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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李箱(1910~1937 서울 出生.
本名 金海卿. 本貫 江陵. 詩人. 小說家
* (1) 거울
거울속에는소리가없오
저렇게까지조용한世上은참없을것이오
거울속에도내게귀가있오
내말을알아듣는딱한귀가두個나있오
거울속의나는왼손잡이요
내握手를받을줄모르는握手를모르는왼손 잽이요
거울때문에나는거울속의나를만져보지를못하는구료마는
거울이아니었던들내가어찌거울속의나를만나보기만이라도했겠오
나는只今거울을안가졌오마는거울속에는 늘거울속의내가있오
잘은모르지만외로된事業에汨沒할께요
거울속의나는참나와는反對요마는또꽤닮 았오
나는거울속의나를근심하고診察할수없으 니퍽섭섭하오
* (2) 꽃나무
벌판한복판에꽃나무하나가있소
近處에는꽃나무가하나도없소
꽃나무는제가생각하는꽃나무를熱心으로
생각하는것처럼熱心으로꽃을피위가지고
섰소
꽃나무는제가생각하는꽃나무에갈수없소
나는막달아났소
한꽃나무를爲하여그러는것처럼나는참그런異常스러운흉내를내었소
🍎 李相國 (1946~ 江原 襄陽 出生. 詩人.
言論人)
* (1) 丹楓
나무는 할 말이 많은 것이다.
그래서 잎잎이 마음을 담아내는 것이다.
봄에 겨우 만났는데
가을에 해어져야 하다니
슬픔으로 몸이 뜨거운 것이다.
그래서 물감같은 눈물을 뚝뚝 흘리며
溪谷에 몸을 던지는 것이다.
* (2) 달洞네
사람이 사는 洞네에
달이 와 사는 건
울타리가 없어서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들의 지붕 꼭대기에
달의 門牌를 달아주었다.
* (3) 있는 힘을 다해
해가 지는데
왜가리 한마리
물속을 들여다 보고 있다.
저녁 자시러 나온 것 같은데
그 優雅한 목을 길게 빼고
아주 오래 숨을 죽였다가
가끔
있는 힘을 다해
물속에 머리를 처박는 걸 보면
사는 게 다 쉬운 일이 아닌 貌樣이다.
🍎 李相和(1900~1943. 大邱 出生. 本貫
慶州. 號 尙火,無量. 詩人이자 民衆詩人,
抵抗詩人. 獨立運動家. 胃癌 死)
* (1)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只今은 남의 땅~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나는 온몸에 햇살을 받고
푸른 하늘 푸른 들이 맞붙은 곳으로
가르마 같은 논길을 따라 꿈 속을 가듯 걸어만 간다.
입술을 다문 하늘아, 들아,
내 맘에는 내 혼자 온 것 같지를 않구나!
네가 끌었느냐, 누가 부르더냐.
沓沓워라, 말을 해 다오.
바람은 내 귀에 속삭이며
한 자욱도 섰지 마라, 옷자락을 흔들고
종다리는 울타리 너머 아씨같이 구름 뒤에서 반갑다 웃네.
고맙게 잘 자란 보리밭아,
간밤 子正이 넘어 내리던 고운 비로
너는 삼단 같은 머리털을 감았구나,
내 머리조차 가뿐하다.
혼자라도 가쁘게나 가자
마른 논을 안고 도는 착한 도랑이
젖먹이 달래는 노래를 하고,
제 혼자 어깨춤만 추고 가네.
나비 제비야 깝치지 마라.
맨드라미 들마꽃에도 人事를 해야지.
아주까리 기름을 바른 이가 지심 매던
그 들이라 다 보고 싶다.
내 손에 호미를 쥐어 다오.
살진 젖가슴과 같은 부드러운 이 흙을
발목이 시도록 밟아도 보고,
좋은 땀조차 흘리고 싶다.
江가에 나온 아이와 같이
짬도 모르고 끝도 없이 닫는 내 魂아
무엇을 찾느냐, 어디로 가느냐,
웃어웁다, 答을 하려무나.
나는 온몸에 풋내를 띠고
푸른 웃음 푸른 설움이 어우러진 사이로
다리를 절며 하루를 걷는다.
아마도 봄 신명이 지폈나 보다.
