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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의 세계관과 현대 물리학의 우주론
德朋 万仙 김세권 | 대승회 부회장, 대승사상연구원 원장
1.불교와 과학
나는 누구인가?
우주는 어떻게 발생했는가?
우주의 구조는어떠한가?
우주를 움직이는 법칙은 무었인가?
빅뱅이전에는 무엇이 있었는가?
우주에는 지적인 설계가 있는가?
왜 지구는 생명체를 가질수 있었는가?
우주의 다른곳에도 생명체가 있는가?
세계는 내가 보고 느끼듯이 존재하는가?
"나는 누구인가?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의 답을 찾으려면 우주에 대한 탐구를 하지 않을수 없다.
이점에서 불교와 과학은 우주의 참모습을 알고자 하는 일치된 목표를 갖으며 불교는 그 논증의 엄밀성에서 논리적이고 합리적이다.
우리는 태양과 하늘의 별들을 보며 감사, 두려움, 아름다움, 우주의 신비를 느낀다. 고대로부터 여러 문명은 태양과 별들의 움직임을 관찰하는 데서 주술적, 종교적 의미를 발견하기도 하고 또 현대 천문학자들도 놀라는 고도의 천문학적 지식을 축적하기도 했다.
뉴턴Newton 이후 과학은 놀라운 발전을 이루어냈다. 우리의 일상생활은 과학과 기술이 주는 혜택을 우리 조상들이 상상할 수 없었던 수준으로 누리고 있고, 거시적으로는 우주의 구조에서부터 극미세계에 이르기까지 많은 것들을 밝혀내고 자연법칙을 상세히 설명할 수 있게 되었다.
우주의 나이는 138억 년 정도로 추정하지만 크기는 우리의 사유범위를 넘어선다. 우리 태양계가 속해 있는 우리 은하계에는 태양 같은 항성이 1,000억~2,000억 개 있고 또 우주 전체에는 그런 은하계가 1,000억~1조 개 정도라고 하는데 100억 광년 이상 떨어진 별의 별빛도 관측할 수 있는 첨단 관측 기술로 불 수 있는 크기가 전체 우주가 지구만하다고 할 때 모래 한 톨 크기 정도에 불과하다고 하니 우주는 사실상 무한히 크고 지구는 참으로 작은 행성에 지나지 않는다. 그 지구에 삶을 의탁하고 있고 만물의 영장이라고 자부하는 인류도 우주적 차원에서 보면 참으로 미약한 존재이다.
지구는 물론 우리 인간의 몸을 구성하고 있는 원소들은 태양보다 앞서 있던 별과 초신성 폭발의 잔해에서 유래한 것들이다.
우리는 138억 여년 전의 빅뱅 때 한 점에서 쏟아져 나왔고 한 때는 가스였고, 별이었고, 초신성이었다. 그런 점에서 우리는 모두 별의 후손들이라 할 수 있겠다.
지구에는 70억이 넘는 인류와 또 셀 수 없이 많은 생물들이 지구를 터전으로 살고 있다. 지구는 무한히 큰 우주와 비교하면 참으로 하잘 것 없지만 한편 행성에 생명이 자리 잡을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기가 극히 어렵고 수십억 년 전 부터 수많은 생명을 길러 왔으며 또 수 십 억년의 세월동안 진화를 거듭하여 우주와 그 자신을 탐구하는 지성적 존재인 인류를 길러 냈다.
우주에 지성적 존재가 우리 인류만 있는 것은 아니겠지만 생명이 있을 수 있는 조건이 참으로 까다롭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우리는 지구에 감사할 수밖에 없고 또 겸허해져야 할 것이다.
그리고 별의 후손인 우리들은 내가 누구인가를 알려면 나의 마음에 대한 탐구와 함께 우주의 무한한 공간과 시간으로도 눈을 돌려야 할 것이다.
우리의 마음을 좁은 내 몸 안에만 가두지 말고 우주적으로 확장시켜야 하지 않겠는가. 서구인들에게 지구가 우주의 중심에 있다는 믿음이 깨진 것이 불과 수백 년에 지나지 않는다.
하지만 뉴턴Newton 이래 아인슈타인Einstein을 거쳐 현대물리학이 거시적으로 우주의 기원과 구조, 미시적으로는 물질의 구조 등에 대하여 밝혀낸 것과 또 과학과 기술의 발전을 보면 참으로 놀랍기 짝이 없다. 라이트Wright 형제가 비행를 발명한지 불과 60여 년 만에 최초의 우주인이 달에 받을 딛고, 생명공학의 발전으로 유전자 해독은 물론 조작도 가능하게 되었다.
그 뿐인가! 미립자 세계를 탐구하는 양자물리학은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도 가능하게 했지만 전 세계의 모든 생명들을 말살 시킬 수 있는 핵폭탄을 대량보유하게도 했다.
인류의 생활이 비약적으로 발전하기도 했지만 그만큼 환경오염이나 , 대량살상무기 등 전 세계적 수준의 재앙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잠재력도 동시에 갖게 되었다.
우리는 실재實在를 믿고 싶어 한다. 내가 또 이 세계가 보고 느끼는 것처럼 실재하고 있다고 믿는다. 과학자들은 실재實在를 탐구하고 그 실재들을 있게 하는 법칙을 찾으려 한다.
과학자들은 세계는 관찰자에 대해 독립적으로 존재하고 이 세계를 있게 하는 법칙이 있다고 생각하고 그러한 법칙을 찾아내는 것이 그들의 임무라고 생각하여왔다.
그러나 과학은 과학자들의 의도와는 달리 그 자체로 실재를 기술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이해할 수 있는 관찰과 측정을 기술하는 것이다. 이를 실재론realism 이라고 하는데 실재론은 양자역학의 발견에 의하여 무참히 무너지고 말았다. 실재는 항상 관찰자와 관찰된 대상의 상호작용에 의해 규정된다. 우리가 실재라고 부르는 것은 단순히 ‘이것은 실재다’라고
생각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우리가 실재라 믿는 세계는 미시세계에서는 수많은 가능성을 가진 파동의 세계라는 것이 양자역학의 발견이다.
양자물리학은 우리가 보고, 인식하는 세계의 실재를 인정할 수 없게 하였고 물리학자들조차 그들의 연구결과가 일상적 체험과 인식 수준과 너무나 다르기에 이해를 못하며 그 의미에 대해서 해석이 분분하다.
불교에서는 현상을 있는 그대로 알고 있는 그대로 보는 것을 여실지견如實知見이라 한다. 그래서 불교의 교학은 논리적이고 합리적이며 세계관 역시 현대 과학의 발견과 유사하다.
불교에서는 우리 자신과 외부 대상을 철저하게 분석하여 나는 오온五蘊으로 존재 일반은 12처處·18계界로 구분하였다. 《아비달마구사론阿毘達磨俱舍論》 등에는 우주의 구조를 비롯하여 세계를 소상히 기술하고 있다.
불교에서 올바른 세계인식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유는 중생들이 세계의 무상함을 깨닫지 못하고, 세계를 영원하다고 여기며 집착하고 애착하기 때문이다.
초기불교에서는 무상無常, 무아無我, 연기緣起로 대승불교의 중관학파中觀學派에서는 공空으로, 유식학唯識學에서는 변계소집성遍計所執性, 의타기성依他起性, 원성실성圓成實性의 유식삼성唯識三性으로 현상들의 본성이 독립적으로 있는 것이 아니라 상호의존相互依存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 주었다.
과거에는 종교가 세상을 보는 이론을 제공하고 과학은 종교와 어긋나지 않는 범위 내에서만 자신의 목소리를 내던 시대도 있었다. 그러나 이제 과학이 이 세계의 대부분을 설명할 수 있는 시대에 종교는 상대적으로 왜소해지고 과학의 발견들을 애써 외면하고 자기 종교의 교리에 맞추어 해석하기도 한다.
과학과 종교는 다루는 대상과 접근방법, 추구하는 목적에 차이는 있지만 인간생활에서 분리될 수는 없다. 흔히들 과학은 물질계를 다루고 종교는 형이상학적인 초월세계를 다룬다고 하지만 우리 자신과 외부 대상이 분리되어 생각할 수 없고 또 과학의 놀라운 발전을 보면 과학으로 무엇을 탐구해야 하는가? 무엇을 할 것인가? 과학을 어떻게 다룰 것인가를 생각해 보아야 한다.
또 종교의 입장에서 과학과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 즉 과학적 지식을 그 교리체계에서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특히 과학의 발견이 교리와 어긋날 때에는 어떻게 할 것인지를 고민해 보아야 한다. 불교는 이런 점에서는 다른 종교에 비하여 훨씬 열려있으며 현대 과학의 발전이 불교에 위협을 주는 것은 아니다.
과학은 이론을 세우고 실험을 하여 이론을 확립하는 과정을 거친다.
과학자의 연구동기와 연구의 결과가 어떻게 이용되는가는 도덕적, 윤리적 동기와는 별개의 문제로 간주된다. 과학은 종교, 철학과는 다루는 주제가 다르다는 것이다. 과학자가 지식은 풍부할 수 있겠지만 그 지식만큼 도덕적, 윤리적으로 높은 수준의 가치관을 가지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과학이 인류에게 미치는 영향이 매우 커진 오늘날 과학자의 윤리와
가치관은 참으로 중요하다. 또 과학자가 아닌 우리 역시 과학 지식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하는 문제를 깊이 생각하여야 한다.
Ⅱ. 불교의 세계관
세친世親Vasubandhu의 《아비달마구사론阿毘達磨俱舍論 Abhidharmakośa-śāstra 》에는 불교의 우주관이 잘 나타나 있다.
《아비달마구사론阿毘達磨俱舍論》은 설일체유부設一切有部 Sarvāsti-vāda 의 논서 중에서 가장 핵심이라 할 수 가 있다. 세친은 아비달마가 불설이라는 유부 비바사사毘婆沙師의 주장을 믿지 않았다. 《아비달마구사론阿毘達磨俱舍論》
〈세간품世間品〉에서 세계에 대해서 논설하고 있는데 이것은 당시의 불교의 우주관이라고 볼 수 있겠다.
1. 수미산須彌山이 중심에 있는 세계
이 우주의 가운데에는 수미산이 있다. 구사론에 묘사된 것을 보면,
가. 풍륜風輪, 수륜水輪, 금륜金輪기세간器世間의 제일 아래에는 풍륜風輪이 허공에 떠 있는데 둘레는 헤아릴 수 없고 두께는 16낙차落叉[160만 유순由旬Yojana]라고 한다. 풍륜 위에는 수륜水輪이 있으며 직경이 12낙차와 3,450[120만 3,450유순]이고 두께는 8낙차[80만 유순]이라고 한다. 수륜의 위는 응결되어 금륜金輪이 되었는데 직경은 수륜과 같고 두께는 32만 유순이다. 이러한 풍륜, 수륜, 금륜은 온갖 유정들의 업의 증상력으로 생겨난 것이라 한다.
나. 9산九山
① 소미로산蘇迷盧山[묘고산妙高山, Sumeru]: 중앙에 있고 수미산須彌山이라고도 한다.
② 유건달라산踰健達羅山[지쌍산持雙山]
③ 이사타라산伊沙馱羅山[지축산持軸山]
④ 걸지낙가산朅地洛迦山[담목산擔木山]
⑤ 소달려사나산蘇達黎舍那山[선현산善見山]
⑥ 알습박갈나산頞濕縛羯拏山[마이산馬耳山]
⑦ 비나달가산毘那怛迦山[상이산象耳山]
⑧ 니민달라산尼民達羅山[지산持山]
⑨ 철륜위산鐵輪圍山: 4대주大洲 밖에 있다.
이 금륜 위의 아홉 산은 묘고산왕妙高山王이 가운데 있고 나머지 여덟 산은 묘고산의 주위를 둘러싸고 있다. 일곱 번째 산 바깥에는 대주大洲 등이 있고, 그 바깥을 철륜위산이 바퀴 같은 모양으로 세계를 에워싸고 있는 모양이다.
