 주인 장복희(41)씨에게 농담 삼아 슬쩍 한마디 던져봤다. “산에서 땀에 절은 거지꼴(?)로 찾아 들어오기는 미안하겠습니다”라고. “천만의 말씀”이란다. 이런 답변을 듣게 되니 주인의 마음 색깔이 어떤 색깔일까하는 궁금증이 생겼다. 아마 바깥에 내려 쌓인 하얀 눈을 닮은 순백일 것으로 믿어져 기분이 상쾌해졌다. 식탁 96석. 주차공간 승용차 20대 수용.
메뉴 냉면 5,000원, 육개장 6,000원, 왕갈비탕 7,000원, 삼겹살 9,000원
전화번호 [고궁의 뜰 ] 031-581-0309
찾아가는 길 가평읍 경반리 칼봉산자연휴양림으로 들어가는 길
불기산장 은하수 흐르는 하늘의 뭇별을 쳐다보자
대금산(706m)은 가평군 가평읍 두밀리와 가평군 하면 현리 쪽으로 능선을 드리운다. 대금산이란 이름은 과거 이 산에 금광이 있었던 것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야생 복숭아나무가 많은 산으로 철쭉이 활짝 피어나는 봄날이면 대금산은 온 산이 연분홍으로 물감을 들인 듯 황홀경을 이룬다.
청정지역 물맛 좋기로도 이름이 나 있고 ‘별(星) 볼 일 없는’ 도시사람들이 하룻밤 머물게 되면 은하수가 흐르는 경관과 머리 위로 내려앉을 것 같은 뭇별을 마음껏 볼 수 있다. 두밀리 마을회관이 있는 시내버스 종점이 대금산 산행의 주된 나들목인데 정상까지 보통 2시간 정도면 오를 수 있다.
46번 국도의 두밀천 물길, 두밀계곡가에는 펜션이라는 이름의 숙박시설이 20여 곳이나 된다. 이들 업소 중 ‘불기산장(031-581-3721)’은 음식점을 겸하고 있는 집이라 챙겨두는 것이 좋겠다. 이곳 토박이인 박영모(58)·용복순(53) 주인 내외는 너무 정직하게 영업을 한다는 소문과 한 번 맺은 인연을 소중하게 간직하는 분으로 단골손님이 많은 집으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확 트인 넓은 공간에 식당 분위기는 시원하고 주차공간은 넉넉하다. 외부에는 ‘은하수 흐르는 계곡 펜션’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져 있지만 가평읍에서 이곳까지는 하루에 네 차례 있는 시내버스로는 매우 불편한 편이다. 그래서 가평읍에서 전화를 하면 자신의 차를 갖고 나와 교통편의를 제공해준다.
메뉴 모두부 5,000원, 두부전골 6,000원, 삼겹살 1만원,유황오리(주물럭, 로스, 훈제) 토종닭(백숙, 도리탕) 각 4만원
전화번호 [불기산장 ] 031-581-3721
찾아가는 길 46번 국도의 두밀천 물길, 두밀계곡가
청하가든 하산 후 산행 즐거움을 반추하는 업소
가평의 골수 산꾼 용환영(54)씨는 ‘산이 좋아’ 멀쩡한 직장을 팽개친(?) 사람이다.
“백수 산꾼이군요” 하고 직설적으로 물었더니 그렇지는 않다고 한다. “그럼, 하시는 일은?” 하고 다시 물었더니 “산에 가는 것이 일상의 일”이라고 답한다. 신기하게 느껴졌다. “산행 가이드?” 그렇다고 했다.
그렇지만 산행 가이드는 무급·무상으로 한다는 것이다. 공무원으로 직장생활을 했는데 산 다니기가 무척 불편하더라고 했다. 그래서 연금을 탈 수 있는 시점이 되자 바로 사표를 제출하고 “많지는 않지만 연금 수혜자로 생활하면서 다니고 싶은 산을 마음껏 다니면서 살고 있다”는 것이다. 그제야 수긍이 갔다. ‘내가 인생을 다시 살 수 있다면 나도 당신이 택한 그런 길을 가고 싶소’라고 말하고 싶었다.
용환영씨는 사직 후 바로 백두대간 종주산행을 했다고 한다. 지리산 중산리에서 진부령까지를 46일 만에 완주했다는 것이다. 대단한 건각이다. 이번에는 ‘진부령에서 지리산까지’ 하고 있는데 최근 속리산 천황봉까지 했다. 자신이 속해 있는 무봉산우회를 위시, 주로 인천과 부천 지역에 있는 의료인 중심의 산우회 가이드를 맡고 있다고 한다. 생활근거지가 가평이라 가평 일대의 명산들은 손바닥에 다 그려 놓고 산다며 즐겁게 웃었다. 그러면서 자신의 가평 단골집으로 안내했다.
