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측가능한 우주와 ‘알 수 없어요’>
우주에 빈 공간은 없다. 이제까지는 텅 비었다고 알려진 우주 공간의 구석진 부분을 관측했더니 놀랍게도 어마어마한 천체가 있는 걸 발견했다. 이걸 허블 딥 스페이스 Hubble Deep Space라 한다. 그러면 허블 망원경보다 성능이 월등히 좋은 제임스웹James Webb 망원경에 비치는 우주는 또 얼마나 광대하고 경이로울까?
우주는 중심이 없다. 관측자가 서 있는 곳이 중심이 된다. 그러므로 너와 내가 하늘을 우러러보는 즉시 우주의 중심이 된다. 우주가 ‘너’라는 관측자를 중심으로 무한히 펼쳐진다. 그런데 ‘무한하게 펼쳐진 우주’는 문학적 표현일 뿐 사실은 관측가능한 우주만 알려질 뿐이다. 보고싶다고 다 보이는 게 아니며, 알고 싶다고 다 알 수 있는 건 아니다. 관측은 빛의 속도에 의해 제약된다. 우주의 끝이 따로 있는 게 아니다. 우리가 천체 망원경을 통해서 얼마나 멀리에서 날아오는 빛을 포착할 수 있느냐 에 따라 우주의 끝이 정해진다. 관측가능한 거리가 우주의 크기가 된다. 그래서 기술이 발전하여 제임스웹 보다 더 좋은 망원경이 만들어지면 우주의 크기도 늘어날 것이다.
*관측 가능한 우주 크기(광속×허블시간=약 138억 광년)의 3~4배 정도(400~500억 광년)일 가능성이 많다.
우주는 물질과 에너지로 가득 차 있다. 한편 현재 지구인에게 관측가능한 것만 알려졌을 뿐이다. 그래서 우주의 구성물질은 겨우4%만 알려져 있다. 그 외는 알려지지 않았기에 알 수 없다. 뭔가 있기는 있는 데 알려지지 않으나, 없는 건 아니다. 그걸 이름하여 암흑물질, 암흑 에너지라 한다.
알려 지지 않는 것 the Unknown은 바다와 같고, 알려진 것 the Known은 물방울과 같다. 미지의 바닷가를 걸어가는 어린아이가 조개비를 주워 손에 들고 무한한 수평선을 경이롭게 바라본다.
우리가 아는 것은 얼마나 적은가?
우리가 보는 것은 얼마나 좁은가?
우리는 감각기관에 의해 갇혀 있다. 우리가 볼 수 있는 범위는 눈과 천체망원경의 배율을 벗어나지 못한다. 우리가 들을 수 있는 것은 귀와 안테나의 수신 범위를 벗어나지 못한다.
알 수 없어요-한용운
바람도 없는 공중에 수직의 파문을 내며 고요히 떨어지는 오동잎은 누구의 발자취입니까?
지리한 장마 끝에 서풍이 몰려가는 무서운 검은 구름의 터진 틈으로,
언뜻언뜻 보이는 푸른 하늘은 누구의 얼굴입니까?
꽃도 없는 깊은 나무에 푸른 이끼를 거쳐서,
옛 탑 위의 고요한 하늘을 스치는 알 수 없는 향기는 누구의 입김입니까?
근원을 알지도 못할 곳에서 나서 돌부리를 울리고,
가늘게 흐르는 작은 시내는 굽이굽이 누구의 노래입니까?
연꽃 같은 발꿈치로 가이없는 바다를 밟고, 옥 같은 손으로 끝없는 하늘을 만지면서,
떨어지는 해를 곱게 단장하는 저녁놀은 누구의 시입니까?
타고 남은 재가 다시 기름이 됩니다.
그칠 줄을 모르고 타는 나의 가슴은 누구의 밤을 지키는 약한 등불입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