다. 8해八海
산 사이에는 여덟 개의 바다가 있는데 안 쪽 일곱 바다는 내해內海라고 하며 담수淡水이다. 여덟 번째 바다는 외해外海라고 하는데 짠물로 되어 있다. 바다의 크기를 보면 가장 안쪽에 있는 첫 번째 바다의 너비는 8만 유선나이고 그 다음 바다는 8만 유선나의 절반인 4만 유선나이다. 그 다음 바다는 또 그 안쪽 바다의 절반이다. 가장 바깥쪽에 있는 여덟 번째 바다의 너비는 322,000 유선나이다.
대승회 vol.07 2013 056
라. 4대주四大洲
외해 중에는 대주大洲가 네 곳 있는데 각기 모양이 다르다.
① 섬부주贍部洲 Jambu-dvīpa : 남쪽에 있는 섬 섬부주는 북쪽은 넓고 남쪽은
좁은 사다리꼴 모양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이다.
② 승신주勝身洲 Pūrvavideha-dvīpa : 동쪽에 있는 섬으로 동쪽은 좁고 서쪽은
넓은데 반달 모양이다.
③ 우화주牛貨洲 Avaragodānīya-dvīpa : 둥근 만월 모양이다.
④ 구로주俱虜洲 Uttarakuru-dvīpa : 사각의 의자 모양으로 네 변의 너비가 같다.
《아비달마구사론阿毘達磨俱舍論》에서는 각각의 주에 사는 사람들의 얼굴 모습이 각각의 주의 형상을 닮았다고 했다. 또 대주에 딸린 여덟 곳의 중주中洲가 있고 모두 사람이 산다고 한다. 대주 중에서 남섬부주는 사실상 우리가 사는 세계인데 [우리나라 사찰에서 법회 할 때 ‘남섬부주 대한민국 서울시 종로구 .....’라고 하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인도의 형태를 묘사한 것으로 생각된다. 남섬부주에는 아홉 흑산黑山이 있고, 흑산 북쪽에는 대설산大雪Mahāhimalaya-giri 이 있고 그 북쪽에는 향취산香醉山 Gandhamādana-giri 이 있으며 대설산과 향취산 사이에는 무열뇌無熱惱라고하는 큰 호수가 있다고 한다. 이 무열뇌로부터 긍가하殑伽河 Gaṅgā , 신도하信度河 Sindhu , 사다하徙多河 Śītā , 박추하縛芻河 Vakṅu 라고 불리는 네 개의 큰 강이 흘러나온다. 무열뇌지는 가로 세로의 너비가 똑같은 사각형이며 공덕수功德水가 가득차 있으면 신통력을 얻은 사람만이 갈 수 있다. 그리고 이 못가에는 섬부贍部jamu나무 숲이 있고 이 숲의 이름을 따서 이 큰 섬을 ‘섬부주’라고 부르는 것이다.인도의 북쪽에 히말라야산맥이 있고 갠지스강, 인더스강, 옥사스강, 시이타강이 있기는 하지만 이 강들이 공통의 수원을 갖고 있는 것이 아니다. 다만 히말라야 북쪽 티벳에 마나사로와르 호수[티벳어로는 마팜초]가 있는데 인더스강의 수원이 되며 면적은 약 500㎢이고 그 북쪽에 있는 카일라스산과 함께 힌두교도와 티벳인들에게는 성지이다. 이 마나사로와르 호수를 무열뇌지라 했고 무열뇌지의 북쪽에 있는 향취산은 지금의 카일라스산이라는 견해가 있다.
2. 지옥地獄
불교에서도 다른 종교에서처럼 지옥이 있다고 본다. 구사론에서는 남섬부주의 밑으로 2만 유선나 아래에 무간지옥이 있다고 한다. 지옥은 나락가奈落迦 naraka 의 의역이다. 우리말에 벗어나기 어려운 절망적인 상황에서 ‘나락으로 떨어진다’는 표현을 하는데 이때의 나락이 여기서 온 말이다. 뜨거운 지옥은 8층[팔열지옥八熱地獄]이 있는데 제일 아래에 무간지옥이 있고 그 위로 다른 지옥들이 층층이 있다. 제일 아래에 있는 무간지옥부터 순서대로 보면,
① 무간지옥無間地獄[아비지阿鼻旨 Avici ]: 괴로움을 받는 것이 쉴 사이가
없어 항상 괴로움을 받는 것은 아닌 다른 지옥보다 더 괴로움이 극에 달한
지옥이다.
② 극열지옥極熱地獄
③ 염열지옥炎熱地獄
④ 대규지옥大叫地獄
⑤ 호규지옥號叫地獄
⑥ 중합지옥衆合地獄
⑦ 흑승지옥黑繩地獄
⑧ 등활지옥等活地獄
다른 설에서는 지옥이 수직으로 층층이 있는 것이 아니라 무간지옥을 중심으로 다른 일곱 개 지옥이 그 둘레에 있다고 한다. 어쨌든 앞에서 열거한 무간지옥에서 제일 위에 있는 등활지옥으로 갈수록 괴로움은 조금씩 줄어든다.
지옥은 앞에서 열거한 여덟 지옥만 있는 것이 아니다. 구사론 한역으로는 증增이라 하여 각 지옥마다 열여섯[4면에 각각 4곳의 증이 있음] 종류의 지옥이 대승회 vol.07 2013 058더 있어 모두 128개의 지옥이 더 있다. 이 지옥은 본래의 나락가에서 받는 괴로움과 별도로 괴로움을 더 받는 지옥이다.
앞에서 설명한 뜨거운 지옥이 전부가 아니다. 그 밖에 여덟 가지 차가운 지옥[팔한지옥八寒地獄]이 뜨거운 지옥 옆에 있다고 하는데 다음과 같다.
① 알부타지옥頞部陀地獄
② 니랄부타지옥二尼剌部陀地獄
③ 알찰타지옥三頞哳吒地獄
④ 확확바지옥臛臛婆地獄
⑤ 호호바지옥虎虎婆
⑥ 올발라지옥嗢缽羅地獄
⑦ 발특마지옥缽特摩地獄
⑧ 마하발특마지옥摩訶缽特摩地獄
이 지옥들은 극심한 추위에 고통을 받는 지옥으로 추위의 고통으로 몸과 소리에 변화가 일어나기 때문에 이러한 이름을 갖는 것이다.
《아비달마구사론阿毘達磨俱舍論》에서는 팔열지옥과 128개의 딸린 지옥, 팔한지옥 합해서 모두 144개의 지옥이 있다고 하며 이 지옥은 모든 우정의 증상업에 의해 초래된 것이라고 한다. 또 한 명, 두 명 또는 다수의 유정 각각이 만든 개별 업에 의해 초래된 고지옥孤地獄이 있는데 이 지옥은 강, 광야, 산, 지하, 공중 등 여기저기에 산재해 있다.
3. 짐승과 아귀餓鬼들의 세계
또 《아비달마구사론阿毘達磨俱舍論》에서는 짐승[방생傍生]은 물, 육지, 공중에 머무는데 본처가 바다였지만 후에 다른 곳으로 흘러들어갔다고 하였다. 이는 현대 진화론에서 지구의 동물들이 바다에서 탄생하여 육지와 하늘로 퍼진 것이라는 설과 일치된다.
남섬부주 아래로 5백 유선나를 지나면 염마왕閻魔王[염라대왕]의 나라가 059 있는데 아귀는 이곳으로부터 옮겨 다른 곳들에도 흩어져 살게 되었다고 한다.
4. 해와 달
해와 달은 소미로산의 중턱에 있고 그 직경이 각각 51과 50유선나라고 한다. 지쌍산의 꼭대기가 묘고산의 중턱인데 남섬부주로부터 4만유선나 위에 있는 것이다. 또 밤, 일몰, 한낮, 일출은 4대주가 모두 같다고 한다.
즉 북구로주가 한 밤중이면 동승신주는 일몰, 남섬부주는 한낮이며 서우화주는 일출이다. 오늘날 생각하면 크기와 형태가 실제와 차이가 많지만 구의 형태로 하늘에 떠서 운행한다고 생각했다.
5. 6욕천六欲天
가. 사대천왕四大天王
해 등의 궁전에는 다문천多聞天·지국천持國天·증장천增長天·광목천廣目天 등의 사대천왕에 소속된 천중天衆들이 살고 있다. 땅에 사는 천[지거천地居天]은 사대천왕과 삼십삼천을 말하며, 공중에 사는 천[공거천空居天]은 욕계의 야마·도솔·낙변화·타화자재 등의 4천과 색계 온갖 천을 말한다.
소미로산에는 네 층급이 있는데 수륜으로부터 1만 유선나씩 떨어져 있다. 각 층급의 천은 옆으로 베란다처럼 돌출하여 있는데 첫 번째 층급은 1만6천 유선나, 두 번째는 8천 유선나, 세 번째는 4천, 네 번째는 2천 유선나만큼 돌출되어 있다. 첫 번째 층급에는 견수堅手라고 하는 약차신藥叉神이 있고, 두 번째 층급에는 지만持鬘이라고 하는 약차신이, 세 번째 층급에는 항교恒憍라고 하는 약차신이 머문다. 이들 세 층급에 있는 이들은 모두 사대천왕에 소속된 천중이다. 네 번째 층급에는 사대천왕과 모든 권속들이 있는 곳으로 지쌍산 지축산 등 일곱 금산 위에도 천중들이 살고 있는데 이처럼 사대왕중천은 욕계천 중에서 가장 넓다.
나. 삼십삼천三十三天
삼십삼천은 소미로산 꼭대기에 있는데 네 면이 각각 8만 유선이며 꼭대기의 네 모퉁이마다 네 개의 봉우리가 있는데 높이와 너비가 각각 500유순나이다. 또 그곳에는 금강수金剛手라는 이름의 약차신들이 살면서 온갖 천天들을 수호한다. 소미로산 정상에는 선견善見이라는 큰 도성이 있고, 이곳에는 금과 보배로 꾸며진 성이 있으며 또 이 성 안에는 제석천帝釋天이 거처하는 수승전殊勝殿이 있다. 성 밖에는 사방으로 한 개씩 동산이 있는데 즉 중차원衆車苑, 추악원麤惡苑, 잡림원雜林苑, 희림원喜林苑이다. 또 네 동산의 네 측면에는 천중들이 유희하는 묘한 땅[묘지妙地]이 있다.
성의 동북쪽에는 원생수圓生樹가 있는데 삼십삼천이 욕락을 누리는 곳이며 뿌리는 땅속으로 50유선나, 나무의 높이와 너비는 100유선나이다. 성 밖의 서남쪽에는 선법당善法堂이 있는데 삼십삼천들이 모여 여법如法하고 여법하지 않은 것들을 논의한다.
다. 공거천空居天
6욕천六欲天 중에서 앞에 설명한 사대왕천과 삼십삼천은 지상에 머무는 하늘[지거천地居天]이지만 삼십삼천 위의 유색有色의 천들은 하늘[공空]에 의지하는 궁전에 머문다. 여기에는 야마천夜摩天·도사다천睹史多天·낙변화천樂變化天·타화자재천他化自在天이 있다.
① 야마천夜摩天: 시시때때로 충분히 쾌락을 향수한다.
② 도사다천睹史多天: 도솔천이라고도 하며 대개 자신이 향수한 것에 대해 기쁘게 만족하는 마음을 일으킨다.
③ 낙변화천樂變化天: 욕계의 경계를 변화시키는 것을 좋아하며, 그러면서 즐거움을 누린다.
④ 타화자재천他化自在天: 다른 자가 변화시킨 욕계의 경계를 자유롭게 자신의 즐거움으로 누린다.
6욕천은 모두 우리 인간들처럼 애욕이 있는데 구사론에서는 ‘6욕천은 교합하고 포옹하고 손을 잡고 웃음 짓고 바라보며 음욕을 누린다.’라고 하였다. 즉 사대왕천, 삼십삼천에서는 인간과 똑 같이 신체적인 형태상으로 교합하고 야마천에서는 잠시 포옹하는 것으로, 도사다천에서는 상대의 손을 잡는 것으로, 낙변화천에서는 상대에게 웃는 것으로, 타화자재천에서는 서로 마주 보는 것으로 애욕을 이룬다고 한다.
