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전 직장에 다니며 국민연금에 가입했는데, 결혼 후 퇴직해 살림만 하면서 따로 노후 준비를 하지는 못했어요. 그런데 전업주부들도 국민연금의 혜택을 누릴 수 있게 됐다니 희소식이네요”
정부는 국민연금에 가입해 보험료를 낸 경험이 있는 전업주부가 보험료를 내지 않은 기간의 전체 보험료를 나중에 납부하면 국민연금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국민연금법’ 일부 개정안을 7일 발표했다.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이르면 올해 12월부터, 늦어도 내년 1월부터 시행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개정안에 따르면 과거 국민연금 보험료를 한 번이라도 낸 이력이 있는 경력단절 전업주부는 그동안 보험료를 내지 않은 기간의 전체 보험료를 추후에 납부하면 국민연금 수급 자격이 생긴다. 이번 개정안에 대해 실제 수혜를 입게될 경력단절 전업주부들의 반응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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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선택제 일자리 채용박람회’를 찾은 관람객들이 자기소개서와 이력서를 작성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는 무관 (사진=위클리공감) |
군대에 다녀와 대학 졸업반인 아들과 대학 3학년에 재학 중인 딸을 키우는 송은하(가명·49세) 씨는 결혼 전에는 직장 생활을 하다가 육아와 가사 때문에 전업주부가 된 지 벌써 20년째다. 그동안 집안 살림에만 매진해온 송 씨는 별다른 수입원이 없었기에 국민연금 보험료를 납부할 생각을 전혀 하지 않고 있었다. 그런데 남편도 일정 연령이 되면 임금을 삭제하는 ‘임금피크제’ 적용 대상 근로자인 데다 아이들의 커가는 모습을 보니 요즘 들어서야 비로소 노후 준비가 발등에 떨어진 불처럼 느껴진다.
송 씨는 국민연금에 부부가 동시에 가입해도 둘 다 연금을 수령할 수 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10년의 보험료 납부기간을 채우지 못할 것 같아서 가입을 주저하고 있던 차였다. 이번 법안 개정 소식을 듣고 마음의 결정을 하게 됐다는 송 씨는 “퇴직 후 기간동안의 납부액을 추후에 한꺼번에 내더라도 죽을 때까지 보장받을 수 있는 셈이니 국민연금을 받는 편이 좋을 것 같다”며 “이번 기회에 국민연금에 가입해야겠다.”라고 말했다.
송 씨처럼 부부가 국민연금을 납부하면 한 사람만 받는다고 알고 있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는 잘못 알고있는 정보이다. 부부가 각각 국민연금에 가입해 연금보험료를 납부하면 두 사람 모두 연금수급 개시 연령에 본인이 납부한 보험료에 기초해 각각 연금 보험료를 받을 수 있다. 다만, 부부 중 한 사람이 먼저 사망할 경우에는 본인의 노령연금액과 유족연금액을 합한 금액의 20%, 또는 유족연금액 중 금액이 큰 쪽을 선택해 한 종류의 연금만 수령할 수 있다.
국민연금 수혜인원은 지난해 12월 기준 20년 이상 가입자 14만 명. 이들의 평균 수급금액은 87만 원(남자 89만 원, 여자 63만 원)이며, 10~19년 가입자 79만 명은 평균 41만 원을 받는다. 이처럼 한 사람의 연금만으로는 은퇴부부가 기대하는 최저생활비인 월 136만 원을 충족하기 어렵기때문에 부부가 같이 연금을 수령 할 수 있도록 임의가입 하는 여성이 증가하고 있다. 실제로 남편의 은퇴를 앞둔 50대 여성 임의가입자는 2010년 3만8,532명에서 올 2월 9만7,122명으로 152%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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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까지는 여성이 국민연금에 가입한 수가 더 많거나 비슷한 추세이지만, 30대 이상의 연령대에서는 남성에 비해 여성 가입자가 현격히 줄어들고 있음을 볼 수 있다. 빈곤노령인구의 기본권 보장이 사회적 문제인 만큼 경력단절 주부들이 노후 준비를 할 수 있도록 국민연금 수급 자격을 확대한 이번 국민연금법개정안은 국민연금의 사각지대를 해소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통계=국민연금공단) |
한편, 자영업자 박희은(가명·51세) 씨는 “국민연금은 언제라도 임의가입을 할 수 있는 것인데 이번 개정안에서 무엇이 달라졌다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며 “국민연금의 가입자를 늘리기 위한 법 개정이 아니냐.”고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는 오해이다.
참고로, 임의가입 제도는 18세 이상에서 60세 미만의 국민 중 소득이 없어서 국민연금 의무가입대상에서는 제외되지만 본인의 희망에 따라 국민연금에 가입할 수 있게 한 제도이다.
국민연금법 개정 전에는 국민연금에 가입한 뒤 3년간 보험료를 납부한 경험이 있는 58세 전업주부가 뒤늦게 국민연금에 2년간 임의 가입하더라도 연금을 받을 수 없었다. 연급개시 연령인 60세(혹은 65세)까지 총 가입기간이 5년에 불과해 연금을 받을 수 있는 최소 가입기간(10년)을 채울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앞으로는 월 99만원 소득기준으로 5년치 보험료에 해당하는 총 530만 원을 나중에 내면 20년간 약 4천만원의 노령연금을 받을 수 있게 된다.(지금까지 ‘추후납부’는 국민연금 당연 가입자(사업장 가입자·지역가입)가 실직이나 휴직, 재학 등으로 ‘납부 예외’로 인정받은 기간에 대해서만 가능했고, 전업주부는 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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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업주부 중에는 결혼 전 직장에 다니면서 국민연금에 가입해 보험료를 내다가 결혼 뒤 가사나 육아 등의 문제로 퇴직하게 돼 국민연금 수급 자격이 없는 경우가 많다. |
직장생활 2년차인 김성은(가명·26세) 씨는 “국민연금은 매달 9%씩 금쪽같은 월급에서 빠져나가는 건데, 경력단절 주부라고 해서 자신이 과거에 낸 보험료가 매몰비용이 되는 것은 말도 안된다고 생각한다.”며 “이번 국민연금법 개정을 통해 전업주부들이 국민연금의 수혜를 받게된 건 당연히 그랬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한편, 소득이 있는 남편이나 아내의 무소득 배우자는 국민연금 당연 가입 대상에서 빠지는데, 그 대상자가 지난해 말 650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보건복지부는 이번 개정안을 통해 이 중 직장에 다니며 국민연금 보험료를 내다가 출산, 육아 등의 이유로 그만 둔 전업주부 460만 명이 혜택을 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제도가 선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다고 믿기에”
내 가슴이 뛰는 일을 하련다.
첫사랑 그대로! 초심 잃지 말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