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6화 집착 5. 단어[漢字]
내가 제일 많이 생각하며 사는 것은 단어이다. 살아가면서 사용하는 단어가 600여 단어라지만 글을 쓰려면 그것보다는 훨씬 더 많은 단어를 사용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단어는 크게 ① 순우리말 ② 한자(우리말과 혼용 포함) ③ 외래어와 외국어 또 혼용어 포함 등으로 나눌 수 있겠다. 말은 시대에 따라 또 나이와 직업 환경에 따라 엄청나게 많은 종류로 나눌 수 있다. 하지만 우리가 사용하는 모든 말을 단어로 표기하고 의사전달을 정확하게 사용하기 위해서 내가 많은 단어를 알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순우리말도 모르는 것이 많지만 한자를 표기하지 않으면 뜻을 구별하기 힘든 경우가 많다. 그래서 한자 공부도 많이 했다.
매일 읽는 신문에는 정말 지금 우리가 사용하는 거의 모든 말들이 다 표기된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신문을 열심히 읽고 모르면 찾아 기록하고 알아두려고 노력했다. 영어는 다 배웠지만, 다행히 독일어를 좀 더 배웠고 불어도 1년 배웠다. 일본어는 글자를 전혀 모르지만 어려서부터 말했던 단어들이 몇 개 있고 일본 51음 표가 있다는 정도만 알지만, 일본어를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은 아직 없다.
책을 읽을 때도 나는 정독법이라고 할까, 꽤 꼼꼼히 읽고 써가면서 읽는다. 소설 같은 경우 저자 제목 발행일 출판사 읽기 시작한 날까지 기록한다. 물론 주인공의 이름과 주변인과의 관계도 써가면서 읽는다. 전체의 상황을 알아야 그림을 보듯이 글의 흐름도 이해하기 쉬워진다.
그러나 외국 소설을 읽으려면 주인공 이름부터 남자인지 여자인지 모른다.
책상에는 우선 ① 국어사전 ② 영어사전 ③ 한자 사전 이외에도 다른 사전도 여럿이 가까이 있다. 또 독후감 공책 이외에도 메모장이 네 권이 있다. ① 순우리말 ② 한자 ③ 외국어 ④ 읽고 싶은 책 기록이다. 물론 한 단어를 필요에 따라 ①과 ② 두 메모장에 다 쓰는 때도 있다. 그러니 한마디로 책상 위가 상당히 복잡 지저분하다.
의자를 180도 돌려 앉으면 컴퓨터와 모니터 그리고 프린터가 있다. 가히 고물상 수준이다. 물론 양쪽 벽에는 책꽂이가 있다. 읽은 책은 당분간 서재에 있다가 시간이 지나면 침실로 옮긴다. 침실에도 양쪽에 책꽂이가 있다.
단어(한자)를 많이 알아야 한다지만 쉽게 이해되고 필요시에 금방 쓸 수 있지는 못한다. 그래서 자꾸 모르면 기록해 놓지만, 워낙 한자를 혼자서 공부했기에 읽기는 그런대로 하겠는데 쓰려면 도통 어렵다. 정말 우선 내가 써놓고 찾아서 정확하게 썼다면 환호성을 지르며 좋아하지만 그럴 경우가 많지는 않다. 대부분 전혀 감도 못 잡는 경우가 많다. 혹 생각이 나더라도 부분 부분만 생각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그러면서 나는 계속 달려가야 한다. 특히 학교에서 수업을 들어가서 아이들 이름을 알아야 할 때도 많았다. 독일어는 단위 시간이 한두 시간이라 여러 반을 들어가고 많은 학생을 만났다. 담임을 29번 하면서 자연히 학생 이름을 생활기록부에 써야 했다.
우선 책상 위에 놓는 고무판 대신 <한자 속해 판>을 사다 놓았다. 글자 수가 2,126개 다. 적은 양이 아니다. 단시간에 하기 어려워 일 년 계획을 세워 세로는 31일로 나누었지만, 가로는 넷으로 나눠 일 년에 세 번 반복하기로 했다. 매일 열일곱 자씩 쓰기 공책, 학습장을 만들어 사용했다. 2007년 1월이었다.
또 필요한 것이 있으니 그것은 <한글 맞춤법> <표준어 규정> <표준 발음법> <표준어 모음> <문장 부호> <외래어 표기법> <외래어 표기 용례> 등을 더 공부하고 잘 사용해야 한다. 이것은 문학 강좌를 들으며 알았다. 다 외울 수 있는 것이 아니라 한글 맞춤법만 두 번 읽었고 나머지는 한 번씩 읽었다.
언젠가 원주의 박경리 박물관을 가본 적이 있다. 정말 작가가 사용하던 사전을 보니 표지가 엄청나게 해어졌다. 역시나 모든 것이 쉽게 이루어지지는 않는다는 것을 새삼 알았다. 단어 하나하나 적재적소에 쓰이고 쉽게 이해되면서도 감동을 줄 수 있는 글을 쓴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다만 가능하면 한자어를 덜 쓰고 순우리말을 많이 개발하고 외래어도 순화하여 폭넓게 사용하려고 한다.
언젠가는 더 숙성되고 잘 익은 한 알의 빨간 사과가 되도록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