또 6욕천에서는 아이들이 천들의 무릎에서 태어난다[화생化生]고 하며 갓 태어난 아이도 우리 인간들로 치면 다섯 살에서 열 살 정도의 신체 크기라고 한다. 6욕천은 천중은 신神이라고 할 수 있는데 남녀 사이에 애욕을 품고 자식을 낳고 하는 것을 보면, 인간보다 능력이 뛰어나고 더 큰 즐거움을 누리지만 크게 다르지는 않은 것 같다. 또 6욕천의 천중들은 성언聖言을 쓰는데 중인도中印度의 말과 같다고 한다.
6. 삼천대천세계三千大天世界
소천세계小千世界, 중천세계中千世界, 대천세계大千世界를 삼천대천세계라고 한다.
4대주의 해, 달, 소미로산, 욕계천과 범세梵世가 1천개 있는 것을 1소천세계라고 다. 소천세계의 천 배를 중천세계라고 하며, 중천세계의 천 배를 대천세계라고 하는데 이 모두는 동시에 생기고 소멸한다.
물론 불교에서 말하는 삼천대천세계라는 우주관이 현대 천체물리학으로 밝혀진 우주와 정확히 일치하는 것은 아니지만 망원경 등의 관측 장비도 없이 현대 우주관처럼 태양계, 은하단, 초은하단과 유사한 개념의 거대한 크기의 우주론을 갖고 있었던 것은 놀랍다.
7. 우주의 생성과 소멸
구사론에서는 우주가 생성과 소멸을 되풀이한다고 하는데 괴겁壞劫·공겁空劫·성겁成劫·주겁住劫 의 4단계를 1주기로 거친다는 것이다. 또 겁에는 4 단위가 있는데 괴겁壞劫·성겁成劫·중겁中劫·대겁大劫의 4겁劫이 그것이다.
괴겁壞劫은 지옥에 있는 유정이 다시 태어나지 않는 때부터 밖의 기세간이 모두 없어 질 때까지의 기간이다. 20중겁의 주겁住劫을 지나고 나면 다시 괴겁이 시작된다.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서 지옥에 처음으로 유정이 생겨나기까지의 기간을 성겁成劫 vivarta-kalpa 이라 한다. 이 때 한 유정이 극광정천에서 몰하여 대범大梵의 처소에 태어나 대범왕이 되면, 온갖 유정들이 점차 아래에서 태어나 인간, 방생, 지옥으로도 태어나게 되는데 한 유정이 최초로 무간지옥에 태어나게 될 때 20중겁에 걸친 성겁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이후 다시 20 중겁이 있는데 이것을 주겁住劫 sthit-kalpa 이라 한다. 이 때 남섬부주 유정들의 수명은 헤아릴 수 없이 길다가 10세까지 줄어들고 다시 8만세가 되기를 되풀이 한다. 이때 최초로 수명이 줄어드는 기간, 다시 늘었다가 줄어드는 기간 열여덟 번, 마지막에 10세에서 8만세가 되는 기간을 중겁이라 한다. 세간이 재앙에 의해 파괴되고 나서 20중겁 동안 허공만 있는데 이를 공겁空劫이라한다. 이후 다시 성겁이 시작된다. 이 생성과 소멸의 4단계를 거치는데는 80중겁이 소요되는데 이를 대겁 mahā-kalpa 이라고 한다. 현대 우주론의 관점에서 보면 진동우주 또는 주기론
우주론이라고 할 수 있겠는데 우주의 생성, 소멸이 유정들과 함께 한다는 것이 독특하다.
8. 극미極微 와 찰나刹那
극미極微는 더 이상 쪼갤 수 없는 물질[색色]의 최소단위이다. 찰나는 시간의 최소 단위로 다수의 연緣이 화합하여 어떤 법이 그 자체의 존재를 획득하는 순간, 혹은 운동하고 있는 어떤 법이 한 극미에서 다른 한 극미로 변천하는 순간을 말한다. 유부에서는 ‘어떤 하나의 존재가 지닌 온갖 상相의 작용[생주이멸]이 모두 이루어 질 때’를 말한다고 한다. 극미에 대한 개념은 원자와 개념이 유사하다.
9. 화엄교학華嚴敎學의 법계연기法界緣起
《화엄경華嚴經》에 근거한 화엄사상에서는 진리의 세계를 법계法界라고 하는데 법계를 사법계事法界, 이법계理法界, 이사무애법계理事無碍法界, 사사무애법계事事無碍法界의 네 가지로 나눈다. 법계는 의식에 지각되는 소연所緣이 되는 대상으로서의 모든 사물을 의미한다. 즉 우리가 생활세계로서 인식하고 살고 있는 바로 이 세계를 뜻한다.
법계연기法界緣起는 화엄교의의 연기관緣起觀이다. 법계무진연기法界無盡緣起 십십무진연기十十無盡緣起 십현연기十玄緣起 무진연기無盡緣起 일승연기一乘緣起 등으로도 불리우며 사법계四法界 중 사사무애법계事事無碍法界의 내용을 가리킨다.
화엄종華嚴宗이 주장하기로는, 천차만별의 현상계現象界는 그 법성法性이 모두 실체가 있고, 따라서 인과율에 따르는 모든 현상이 실로 실체가 있다는 것이다. 이 현상 밖에 따로 실체 없고, 실체 밖에 따로 현상 없다.
이것이 법계의 실상이다, 법계의 형성은 하나의 현상으로 인해 일체 현상[일체법一切法]이 이루어지고, 일체법은 일법一法에서 일어난다는 것이다. 이로부터 일즉일체一卽一切, 일체즉일一切卽一이라는 사상이
생긴다. 이렇듯 법계가 하나와 일체가 서로 주종主從의 관계가 있고, 따라서 상입상즉相入相卽하며, 원융무애圓融無碍하며, 중중무진重重無盡함을 일컬어 법계연기라고 한다.《화엄경華嚴經》에서는 이를 인드라망의 그물로 비유한다. 인드라망이란 제석천궁에 있는 보물인데 그물코마다 달려 있는 구슬이 서로를 비추어 준다. 이렇게 비친 구슬이 또 다른 구을 대승회 vol.07 2013 064비추는 모습이 끊임없이 계속되는 형태[重重無盡]에 비유해 상호 의존 관계인 이 세계의 모습을 나타내는 것이다. 법계연기설에서는 모든 사물은 외형상으로는 차별적일지라도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것인 아니라 상호의존하며 존재한다.
《화엄경華嚴經》에는 “삼계는 허망하며, 다만 이 마음이 지은 것이다. 12연분은 모두 마음에 의한다.[三界虛妄 但是心作 十二緣分 是皆依心]” 또 “누구든 만일 삼세의 모든 부처님을 알고자 한다면, 마땅히 법계의 성性을 관찰하라. 모든 것은 오직 마음이 그려낸 것이로다.[若人欲了知 三世一切佛 應觀法界性 一切唯心造]”라고 설한다.
Ⅲ. 현대 물리학이 밝힌 우주
지구는 약 46억 년 전에 성간 기체와 먼지가 응축된 구름 속에서 태어났다.
최초의 생명은 약 40억 년 전 원시 지구의 바다나 연못에서 태어났다고
추정된다. 암·수로 생식하는 성은 약 20억 년 전에 생긴 것 같다고 하며
성의 출현과 함께 두 개의 생물은 자신의 유전 설계도를 많이 교환할 수
있게 되었다. 사람은 약 100조개 가량의 세포로 구성되어 있다.
지구 대기의 99%가 생물 활동에 기원을 두고 있다고 한다. 우리는
식물을 섭취한 다음 산소와 결합시켜 활동에 필요한 에너지를 흡수하고
호흡으로 이산화탄소를 뱉어낸다. 이산화탄소는 다시 식물에게 흡수되어
탄수화물합성에 재활용된다. 이 순환 작용의 원동력은 태양에서 오는
빛이다.
1. 태양계
태양계란 태양과 태양의 중력에 의해 태양 주변을 돌고 있는 행성,
왜소행성, 혜성, 유성체 등의 천체로 이루어진 계이다. 태양계는 지금부터
약 46억 년 전에 탄생했다고 한다. 우주를 떠다니는 가스와 먼지 덩어리가
밀도가 높아져 원시 태양이 생겨났고 원시태양의 주위에서는 가스와
먼지가 ‘원시 태양계 원반’을 만들고 있었다. 원반 안에서는 먼지가 모여
작은 천체들이 만들어졌는데 그 작은 천체들이 충돌, 합체를 거듭하면서
커져 ‘원시 행성’이 탄생했다. 이 원시 행성들이 서로 충돌하면서 지금의
행성들이 생겨난 것으로 보인다. 원반 바깥쪽의 원시행성은 질량이 커서
그 둘레에 주위의 가스를 대량으로 거두어들여 목성과 토성 같은 큰 행성이
탄생했다. 화성 궤도와 목성 궤도 사이에는 소행성대가 있으며, 해왕성보다
먼 곳에도 명왕성을 비롯하여 비교적 작은 천체가 많다.
가. 태양
태양의 크기는 지구의 약 110배이며, 질량은 지구의 약 33만배로 태양계
전체 질량의 99.8%를 차지한다. 구조를 보면 ①수소핵융합반응이 일어나고
있는 중심핵 ② 복사층과 대류층 ③ 광구와 대기가 있다. 가장 바깥층인
광구는 두께가 500~700㎞, 온도는 약 6천도이다. 광구를 자세히 보면
쌀알 같은 모양의 쌀알조직, 강한 자기장을 띠면서 검게 보이는 흑점, 흑점
위쪽에서 많이 발생하며 붉게 보이는 홍염, 홍염보다 더 급격한 대기물질이
분출되는 현상인 플레어, 태양 대기의 외층인 코로나가 관측 된다.
나. 행성
태양계에는 수성·금성·지구·화성·목성·토성·천왕성·해왕성 모두
8개의 행성이 있다. 수성, 금성, 지구, 화성의 4개 행성은 주로 암석과
금속으로 이루어지며 ‘암석행성’ 또는 ‘지구형 행성’이라고 한다. 목성,
토성, 천왕성, 해왕성의 4개 행성은 주로 수소나 헬륨 등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가스 행성’ 또는 ‘목성형 행성’이라고 한다.
① 수성MERCURY: 태양으로부터의 평균거리가 5,790만㎞로 태양과 가장
가까이 있는 행성이며 공전주기는 88일 이다. 반지름이 2,440㎞, 질량은
지구의 0.06배로 태양계에서 가장 작다.
② 금성VENUS: 태양으로부터의 평균거리가 1억 820만㎞로 태양계에서
수성 다음으로 태양과 가까이 있는데 반지름은 6,052㎞, 질량은 지구의
0.82배이며 공전주기는 225일이다. 태양계에서 태양을 제외하고 가장 높은
온도를 가진 행성이며, 지구와 마찬가지로 화산활동이 왕성하다.
③ 지구EARTH: 태양계에서 가장 유일하게 생물이 살 수 있는 행성으로서
우리 인류가 살고 있는 곳이다. 태양으로부터의 평균거리는 1억
4,960만㎞, 공전주기는 365일이며 달이라는 위성이 있다.
④ 화성MARS: 태양으로부터의 평균거리는 2억 2,790만㎞, 반지름은
3,397㎞, 질량은 지구의 0.11배인 행성으로 붉게 보이며 공전주기는 687일
인데 데이모스, 포보스라는 2개의 위성이 있다. 지구와 같이 4계절이 있고
자전주기도 지구와 비슷한 1.03일이다.
⑤ 목성JUPITER: 태양으로부터의 평균거리가 7억 7,830만㎞인데
반지름은 7만 1,492㎞, 질량은 지구의 317.8배인 태양계에서 가장 큰
행성이다. 공전주기는 약 4,380 일이며 63개의 위성이 있으며 자전주기는
0.41일이다.
⑥ 토성SATURN: 태양으로부터의 평균거리가 14억 2,940만㎞인데
반지름은 6만 268㎞, 질량은 지구의 95.16배로 태양계에서 두 번째로 큰
행성이다. 공전주기는 약 10,750일, 자전주기는 0.44일이며 56개의 위성이
있고 둥근 고리를 가지고 있다,
⑦ 천왕성URANUS: 태양으로부터의 평균거리가 28억 7,500만㎞인데
반지름은 2만 5,559㎞, 질량은 지구의 14.54배인 행성이다. 공전주기는 약
84.02년, 자전주기는 0.72일이며 27개의 위성이 있다.