그러나, 只今은 ~들을 빼앗겨 봄조차 빼앗기겠네.
(2) 痛哭
하늘을 우러러
울기는 하여도
하늘이 그리운 울음이 아니다.
두 발을 못 뻗는 이 땅이 애닯아
하늘을 흘기니
울음이 터진다.
해야 웃지 마라.
달도 뜨지 마라.
🍎 李生珍 (1929~ 忠南 瑞山 出生. 詩人)
(1) 기다림
너만 기다리게 했다고
날 辱하지 말라.
나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너만큼 기다렸다.
異常하게도 같은 歲月에
엇갈린 立場을
물에 오른 섬처럼
두고두고 마주 보았다.
(2) 널 만나고 부터
어두운 길을 燈불 없이도 갈 것 같다.
걸어서도 바다를 건널 것 같다.
날개 없이도 하늘을 날 것 같다.
널 만나고부터는
가지고 싶었던 것
다 가진 것 같다.
(3) 술에 醉한 바다
城山浦에서는
男子가 女子보다
女子가 男子보다
바다에 가깝다.
나는 내 말만 하고
바다는 제 말만 하며
술은 내가 마시는데
醉하긴 바다가 醉하고
城山浦에서는
바다가 술에
더 弱하다.
(4) 說敎하는 바다
城山浦에서는
說敎를 바다가 하고
牧師는 바다를 듣는다.
祈禱보다도 더 潺潺한 바다
城山浦에서는
사람보다 바다가 더 잘 산다.
(5) 여우 같은 女子
冬柏 茶房 아가씨
여우 같은 아가씨는
담배 한 갑 다 피우고
빈 담뱃갑을 休紙桶에 구겨 넣는다.
間或 窓 밖의 바다를 내다볼 것도 같은데
여우 같은 女子는 전혀 窓 밖을
내다보지 않는다.
젊은 女子치고 저렇게 情緖가
매마른가 하는 생각이 들때
또 새 담배를 꺼내 피운다.
여우 같은 女子는 바다에 속은 지 오래 된 貌樣이다.
그 때문에 房 안의 煙氣가 구름처럼 슬프다.
* (6) 하늘로 가려던 나무
나무가 怯없이 자란다.
怯없이 자라서 하늘로 가겠다 한다.
하지만 하늘로 가서 무얼한다,
갑자기 虛脫해 진다.
日曜日도 없는
하늘에 가서 무얼한다,
나무는
그 地點에서 彷徨하기 始作한다.
🍎 李秀翼(1942~ 慶南 咸安 出生. 詩人.
敎授)
(1) 안개꽃
불면 꺼질듯
꺼져서는 다시 피어날듯
안개처럼 자욱이 서려있는
꽃.
하나로는 제 모습을 떠올릴 수 없는
무엇이라 이름을 붙일 수도 없는
그런 漠然한 안타까움으로 빛깔진
꽃.
무데기로, 무데기로
어우러져야만 비로소 形象이 되어,
설레는 느낌이 되어 다가오는 그것은,
아,
우리 처음 만다던 날 가슴에 피어오르던
바로 그
꽃 !
* (2) 憂鬱한 샹송
郵遞局에 가면
잃어버린 사랑을 찾을 수 있을까.
그 곳에서 發見한 내 사랑의
풀잎되어 젖어 있는
悲哀를,
只今은 昏迷하여 내가 찾는다면
사랑은 또 처음의 衣裳으로
돌아올까.
郵遞局에 오는 사람들은
가슴에 꽃을 달고 오는데
그 꽃들은 바람에
얼굴이 터져 웃고 있는데
어쩌면 나도 웃고 싶은 것일까.
얼굴을 다치면서라도 소리내어
나도 웃고 싶은 것일까.
사람들은
그리움을 가득 담은 便紙 위에
愛情의 핀을 꽂고 돌아들 간다.
그때 그들 머리 위에서는
꽃불처럼 밝은 빛이 暫時
어리는데,
그것은 저려오는 내 발등 위에
幸福에 찬 글씨를 써서 보이는데
나는 자꾸만 어두워져서
읽질 못하고,
郵遞局에 가면
잃어버린 사랑을 찾을 수 있을까.
그 곳에서 發見한 내 사랑의
氣盡한 발걸음이 다시
도어를 노크하면,
그때 나는 어떤 微笑를 띠어
돌아온 사랑을 맞이할까.
