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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창작강의 스크랩 [중급]제6강 시 창작의 순서(Ⅱ)-김철진
김명 추천 0 조회 16 15.01.11 18:19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제6강 시 창작의 순서(Ⅱ) : 4. 제목(題目) → 5. 첫 행(行) → 6. 구조(構造)

'1. 시상(詩想) → 2. 관찰(觀察) → 3. 형식(形式)'에 이어 이 번에는 '4. 제목(題目) → 5. 첫행(行) → 6. 구조(構造)'의 순서로 공부를 해 볼까요?
여기서도 사람에 따라서는 '제목'을 먼저 정해 놓고 시를 짓기도 하고, 시를 다 지어 놓고 나서 제일 나중에 '제목'을 붙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 강의에서는 시상(詩想)을 잡고, 그 시상을 전개하는 데 필요한 대상(對象)에 대하여 세밀하게 관찰(觀察)한 다음 시를 담을 그릇인 형식(形式)을 정하였으면, 그 다음 순서로 '제목(題目)'을 정하는 것으로 하였습니다.
왜냐 하면, 먼저 제목(題目)을 정한다는 것은 시를 어떻게 지을 것인가 하는 것을 어느 정도 구상하였을 때 가능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4. 제목(題目)

시(詩) 전체에 대한 구상과 윤곽이 서지 않으면 시의 제목을 붙일 수가 없습니다. 뿐만 아니라 제목(題目)은 일반적으로 그 시의 '제재(題材)'를 사용하거나 암시하는 것으로 정하기 때문에, 제목(題目)을 먼저 정해 놓으면 시를 지을 때 시상(詩想)을 전개해 나가기가 훨씬 수월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시(詩)의 제목은 시의 첫 행과 마찬가지로 시(詩)에서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시의 제목을 어떻게 정하느냐에 따라 독자들이 그 시를 읽게 할 수도 있고, 읽지 않고 그냥 지나쳐 버리게 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시(詩)의 '제목'을 사람에 비유한다면 바로 사람의 '얼굴'과 마찬가지입니다.
그 얼굴이 호감이 가거나 정감이 가거나 호기심을 불러 일으키거나 예쁘거나 멋있게 생겼을 때 우리는 사귀어 보고 싶은 충동을 느낍니다. 만약 그렇지 못하고 험상궂다거나 개성이 없다거나 못 생겼다면 아무리 착하고 고운 마음씨를 가졌다고 하더라도 처음에는 사귀기를 꺼려할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시의 제목도 이처럼 독자들을 끌어당길 수 있는 것으로 정해야만 합니다. 만약 시의 제목이 너무 평범하다거나 진부하여 독자의 시선을 잡아서 고정시킬 수 없다면 그 제목은 시의 제목으로서는 일단 실패한 제목일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그 시를 읽기만 하면 독자의 가슴을 치는 감동을 줄 수 있는 훌륭한 시라 하더라도 제목이 잘못 지어져 독자의 시선을 잡아 끌어 내용을 읽게까지 하는 데 실패한다면, 그 시의 내용이 아무리 좋더라도 독자들이 읽지 않을 테니 그 내용을 알 까닭이 없습니다.
따라서 이렇게 중요한 시의 제목(題目)을 정하려면 시의 내용 전개에 대한 구상도 어느 정도 마쳐야 하기 때문에 시의 형식(形式) 다음에 시의 제목(題目)을 정하는 순서를 선택하였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내용은 별 것도 없으면서 시의 제목(題目)만 멋있게 붙인다면 그것은 또한 독자에 대한 기만이 됩니다.
그래서 뭐니 뭐니 해도 시에서는 먼저 내용이 좋아야 하지만, 이것은 기본이므로 언급을 회피하고 제목(題目)의 중요성을 말씀 드린 것이니, 행여 내용은 접어 두고 제목만 멋있게 잘 붙여야 하겠다는 생각은 버리도록 하십시오.
요즘의 시집 제목들을 보면 지금 마지막으로 드린 말씀을 더욱 절실히 생각하게 만듭니다.

5. 첫 행(行)

시(詩)의 첫 행의 중요성은 시(詩)의 제목(題目)의 중요성과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제목에 끌려서 시를 읽으려 하는데 첫 행이 '이거 아니구나.'라는 느낌을 준다면, 이 때도 독자들은 그 시를 외면하고 돌아서서 나가 버릴 것입니다.
따라서 시(詩)의 첫 행도 시의 제목(題目)만큼은 아니더라도 역시 중요하기 때문에 시를 지을 때는 많이 신경을 써서 지어야 할 부분입니다.

김춘수의 유명한 시(詩) '꽃'의 첫 연을 한 번 살펴볼까요?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여기에서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이란 첫 행에는 독자의 궁금증을 불러 일으키는 암시적(暗示的)인 요소를 내포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 암시적인 요소란 바로 '그는 누구일까?'라는 의문입니다. 그리고서 '그는 다만 /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라고 하여 독자들의 궁금증에 대하여 명쾌한 해답을 제시하지 않고 '그=몸짓'으로만 대답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독자들의 의문에 대한 해결 욕구는 더욱 증폭됩니다. 그렇게 해 놓고서는 제2연에 가서 이렇게 노래하고 있습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여기에 와서야 비로소 독자들은 갈증(渴症)을 해소하고, 이제는 독자들이 이 시(詩) '꽃'에 사로잡히어 시(詩)를 계속 읽어 내려가게 되는 것입니다.