가평에는 경춘국도로 불리는 46번 국도가 북한강 물줄기와 낭만의 철길 경춘선을 따라 나란히 놓여 있다. 청평에서는 이 길에서 37번 국도가 서쪽으로 큰 가지를 쳐서 나간다. 운악산에 갈 때 타는 길이다. 이곳 삼거리 청평검문소에서 서쪽, 운악산 방향 300m 지점에 있는 ‘청하가든(031-584-0845)’이 그가 안내한 집이었다.
가평 사람들은 ‘가평의 여섯 명산(Best 6)’으로 연인산(도립공원), 유명산, 명지산(군립공원), 운악산, 호명산, 석룡산을 꼽는다. 이들 여섯 산 중 유명산을 뺀 나머지 다섯 산의 하산길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업소를 자신의 단골집으로 정하다 보니 ‘청하가든’이 되더라는 것이다. 외지에서 가평을 찾는 모든 산꾼에게 자신 있게 추천할 수 있는 업소임을 강조했다.
젊은(?) 나이의 안주인 김미선(39)씨가 손님을 반갑게 맞는데 업소는 문을 연 지 19년이 되었다고 한다. 양평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던 해 봄, 이곳 토박이인 건실한 청년 남궁형삼(48)씨한테 시집을 왔다고 한다. 시집온 새댁이 바로 식당 문을 열게 되었다는데 천직으로 알고 열심히 살았더니 이제는 주변의 모든 사람이 자신들의 성공을 인정해 주고 있다며 즐거운 표정을 짓는다. 한식조리기능사 자격을 취득, 주방에서 직접 조리를 하고 있는 그의 모습에서 이 업소의 성공비결이 느껴졌다. 산행을 마치고 들르는 산꾼들은 메밀막국수에 수육을 주문하고 동동주 한 잔으로 산행의 즐거움을 반추한다고 했다.
메밀막국수 5,000원, 수육 1만2,000원/1만8,000원/2만4,000원. 12인승 승합차로 산행 나들목까지의 차량 편의를 제공해주고 있다.
메뉴 메밀막국수 5,000원, 수육 1만2,000원/1만8,000원/2만4,000원
전화번호 [청하가든] 031-584-0845
찾아가는 길 청평검문소에서 서쪽, 운악산 방향 300m 지점
장터해장국 옛 정서 살아 숨 쉬는 곳
‘낭만의 상실시대’라고 한다. 사실 그렇다. 경춘국도, 경춘선 철길이 ‘낭만’의 대명사였던 시절이 있었다. 길이 넓혀지고 찻길이 막히면서 계속 낭만이 사라져갔다. 올 연말이면 경춘선도 복선의 고속전철이 된다니 낭만 어린 단선 철길을 달려보는 것도 머지않아 옛 추억거리가 되겠다.
그나마 시골 오일장터에는 그 옛날의 정취가 살아 숨 쉰다. 가평의 오일장은 5, 10, 15, 20, 25, 30일에 선다. 어느 장터나 마찬가지지만 오일장에는 장국밥이나 해장국이 단골 인기 메뉴다. 가평오일장터에 있는 ‘장터해장국(031-582-7935·대표 임연옥)’은 가평을 잘 아는 산꾼들이 다용도로 많이 이용하고 있는 집이다. 오일장이 서지 않는 날에는 주차공간으로 이용한다.
서울의 어떤 산악회는 가평지역 산행 아침집합 장소로 이 집을 이용한다고 했다. 아침 8시 장터해장국 집합, 해장국 먹고 각자가 몰고 온 차들은 이곳에 주차를 시킨다. 그 후 ‘비주류(非酒類)’ 산꾼의 차로 카풀을 하고 9시 출발, 산행 나들목까지 간다. 이 정도의 설명만으로도 ‘장터해장국’의 이용가치는 충분하겠다. 가평오일장터, 가평관광호텔 바로 앞집이다. 가평읍 읍내리 407-5.
해장국, 우거지탕 각 5,000원. 음식은 장작으로 끓이고 부식들은 모두 자가농장에서 재배한 것들이다. 4인용 식탁 10개. 집은 허름하지만 안주인이 매우 상냥하고 대단히 친절하다는 소문이 널리 퍼져 있다.
메뉴 해장국 5,000원, 우거지탕 5,000원
전화번호 [장터해장국] 031-582-7935
찾아가는 길 가평읍 읍내리 407-5
범소가든 가평의 움직이는 사전 김태수씨의 산중 휴게처
‘보납산을 사랑하는 사람들’이라는 산악회를 만들어 초대 회장을 오랫동안 역임한 가평의 산친구 김태수(60)씨는 사진작가(한국사진작가협회 회원)이자 숲해설사에다 문화해설사로도 활동을 하고 있다. 그래서 그를 잘 아는 사람들은 그를 두고 ‘가평사전’이라는 별명을 붙여 주었다. 오랜 교우관계로 그를 자주 만나게 되는데 실제로 그는 가평에 관한 한 모르는 것이 없다.