🍎 李永道(1916~1976. 號 丁芸. 慶北 淸道 出生. 女流時調詩人. 詩人. 敎育者)
* (1) 그리움
생각을 멀리하면
잊을 수 있다는데
苦된 살음에
잊었는가 하다가도
가다가
월컥 한 가슴
밀고 드는 그리움.
* (2) 無題
오면 민망하고
아니오면 서글프고
幸여나 그 音聲
귀 기우려 기다리며
때로는
終日을 두고
바라기도 하니라.
정작 마주 앉으면
말은 도로 없어지고
서로 야윈 가슴
먼 窓 만 바라다가
그대로
일어서 가면
하염없이 보내니라.
(靑馬 柳致環과의 사랑)
(3) 新綠
트인 하늘 아래
茂盛히 젊은 꿈들
휘늘인 가지마다
가지마다 숨 가쁘다.
五月은 절로 겨워라
우쭐대는 이 江山.
(4) 塔
너는 저만치 가고
나는 여기 섰는데
손 한 番 흔들지 못하고
돌아선 하늘과 땅
愛慕는 舍利로 맺혀
푸른 돌로 굳어라.
(5) 黃昏에 서서
山이여, 목메인 듯
지긋이 숨죽이고
바다를 굽어보는
먼 沈默은
어쩌지 못할 너 목숨의
아픈 견딤이랴.
너는 가고
愛慕는 바다처럼 저무는데
그 달래임 같은
물결 같은 내 소리
歲月은 덧이 없어도
한결 같은 나의 情.
🍎 李元秀(1911~1981. 慶南 梁山 出生.
本貫 月城. 號 冬原. 童話作家.
兒童文學評論家. 敎育者)
* (1) 江물
江물은 밤낮 없이 흘러만 가오
어디서 어디까지 가는 걸까요.
낮에는 해님의 金빛 옷 안고
밤에는 달님의 銀빛 옷 안고
江물은 옛날부터 가는 나그네
歲月이 흐르듯이 끝이 없어요.
바람이 간질면은 잔웃음 짓고
우리가 장난하면 찰랑거리고
종알종알 속삭이며 가는 江물아
너 따라 머나먼 곳 가고 싶구나.
낮에는 구름 보고 노래부르며
밤에는 별님 보고 옛 얘기하며.
* (2) 겨울나무
나무야 나무야 겨울나무야
눈 쌓인 응달에 외로이 서서
아무도 찾지 않는 추운 겨울에
바람 따라 휘파람만 불고 있느냐.
平生을 살아가도 늘 한자리
넓은 世上 얘기도 바람께 듣고
꽃 피던 봄 여름 생각하면서
나무는 휘파람만 불고 있구나.
* (3) 故鄕의 봄
나의 살던 故鄕은 꽃피는 山골
복숭아꽃 살구꽃 아기 진달래
울긋불긋 꽃 大闕 차리인 洞네
그속에서 놀던 때가 그립습니다.
꽃洞네 새洞네 나의 옛故鄕
파란들 南쪽에서 바람이 불면
냇가에 垂楊버들 춤추는 洞네
그속에서 놀던 때가 그립습니다.
(4) 부르는 소리
해가 지면 城둑에
부르는 소리,
놀러나간 아이들
부르는 소리.
해가 지면 들판에
부르는 소리,
들에 나간 송아지
부르는 소리.
박꽃 핀 돌담 밑에
아기를 업고
故鄕 생각,
집 생각,
어머니 생각.
부르는 소리마다
그립습니다.
귀에 재앵 들리는
어머니 소리.
(5) 봄시내
마알가니 흐르는 시냇물에
발벗고 찰방찰방 들어가 놀자.
조약돌 흰 모래 발을 간질이고
잔등엔 햇볕이 따스도 하다.
송사리 쫓는 마알간 물에
꽃이파리 하나 둘 떠내려온다
어디서 복사꽃 피었나 보다.
(6) 비누風船
무지개를 풀어서
五色구름 풀어서
동그란 風船을 만들었어요.
달나라로 가라고
꿈나라로 가라고
고히고히 불어서 날리웁니다.
🍎 李陸史 (1904~1944. 慶北 安東 出生. 本貫 眞城. 本名 李源綠 또는 李源三.