⑧ 해왕성NEPTUNE: 태양으로부터의 평균거리가 45억 440만㎞로 인데
반지름은 2만 4764㎞, 질량은 지구의 17.15배로 태양계에서 태양으로부터
가장 멀리 떨어진 행성이다. 공전주기는 약 164.77년, 자전주기는
0.67일이며 13개의 위성이 있다.
2. 우리 은하계銀河系
우리 은하는 우리 태양계가 속해 있는 별들의 집단으로 영어로는 Milky
Way Galaxy라고 한다. 단순히 “은하” 또는 “은하계”라고도 한다. 우리
태양계가 은하계 안에 있으므로 은하계의 모습을 직접 볼 수는 없으나
다양한 관측 방법을 통해서 은하계의 모습을 알 수 있다. 은하수는
지구에서 보이는 우리 은하의 부분으로, 하늘을 가로지르는 밝은 띠로
보인다. 이 밝은 띠는 수많은 별들로 이루어져 있는데 은하 중심부가
있는 궁수자리 방향에서 가장 밝게 보인다. 천구상에서 은하면은 북쪽으로
카시오페이아자리까지, 남쪽으로 남십자자리까지에 이른다. 황도에 대한
경사로 보아, 이는 은하면에 대한 태양계 대부분의 행성 궤도면이 기울어져
있다는 것을 뜻한다. 은하가 천구를 거의 똑같이 나누고 있다는 사실은 곧
태양계가 은하면에서 그리 멀리 떨어져 있지 않다는 것을 뜻한다.
우리 은하는 늙은 별들이 공 모양으로 밀집한 중심핵과 그 주위를 젊고
푸른 별, 가스, 먼지 등으로 이루어진 나선형 팔이 원판 디스크 형태로
회전하고 있으며, 그 외곽에는 주로 가스, 먼지, 구상성단 등의 일부 별 및
암흑물질로 이루어진 헤일로Halo가 타원형 모양으로 은하 주위를 감싸고
있다.
우리 은하의 지름은 약 10만 광년으로 중심핵은 직경이 약 10,000광년,
두께는 약 15,000광년이며, 나선팔의 두께는 별들의 영역만을 고려할 경우
약 1,000광년이지만 최근의 관측 결과 가스 등을 포함한 전체 디스크의
두께는 약 12,000 광년으로 기존의 추정치인 6,000광년의 두 배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 은하를 둘러싸고 있는 헤일로는 지름이 약
200,000 광년 정도로 추정되었으나, 일부 구상성단이 은하 중심으로부터
400,000광년 거리에서 발견되는 점 최근 우리의 이웃 은하인
안드로메다은하의 헤일로가 기존보다 훨씬 먼 400,000광년 이상까지
뻗어있다는 것이 확인됨에 따라 우리 은하 헤일로의 규모도 당초 예상보다
훨씬 멀리까지 뻗어있을 가능성이 크다.
현재까지 밝혀진 우리 은하 디스크 내 가장 오래된 별의 나이는 약 132억
년이며, 주위를 공전하는 구상성단에서 약 136억년의 나이로 밝혀진 별이
발견되고 이들 구상성단이 우리은하와 거의 동시에 탄생하였을 걸로
추정하면 우리 은하의 나이는 현재 우주의 나이인 137억 년에 거의 근접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지금까지는 관측된 우리 은하에는 회전 속도와 뉴턴의 역학법칙을 이용한
계산 결과, 2,000억 ~ 4,000억 개의 항성들이 존재할 것으로 믿어왔으나,
2009년 1월의 VLBA[Very Long Baseline Array] 전자파 망원경에 의한 정밀
관측 결과, 우리은하의 총질량이 기존 값에서 50% 증가하여 태양 질량의
3조배인 것으로 추정된다.
우리 은하는 이전에는 안드로메다은하와 같은 모양의 정상나선은하로
간주되었으나, 1990년대부터 과학자들에 의해 막대나선은하일 가능성이
제기되었으며, 중심핵으로부터 지름 27,000광년 길이의 막대 구조가
존재한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막대 구조는 대부분 붉고, 오래된 항성들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 막대구조 주위에 거대 수소 가스로 이루어진 띠가
존재하며, 현재 우리 은하 내에서 가장 폭발적으로 별이 탄생하고 있는
영역임이 확인되었다. 만약에 이웃 은하에서 우리 은하를 바라본다면 가장
밝게 빛나는 부분으로 보일 것이다.
은하계 내의 별들은 은하의 중심부를 중심으로 나선형 팔 모양으로 공전한다.
이는 은하 중심에 태양 질량의 약 300만 배의 질량으로 추정되는 초대형
블랙홀이 있기 때문이라 추정되는데 은하 생성 초기단계에 은하 중심에서는
무거운 별들이 많이 생성되었을 것이며 이 별들의 충돌·결합 과정의 혼돈
속에서 은하 중심부에 거대한 블랙홀이 생성되었을 것이라 한다.
우리 은하는 과거로부터 끊임없이 주위의 작은 은하를 흡수, 합병하면서
성장하여 현재의 형태가 되었다고 본다. 현재 우리 은하의 약 200여
개 구상성단 중 최소 40%는 우리 은하가 아닌 주변 왜소은하의
중심핵이었거나 이들 왜소은하에 딸린 구상성단이었을 것으로 추정되는데
지금 현재에도 최소한 2개 이상의 왜소위성은하를 합병 중인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현재 우리은하는 중심핵에 위치한 블랙홀의 활동성이 약한 정상상태
은하인 것으로 보이나, 2010년에 우리은하의 중심부에서 나선형 팔 원반과
수직 방향 위, 아래로 각각 25,000광년[직경 50,000광년] 길이의 감마선을
방출하는 거대한 구조가 발견되었는데, 이 구조의 가장자리 윤곽이 뚜렷한
것으로 보아 약 10만 개 이상의 초신성 폭발과 맞먹는 에너지가 방출된
현상으로 추정된다.
태양은 우리은하 내 수천억 개의 별들 중에서 평범한 항성으로 과거 약
46억 년 전에 1세대 초신성의 폭발에 따른 가스의 응축력에 의해 산개성단
내에서 많은 형제 별들과 함께 생성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현재 은하
중심에서 태양까지의 거리는 약 26,000 광년으로 수평 방향으로는 전체
은하계 원반의 중간 위치에 자리하고 있으며, 수직 방향으로는 은하
기준평면으로부터 약 60~70광년 정도 위에 위치하고 있다. 태양은
페르세우스자리 팔 안쪽으로 6,500광년 떨어진 오리온자리 팔의 은하 중심
방향으로 가장자리에 위치해 있으며, 과거부터 오리온자리 팔과 나선형 팔
공간 사이를 주기적으로 왕복하고 있다. 태양계는 초속 220km의 속도로
은하 중심 주위를 공전하는 데, 한 번 공전하는데 약 2억 2600만년이
걸린다. 별들의 공전속도는 중심과 떨어진 거리와 상관없이 초속
200~250km로 일정하며 공전주기는 은하의 중심에서 떨어진 거리에 거의
비례한다.
우리 은하를 포함해서 약 20 ~ 30여 개의 은하가 가까이 모여 있는데,
이를 국부 은하군이라고 한다. 국부 은하군 중 크기가 비교적 큰 은하로는
우리 은하, 안드로메다은하, 삼각형자리 은하[M33]가 있다.
안드로메다은하[M31]는 지구로부터 약 220만 광년 거리에 있으며, 최근의
관측 결과 이전의 추정지름 12만 ~ 14만의 크기를 훨씬 뛰어넘어 지름이
약 22만 광년[최대 약 25만 광년]에 이르는 거대 나선은하인 것으로 보이며,
포함하는 총 별의 갯수도 1조 개 이상으로 우리 은하의 2배에 달한다.
현 시점에서 우리 은하는 안드로메다은하에 비해 2배 이상으로 활발히
별을 생성하고 있으며, 안드로메다은하가 연간 평균 태양 질량을 기준으로
1~2개의 별을 생성하는 반면, 우리 은하는 연간 평균 5~6개의 별을
생성하고 있는 것이 확인되었다. 우리 은하와 안드로메다은하는 비슷한
시기에 태어나 비슷한 발달 과정을 거쳐 온 형제은하일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현재 두 은하는 서로 간의 중력의 영향으로 점점 가까워지고 있으며,
향후 30~40억년 이내에 충돌하여 결국에는 하나의 초거대 타원은하로
새로 태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국부 은하군에는 우리 은하 주위를 공전하는 왜소은하가 다수 있다.
그중 가장 큰 것은 지름이 2만 광년인 대마젤란 은하가 있다. 용골자리
왜소은하, 용자리 왜소은하, 사자자리 왜소은하Ⅱ는 지름이 500광년으로
가장 작은 은하들이다. 다른 왜소은하로 소마젤란은하, 큰개자리
왜소은하[가장 가까운 은하], 궁수자리 왜소은하, 작은곰자리 왜소은하,
조각가자리 왜소은하, 육분의자리 왜소은하, 화학로자리 왜소은하,
사자자리은하 등이 있다. 과학자들의 이론적 계산에 의하면 우리은하
주위에 백여 개의 왜소은하가 존재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현재 그리 많이
발견되지는 않고 있다. 우리 은하가 성장하면서 과거부터 끊임없이 주위의
은하를 합병하였거나, 은하수를 따라 관측 불가능 지역에 다수 분포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3. 외부은하
우리 은하계 바깥쪽에 있는 은하를 외부은하라고 한다. 관측 가능한 범위
내에 있는 외부 은하는 천억 개 이상으로 추정한다. 외부은하 중에서 우리
은하계와 가장 가까운 은하는 안드로메다은하이다. 또 보통 은하보다
전파를 강하게 방출하는 은하를 전파은하라 한다. 미국의 천문학자 에드윈
허블Edwin Powell Hubble은 은하들이 차례대로 형성된다고 보고, 그에 따라
은하에 이름을 붙였다. 은하들은 그 형태에 따라 아래와 같이 분류한다.
가. 나선은하: 은하핵을 나선형의 팔이 감고 있는 은하로 정상나선운하와
은하 중심부에 막대 형태의 구조가 있고 그 양 쪽에 나선형 팔을 가진 것을
막대나선은하라고 한다. 우리 은하계는 막대 나선은하에 속한다.
나. 타원은하: 나선형 팔이나 막대 등의 모양이 없고 둥근 타원형으로
보이는 은하를 말하며 새로운 별을 탄생시키는 성간 물질이 거의 없고 늙은
별들로 이루어져 있다.
다. 불규칙은하: 특정한 형태가 없이 불규칙적으로 별들이 분포하는
은하이며 성간 물질에서 새로운 별들이 많이 탄생하고 있다.
4. 은하단의 계층구조
은하들도 중력에 의하여 여러 은하가 모여 집단을 이룬다. 은하단들은
은하단들 사이에 퍼져 있는 가스와 암흑물질을 모이게 한다. 은하들도
별들이 은하들 안에서 궤도를 도는 것처럼 은하단의 질량 중심을 중심으로
궤도를 돈다.
가. 국부은하군
우리 은하계는 주위에 있는 약 35개의 은하들이 모여 작은 집단을 이루는데
국부은하군이라 한다. 안드로메다은하, 대마젤란은하, 소마젤란은하는
모두 국부은하군에 포함된다.
나. 은하단
수백, 수천 개의 은하들이 모인 집단을 은하단이라고 한다. 국부은하군에서
가장 가까운 은하단은 수천 개의 은하들이 모여 있는 처녀자리은하단으로
약 6천만 광년 떨어져 있다.
다. 초은하단
수백 개의 은하단이 모인 큰 집단을 초은하단이라고 한다. 우리
국부은하군이 포함된 국부초은하단에는 2만개 이상의 은하들이 포함된다.