이런 분이 공직에서 떠나면서 삶의 새로운 둥지로 마련한 곳이 경빈계곡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범소 위의 ‘범소가든’이다. 이곳은 386세대가 초등학교를 다닐 때만 해도 학교에서 소풍을 왔던 코스였고 더 거슬러 올라가면 ‘별’을 단 사단장이 은밀하게 즐겼다는 절경 속의 ‘사단장 휴양지’였다고도 한다. 지금은 칼봉산자연휴양림으로 가는 길목이고 연인산 산악자전거대회코스(총거리 41.3km)의 한 지점이다.
‘범소가든(031-582-4525)’은 주인의 취향에 따라 한방오리백숙을 차려 낸다. 이 백숙은 인삼, 녹용, 황기, 당기, 엄나무, 밤, 대추 등 한약재 15가지 이상에다가 부추를 듬뿍 넣어 끓인다. 주인은 여러 명의 한의사들로부터 여러 차례 자문을 받았다는데 이 백숙은 음식이기도 하지만 훌륭한 보약이 된다는 평가를 받았다고 한다. 그래서 산꾼인 주인은 수시로 서울의 경동시장을 찾게 되고 덩달아 한방공부를 하는 재미가 솔솔하다고 했다.
범소가든은 민박손님도 받는데 단체손님들을 위해 족구장도 만들어 놓았다. 범소가든에서는 수시로 산꾼들이 모여서 단합대회를 한다는데 어떤 친구는 “이러다가 산속의 ‘참새 방앗간’이 되겠다”며 즐거워했단다.
범소가든 윗집은 민박시설 ‘칼봉산 통나무 펜션’(031-581-8806)이다. 소·중·대형 방 14개로 120명이 함께 이용할 수 있는 규모의 시설을 갖추어 놓았다.
메뉴 한방오리백숙
전화번호 [범소가든] 031-582-4525
찾아가는 길 칼봉산자연휴양림으로 가는 길목
가평 잣 이야기
만 65년 전인 1945년, 국민학교(지금의 초등학교)를 다니며 겪었던 이야기다. 그 해 여름방학 전까지 학교에서는 일본말을 해야만 했고 일본어 교과서로 공부를 했다. 방학이 끝나고 등교를 하니 일본인 교사들은 자취를 감추고 한국인 교사가 교단에 올라와서 ‘가나다라’를 가르쳐 주시기 시작했다. 오르간으로 배웠던 일본 동요 ‘유야게 고야게(夕やけこやけ·저녁 노을)’가 아니고 ‘울밑에 선 봉선화’를 배우게 되었다. 철없던 시절 참으로 어리둥절했었다.
국어시간에 선생님은 재미있는 이야기라며 흑판에다가 ‘옷’과 ‘잣’ 그리고 ‘갓’을 적어놓고는 읽어 보라고 하셨다. 한 나그네가 ‘잣’가게 앞에서 주인에게 자신이 입고 있는 옷을 가리키며 “이것이 무엇이오?” 하며 묻는다. 주인은 “옷이오”라고 했다.
나그네는 가게 안으로 들어가서 펼쳐 놓은 ‘잣’ 을 보고는 “이것은 또 무엇이오?” 하고 다시 물었다. “잣이오” 라는 대답을 듣자 잣을 마음껏 먹고는 주인에게 한 번 더 물어 봤다. “지금 내가 쓰고 있는 것이 무엇이오?” 했더니 주인은 “아! 갓이오”라고 하지 않는가. 나그네는 주인이 “오시라”고 해서 들어갔고 “자시라”고 해서 잣을 먹었다는 것이다. 그러고는 “가시라”고 해서 ‘그냥’ 나왔다는 이야기다.
이렇게 한글을 배우면서 처음 익힌 글자 중 하나가 ‘잣’이었는데 대구지방에는 잣나무가 없었다. 나중에야 잣나무가 경기도 가평 일대 중부지방에 많은 나무로 가평이 잣의 주산지인 것을 알게 되었다.
취재 길, 가평의 산꾼들과 함께 잣 가공공장이 있는 가평군산림조합(조합장 임오영) 견학을 했다. 2009년 현재, 가평의 잣 생산량은 약 727톤으로 전국 생산량의 34.7%를 차지, 전국 제1위였다. 가평군 내에는 국내에서 가장 많은 20개 업체의 잣 가공공장도 가동 중이다. 인근 지역 홍천, 인제, 양평, 춘천 등지에서도 잣 생산량이 많지만 그래도 ‘잣’ 하면 가평이요, ‘가평’하면 ‘잣’을 떠올리게 된다. 그만큼 가평은 잣으로 큰 명성을 얻었고 명품 잣 생산기반도 확보해놓은 상태다.
잣은 입맛이 없을 때 먹으면 좋은 고칼로리 식품이다. 비타민이 풍부하고 철분 함량이 많아 빈혈 치료와 예방에 좋다. 피부를 아름답게 하고 혈압을 내릴 뿐 아니라 자양강장제의 역할을 하여 스테미너를 강화시키기도 한다. 동맥경화증 등 각종 성인병을 예방하는 효과도 있다. 가평에서 생산된 가평잣은 농협매장을 통해서 구입할 수 있고 택배도 가능하다.
가평군산림조합 031-582-99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