改名 李活. 字 台卿. 雅號 陸史. 大邱矯導所 收監番號 264 에서 取音함. 詩人.
獨立運動家)
* (1) 廣野
까마득한 날에
하늘이 처음 열리고
어데 닭 우는 소리 들렸으랴.
모든 山脈들이
바다를 戀慕해 휘달릴 때도
차마 이 곳을 犯하던 못 하였으리라.
끊임없는 光陰을
부지런한 季節이 피어선 지고
큰 江물이 비로소 길을 열었다.
只今 눈 나리고
梅花 香氣 홀로 아득하니
내 여기 가난한 노래의 씨를 뿌려라.
다시 千古의 뒤에
白馬타고 오는 超人이 있어
이 廣野에서 목 놓아 부르게 하리라.
(2) 喬木
푸른 하늘에 닿을 듯이
歲月에 불타고 우뚝 남아 서서
차라리 봄도 꽃피진 말아라.
낡은 거미집 휘두르고
끝없는 꿈길에 혼자 설레이는
마음은 아예 뉘우침 아니라.
검은 그림자 쓸쓸하면
마침내 湖水 속 깊이 거꾸러져
차마 바람도 흔들지 못해라.
(日本으로 부터의 獨立 渴求)
(3) 잃어진 故鄕
제비야,
너도 故鄕이 있느냐.
그래도 江南을 간다니
저노픈 재우에 흰 구름 한쪼각
제깃에 무드면
두날개가 촉촉이 젖겠구나.
가다가 푸른숲 우를 지나거든
홧홧한 네 가슴을 식혀나 가렴.
不幸이 沙漠에 떠러져 타죽어도
아이서려야<아 서러워 > 않겠지.
그야한떼 나라도<한 무리 날아도> 홀로 높고 빨라
어느때나 외로운 넋이였거니
그곳에 푸른하늘이 열리면
엇저면 네 새고장도 될범하이.
* (4) 靑葡萄
내 고장 七月은
靑葡萄가 익어 가는 時節.
이 마을 傳說이 주저리주저리 열리고
먼 데 하늘이 꿈꾸며 알알이 들어와 박혀
하늘 밑 푸른 바다가 가슴을 열고
흰 돛 단 배가 곱게 밀려서 오면
내가 바라는 손님은 고달픈 몸으로
靑袍를 입고 찾아 온다고 했으니,
내 그를 맞아 이 葡萄를 따 먹으면
두 손은 함뿍 적셔도 좋으련.
아이야, 우리 食卓엔 銀錚盤에
하이얀 모시 手巾을 마련해 두렴.
🍎 李殷相(1903~1982. 慶南 馬山 出生.
本貫 全州. 號 鷺山. 筆名 南川. 史學者. 敎授. 詩人. 時調作家)
* (1) 孤石亭
아름다와라 絶景 한 區域
예부터 이름난 孤石亭.
물은 깊어 검푸르고
골은 돌아 몇 굽인데
三百尺
큰 바위 하나
江 복판에 우뚝 솟았네.
危殆론 絶壁을
다람쥐 기어올라
갈길도 잊어버리고
江물을 내려다보는 뜻은,
여기서
戰爭을 끝내고
銃 닦고 칼 씻던 곳이라기.
孤石亭 외로운 돌아
오늘은 아직 너 쓸쓸하여도
저 뒷날 많은 사람들
여기와 平和의 잔치 차리는 날,
낯익은
詩人은 다시 와서
즐거운 詩 한 張 또 쓰고 가마.
* (2) 그집 앞
오가며 그 집 앞을 지나노라면
그리워 나도 몰래 발이 머물고
오히려 눈에 뛸까 다시 걸어도
되오면 그 자리에 서졌습니다.
오늘도 비 내리는 가을 저녁을
외로이 이 집 앞을 지나는 마음
잊으려 옛날 일을 잊어버리려
불빛에 빗줄기를 세며갑니다.
* (3) 동무 생각
봄의 交響樂이 울려 퍼지는
靑蘿언덕 위에 百合 필적에
나는 흰 나리꽃 香내 맡으며
너를 爲해 노래 노래 부른다.
靑蘿언덕과 같은 내 맘에
百合 같은 내 동무야
네가 내게서 피어날 적엔
모든 슬픔이 사라진다.