5. 항성과 블랙홀
우주의 먼지와 가스들이 서로의 인력에 이끌려 뭉치게 되고 중심부의
온도가 1천만도 이상이 되면 핵융합반응을 통하여 빛과 열을 낼 수 있는데
이렇게 핵융합반응을 통해 빛과 열을 내는 천체를 항성이라고 부른다.
항성의 수명은 보통 질량이 작은 것은 수조 년, 태양만한 것은 100억년,
그보다 큰 것들은 수천~수백만 년이며 각각의 은하에 항성들은 약 수천억
개가 있다.
태양보다 30배 이상의 질량을 지닌 항성이 죽은 뒤 생기는 매우
작은 천체이며 중력이 너무 커서 빛조차 탈출할 수 없는 특성을 지녀
블랙홀이라고 한다. 모든 은하의 중심부엔 거대 블랙홀이 있으며 전 우주에
약 3억 개의 블랙홀이 있다고 추정된다.
6. 우주 모형
가. 정상우주론
1948년에 영국의 천문학자 허만 본디Hermann Bondi, 토머스 골드Thomas
Gold, 프레드 호일Fred Hoyle 등이 제창한 우주론인데, ‘우주는 시간과
공간에 관계없이 항상 변하지 않는다’는 이론이다. 그런데 우주가
팽창하므로 물질의 평균 밀도가 감소하므로 그 안에서 새로운 물질을
꾸준히 만들어내어 물질의 평균밀도가 항상 일정하게 유지된다는
가설이다. 빅뱅이론과 반대되는 이론으로서 20세기 중반까지 지지를
받았으나, 우주배경 복사의 관측과 함께 사장되었다.
나. 팽창우주론, 대폭발[빅뱅Big Bang] 우주론
팽창우주론의 시작은 아인슈타인Einstein의 일반 상대성 이론에서부터였다.
비록 아인슈타인은 정적인 우주를 굳게 믿고 있었지만, 네덜란드의
물리학자 빌렘 데 시테르는 일반 상대성 이론의 방정식을 이용하여
우주가 팽창하고 있다는 설을 발표하였다. 그러나 그의 우주론에는
물질이 포함되지 않는다는 흠이 있었다. 1922년에 러시아의 우주론자이자
수학자인 알렉산드르 프리드만Alexander Friedman은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의
일반 상대성 방정식으로부터, 아인슈타인이 당시에 옹호했던 정적 우주
모형에 반하는, 우주는 팽창하고 있을 수 있음을 보이는 프리드만 방정식을
도출해낸다. 1927년에 벨기에의 물리학자이자 로마 카톨릭 사제였던
조르주 르메트르Georges Lemaître는, 프리드만의 방정식만으로 성운들의
후퇴가 우주의 팽창에 기인하고 있음을 예견했다.
1931년 르메트르는 더 나아가, 시간의 흐름에 따른 명백한 팽창은, 과거로
갈수록 우주가 수축하고 결국에는 우주의 모든 물질이 하나의 점인
“원시 원자”로 모여, 시간과 공간이 존재하지 않는 시점이 있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언급하였다. 1929년, 허블은 윌슨 산의 100인치 망원경으로
은하들 사이의 거리와 적색편이의 체계적 분석을 통해 팽창 우주론을
지지하는 논문을 표하였다. 허블은 국부은하군 밖에 있는 은하는 은하의
거리에 비례하여 우리로부터 멀어지고 있는 것을 발견했는데 속도와
거리 사이의 이러한 비례는 허블의 법칙이라고 한다. 이 “허블의 법칙”이
바로 팽창우주론의 결정적 천문학적 증거였다. 1930년, 에딩턴 등이
정적 우주론보다 팽창 우주론이 새로운 천체 관측 결과와 더 잘 맞는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묻혀 있던 프리드만과 르메트르의 작업이 재발견되면서
과학계의 인식은 정적우주론에서 팽창우주론으로 변화하게 되었다.
우주는, 처음에 매우 고온이고 고밀도로 응집된 물질[원자핵의 밀도와 같은
정도]이었는데, 그 후 대폭발을 일으켜 팽창을 시작했다. 팽창에 따라서
온도가 내려가 수소의 원자핵에서 헬륨을 형성해 갔다. 우주가 이전에
밀도가 크고 온도가 높았다는 것은 허블의 법칙과 우주배경복사, 그리고
어린 별과 늙은 별의 헬륨 함유량에 차이가 없다는 것 등으로 뒷받침된다.
그리고 프리드만의 중력장방정식에 의하면, 현재의 팽창 우주는 팽창이
영원히 계속되는 열린 우주이거나, 언젠가는 팽창이 그치고 수축으로
들어가는 닫힌 우주이거나의 어느 한 가지일 것으로 생각된다. 어느
쪽인가는 우주에 존재하는 물질 밀도에 의존하며, 현재의 관측 결과로는
열린 팽창우주론[수조 년 동안 팽창하여 마침내 전 우주가 사실상 진공이
되는]으로 결론이 나는 듯하다.
팽창우주론은 러시아 태생의 미국 물리학자 조지 가모프George Gamow
등에 의하여 보충되어 빅뱅 이론[대폭발설]으로 발전하였다. 빅뱅 이론이란,
우주가 하나의 극히 작은 특이점에서 ‘대폭발’로 인해 팽창을 시작했으며,
지금까지도 계속해서 팽창하고 있다는 설이다. 빅뱅이론을 연구했던
학자들은 팽창이 일어나게된 근본적인 원인을 설명하지는 못했는데
1979년 스탠포드의 선형가속기 연구소의 앨런 구스Alan H. Guth가 돌파구를
마련했다. 구스는 과냉각된 힉스장이 우주상수와 마찬가지로 공간의
팽창의 원천이었다고 결론지었다. 구스의 인플레이션 이론은 초기 우주의
팽창과정을 성공적으로 설명해 주고 있다. 이 이론에 따른 밀어내는 힘은
엄청나서 10-35초라는 극히 짧은 시간동안에 우주공간을 현재의 계산으로
1090배 이상 팽창되었다. 이 이론에 따르면 우리가 볼 수 있는 공간은 전체
우주의 극히 일부분이다. 우주 전체의 크기를 지구의 크기로 축소한다면
우리가 관측할 수 있는 우주 공간은 모래알 한 톨 정도가 된다. 빅뱅이론은
1990년대 후반 이후 허블망원경과 위성으로부터 모은 방대한 관측 자료의
분석으로 더욱 발전하였다. 빅뱅 이론의 두 가지 대표적인 증거는 허블의
법칙과 1964년 발견된 우주배경복사이다.
우주의 나이는 빅뱅으로부터 지금까지의 시간이다. 가장 최근[2013년
3월]의 관측과 ACDM[Lambda-CDM] 모형에 따르면 약 138억 년이다. 빅뱅
이론에 따르면 우주는 초기의 매우 뜨거운 상태에서부터 점차 식어왔는데,
우주 배경 복사의 현재 온도를 측정함으로써 빅뱅 당시부터 현재까지
우주가 냉각되는데 걸리는 시간을 측정하는 원리이다. 19세기부터 20세기
초까지만 하더라도 대부분의 과학자들은 전체적으로 보면 우주의 나이는
무한하다고 믿고 있었다. 그런데 허블의 이론에 따라 우주의 나이를 계산할
수 있게 되었고 우주배경복사의 발견으로 우주의 나이를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게 되었다.
다. 주기적 우주론
한 특이점에서 대폭발로 우주가 생기면 팽창이 점점 느려지다가 어느
시점부터 다시 수축과정을 겪고 수축이 가속되면 다시 폭발하여
팽창한다고 한다. 이처럼 대폭발과 대붕괴가 계속 반복되는 것이
주기적우주론이다. 그런데 1930년대에 리처드 톨만Richard Tolman은 수축이
한 점으로 압축될 때까지 일어나지는 않고 어느 정도 수축이 되면 다시
팽창한다는 것이다. 다만 과거로 거슬러 가면 수축 주기가 점차 짧아진다는
것이다. 그러나 톨만의 이론은 관측을 통해서 그 가능성이 배제되었고
최근에는 끈이론·M이론에서 주기적인 우주의 개념을 종래와는 다른
새로운 모델로 제시하고 있다.
라. 다중우주론
다중우주란 모든 특성이 제각기인 우주들이 무수히 많이 존재하는
엄청나게 복잡한 복합우주 구조를 의미한다. 다중 우주론은 우주가 여러
가지 일어나는 일들과 조건에 의해 나뉘어, 서로 다른 일이 일어나는
우주가 동시에 있다는 이론이다. 양자물리학의 발견에서 다중우주론이
생겨났다. 다중우주와 평행우주는 혼용되어 사용하기도 하나, 엄밀하게
구분하자면 둘은 다른 개념이다. 평행우주는 다중우주의 하위 개념으로,
다중 우주에서 설명하는 수많은 막들은 우리 우주가 나아갈 수 있는
또 다른 경우의 수를 제시하고 있다는 이론이다. 따라서 다중우주와
평행우주는 차이점이 분명히 존재한다. 다중우주는 인플레이션이론,
M-이론, 양자역학 등을 설명하는 데 유용한 이론이다. 스티븐 호킹은
M이론에 의거 우리의 우주는 다수의 우주들 중 하나에 불과하며 ‘무無’에서
저절로 생겨난 다중우주는 각기 다른 자연법칙을 가질 것이라고 한다.
스티븐 호킹은 “우주들이 창조되기 위해서 어떤 초자연적인 존재 혹은 신의
개입이 필요하지 않다. 오히려 다수의 우주들은 물리법칙에서 자연적으로
발생한다.” “우리의 존재는 수많은 우주들 중에서 우리의 존재와 양립
가능한 상태들만 선택하는 것을 정당화 하며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우주의 규모에서 하찮고 미미하지만 어떤 의미에서 창조자이다.” “자발적
창조야말로 무가 아니라 무엇인가 있는 이유, 우주가 존재하는 이유,
우리가 존재하는 이유이다. 도화선에 불을 붙이고 우주의 운행을 시작하기
위해서 신에게 호소할 필요는 없다”고 하며 유신론에서 주장하는 창조주의
존재를 부정하였다.
마. 평행우주론
우주는 무한히 많이 존재할 수 있으며, 파동함수에 내재되어 있는 모든
가능성들이 개개의 우주에서 개별적으로 일어난다. 관측이 이루어질
때마다[자유의지가 개입될 때마다] 우주가 여러 갈래로 갈라져 나가므로
양자역학의 파동함수가 붕괴되지는 않으나 ‘무한히 많은 평행우주’가
생겨나게 된다.
바. 홀로그램우주
홀로그램은 2차원의 평면에 레이저를 투사하여 공간에 3차원 입체영상을
만들어내는 장치이다. 이처럼 우리가 일상적으로 경험하는 현실 세계는
홀로그램의 간섭무늬처럼 무질서한 환영이고, 더 깊은 차원에 모든 사물과
물리적 세계의 모습을 만들어내는 본질적인 차원의 현실이 존재한다는
것이 홀로그램 우주론이다. 데이비드 봄David Bohm의 홀로그램 우주론은
양자역학에 대한 의문점에서 출발했다. 그는 EPR[Einstein, Podolsky, Rosen]
역설에서 양자역학의 측정 결과를 빛의 속도보다 빨라야만 측정할 수
있다는 아인슈타인의 의문 제기에 대해, 그것은 전자가 상호 연결되어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모든 것이 하나로 연결되어 있고,
전체의 일부로서, 위치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으며, 공간 속의 모든
지점들은 동일하다는 것이다. 봄은 우주의 운행원리가 홀로그램의 원리로
움직인다고 보았다. 1990년대 초에 네덜란드출신의 노벨물리학상 수상자인
헤라르뒤스 토트프Gerardus 't Hooft와 끈이론의 대부로 불리는 레너드
서스킨드Leonard Susskind도 우주가 홀로그램과 비슷한 방식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주장하였다. 이들은 현재 3차원 공간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은
2차원 평면에서 진행되는 사건들이 우리 눈앞에 투영된 결과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보고 느끼는 모든 현상들은 3차원 홀로그램 영상에
불과하며 우주는 거대한 홀로그램이라는 것이다. 브라이언 그린Brian
Greene은 끈이론이 홀로그래피 원리를 지지하고 있고 이론물리학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한다. 또 중력을 설명하는 이론들은 블랙홀의
존재를 여전히 허용하며, 엔트로피의 극한값도 여전히 존재하면서
홀로그래피 원리와 모순 없이 부합될 것으로 보았다.