그럼 만해 한용운의 시(詩) '님의 침묵(沈默)'과 '알 수 없어요'의 첫 행을 살펴볼까요?

"님은 갔습니다. 아아 사랑하는 나의 님은 갔습니다." '님의 침묵(沈默)'에서

"바람도 없는 공중에 수직(垂直)의 파문을 내이며 고요히 떨어지는 오동잎은 누구의 발자취입니까?" '알 수 없어요'에서

이 시(詩)들에서도 첫 행에는 독자들을 끌어당기는 보이지 않는 힘이 작용(作用)하고 있습니다.
'님의 침묵(沈默)'의 첫 행은 '님은 사랑하는 나의 님은 어떤 인물일까?'라는 호기심을, '알 수 없어요'에서는 '바람도 없는 공중에서 왜 오동잎이 떨어질까, 그런데 또 누구의 발자취라니?' 하는 호기심을 자아냄으로써 독자의 시선을 잡아 두는 데 성공한 첫 행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6. 구조(構造)

사람에게 영혼(靈魂)과 육체(肉體)가 있듯이 시(詩)의 구조(構造)에도 형식상의 구조와 내용상의 구조가 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제4강에서 공부한 3단 구조이니, 4단 구조이니, 5단 구조이니 하던 시(詩)의 구조(構造)가 형식상의 구조라면, 여기서 공부하고자 하는 시(詩)의 구조(構造)는 내용상의 구조입니다.
'구조(構造)면 구조지, 형식상의 구조(構造)는 뭐고 내용상의 구조(構造)는 또 뭐란 말인가?'
이런 의문이 여러분 가슴속에서 일어날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사실 이 강의안을 쓰고 있는 나 자신도 많이 헷갈리고 있으니까요. 그럼 우리 쉽게 한 번 생각해 보도록 합시다.
사랑하는 사람과 마주 앉아 맑은 유리창을 통해 들어오는 밝은 햇살을 느끼며, 낭만적인 음악 한 곡 곁들여 틀어 놓고 커피 한 잔을 마시려 한다고 상상해 봅시다. 이 때 커피를 타 마시려면 먼저 커피잔이 있어야 하겠지요? 이 때 커피잔은 시의 형식에 해당합니다.
자, 다음으로 커피를 타는 데 '블랙으로 마실 것인가, 아니면 프림만 타서 마실 것인가, 설탕도 타서 마실 것인가?' 등을 결정하는 것이 시의 형식상의 구조를 결정하는 일이라고 생각해 본다면, 시의 내용상의 구조는 '커피와 프림과 설탕을 어떤 비율로 타면 가장 커피 맛이 좋을까?' 하는 것을 결정하는 일이라고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커피 맛을 내는 데 커피와 프림과 설탕의 비율이 중요하듯, 시(詩)를 좋은 시(詩)가 되게 하기 위해서는 시(詩)의 내용상의 구조가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그럼 시(詩)의 내용상의 구조란 도대체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요?
시(詩)의 내용상의 구조를 이루는 요소로는 구상(具象)과 추상(抽象)을 들 수 있겠습니다. 이 구상(具象)과 추상(抽象)을 시에서 어떻게 배합하여 표현하느냐에 따라 시의 내용 구조는 다음의 네 가지 형태로 나타나게 됩니다.

① 구상(具象) + 추상(抽象) ☞ 산은 꿈이다.
② 추상(抽象) + 구상(具象) ☞ 시(詩)는 꽃이다.
③ 구상(具象) + 구상(具象) ☞ 물은 물이다.
④ 추상(抽象) + 추상(抽象) ☞ 마음은 무(無)다.

이러한 시의 내용상의 구조들은 일반적으로 시의 내용 전체에 걸쳐 사용되지만, 부분적으로는 시의 제목과 내용, 한 행, 한 연의 내부에서도 서로가 긴밀하게 작용하며 나타납니다. 특히 습작을 할 때는 ①과 ②의 내용 구조를 사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러나 이것 또한 정답은 아닙니다. 다만 일반적으로 이러한 틀을 익혀 두고 시 창작에 임한다면 처음 공부할 때는 시 창작이 좀더 수월하기 때문에 말씀 드리는 것일 뿐입니다.
예술 이란 독자적인 나름의 개성(個性)을 중시하기 때문에, 우리가 명작이라고 하는 대부분의 작품들은 이러한 기본적인 틀에서 벗어나 나름의 틀을 창조하여 사용하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는데, 우리는 이 점을 분명히 기억해 두어야 합니다.
여러분도 이러한 구조를 익혀 습작을 하다 보면 나름의 틀을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그 때는 이러한 구조까지 떨쳐 버리게 되겠지요. 정답이 없는 시에 틀인들 어디 있겠습니까?

☞ [과제물] 시 창작의 순서에 따라 '꽃' 또는 '그리움'이란 제목으로 4단 구성의 자유시 한 편씩을 지어 보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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