더운 白沙場에 밀려들오는
저녁 潮水 위에 흰새 뜰 적에
나는 멀리 山川 바라보면서
너를 爲해 노래 노래 부른다.
저녁 潮水와 같은 내 맘에
흰새 같은 내 동무야
네가 내 위에 뛰놀 때에는
모든 슬픔이 사라진다.
서리바람 부는 落葉 동산 속
꽃진 蓮塘에서 금새 뛸 적에
나는 깊이 물속 굽어보면서
너를 爲해 노래 노래 부른다.
꽃진 蓮塘과 같은 내 맘에
금새 같은 내 동무야
네가 내게서 뛰놀 때에는
모든 슬픔이 사라진다.
소리없이 오는 눈발사이로
밤의 長安에서 街燈 빛날 때
나는 깊이 星宮 쳐다보면서
너를 爲해 노래 노래 부른다.
밤의 長安과 같은 내 맘에
街燈 같은 내 동무야
네가 내게서 빛날 때에는
모든 슬픔이 사라진다.
* (4) 봄 處女
봄 處女 제 오시네 새 풀옷을 입으셨네
하얀 구름 너울 쓰고 眞珠 이슬 신으셨네
꽃다발 가슴에 안고 뉘를 찾아 오시는고.
님 찾아 가는 길에 내 집앞을 지나시나
異常도 하오시다 幸여 내게 오심인가
未安코 어러석은 양 나가 물어 볼까나.
(5) 봄
山 언덕에 매어 둔 黃소
눈 녹은 밭을 내려다본다.
봄갈이 생각하는가
이랑 數를 생각하는 건가.
고삐를
잡아도 모르고
눈만 껌벅이며 섰다.
*(6) 成佛寺의 밤
成佛寺 깊은밤에 그윽한 風磬 소리
主僧은 잠이 들고 客이 홀로 듣는구나
저 손아 마저 잠들어 혼자 울게 하여라.
댕그렁 울릴제면 또 울릴까 맘 졸이고
끊일젠 또 들리라 소리나기 기다려져
새도록 風磬소리 데리고 잠 못 이뤄 하노라.
(7) 옛동산에 올라
내 놀던 옛동산에 오늘 와 다시 서니
山川依舊란 말 옛 詩人의 虛辭로고
예 섰던 그 큰 소나무 버혀지고 없구려.
지팡이 도루 짚고 山기슭 돌아서니
어느 해 風雨엔지 沙汰져 무너지고
그 흙에 새 솔이 나서 키를 재려 하는구료.
(8) 長安寺
壯하던 金殿壁于 찬재되고 남은터에
이루고 또 이루어 오늘을 보이도다.
興亡이 山中에도 있다하니 더욱 悲感하여라.
🍎 李章熙(1900~1929. 大邱 出生. 本貫 仁川. 本名 李樑熙. 雅號 古月. 詩人. 飮毒自殺)
* (1) 봄은 고양이로다
꽃가루와 같이 부드러운 고양이의 털에
고운 봄의 香氣가 어리우도다.
金방울과 같이 호동그란 고양이의 눈에
미친 봄의 불길이 흐르도다.
고요히 다물은 고양이의 입술에
포근한 봄졸음이 떠돌이라.
날카롭게 쭉 뻗은 고양이의 鬚髥에
푸른 봄의 生氣가 뛰놀아라.
🍅 이준관(1949~ 全北 井邑 出生. 敎育者. 詩人)
(1) 내가 菜松花처럼 조그마했을 때
내가 菜松花처럼 조그마했을 때
꽃밭이 내 집이었지.
내가 강아지처럼 가앙가앙 돌아다니기 始作했을 때
마당이 내 집이었지.
내가 송아지처럼 겅중겅중 뛰어 다녔을 때
푸른 들판이 내 집이었지.
내가 잠자리처럼 銀빛 날개를 가졌을 때
파란 하늘이 내 집이었지.
내가 내가
아주 어렸을 때,
내 집은 많았지
나를 키워 준 집은 차암 많았지.
*(2) 넘어져 본 사람은
넘어져 본 사람은 안다.
넘어져서 무릎에
빨갛게 피 맺혀 본 사람은 안다.