7. 우주를 설명하는 법칙들
가. 만유인력의 법칙
만유인력의 법칙은 아이작 뉴턴의 1687년 발표 논문 <자연철학의 수학적
원리Principia>를 통해 처음 소개된 법칙이다. 만유인력의 법칙은 질량을
가진 물체사이의 중력 이끌림을 설명하는데, 뉴턴에 의하면 질량이 있는
두 물체 사이의 중력은 각 물체의 질량의 곱에 비례하고, 두 물체의 떨어진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한다. 만유인력의 가장 큰 특징은 중력이 두 물체
사이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한다는 점이다. 뉴턴은 《프린키피아》에서
행성이 역제곱의 힘을 받는다는 가정을 하여 케플러의 세 가지 법칙을
유도했다. 또한 힘이 정확하게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하면 그 궤도는 닫힌
궤도임을 쉽게 보일 수 있다.
만유인력의 법칙은 200년 이상 온 세계를 지배하는 법칙으로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만유인력은 천체들의 운동을 지배하는 근원이
중력이라는 답을 주기는 했지만, 그 중력이 생기는 이유와 어떻게
작동하는지에 대해서는 설명해주지 못했다.
이러한 문제점 말고도 관측적인 사실도 만유인력과 맞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대표적인 예가 수성의 근일점 이동이었다. 행성은 태양을
하나의 초점으로 하는 타원 궤도를 돌기 때문에 태양에 가장 가까워지는
지점이 있다. 이 점을 근일점이라고 한다. 만약 태양-행성을 지배하는
힘이 만유인력처럼 정확하게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하면 그 궤도는 닫힌
궤도이기 때문에 행성의 근일점이 움직이지 않아야 한다.
만유인력의 법칙에 의하면 수성은 태양 주변을 닫힌 궤도로 돌아야
한다. 그러나 실제 관측결과 수성의 근일점은 조금씩 움직이고
있고, 만유인력의 법칙으로는 이 사실을 설명하지 못한다. 이 모든
문제를 해결한 것은 아인슈타인이었다. 아인슈타인은 1915년 완성한
일반상대성이론을 통해 만유인력의 이론적 실험적 한계를 모두 해결했다.
먼저, 일반상대성이론에서는 중력을 시공간 기하의 휘어짐으로 설명한다.
즉, 시공간에 질량이 있으면 그 때문에 주변의 시공간이 휘어지고 그
효과가 점점 퍼져 나가 다른 물체에 영향을 미친다. 이는 중력에 대한
‘어떻게how’의 문제를 해결한 것이다.
또한 일반상대론의 등가 원리는 중력이라는 힘이 자연에 왜 존재하는가를
설명한다. 등가 원리는 엘리베이터 안에서 언제나 체험할 수 있다.
엘리베이터가 올라가기 시작하면 우리는 몸이 무거워짐을 느낀다.
그러다가 올라가기를 멈추는 즈음에는 몸무게가 가벼워지는 느낌이
든다. 이는 엘리베이터가 어떻게 가속되는가에 따른 관성력 때문이다.
아인슈타인은 엘리베이터가 위로 가속되는지, 그래서 아래쪽으로 관성력이
작용하여 우리 몸이 무겁게 느껴지는지, 혹은 지구의 질량이 갑자기
무거워져서 우리 몸이 무거워졌는지를 구분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것이
등가 원리다. 가속하는 좌표계에는 없던 힘[관성력]이 생기는데, 이 효과를
그 좌표계에서 설명하기 위해서는 중력이라는 힘이 필요하다.
아인슈타인은 1915년 11월25일 일반상대성이론의 핵심을 담은 자신의
장field 방정식을 완성하기 일주일 전인 11월 18일 발표한 논문에서, 자신의
새로운 중력이론이 수성의 근일점 이동에 영향을 미친다는 계산결과를
내놓았다. 그 결과는 놀랍게도 1세기에 43초였다!
나. 상대성이론
상대성 이론은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이 제창한 시간과 공간에 대한
물리 이론으로, 특수 상대성 이론과 일반 상대성 이론으로 나뉜다.
특수상대성이론은 ‘진공에서의 빛의 속도는 모든 관측자에 대하여
동일하다.’ 또 ‘모든 관성 좌표계에 있는 관측자에 대해 물리 법칙은
동일하다’고 한다. 아인슈타인은 특수상대성 이론을 발표한 후 뉴턴의
중력 이론을 자신의 특수상대성 이론의 틀에 맞게 수정하였다. 이 시도는
1916년에 발표된 일반상대성 이론으로 발전하였다. 이 이론에 일반이라는
이름이 붙은 것은 그것이 특수 상대론의 일반화 또는 확장이었기 때문이다.
즉 자연 현상을 서로 상대적으로 등속도 운동하는 관찰자 사이에 관찰되는
현상에 대한 이론이었던 특수 상대성 이론을 가속도 운동의 경우까지
확장시킨 것이다. 일반상대성이론은 질량과 에너지가 시공간을 휘게 하고,
빛을 포함한 자유 입자들이 이렇게 휘어진 시공간 속에서 움직인다는
이론이다. 단 이러한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도 미시세계에서는 맞지
않는 부분이 있게 되어 미시세계에서의 연구에는 양자역학을 도입하게
되었다.
다. 양자역학量子力學Quantum Mechanics
양자역학은 분자, 원자, 전자와 같은 작은 크기를 갖는 계를 다루는 물리학
분야이다. 19세기 중반까지의 실험은 뉴턴의 고전역학으로 설명할 수
있었다. 그러나 19세기 후반부터 20세기 초반까지 이루어진 전자, 양성자,
중성자 등의 미시세계에 관련된 실험들의 결과는 고전역학으로 설명을
시도할 경우 모순이 발생하여 이를 해결하기 위한 새로운 이론체계가
필요하게 되었다. 이 양자역학은 막스 플랑크Max-Planck의 양자 가설을
계기로 하여 닐스 보어Niels Bohr, 에르빈 슈뢰딩거Erwin Schrödinger,
베르너 하이젠베르크Werner Karl Heisenberg, 폴 디랙Paul Dirac 등에 의해
발전되었다
고전역학은 현재의 상태를 정확하게 알고 있다면 미래의 어느 순간에
어떤 사건이 일어날지를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다는 결정론적deterministic
입장을 취한다. 고전역학은 인과법칙을 따르고 우연성을 배제한다.
이러한 물리학을 일반적으로 뉴턴 물리학이라고 하며, 뉴턴 물리학과
상대성이론을 합쳐서 고전역학이라고 한다.
그러나 양자역학은 고전역학과 달리 확률론적probabilistic 입장을 취한다.
확률론적 입장은 비록 현재 상태에 대하여 정확하게 알 수 있더라도 미래에
일어나는 사실을 정확하게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또
양자역학의 특징의 하나는 불확정성의 원리인데 불확정성의 원리에 의하면
입자의 위치와 속도, 그리고 장의 값과 그 값이 변하는 빠르기는 동시에
측정될 수 없다.
양자역학에서, 파동 함수는 양자역학적 계의 상태에 대한 정보를 담고 있는
함수이다. 고전적인 파동 방정식을 따르기 때문에 이런 이름이 붙었지만,
고전적인 파동과는 여러 면에서 다르다. 파동 함수의 절댓값의 제곱은
입자가 특정 위치에 존재할 확률 밀도 함수이다
파동 함수가 정확하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많은 물리학자들이 논쟁을
벌였다. 막스 보른Max Born은 파동 함수의 진폭의 절댓값을 입자가 해당
위치에 존재할 확률 밀도로 해석하였다. 많은 논란을 거친 후 막스 보른의
생각이 정당하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보른의 해석은 물리학을 이해하는
데 근본적인 변혁을 가져왔다. 보른의 해석을 기점으로 물리학은 근본적인
차원에서 확률 개념을 도입해야만 했다. 파동 함수와 물리적 실재 사이의
본질적 연결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파동 함수는 물리적 실재와
직접적으로 관계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관찰이 가능한 현상들의 개연성과
연관되어 있을 뿐이다. 양자역학의 타당성은 수많은 실험을 통해 거의
완벽하게 입증되었지만 파동함수의 붕괴과정이나 양자적 관측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다. 파동함수의 붕괴는 일반인은 물론 물리학자들도
이해하기가 어려운 현상이다. 대표적으로 관측으로 파동함수가 붕괴되는
현상은 ‘이중 슬릿 실험’ 등으로 잘 알려져 있는데 확률로 가능성을 갖는
양자적 세계[광자, 전자 등]가 파동처럼 나타나다가 관측이라는 행위를 통해
[마치 관측 당하는 것을 알고 있는 듯이] 단 하나의 값[입자]을 갖는 변환되는
과정을 나타내고 있다. 이러한 실험 결과는 양자적 실체의 특징들은
모두 참여한 관찰자의 특성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을 알려 준다. 그것은
고전역학에서는 실재라고 믿었던 것들이 양자역학에서는 실재가 아니라는
결론을 얻게 해 주었다.
또 양자 얽힘과 비국소성은 물리학자들도 이해하기 어려운 불가사의한
현상이다. 양자의 비국소성이란 양자적 실체가 관찰되는 순간 이와
얽혀있는 우주의 양자적 파트너는 순간적으로 이에 상응하는 특징을
받아들이도록 영향 받는다는 것이다. 2개의 입자가 얽힌 상태라고 하는
특별한 상태에 있으면 2개의 입자들은 분리되어 있지만 아무리 멀리 떨어져
있어도 서로 연결된 상태라는 규칙성을 지니고 있다. 2개의 입자가 정보를
교환하는 것도 아닌데 일어나는 이러한 실험결과는 물리학자들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현상들이었다.
물리학자들을 고심하게 했던 양자역학과 일상적인 경험 사이의 간격을
좁히려는 연구가 지속되어 나온 해결책으로 “양자적 결어긋남”이
제시되었는데 1970년 독일 물리학자 디터 제가 발표한 이론이다. ‘이중슬릿
실험’처럼 간단한 시스템의 측정과는 달리 일상세계는 두 가지 특징이
있다. 첫째, 우리가 흔히 접하는 일상적인 물체들은 매우 많은 입자들로
이루어져 있고 둘째, 일상적인 물체들은 고립되어 있지 않고 관측자를
포함한 주변 환경과 끊임없이 상호작용을 주고받고 있다. 현실 세계는
실험실 조건 보다 훨씬 크고 복잡하다는 것이다. 이와 같이 결어긋남은
거시적 물체에 존재하는 상식을 벗어난 양자적 특성을 완화시켜 준다.
즉 주변 환경과 주고받는 상호작용에 의해 양자적 특성이 상실되는
것이다. 양자적 결어긋남은 양자적 간섭현상을 배제시킨다는 아이디어로
양자역학과 고전역학은 어느 정도 연결되었지만, 파동함수에 내재되어
있는 다양한 가능성들은 아직도 현실적인 개념으로 이해되지 않고 있다.
관측이 실행되었을 때 단 하나의 결과만 우리에게 나타나는가? 양자역학의
세계에서는 관측결과를 100% 정확하게 예측하는 방법은 없다. 어쨌든 양자
수준의 실체들은 우리들이 일상에서 경험하는 수준에서 보이는 방식으로는
존재하지 않음이 확실하다. 미시세계에서는 어떠한 실체도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양자역학과 힉스장이 도입되기 이전의 물리학에서는 진공을 ‘물질과 장이
전혀 존재하지 않는 완전하게 빈 공간’으로 보았는데 양자역학과 힉스장
이론으로 보면 공간을 아무리 비어도 힉스장과 양자요동은 남아 있다.
라. 끈이론string theory
끈이론은 1차원의 개체인 끈과 이에 관련된 막brane을 다루는 물리학
이론이다. 끈이론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기본 입자를 점이 아닌 끈으로
간주하는데 있다. 점은 크기가 없지만 끈은 길이를 갖고 있으므로 공간을
차지하고 있어서 끈이론은 일반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을 결합할 수 있다.
