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를 바로 봅시다 147 /3. 대담/사람이면 ‘사람’을 찾아야지(2)
사람이면 ‘사람’을 찾아야지(2)
-1984년 3월 17일 조선일보, 법정스님, 안병훈 편집부국장-
∙인전길 문화부장, 서희건 기자와의 대담
● 키도 크시고 몸도 크신데, 그렇게 적게 잡수시다니 정말 놀랍습니다. 무염식을 하시게 된 동기가 따로 있습니까?
“뭐, 동기가 따로 있나요. 몸에 좋으라고 골라 먹는 게 아니니까요. 그리고 나는 맵고 짠 것을 먹는 성질이 아닙니다. 좋은 음식은 잘 안 먹고, 먹기도 싫어요. 젊었을 때부터 생식生食도 많이 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사람들이 음식에 매달리는 걸 보면 우스워요. 대개가 음식을 보면 정신을 못차리거든. 몸 유지될 만큼만 먹으면 안 되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조금만 먹습니다. 조미료는 절대 안 넣고요.”
(종정스님의 식사 상에는 솔잎 가루와 콩, 무 등 두, 세 접시의 반찬만이 오른다고 한다. 밥도 그릇의 3분의 1 정도만 올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 두루마기는 얼마나 입으신 건가요? 아주 많이 헤어졌는데 말입니다.
“이 누더기, 오래 되었지요. 한 삼십 년 될까? 많이 떨어져서 앞자락을 좀 고쳐달라고 했더니 새걸 대가지고 옷을 버려버렸어요. 웃음. 조금 있으면 또 떨어지겠지요.”
(함께 자리한 법정스님이 “새 시대의 옷이 됐습니다.” 하니 좌중에 웃음꽃이 피었다. 기운 곳이 백여 곳도 넘을 진짜 누더기를 소중하게 대하는 종정스님의 태도가 꽤 인상적이었다.)
● 종정이 되신 지 3년이 되셨지요. 요 몇 해 동안 한국 불교계는 불행히도 줄곧 바람 잘 날이 없었습니다. 지난 해 종헌 개정으로 스님께서는 한국 불교 교단의 상징적인 존재에서 실질적인 종단의 대표자가 되셨습니다. 그동안 종단을 위해 많은 심려가 계셨으리라 믿습니다. 그런데 산중에만 계셔서 그 역할이 어렵지 않겠습니까?
“상징이니 대표니 하지만 그런 말이 나한테는 실제로 관계가 없습니다. 종정 역할이 어떤 건지도 몰라요. 다만 ‘안 한다’는 소리만 하지 말라고 해서, 안 그러면 종단이 큰일 난다고 합디다. 그래서 ‘한다’ 소리도 안 했지만 ‘안 한다’ 소리도 안 했어요.”
마하반야바라밀 _()_
첫댓글 찬탄하고 찬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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