땅에는 돌이 박혀 있다고
마음에도 돌이 박혀 있다고.
그 박힌 돌이 넘어지게 한다고.
그러나 넘어져 본 사람은 안다.
넘어져서 가슴에
푸른 멍이 들어 본 사람은 안다.
땅에 박힌 돌부리
가슴에 박힌 돌부리를
붙잡고 일어서야 한다고.
그 박힌 돌부리가 나를 일어서게 한다고.
(3) 새와 나무
새는 나무가 좋다.
잎 피면 잎 구경,
꽃 피면 꽃 구경.
새는 나무가 좋다.
열매 열면 열매 구경,
丹楓들면 丹楓 구경.
새는 나무가 좋아 쉴새없이
나무에서 노래를 부른다.
새는 나무가 좋아 쉴새없이
가지 사이를 날아다닌다.
🍎 李漢稷(1921~1976. 全北 全州 出身.
號 木南. 詩人)
*(1) 駱駝
눈을 감으면
어린 時節 先生님이 걸어 오신다.
회초리를 들고서.
先生님은 駱駝처럼 늙으셨다.
늦은 봄 햇살을 등에 지고
駱駝는 恒時 追憶한다.
~옛날 옛날에~
駱駝는 어린 時節 先生님처럼 늙었다.
나도 따뜻한 봄볕을 등에 지고
金잔디 위에서 駱駝를 본다.
내가 여윈 童心의 옛 이야기가
여기저기
떨어져 있음직한 動物園의 午後.
🍎 李海仁 (1945~ 江原 楊口 出生.
本名 이명숙. 筆名 海仁. 詩人. 修女. 敎授)
(1) 江
지울수록 살아나는
當身 모습은
내가 싣고 가는
平生의 짐입니다.
나는 밤낮으로 여울지는
끝없는 江물,
흐르지 않고는
목숨일 수 없음에
오늘도 부서지며
넘치는 江입니다.
* (2) 汽車를 타요
우리 함께
汽車를 타요.
도시락 代身
사랑 하나 싸들고
나란히 앉아
窓 밖을 바라보며
서로의 마음과 마음을
이어서 길어지는
또 하나의 汽車가 되어
먼 길을 가요.
* (3) 벗에게 1.
내 잘못을 懺悔하고 나서
처음으로 맑고 透明해진
나의 눈물 한 방울
너에게 膳物로 주어도 될까?
때로는 눈물도
膳物이 된다는 걸
너를 사랑하며 알았어.
눈물도 아름다운
사랑의 表現임을
네가 가르쳐주었어.
나와의 첫 만남을
울면서 感激하던 너
너를 너무 사랑하게 될까봐
두려웠던 내 마음
理解하면서도 힘들었지?
나를 기다려주어 고맙고
나를 容恕해주어 고맙고
그래서
只今은 내가 울고 있잖아.
* (4) 사랑하는 것은
사랑하는 것은
窓을 여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안에 들어가
오래오래 홀로 우는 것입니다.
사랑하는 것은
世上에서 가장 부드럽고
슬픈 것입니다.
그러나
'사랑합니다'
풀꽃처럼 작은 이 한 마디에
녹슬고 사나운 鐵門도 삐걱 열리고
길고 긴 障壁도 눈 녹듯 스러지고
온 大地에 따스한 봄이 옵니다.
사랑하는 것은
世上에서 가장 아름답고
强한 것입니다.
(5) 살아 있는 날은
마른 香내 나는
褐色 鉛筆을 깎아
글을 쓰겠습니다.
사각사각 소리나는
軟하고 부드러운 鉛筆 글씨를
몇 番이고 지우며
다시 쓰는 나의 하루.
銳利한 칼끝으로 몸을 깎이어도
端正하고 꼿꼿한 한 자루의 鉛筆처럼
正直하게 살고 싶습니다.
나는 當身의 살아있는 鉛筆
어둠 속에도 빛나는 말로
當身이 願하는 글을 쓰겠습니다.
淨潔한 몸짓으로 일어나는 香내처럼
當身을 爲하여
消滅하겠습니다.
(6) 相思花
아직 한 番도
當身을
直接 뵙진 못했군요.
기다림이 얼마나
가슴 아픈 일인가는
기다려 보지못한 이들은
잘 모릅니다.