끈이론에 따르면 “진동패턴이 다른 끈은 각기 다른 입자의 형태로 그
모습을 드러낸다.” 끈이론을 도입하면 중력과 양자역학을 조화롭게 연결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모든 물질과 힘을 하나의 이론체계로 설명할 수 있다.
이러한 점 때문에 끈 이론은 아인슈타인의 꿈[모든 힘과 물질을 하나로 통일된
체계로 설명하는 궁극의 이론]을 실현시켜 줄 유력한 후보다. 그러나 끈이론은
중력과 양자역학을 잘 결합시켰지만 어려운 문제가 있다. 수학적으로
문제가 없으려면 우리가 살고 있는 공간은 3차원이 아닌 9차원이어야 하고
시간차원을 포함하면 10차원의 시공간이 되어야 한다. 4차원도 이해하기가
어려운데 10차원이라니! 어쨌든 공간의 차원은 우주의 비밀을 밝히는데
중요한 정보이다.
논리적, 수학적으로 타당한 끈이론은 다섯 개나 되는데 1995년에 M이론이
나와서 이 다섯 개의 끈 이론을 하나로 통합하는데 성공했다. 즉 기존의
다섯 개의 10차원[9차원 공간 + 1차원 시간] 끈이론들이 11차원 끈이론의
근사적 서술이었다는 것이다. 현재 세계의 많은 이론물리학자들은
끈이론·M이론이 반영된 우주론을 최고의 목표로 삼고 있다고 한다.
스티븐 호킹은 M이론은 우주에 관한 완전한 이론일 가능성이 있는 유일한
후보라고 하며 아인슈타인이 발견하기를 원했던 통일이론이라고 평가했다.
8. 우주에서 태양계의 위치
오래 동안 인류는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은 평평하다거나, 태양을
비롯한 별들이 지구를 돌고 있다고 믿어왔다. 그러나 그리스의 과학자
데모크리토스Demokritos, 아낙사고라스Anaxagoras는 당시로서는 상상할
수 없었던 천문학적인 견해를 갖고 있었다. 또 이들보다 1세기 이후의
과학자 아리스타르코스Aristarchos는 기원전 280년 경에 태양이 우리
행성계의 중심이고 모든 행성은 태양의 주위를 돈다고 밝혀 지동설을
주장한 첫 번째 사람이라고 한다. 16세기 이탈리아의 신부 조르다노
브루노Giordano Bruno는 “우주는 무한하게 퍼져 있고 태양은 그 중에 하나의
항성에 불과하며 밤하늘에 떠오르는 별들도 모두 태양과 같은 종류의
항성이다”라고 주장하였다가 이단으로 몰려 화형당한 바 있다.
브루노보다 반세기 앞서 활동한 폴란드계 독일인 니콜라우스
코페르니쿠스Nicolaus Copernicus는 성직자이면서 천문학자였는데 고대 문서
탐구와 실제 관측을 통하여 “태양은 우주의 중심이며 지구는 태양 주위를
돈다”는 태양중심설[지동설]을 주장하여, 당시 교회의 우주관이며 누구도
의심하지 않던 프톨레마이오스의 우주 체계[천동설]을 반박하여 당시 서양
중세기독교 사회의 우주관, 세계관, 인간관을 뒤흔들었다. 교황청에서는
코페르니쿠스 사후 약 70년 후인 1616년에 그의 저술 ‘천구의 회전에
관하여’를 금서로 지정되었다가 1758년에야 금서목록에서 풀려났다.
코페르니쿠스의 우주 모델은 케플러Kepler가 행성 운행에 대한 세 가지
법칙을 찾아내는데 바탕이 되었으며 갈릴레이, 뉴턴에게 까지 영향을
미쳤다.
1915년에 미국의 할로 섀플리Harlow Shapley는 “태양계는 은하의 중심이
아니라 은하의 외진 변방에 있다”라고 주장하였다. 1920년 성운이 우리
은하 안에 있는지 여부를 갖고 섀플리는 히버 커티스Heber Curtis와 논쟁을
벌였는데 섀플리는 우리 은하가 성운뿐만 아니라 전 우주를 포함하고 있고
성운들이 행성과 항성의 기원이라는 주장을 하였다. 당시는 논쟁에 별
진전이 없었지만 얼마 후에 허블이 안드로메다 세페이드 변광성의 거리가
90만 광년이라는 것을 계산하였고 또 수년 후에 다른 은하들이 안드로메다
보다 더 멀리 있다는 것이 밝혀짐에 따라 논쟁은 종지부를 찍고 우리 은하
외부에도 수많은 은하가 있음을 알게 되었다. 그러나 기존의 성운이라는
개념 중에서 우리 은하 내부에 있는 기체구름들이 발견되었고 이들은 계속
성운이라 불리고 있다.
관측 기술의 발달에 따라 점점 더 멀리 떨어진 우주를 관측할 수 있게 되어
이 우주에는 1,000억 개가 넘는, 심지어 1조 개 정도의 은하가 있다고
추정하며 최근 천문학계에서는 우리 은하계에만 지구와 유사하게 생명체가
거주 가능한 행성이 최소 88억 개라고 발표하였다. 지구만이 생명체가
거주하는 유일한 행성이 아닌 것은 확실한 것 같다.
Ⅳ. 불교의 세계관을 어떻게 보아야 하나?
연기법緣起法에서 무명無明은 사성제四聖諦를 모르는 것이다. 또
팔정도八正道에서 정견正見은 사성제를 아는 것이다. 인연에 의해
조작된 결과로서의 현실세계를 파악하는 것은 사성제四聖諦에서
고성제苦聖諦인데 우리의 존재와 세계를 아는 것이 포함된다. 불교
수행의 궁극적 목표인 열반은 지혜와 선정을 닦아서 얻어지는데
《아비달마구사론阿毘達磨俱舍論》에서는 지혜를 진리[법法dharma, 세계의
진실]를 깨닫는 정신의 힘으로 정의한다. 다시 말하면 우주의 구조, 생성 및
소멸의 원리를 비롯하여 과학을 이해하는 것은 만물의 진정한 본성에 대한
이해를 위한 통찰력을 기르는 토대로서 지혜를 기르는 것인데 고성제를
아는 것이며 우리가 고苦에서 벗어나는 출발점이 된다. 따라서 불교적인
관점에서도 과학 특히 물리학에 대한 이해는 필수적인 것이라 생각한다.
《아비달마구사론阿毘達磨俱舍論》 등에서 나타나는 불교의 세계관은 현대
물리학 이론이나 우주론의 관점에서 보면 유치하고 비합리적으로 보이는
부분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아비달마구사론阿毘達磨俱舍論》의 세계관은
2000년 전 인도인들의 세계관이 반영된 것이며 그 당시 사람들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와 수준으로 기술된 것이다. 현대 물리학이 발견한 우주의
구조를 당시 사람들에게 설명하려면 《아비달마구사론阿毘達磨俱舍論》
서술이 불가피할 수밖에 없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든다. 삼천대천세계의
개념이나 《법화경法華經》, 《화엄경華嚴經》등에 묘사되는 무수한 세계와
중생에 대한 서술은 최근 발표된 우리 은하에만 최소 88억 개 이상의
생명체 거주가능한 행성이 있다는 연구결과를 보면 불교의 우주관이 현대
천체물리학의 우주관과 그리 달라 보이지 않는다.
사다까다아끼라定方晟는 불교의 우주관이 현대의 우주관과 유사하다고
보았다.
“불교의 우주관을 모두 현실적인 지리의 묘사로 해석하고 그 결함을 책하는
것은 옳은 처사가 아니다. 불교의 우주관은 어느 정도까지는 상징주의
위에서 구성되고 있다고 생각되기 때문이다.”라고 하였으며 또 “불교의
우주관은 근대의 과학적 우주관과 놀랄 만큼 비슷함을 알 수 있는 것이다.
이미 본대로 불교의 우주관에 있어서의 세계는 무한히 존재하며 매우 오랜
시간에 걸쳐 생성과 소멸을 되풀이하고 있다. 그리고 이것은 미래 영겁에
계속된다. 공간, 시간에 관한 숫자는 등비급수적으로 커지며 우주에 대한
시야는 극대와 극미의 방향에서 거의 무한하다고 표현해야 할 만큼 펼쳐져
있다. 만약 그들의 표현에서 도식성, 독단성, 신화성을 제거한다면 그것은
근대과학에서 말하는 태양계라든가, 은하계라든가, 성운이라든가, 성운의
탄생이라든가, 소멸이라든가, 우주공간의 진상물질塵狀物質로부터의 거대한
천체의 탄생이라든가, 몇 만 광년, 몇 억 광년이라는 개념에 매우 가까운
것이다. 2,000년 전의 언어를 현대어로 번역한다면 현대의 우주관에서
그리 멀지 않은 것이라고까지 생각된다. 아니 현대의 과학적 우주관보다
오히려 앞서는 것이라고도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달라이라마는 세친의 《아비달마구사론阿毘達磨俱舍論》에 묘사된 세계에
대해 모두 받아들이지는 않는다. 《한 원자 속의 우주The Universe in a Single
Atom》에서 달라이라마는 “이 크기들, 거리들 따위는 현대 우주론의 실험적
증거들에 의해 맥없이 부정된다. 불교 철학의 한 견해가 있는데, 이성에
어긋나는 교의를 받드는 것은 그 사람의 진실성을 손상시키는 짓이라는
것이다. 실험적 사실과 모순되는 것은 더 큰 오류이다. 따라서 아비달마
우주론을 문자 그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 ....중략.... 내 개인적인 견해로는
불교가 아비달마 우주론의 많은 측면들을 버려야 한다”고 하였다.
《아비달마구사론阿毘達磨俱舍論》에서 기술된 세계관은 그 당시 인도인들이
갖고 있던 여러 우주론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요가수트라》 주석서에도
《아비달마구사론阿毘達磨俱舍論》의 우주론과 흡사한 내용이 있다. 예를
들면 지구가 남쪽대륙[남섬부주]라는 구사론의 서술은 인도인들의 관점으로
생각된다.
달라이라마의 견해처럼 일부 불교 지식들 예를 들면
《아비달마구사론阿毘達磨俱舍論》에 기술된 수미산, 남섬부주 등의 개념은
오늘날 밝혀진 우주의 모습에 비추어 보면 현대 우주론, 지리적 지식으로
대체되고 기술되어야하는 것이 설득력이 있다. 즉 우리가 알고 있는
불교지식이 과학으로 밝혀진 사실과 명백히 어긋난다면 그 불교지식은
버리는 것이 옳다. 물론 현대물리학이나 우리의 관측으로 증명할 수 없다고
하여 구사론의 세계관을 섣불리 무시하는 우를 범해서도 안 될 것이다.
2012년 물리학계는 그동안 가설이었던 ‘입자들에게 질량을 부여하는
입자의 존재’를 유럽물리입자연구소의 거대 강입자 가속기에서 검출하고
2013년에는 우주 생성에서 ‘힉스’ 입자의 존재를 예측한 피터 힉스Peter
Higgs와 푸랑수아 앙글레르François Englert에게 노벨물리학상을
수여하였다. ‘힉스’ 입자가 확인됨으로써 질량의 기원을 알게 되었고 소립자
세계의 위상변화와 소립자들의 상호작용으로 우주가 생겨났다는 1967년
스티븐 와인버그Steven Weinberg가 제시한 표준모형이론이 입증되었다고
볼 수 있다. 이와 같이 현대과학이 발전한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 완벽하지
않으며 우리의 세계를 설명하는데 부족함이 여전히 많이 있다. 우주를
설명하는 표준모형이론으로는 우주의 4.6%밖에 설명하지 못한다.
암흑 에너지가 우주 전체의 약 72퍼센트 정도를 차지하며 우주의 약
23.3퍼센트는 그 정체를 아직 모르는 암흑 물질이다. 우리가 아는 원자로
이루어진 보통 물질은 4.6퍼센트 정도에 불과하며 관찰이 가능한 빛을 내는
물질은 0.5% 정도에 불과하다. 엄밀하게 말하면 99.5%를 모르며 우주에
대해서 안다고 할 수는 없지 않은가.
우주의 다양한 물질은 1백여 개가 넘는 원소로 구성되어 있고, 또
원자는 양성자, 중성자, 전자로 이루어져 있다고 한다. 그런데 현대
입자물리학에서는 이 작은 양성자나 중성자의 내부에서도 무수한
미립자들이 순간순간 생성되었다가 소멸한다고 한다. 이 짧은 순간에도
무수한 미립자들이 순간적으로 생성되고 순간적으로 소멸한다. 이러한
현대물리학의 이론은 불교의 찰나생刹那生·찰나멸론刹那滅論과 부합되고,
이 모든 생멸하는 미립자가 자성自性이 없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현대 물리학자들은 이론과 실험으로 드러난 사실들이 일반적인 경험에
비추어 보아 납득하지 못하면 새로운 이론을 받아들이려하지 않지만
그들은 대체로 자신들 감각 체험의 한계가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일상의
체험과 인식으로 납득할 수 있는 현상만 믿으려는 경향이 있다. 오관五官이
체험한 감각에 속으면 안 된다. 양자역학은 독립적이고 외재적인 실체는
없고 우리들은 상호 연결된 전체 안에서만 올바른 인식을 할 수 있다는
실험 결과를 보여준다.
순수한 가능성의 상태에서 측정이 일어나면 물리적 실재로 변형되는 것을
‘파동함수의 붕괴’라고 한다. 이처럼 세계는 관찰자가 있을 때 그 모습을
실재인 것처럼 드러낸다. 모든 ‘실재’가 사실은 실재가 아니라 환영이라는
것, 다시 말하면 마음이 빚어낸 허구라는 것이다. 물론 물질계가 다양한
모습으로 드러나고 우리의 감각과 경험에 기초하여 이들이 환영이
아니라 실재한다고 믿어도 현실을 살아갈 때는 별 문제가 없다. 하지만
우리 인간들의 고통은 환영과 허구에 지나지 않는 대상들에 대한 집착과
갈망에서 일어난다.
불교 교학의 주요 개념 중에서도 특히 공空은 일상의 감각과 경험에
젖어 있는 우리로서는 이해하기 참으로 어렵다. 이해하기 어려우니
아공我空·법공法空은 자칫 불교 경전 안에서의 현학적인 개념으로 잘못
이해될 수도 있다. 중관학파에서 공空은 실재의 궁극적인 본성이라고
하였고 유식학의 관점에서 보면 우리가 지각하는 세계는 외부세계의
정신적인 재구성이다. 즉 마음속의 세계일 뿐이고 마음이 그려낸
것이라는 것이다[유식唯識]. 우리가 감각기관으로 관찰한 것들을
최종적으로 해석하고 받아들이는 것은 우리의 의식인데 우리의 인식과
그 대상은 상호의존하고 있다. 우리의 감각기관과 인식능력이 이 세계의
실재를 파악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점은 명백하다. 양자역학을 위시한
현대물리학의 이론과 실험 결과들은 공空 또는 연기緣起, 유식학에서의
삼성설三性說, 유식唯識 등의 개념이 타당하다는 것을 강력히 뒷받침 하며
불교의 근본 이론들과 부합된다. 이런 점에서 오늘날의 불자들은 행운인 것
같다.
불교의 세계관에서는 이 세간의 차별은 유정중생들이 만들어낸 업에
의해 생겨난 것이라고 본다. 다시 말하면 물질세계는 유정들의 업
혹은 의도된 행동들의 집합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물리학자 존 휠러John Wheeler는 “양자역학의 증거들이 알려주는 것은
우주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참여해온 관찰자’들의 인식활동의 결과인
자기조합성이라”라고 한다. 불교의 관점과 참으로 유사하다.
아인슈타인은 양자역학이 탄생할 수 있는 이론적 토대를 제공하였으면서도
“신은 주사위놀이를 하지 않는다”고 하며 양자역학의 발견에 대하여 닐스
보아와 오래 동안 논쟁을 벌였다. 아인슈타인은 양자역학을 불완전한
이론이라고 보았던 것이다. 보아를 비롯한 양자역학을 이끈 물리학자들은
불교를 비롯한 동양사상을 깊이 이해하고 있었지만 아인슈타인은 유대교와
카톨릭의 배경을 가졌기에 유일신 사상의 관점에서 과학을 보았다는
것이다. 20세기 최고의 과학자로 존경받는 아인슈타인조차 그런 편견을
가졌던 것을 보면 보통 사람들은 어떻겠는가.
비록 과학과 불교가 다른 목표와 접근 방법론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우리는 현대과학이 이루어낸 성과들을 무시할 수는 없다. 과학의 발전으로
인류가 누리게 된 혜택과 지식들은 그대로 인정되어야 한다. 불교, 기독교
등이 발생할 당시에는 과학이라는 개념조차 없었지만 지금 현대과학은
상대성이론, 양자역학, M이론 등으로 우주의 구조와 미시세계를 설명하고,
우리 눈에는 보이지도 않는 희미한 빛, 전파 등의 신호들로 우주를
탐구한다. 100여 넌 전에만 해도 상상하지 못했던 엄청난 과학기술 발전의
성과는 앞으로 우리 후손들은 어떤 것을 이루어낼지 상상하기 어렵다.
따라서 과학적 방법론과 실험도구들이 없었던 시대의 사람들에 의해
만들어진 종교의 교리들은 현대 과학의 관점에서 보면 이해할 수 없고
신뢰할 수 없는 것들이 많다. 이런 점에서 종교인들보다 과학에 대해 깊은
이해를 갖고 있고 세간에 대한 지식과 경험이 많은 사람들에게 구태의연한
방식으로 종교적 이상을 설파하여서는, 납득시키기도 고통을 제거하여
주고, 행복한 길로 이끌어 주기도 어려울 것이다. 과학에 대한 탐구와
이해는 불교에서 말하는 지혜를 기르는 방법의 하나로 볼 수 있겠다.
Ⅴ. 지혜와 자비심
과학이 더욱 발전하여 궁극의 이론을 찾아내어 설사 우주와 사물의 실제
모습을 완벽하게 밝혀내고 문명의 혜택으로 인류의 삶이 지금 보다 더
편리해진다고 하더라도, 인간의 근원적인 고통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또 탐진치貪瞋痴가 소멸되는 것도 아니며 자비심이 고양되는 것도 아니다.
지식이 늘어나는 것일 뿐이다. 우주의 비밀을, 자연계의 법칙을 더
알아내고 호기심은 충족시킬 수 있겠지만 사람은 늙고 병들고 죽는다. 어떤
위대한 존재도 별들이, 우주가 소멸하듯이 공덕이 다하면 죽기 마련이다.
‘형성된 것은 소멸한다.[제행무상諸行無常]’는 것은 엔트로피 법칙의 불교적
표현이다. 이 우주 그 자체를 포함해서 우주의 누구도 그 법칙을 벗어날
수는 없다. 이 확실한 진리를 사람들은 망각하고 살아간다.
현대의 과학과 기술이 토대가 된 문명은 과소비를 부추기며 자원의
과소비로 석유 등 주 에너지의 고갈을 눈앞에 두고 있고 나라간 빈부격차의
확대, 물 부족, 자원고갈 또 이로 인한 국제적인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과학의 발전이 삶의 편리함을 준 것은 분명하지만 행복 수준을
높였다고 볼 수는 없다. 또 유한한 자원을 가진 우리 지구에서 살아가는
우리는 엔트로피 법칙을 잊고 살아간다. 엔트로피법칙으로 보면 지구적
차원에서의 엔트로피 증가가 결국 에너지, 자원의 고갈, 환경오염, 국가,
계층 간의 갈등을 격화시킬 것이므로 성장, 진보 등 물질의 양적확대를
행복의 척도로 삼아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큰 의식의 전환을 요구한다.
문명비평가인 제레미 리프킨Jeremy Rifkin은 엔트로피법칙에 근거하여
우리 인류가 자원을 최대한 보전하고, 자연의 리듬을 존중하여야한다고
주장하였는데 이는 모든 생명 있는 존재들이 그 환경과 서로
연결되어있다는 불교의 사상과 일맥상통한다.
“엔트로피 법칙은 모든 것을 포괄하는 답을 제시한다. 생명을 보전하고
고양하는 데는 유용한 에너지가 소비된다는 사실이다. 유용한 에너지가
많을수록 생명을 미래까지 연장할 가능성이 커진다. 그러나 또한
제2법칙은 어떤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지상의 유용한 에너지 재고가 그만큼
줄어든다는 사실도 가르쳐준다. 우리가 에너지를 많이 소비할수록 우리
뒤에 올 모든 생명에게 남겨질 에너지의 몫은 적어진다. 그러므로 궁극적인
도덕률이란 가능한 에너지를 적게 쓰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 우리는 생명에
대한 우리의 헌신적 자세를 드러낼 수 있다.”
불교적 관점에서 인류가 어떤 행동을 취하여야하는가는 달라이라마와
마티유 리카르Matthieu Ricard의 주장에 잘 나타나 있다.
달라이라마는 우리 모두가 인류와 지구의 복지를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고
하였다.
“우리 모두는 우리가 취하는 행동의 과정이 무엇이든, 전 인류와 우리가
살고 있는 행성의 복지라는 주된 목표를 마음에 두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넓은 우주에서 금성과 화성 사이에 끼어서 겨우
차지한 작은 궤도상의 우리 행성이 허약하고 취약함을 느낀다. 우리가
이 집을 돌보지 않는다면, 이 땅위에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이란
말인가?”
세포유전학 과학자로 일하다가 티벳불교 스님으로 출가한 프랑스 출신의
마티유 리카르는 자연법칙의 바른 이해를 토대로 탐욕을 제거하고,
자비심이 모든 활동의 기반이 될 때 우리 모두의 행복이 온다고 하였다.
“자연 과학 분야에서 생겨나는 연속적인 지식의 혁명들은 우리가 결코
'결정적으로 옳다'는 확신을 가질 수 없다는 것을 입증했다. 그러므로 나는
감히 내면의 깨달음이 정신의 궁극적인 본성, 행복과 고통의 메커니즘,
그리고 현상들의 실재에 관한 다른 종류의 확신을 줄 수 있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 이러한 확신은 우리 삶의 매순간 확인되는 내면적 발견에서
비롯된다. 그것은 만물의 진정한 본성에 대한 불변의 이해로 나타나고 우리
모두가 갖고 싶어 하는 인간의 자질로 표현된다.” “지혜와 결합된 뜨거운
자비심만이 우리의 마음속에 있는 광석을 용해시켜 그로부터 우리의
심오한 본성인 금을 가려낼 수 있다.”
현대 과학의 발전에 따라 얻어진 지식, 기술은 인간의 삶의 질을 높이고
인간과 세계에 대한 이해의 수준을 높였지만 윤리와 책임감이 결여되었을
경우에는 과거와는 다른 수준의 재앙을 유발할 수밖에 없다. 환경파괴,
환경오염, 핵위협, 질병, 유전자조작, 자원고갈 등 인류의 미래를 위협할 수
있는 분야는 너무나 많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갖고 있는 모든 존재들이 독립적이고 분리되어있으며
영속적이라는 잘못된 믿음은 나 이외에는 타자이고 대상일 수밖에 없는데
결과는 내적으로는 고통을 일으키며 외적으로는 배타심과 갈등을 일으키게
된다. 그래서 우리는 우리 자신과 이 세계의 본질 즉 모든 현상들이
독립적으로, 내재적 실재성에 의해 존재하지 않으며 고유한 실체를 갖고
있지 않고 상호의존적이라는 공성空性에 대한 통찰력을 기르고 마음과 몸을
닦아 고통에서 벗어나야 하며 다른 존재들에게도 도움을 주는 자비심을
가져야 한다. 다시 말하면 우리 모두 지혜와 자비심을 길러 이 세계를
올바로 보고 깨닫고 판단하며, 생명이 있는 모든 존재들이 고통에서 벗어나
행복할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이것이 부처님의 가르침을 실천하는
길이며 ‘상구보리上求菩提 하화중생下化衆生’ 대승보살도가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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