좋아하면서도
만나지 못하고
서로 어긋나는 안타까움을
어긋나보지 않은 이들은
잘 모릅니다.
날마다 그리움으로 길어진 꽃술
내 粉紅빛 애틋한 사랑은
언제까지 홀로여야 할까요?
오랜 歲月
沈默 속에서
나는 當身께 말하는 法을 배웠고
어둠 속에서
慰勞 없이도 信賴하는 法을
익혀왔습니다.
죽어서라도 꼭
當身을 만나야지요.
사랑은 죽음보다 强함을
오늘은 어제보다
더욱 믿으니까요.
(7) 어떤 決心
마음이 많이 아플때
꼭 하루씩만 살기로 했다.
몸이 많이 아플 때
꼭 한瞬間씩만 살기로 했다.
고마운 것만 記憶하고
사랑한 일만 떠올리며
어떤 境遇에도
남의 탓을 안 하기로 했다.
* (8) 큰 罪
自己 잘못은 하나도 없고
하나부터 열까지 남의 탓만 하는것.
남의 마음 크게 傷해 놓고
容恕 請하기보다는 辨明만 늘어놓는 것.
자리에 없는 사람 理由없이 險談하는 것.
입만 열면 사랑을 說敎하며
實際로는 사랑하지 않는 것.
나쁜 말을 되풀이 해
罪 없는 사람 罪 짓게 만드는 것.
그리고 또...
작은 일에 感謝할 줄 모르고
아름다운 일에 조금도 感動할 줄 모르는 것.
큰 罪를 모르고 사는 것이
事實은 큰 罪가 아닐지.
🍎 李炯基(1933~ 慶南 晋州 出生. 記者.
敎授. 詩人)
(1) 江가에서
물을 따라
자꾸 흐를라 치면
네가 사는 바다 밑에
이르리라고,
풀잎 따서
작은 그리움 하나
便紙하듯 이렇게
띄워 보낸다.
* (2) 落花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分明히 알고 가는 이의 뒷 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봄 한철
激情을 忍耐한
나의 사랑은 지고 있다.
紛紛한 落花
訣別이 이룩하는 祝福에 싸여
只今은 가야할 때.
茂盛한 綠陰과 그리고
머지 않아 열매 맺는
가을을 向하여
나의 靑春은 꽃답게 죽는다.
헤어지자
纖細한 손길을 흔들며
하롱하롱 꽃잎이 지는 어느 날,
나의 사랑
나의 訣別
샘터에 물 고이듯 成熟하는
내 靈魂의 슬픈 눈.
(3) 瀑布
그대 아는가
나의 등판을
어깨에서 허리까지 길게 내리친
시퍼런 칼자욱을 아는가.
疾走하는 戰慄과
戰慄 끝에 斷末魔를 꿈꾸는
벼랑의 直立
그 위에 다시 벼랑은 솟는다.
그대 아는가
石炭紀의 終末을
그때 하늘 높이 날으던
한 마리 장수잠자리의 墜落을.
나의 자랑은 自滅이다.
無數한 複眼들이
그 無數한 水晶體가 한꺼번에
搏殺나는 盲目의 눈보라.
그대 아는가
나의 등판에 瀑布처럼 쏟아지는
시퍼런 빛줄기
2億 年 묵은 이 칼자욱을 아는가.
🍎 李鎬雨 (1912~1970. 慶北 淸道 出生.
本貫 慶州. 詩人 時調詩人. 言論人)
(1) 開花
꽃이 피네, 한 잎 두 잎.
한 하늘이 열리고 있네.
마침내 남은 한 잎이
마지막 떨고 있는 고비.
바람도 햇볕도 숨을 죽이네.
나도 가만 눈을 감네.
(2) 暮江
落照 타는 江을
배 한 隻
흘러가고
먼 마을
저녁 煙氣
대숲에 어렸는데
푸른 山
떨어진 머리
白鷺 외로 서 있다.
(3) 살구꽃 핀 마을
살구꽃 핀 마을은 어디나 故鄕 같다.
만나는 사람마다 등이라도 치고지고
뉘집을 들어서면 반겨 아니 맞으리.
바람없는 밤을 꽃 그늘에 달이 오면
술 익는 草堂마다 情이 더욱 익으리니
나그네 저무는 날에도 마음 아니 바빠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